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생일인 줄도 모르고 아침에 눈 비비고 일어나 부모님 출타하시는데 배웅해드렸다. 아부지는 음력으로 쇠어야 하니까 오늘이라고 하시지만 인터넷의 사이트 대부분에서는 음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축하 메세지가 도착하는디 시원섭섭한 정도도 못되고, 그저 웃기만 했다.
선물 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나이. 축하해달라고 바랄 수 없는 더더욱 어려운 나이. 그렇게 스물 여덟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는 여동생이 그러더라. "작년에 축하문자 보낸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한데 벌써!! 1년이라니." 오빠! 너무 빠르네요. 이제 고3밖에 안된 애가 인생은 빠르다는 얘길 했다. 알게 모르게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는가 보다.
애매할 때 엄니가 잘 끓여주었던 미역국. 누가 어촌 태생 아니랄까봐. 올해 연초에 선물로 들어온 신안 돌미역으로 맛나게 먹었는데 이후로도 끊임 없이 들어와서 줄지 않았다. 생일날 아침 밥상에 자연스레 올라왔던 미역국. 먼 길 가는 때문에 바쁜 나머지 생각해낸 엄니의 식단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부모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2식경이 지나서였다. "어마! 깜빡했구나. 사랑하는 아들, 생일 축하해. 음력으로 쇠야하니까 원래는 내일이잖니. 다녀와서 맛난 음식 먹자꾸나." 크큭~! 여전하시네. 음력밖에 모르는 부모님. 생일을 두 번 쇠니 좋다고 해야할지, 말지. . . 몸똥아리는 우직한 바위처럼 굳어있되 이러쿵 저러쿵 마음이 흔들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