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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 생활 18년 경력을 가졌습니다. 그럭저럭 직장에 만족하면서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의 꿈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학입시원서를 써야 할 때 저는 그때에는 도서관학과에 지망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문헌정보학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터라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저도 대학 졸업 후에 저의 계획에 대해 분명이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 재학 중 대학에 도서관학과가 있었는데 그 과에 입학한 동문 친구들을 통해 문헌정보학이 어떤지 물어보기도 하고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학 재학 중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는데 전공 과제물, 발표 등을 준비하러 도서관에 머물 시간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제 친구들은 저를 찾아 도서관으로 왔고. 제가 찾아내는 자료들에 감탄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느 위치에 어떤 전공들이 있는지 외우고 있고 참고도서를 어떻게 찾고, 논문과 학술지는 어떻게 찾는지, 당시에 있었던 도서관목록함도 제가 잘 찾는 것 중에 하나였습니다. 아마 저는 도서관의 피가 흐르고 있었나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대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사서교육 연수를 듣게 되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들려주시는 도서관 이야기들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제가 맡은 자료실 관련 분류나 운영의 모순들을 혁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꿈을 접고 있다가 찾아낸 곳이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문헌정보학사과정였습니다. 무엇보다 집 가까이 있어서 도전해 볼만 했지만 일주일 2~3일 직장에서 나가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1년간의 안식년을 가질 수 있어서 이때가 기회다 싶었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안되겠구나, 하늘의 계시구나. 2014년 2월 접수를 기다리며 꽉 들어찬 강의실을 둘러보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안된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2014년 첫 학기 수업은 너무나 희열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직 학기는 남아 있지만 곧 정사서 2급 사서자격증을 얻을 것만 같은 환상에, 또한 제가 20년 넘게 그리고 공부하고 싶었던 문헌정보학과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저녁의 피곤함도 잊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함께 공부하는 동기 선생님들의 열정이 저를 더욱 성장 시켜주었습니다. 멀리 하남에서, 일산에서, 인천에서 직장을 마치고 헐레벌떡 오시는 동기선생님들은 다들 정사서에 대한 희망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낮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밤에는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학생으로 졸린 눈을 비벼가며 학업을 이어가시는 모습에 가까운 곳에서 힘들어 하는 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계시니 경험해보지 않은 직업에 대한 정보가 듣고 직업 정보 주제사서를 꿈꿔 보기도 했습니다. 정사서가 되려는 간절한 소망들이 밤을 밝힐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의 동기인 5기 2반 선생님들은 호기심이 많은시고 학업에 대한 열정이 많으셔서 매번 교수님들과 함께 현재의 도서관 현황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교수님들은 저희에게 도서관에서 겪으신 생생한 경험들을 전해주시며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힘을 주셨습니다. 특히 문헌정보학 개론을 맡으셨던 김은자 교수님은 당시 관장님으로서 해외에 직접 가보시고 꿈꿀 수 있는 도서관의 예들을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도서관료구성론을 강의하셨던 송판예 교수님은 사서로서 겪으신 고충과 특히 여성으로서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에 대한 살아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 문헌정보학과정을 졸업하면 도서관계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제가 두렵기도 했지만 제가 상상해 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도서관을 그려보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도서관 현황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와 이용객들의 요구의 변화를 반영한 것입니다. 새롭게 기계화되고 혁신되어가는 도서관을 알아가면서 아마 이것이 수업료의 전부가 아닐까도 생각하였습니다.
저녁에 공부를 하는 일도 어려운데 과제에, 시험까지 만만치 않았습니다. 과제 자체만 보면 앞으로 사서가 될 저희들에게 유용하다는 것을 알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도서관에 찾아가야 하고 책도 읽어내야 하고 게다가 멀리 떨어진 분들끼리 조별과제까지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 사서를 일부로러라도 직접 뵈면서 꼭 사서자격증을 따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보고 사람들이 찾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매 과제를 프리젠테이션하면서 남 앞에 서는 일에 점점 익숙해져 갔습니다. 도서관 이용객들에게 웃으며 서비스할 자세를 갖춰나가는 것이겠죠. 동기 선생님들끼리 시험과목을 정리하면서 공부한 자료도 나누고. 이런 까닭에 동기 선생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시험 후 만끽하는 방학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직장에 학업에 쳇바퀴만 같았던 일상에 조금은 숨이 트였습니다. 2014년 2학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학을 하고 2015년 1학기를 6기 선생님들과 수업하고 2015년 2학기 7기 선생님들과 공부하고 있습니다. 각 기수마다의 나름의 특징이 있지만 한가지 사서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먼저 졸업하는 선배로서 한 마디를 남긴다면, ‘끝은 있다는 것입니다.’ 매주 하루하루 열정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체력과 싸워야 하지만 언젠가는 결실을 맛볼 그 날을 온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졸업을 앞두고 먼저 긴 방학이 기다려지고, 방학이 끝나고 나면 이 공부를 이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해봐야겠지요. 저는 아직 20여 년만에 얻은 정사서2급 자격증이 손 위에 올려지기만을 기다리지요. 제가 가진 꿈은 치유가 있는 마음 도서관을 여는 것입니다.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책으로서 처방하여 위로해주는 도서관입니다. 함께 공부한 선생님들이 대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꿈꾸게 된 각자 꿈의 도서관에서 꿈꾸는 사서로 좀더 나아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요.
마지막으로 저는 12월 둘째주가 지나면 정말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직장동료들과의 회식을 해보려고 합니다.^^
[출처] 20년 만의 꿈을 이루게 되다.|작성자 랑가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