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에게 (시)
조성권
오늘
참
그대 몸
수고 많았어요.
전신 맛사지 드릴게요
그대 마음도
심하게 아팠지요.
명상 음악 드릴게요.
몸과 마음이 동시에 소리친다.
병 주고 약 주는거야
파김치가 됐어
잘못했어.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그대는 바로
소중한 나 자신
내가 아니면 누가 챙기랴
2. 그렇게 사는 거지 (시)
조 성권
사계절 적응하며
자라는 나무
언제나 건강한 사람 어디 있으랴
나무처럼 적응하며 사는 거지
비바람 몰아쳐도
피어나는 꽃
무슨 일이나 잘되는 사람 어디 있으랴
꽃처럼 피어나며 사는 거지
험한 골짜기 견뎌내야
강이 되는 물
일평생 행복한 사람 어디 있으랴
물처럼 견뎌내며 사는 거지
한 치 앞을 못 보며 사는 인생
꽃, 나무, 물처럼
그렇게 사는 거지
3. 당신 먼저 그렇게 된다 (시)
조성권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고 싶다면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말하라
잘 될 거야
건강할 거야
좋아질 거야
당신 먼저 그렇게 된다
4. 부처의 속삭임 (시)
조 성권
○○사(寺)
점심 공양(供養)받으려니
내 덕행이 부끄러운데
내 안의 부처가
가만히 속삭이네!
한잔 물에
천지 기운 스며있고
한술 밥에
천인 노고 담겨있네
이 음식은
깨달음의 보약이네
탐진치(貪瞋癡) 내버리고
측은지심(惻隱之心) 새기면서
공양 받으시게
탐진치(貪瞋癡): ①탐욕(貪欲) : 지나친 욕심, ②진에(瞋恚) : 노여움,
③우치(愚癡) : 어리석음,
줄여서 탐·진·치(貪·瞋·癡)라고 함.
측은지심(惻隱之心) : 다른 사람의 불행을 가엾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
5. 지금 하자
조 성 권
가만히 있으면 편안합니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습니다.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룹니다.
무료와 권태 하품과 졸림으로 삶을 일관합니다.
사실상 죽은 사람입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지급합니다
내일 하지. 모레 하지 NO. NO
화끈하게 지급힙니다
명심 또 명심
게으른 자는 죽은 자와 같다(부처님).
부지런하면 사람을 다스리고 게으르면 부림을 받는다(예수님)
6. 행복은 아주 가까이 (시)
조 성 권
행복은
목적지 없는
인생살이 일부분
나만을 위한 행복
백번 천번 찾아봐도
발견 못하네
너의 행복은 나의 행복
매사를 긍정하고 고마워하세
행복이 덩굴째 굴러온다네
행복은
가까이
아주 가까이 있네
7. 세상에 이런 일이 (수필)
조성권
들어가며
지금부터 육십여 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집에서 이백여리 떨어진 전주(전북)에서 하숙하며 학교에 다닌다.
전화는 커녕 편지를 해도 일주일 후에나 받아볼 수 있는 시절이다.
나는 할매께 작은 추석날(추석 전날) 집에 간다고 편지를 쓴다.
작은 추석날 버스 터미널에 나가보니 인산인해다.
간신히 콩나물시루 같은 막차를 탄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두렵고 무서운 생각이 꼬리를 문다.
버스에서 내리면 밤 열 시가 넘고 우거진 수풀 사이 이십여 리 산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나 혼자서 어떻게 갈까
산짐승들이 우글거리고 늑대가 불을 켜고 덤벼든다고 하는데 갈 수 있을까
목매달아 죽은 귀신도 나온다는데….
나는 집에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궁리를 낸끝에 도로 근처 고모 댁에서 자고 추석날 새벽 달려간다.
온뭄이 물에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할매 나왔어 !
뛰어나와 안아 줄 텐데 할매가 안보인다.
온 식구가 마당으로 나와 반겨 주는데 할매만 없다.
할매는 ?
아무도 대답을 안한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마루를 뛰어올라 방문을 연다.
누워 계신다
“ 할매 할매
왜 누워 있어
많이 아파
왜 갑자기 아파 ”
곁에있던 누나가 할매 대신 원망 섞인 대답을 한다.
“ 다 네 탓이야.
온다고 편지는 해놓고 왜 안와 ”
그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부축해도 일어나지 못하시던 할매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며
스무 살 청년처럼 벌떡 일어나신다.
온 식구가 깜짝 놀란다.
사자 우리 쇠창살을 벌려 아이의 머리를 빼낸 엄마의 힘과 똑같다.
쩌렁쩌렁 누나에게 호통치며 삿대질한다.
“야 호랭이 물어 갈 것아
왜 ‘애기’를 들먹여
우리 애기가 뭘 잘못했냐?
어미없는 것 불쌍하지도 않냐?
인정머리 없는 것아”
나 아픈 데 하나도 없어, 이것아
그때의 모습이 떠오르면 육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심장이 고동치며 ‘세상에 이런 일이,란 문구가 가슴을 파고든다.
할매가 아픈 까닭
추석 전날 하루 종일 손자를 기다린 할매
서산으로 지는 해 등 뒤에 두고
실낱같은 험한 산길 20리 마중 나간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에서 세시간을 기다려도 손자는 오지않고
마지막 버스마저 휙 소리 바람 가르며 지나가 버린다.
할매는 한없는 걱정 가슴에 담고 허통하게 되돌아오신다.
캄캄한 오밤중 지팡이를 눈 삼아 더듬더듬 걸음 떼신다
그러다가 앗차! 순간 발을 헛디뎌 허공에서 바닥으로 내동 갱이 치며 몇 바퀴를 골짜기로 나뒹구신다.
간신히 집에 오신 후 몸져누워 앓으신다.
나가며
내가 네 살 때 몹쓸 전염병(장티푸스)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후로 할매는 어미없는 손자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셨다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을 다녀도 ‘아가, 아가’ 하시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주셨다.
육십여 년이 흐른 지금
할매의 은공을 회상해 본다.
백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도 보답 못한 만고의 불효자다.
옛시조의 한 구절이 소낙비 눈물을 몰고온다
"지나간 후면 애닳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