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3.4.25(금) PM 4:54
[북 카페] '조선의 왕실과 외척'
조선의 왕실과 외척/박영규 지음, 김영사,1만3천9백원 공자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자공(子貢)에게 "그렇지 않다.
나는 하나로써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뿐이다(一以貫之)"라고 말했다.
5백18년 조선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려 할 때 공자의 이 말에서
암시를 구할 수도 있다.
제1대 태조 이성계부터 제27대 순종까지 사건과 인물이 교차한 조선역사를 일이관지하는 방법의 하나가 조선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집단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경우 왕실과 외척 이상의 기준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 이 책 '조선의
왕실과 외척'의 시도는 가치가 있다.
즉 27명 역대 왕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서자.옹주.서녀.후궁.사돈.부마에
이르는 가계도(家系圖)를 완성해낸 것이다.
이 작업에 따라 당시의 왕실 분위기와 의식주는 물론 그들의 사생활.혼인.서열 등까지 함께 드러난 것은 그의 공이다.
문제는 있다.
조선은 국왕 외에 모든 종친의 정사 참여가 금지된 까닭에 왕실의 실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왕조 내내 경계대상이었던 외척은 말할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열성왕비세보' 등을 토대로 작업을
했고, 심지어 규장각과 장서각을 오가며 필름을 뒤지고, 때로는 "사람
이름 하나를 찾기 위해 하루를 꼬박 필름을 살피기도 했다"는 것은 이런 사정에서 연유한 일이다.
듣자하니 이 작업 중에 과로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119에 실려가기도 했다는 말도 들리는 그는 베스트셀러 '한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다.
본래 그 이전에는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인데,'한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한권 때문에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지며 건져낸 호칭이 '역사대중화의 기수'였다.
따라서 '한권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 조선왕조의 공개된 파일의 한
권짜리 집대성이라면 이 책은 조선왕조 비()파일의 첫 집대성인 셈이다.
이 책의 1부 '왕실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다'에서 국왕 내외와 후궁, 왕자와 공주, 옹주와 부마, 외척 등에 관한 핵심 사항이 흥미롭게 압축된 후
2부 '역대 왕들의 가계와 외척'이란 연대기로 넘어가는 입체적 구성이란 점도 다르다.
1, 2부를 통털어 생생한 일화와 저자의 독특한 해석이 다수 실려 있는데, 1부에서는 태종이 궁녀에게서 난 옹주를 춘천부사를 지낸 이속에게
시집보내려다 거절당한 후 간택령이 제도화됐다는 일화 등이 수록돼
있다.
2부에서는 일개 노비가 태종의 부마를 이용해 역모를 획책한 일화나,
명성황후의 혈족들이 모두 비명횡사했다는 일화, 동성 간의 결혼은 금지했지만 모계 근친은 문제되지 않았다는 일화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세종은 시아버지로서는 특히 깐깐한 편이서 세자빈을 두 번씩이나 내쫓아내는 결과를 낳았다는 정보도 흥미롭다.
또 남이의 죽음은 예종의 심한 콤플렉스의 결과라는 해석, 정조의 최대
라이벌은 여왕을 꿈꿨던 화완옹주였다는 해석 등도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역사 해석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재미있는 해석이다.
국왕의 묘호 중 개국이나 많은 업적을 남긴 임금에게 붙였던 조(祖)가
'정통성 없는 왕'이나 '방계가 왕위를 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였다'는 해석 등 이견의 여지가 있는 해석도 물론 존재한다.
이덕일 역사저술가
경향신문 2003.4.25(금) PM 5:01
조선500년 권력의 핵심부 계보·호칭 등 꼼꼼히
-조선의 왕실과 외척…박영규/김영사-
구성군 이준. 세종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아들로 세조 때인 1467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뒤 삼촌인 세조의 총애를 받으며 28살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영의정에 오른다. 그러나 성종이 왕위에 오른 뒤 성종의 장인(國舅·국구)으로 왕위 등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한명회 등이 왕권에 위협을 느끼면서 그는 유배를 떠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직계 종친은 5대까지 조정의 관직을 가질 수 없다’고 법이 제정되면서
그때까지 자유롭게 벼슬에 올랐던 종친들은 권력 진출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한다. 왕의 친척, 종친이 외척과의 권력 싸움에서 영원히 밀려난 것이다.
우연찮게 이전까지만 해도 왕의 인척, 즉 왕비 일족은 권력을 강화하려는 왕에 의해 거의 참살을 면치 못했다. 태종비 여흥 민씨, 세종비 청송
심씨 일족이 그 예. 그러나 구성군 사건 뒤엔 외척들이 권력의 중심에
선다.
또다른 인척인 부마(駙馬)도 왕의 사위라는 화려함을 얻는 대신 세종
때부터 정작 스스로는 관직에도 나가지 못했다. 왕권이 강화되면서 힘이 사라졌다. 아내인 공주나 옹주가 일찍 죽어도 재혼하지 못했다. 첩은
들일 수 있었지만 정실 자리는 죽을 때까지 비워둬야 했다. 대신 힘을
쓴 것은 부마의 아버지나 형이었다.
그래서인지 비록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는 드라마라는 한계가 있겠지만 TV 사극에서 왕은 허구한 날 왕비와 후궁의 사이를 오가느라 바쁘다. 또 왕비와 후궁은 왕의 총애를 차지하기 위해 한없이 다툰다. 신하는 정사는 뒷전인 채 왕비와 후궁 및 외척을 둘러싸고 권력 싸움을 벌이기 일쑤이다.
‘조선의 왕실과 외척’에는 왕이라는 최고 권력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왕실과 외척의 부침과 영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왕실을 중심으로 살펴본 조선사인 셈. 인현왕후와 장희빈 등 사극의 단골은 물론 역사의 그늘에서 살다가 사라진 후궁과 그 소생인 옹주까지 고스란히 살려낸 왕실과 외척의 계보도이다. 왕권에 의해 속절없이 밀려났다가 기사회생하는 드라마도 있다.
그렇다고 오로지 왕에 의해서만 권력이 좌지우지된 것은 아닌 듯하다.
태조에서 순종에 이르는 27명의 왕 중 왕비의 몸에서 태어난 큰아들, 적장자(嫡長子)는 8명에 지나지 않는 게 이를 반영한다. 저자는 왕도 외척을 비롯한 신하들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데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면 같은 왕이라도 왜 조(祖)나 종(宗), 나아가 군(君)이라고
이름을 달리 붙였는지, 빈이니 귀인이니 하는 후궁의 호칭이 다른지 등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다. 1만3천9백원.
/김윤순기자 kys@kyunghyang.com/
연합뉴스 2003.4.25(금) AM 7:35
<신간> 인문.교양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조선의 왕실과 외척 = 박영규 지음. 저자는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을 낸 바 있는데, 이번 책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실과 외척사'라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 이 분야 전문연구는 국민대 국사학과 지두환 교수가 의욕적으로 진행중인 데, 이번 책은 이 분야의 '역사대중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외척사는 기본적으로 가족사에 포함되기 때문에 일목요연한 계보도가
생명인데,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129개 가계도를 제시했다.
"어느 왕도 종친과 외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모토를 내건 이 책에서 저 자는 조선 역대 27명 왕별로 서자와 옹주, 서녀, 후궁, 사돈, 부마를 포함한 왕들의 모계와 부계(婦系)를 추적한다.
외척에 대한 시각은 조선왕조 당대는 물론이고 지금 도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은데, 달리 볼 여지도 얼마든지 있기는 하다.
비대한 외척세력 때문에 왕권 행사가 제약되는 측면도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는 왕권의 원천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왕조는 원칙적으로 외척을 정치권에서 배척하려 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유혈극이 많았다.
김영사刊. 468쪽. 1만3천900원. ▲허난설헌 = 김성남 지음. 공연기획사
'씨어터21'과 한국문화연구재단이 내년 에 무대에 올리는 음악극 '아,
난설헌'의 대본격인데, 주인공을 한국의 대표적 여성 상으로 추대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을 뚜렷이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허난설헌은 △조선시대 주체 여성이며 △여성 참여의 선구자이고 △ 봉건시대 억압에 맞선 천재 시인이자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날아가 주인이 된 자유로운 여성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저자는 여성운동가이자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로 있다.
동문선. 243 쪽. 1만6천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