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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야! 여기가 소문난 주안이네 집이래!"
"오우! 꿈도 야무지지. 뭐 주 안에서 살겠다고?"
"아주 괘씸한 이름이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엄청 정신없이 주안이를 만들어 버리자!"
"하나님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말자!"
"이름을 주 밖으로 바꿔 주자."
"크ㅡ하하하!좋아! 좋은 생각이야."
사단들은 주안이네 집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주안이 집에서 둥지를 틀고 오래오래 살자고 약속했습니다. 사단은 하나님의 일을 방해하는 아주 나쁜 놈들이랍니다.
우지직! 와장창!
"엄마야!"
소리치는 주안이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안아!"
설거지를 하던 엄마는 거실로 달려갔습니다. 주안이는 커튼 속에 푹 파묻혀 있었습니다.
엄마가 황급히 커튼을 걷자 주안이가 얼굴을 쏙 내밀고 헤헤 웃자, 기가 막혀서 엄마는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글쎄 주안이가 거실 커튼에 매달려서 그네를 탔지 뭡니까. 커튼이 견디다 못해 통째로 떨어지자 주안이는 커튼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오주안! 방에 들어가서 얼른 숙제하고 있어."
엄마는 눈만 뜨면 사고치는 주안이를 방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기 위로 뛰어넘다가 아기를 밞아서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또 아기 분유를 퍼먹다가 분유통도 엎질렀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기 근처에는 가지도 말라고 하자 거실에서 커튼 사고를 친 거였습니다. 엄마는 아침 설거지를 서둘렀습니다. 설거지를 빨리 끝내고 아기 우유를 먹여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청소도 해야 하고, 시장도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은행도 가야 합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주안이와 조용히 이야기 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방으로 쫓겨 들어온 주안이는 밥상 위에 교회에서 준 숙제를 달랑 펴놓고 앉았습니다. 착한 아이 그림을 찾아서 스티커를 붙이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숙제하기 전에는 기도부터 하라고 그랬지?'
주안이는 먼저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하지만 주안이는 눈을 다시 반짝 떴습니다. 금방 파리 한 마리가 눈앞으로 휙!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야! 야! 야아 거기 꼼짝 말고 앉아."
주안이는 책을 들고 파리를 쫓아다녔지만 파리는 요리조리 도망치더니 벽에 찰 달라붙어서 싹!싹! 빌었습니다.
"안 돼! 넌 죽어야 해."
주안이는 밥상을 끌어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섰습니다.
까치발을 하고 책으로 막 파리를 치려는데 순간 엄마가 덜컹! 문을 열었습니다.
주안이와 엄마의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파리 잡으려고......."
"하라는 건 안하고! 파리가 너한테 잘도 잡히겠다. 밥상 앞에서 떠나면 안돼. 알았지?"
"네! 알겠어요."
주안이는 다시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 딩동! 딩동! 현관 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누구세요?"
주안이는 총알같이 튀어나가서 현관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옛다, 아빠 바지다!"
세탁소 아저씨가 아빠 양복바지를 주안이에게 턱! 안겼습니다. 세탁소 아저씨를 보낸 후, 엄마는 또 주안이를 야단쳤습니다.
"아니, 누가 너보고 현관문 열랬어? 확인도 안 하고 문을 덜컥 열면 어떡해? 오주안! 너 이제부터는 무슨일이 있어도 방에서 절대 나오지마! 알았지?"
"네."
다시 쫓겨 들어온 주안이는 밥상에 바짝 붙어 앉았습니다. 진짜 숙제해야지 하고 스티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또 이를 어쩌나? 갑자기 쉬가 마려웠습니다. 금방 찔끔 나오려고 하는 겁니다. 주안이는 바지를 움켜잡고 까치발로 살금살금 화장실로 갔습니다.
'히이, 됐다!'
볼일을 본 주안이는 손을 닦으려고 수도꼭지를 팍 틀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샴푸가 있지 뭐예요. 그래서 딱 한 번만 눌러보기로 했습니다.
"아니,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엄마의 고함소리에 주안이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세면대에는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주안이의 옷은 이미 다 젖은 상태였습니다.
"오주안! 어유! 엄마가 너 때문에 못살아!"
엄마는 주안이의 옷을 홀랑 벗겨버렸습니다. 주안이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진짜 해야지.'
주안이는 밥상을 쭉 끌어당겼습니다. 아, 그런데 이 일을 어쩐담. 갑자기 목이 말랐습니다. 꾹 참아보려고 하는데 눈앞에 냉장고가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 살금살금 까치발로 걸어가서 냉장고 문을 살짝 열었습니다. 물병을 꺼내서 병 채로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이를 어쩌나! 물병을 냉장고에 넣으려는 순간 물병이 속에서 쭉! 미끄러졌습니다.
쨍그렁! 물병 깨지는 소리에 온 집이 들썩했습니다. 아기를 재우던 엄마가 달려나왔습니다.
"오주안! 너! 왜이러는 거야!"
으앵! 으애앵! 잠이 깬 아기가 울어댔습니다.
"너 아기 재우고 보자!"
엄마는 허둥지둥 깨진 물병을 치우고 아기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잠시 후에 아기를 재우던 엄마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습니다. 집안이 조용했거든요.
'이제야 주안이가 정신을 차렸는 가 보네.'
엄마는 고양이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주안이 방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방문을 살짝 열어 봤습니다.
'아이고, 못 말려.'
엄마는 그만 벌레 씹은 얼굴이 되었습니다. 글쎄 주안이가 밥상 위에 엎드려서 콜콜 자고 있었습니다. 입가에 침까지 줄줄 흘리면서 말예요. 스티커 한 개가 주안이의 검지 손가락에 외롭게 붙어 있었습니다. 엄마는 주안이를 안아서 아기 옆에 눕혔습니다.
'아이들이 자는 동안 빨리 시장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크으~ 재미있어 죽겠다. 그치?"
"오주안 아주 잘한다. 크크크!"
"정말 재미있다. 크크크!"
"주안이는 엄마 말을 잘 듣고 싶지만 우리가 있는 한, 절대로 그렇게 못하지. 크크크!"
"야, 이제 주안이를 더 심하게 망가뜨려 볼까?"
"그래 좋아, 캬ㅡ아! 신난다!"
사단들은 자기들의 말을 잘 듣는 오주안을 위해 잔치를 벌였답니다. 엄마가 나가자 주안이는 곧바로 눈을 떴습니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요?"
주안이는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집안에 보이지 않고 아기만 쌔근쌔근 잘 자고 있었습니다.
'어?'
주안이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습니다. 주안이는 얼른 화장대로 엉금엉금 기어갔습니다.
'우와, 나 이거 갖고 싶었는데.'
주안이는 엄마의 빨간 지갑을 열어 보았습니다.
'어? 돈이다! 우리 엄마는 부자다.'
주안이는 파란색 돈을 한 장 꺼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슈퍼로 달려갔습니다.
이거요! 주안이는 빨간 자동차를 덥석 잡았습니다.
슈퍼를 갈 때마다 가지고 싶었던 거였습니다.
"혼자 오다니 참 똘똘하구나."
계산대 언니는 주안이를 칭찬해주었습니다.
"야, 같이 놀래?"
자동차를 본 친구 지민이가 얼른 따라붙었습니다.
"부응 붕ㅡ부응."
주안이는 지민이와 거실에서 자동차 놀이를 신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후다닥 뛰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안방에 빨간 지갑을 들고 다시 후다닥 뛰쳐나갔습니다.
부응~ 치치! 부응
주안이와 지민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얼마 후, 엄마는 시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주안아, 혹시 화장대 위에 있던 엄마 지갑 만졌니?"
"응?아니요."
주안이는 우물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나 이제 갈래. 우리 엄마가 조금만 놀다가 오랬어."
지민이가 일어났습니다.
"지민아, 자동차 가져가야지."
"아니에요. 이거 주안이 거예요."
"주안이 꺼?"
엄마의 얼굴이 바로 변했습니다.
지민이는 바람처럼 가버리고 엄마는 빨간 자동차를 집어 들고 주안이를 붙잡아 앉혔습니다.
"주안아, 이 자동차 어디서 났어?"
"................."
"어디서 났냐니까!"
"장난감 가게에서 샀어요."
"무슨 돈으로?"
엄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
"엄마, 화 낼거야?"
"화 안 낼 테니 솔직히 말해. 하나님이 보고 계시잖아."
"있지........ 엄마 지갑에 있는 그 돈으로 샀어."
"으흐흑!"
주안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가 푹! 엎드러졌습니다.
"엄마!"
"으흐흑! 하나님, 우리 주안이가, 우리 주안이가 이제는 엄마의 지갑에까지 손을 댔어요."
주안이는 흐느껴 우는 엄마를 처음 보았어요.
"하나님, 우리 주안이 어떡해요. 으흐흑!"
주안이는 울고 있는 엄마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주안이가 옆에 서 있지만 엄마는 주안이를 본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안이는 힘없이 자기 방으로 건너갔습니다.
아침부터 하려던 숙제는 밥상 위에 덩그러니 그대로 있었습니다. 주안이는 엄지손톱을 질겅질겅 깨물었습니다. 엄마가 울고만 있으니까 주안이도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주안이는 아빠가 하던 것처럼 밥상 앞에 꿇어 앉았습니다.
기도해야 할 것 같아서 두 손으로 모았습니다.
"하나님, 있잖아요. 자다가 일어났는 데요. 엄마 지갑이 있었어요. 열어보니 돈이 많이 있어서 한 장 가지고 가서 자동차를 샀어요. 하나님, 잘못했어요.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 이제부터 엄마 말 잘 듣고요. 하나님 말씀도 잘 들을게요. 아멘."
눈물방울이 밥상 위로 또르륵 굴러 떨어졌습니다. 주안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쓱 닦고 코를 훌쩍거리며 책을 폈습니다. 스티커를 들고 그림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심부름 하는 아이에게 탁! 븥여주고.
동생 잘 돌보는 아이에게 탁! 붙여주고.
인사 잘하는 아이에게 탁! 붙여주고.
주안이는 착한 어린이를 찾아서 열심히 스티커를 붙여주었습니다. 숙제를 마친 주안이는 살그머니 안방 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하나님, 제가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주안이에게 화만 내고 사랑으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죽기까지 사랑하셨는데 저는 하나님이 제게 맡기신 주안이 하나도 잘 돌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동생에게 엄마의 사랑을 빼앗긴 주안이를 사랑으로 잘 돌보겠습니다. 하나님 정말 죄송합니다."
엄마는 아직도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 주안이가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요."
주안이도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주안아!"
엄마는 주안이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주안아,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면 도둑놈이 되는거야. 도둑이 되면 안 된다고 예수님이 그랬어. 엄마가 그동안 너를 착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많이 못해서 그런가 봐. 정말 미안해. 하지만 주안아, 주안이 이제 엄마 지갑 만지지 않을 거지? 엄마가 너무 슬퍼서 병이 나면 주안이 밥도 못 해주고 어떡해."
"엄마, 이제 도둑놈 안하고 예수님 말씀 잘 들을게."
주안이는 엄마 품 안에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착한 우리 주안이!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눈물로 범벅이 된 주안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동생에게 엄마 사랑을 빼앗긴 주안이의 마음이 얼마나 쓸쓸했을 까 생각하니 눈물이 더 흘러내렸습니다.
그날 저녁 주안이네 식구들은 처음 둘러 앉아 기도를 했습니다. 아빠는 특별히 주안이를 위해서 더욱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말씀 암송도 하고 찬양도 했습니다. 엄마 아빠는 주안이에게 암송도 잘하고 찬양도 잘한다며 막 칭찬 비행기를 태워주었습니다. 주안이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예순님은 나의 목짜 나는 어린 야ㅡ앙 예순님은 내 친구 조아 조아! 쿵쿵쿵! 예순님 짝짝짝! 조아조아! 쿵쿵쿵!"
손뼉치고 발을 구르며 신나게 찬양했습니다.
끼악! 꺅! 난데 없는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주안이 동생 아기도 신이나서 팔다리를 마구 버둥거리고 있지 뭐에요.
"엄마, 아기가 막 날아가려고 그래. 헤헤."
"호호호 아기도 예수님을 좋아하나 봐. 우리똑똑한 형아가 조금만 더 불러주렴.
"네, 엄마."
주안이는 대답도 아주 예쁘게 했습니다.
"예순님은 나의 목짜~나는 어린 야ㅡ앙 쿵쿵쿵! 우리 아가 깍꿍!"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사단들은 야단이 났습니다.
"야! 주안이가 찰싹 달라붙어버렸어!"
"아! 우리들은 이제 또 어쩐다냐?"
"에이! 정말 분하다."
"고 작은 놈의 눈물 한 방울에 하나님이 그냥 녹아버렸어,"
"주안이가 예순님이 자기 목짜라고 하셨잖아."
"야! 실망할 것 없어. 기도도 안하고 말씀 시간에 떠들고 엄마 말 잘 안듣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거든. 난 벌써 다른 놈 찍었어."
"그래 좋아! 다시는 실수 하지 말고 그 아이에게 찰떡같이 붙어있자."
"야호! 어서 가서 고놈에게 찹떡 맛을 보여주자."
"야호!"
사단들은 씨잉~ 바람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후 주안이의 엄마, 아빠는 날마다가 기도와 말씀으로 주안이를 잘지켜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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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