조개잡이 ＜2010. 리토피아 문학회＞

[꽃술(최향란)]

조개잡이

빈 망태 들고 길게 펼쳐진 개펄로 나간다네. 지그시 일에만 열중하려해도 종아리는 늘 예고 없이 푹푹 빠지고 이게 다 간밤에도 들어오지 않은 뭉둥이 서방 때문이네. 울화가 치미는데 눈치 없는 옆집 여편네 한 마디 더 거들기 일쑤 간밤에 좋았는가 어찌 물질이 이리 더디는가 조개가 참 실하네 오늘은 실한 조개 한 바구니씩 챙겨가서 해장국 시원하게 끓여주세. 조개를 가져가도 쳐 묵을 서방은 소식이 없네. 손바닥만한 섬. 소문은 연줄 걸치듯 이 집 저 집 걸쳤을 텐데 망할 놈의 여편네 말 잘하는 주둥이 좀 보게나. 저 주둥이 꽉 다물면 열리지 않는 조개 닮으면 좋겠네. 가끔씩 펴는 허리 유난히 뻐근하네. 망태는 아직 채워지지도 않았는데 며칠째 오지 않는 서방보다 바다가 먼저 들어와 버린 섬. 오도가도 못 하게 뱃시간도 끊겼다네 

                                        2010. 리토피아 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