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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웅거러 스토리
Far Out Isn't Far Enough: The Tomi Ungerer Story ,
2012 요약미국 | 다큐멘터리 | 2014.11.13 | 청소년관람불가 | 98분
감독/브래드 번스타인
출연/토미 웅거러, 모리스 센닥, 줄스 페이퍼, 마이클 패트릭 헌
줄거리
창의력? 세상 모든 것이 아이디어지
[크릭터][즐로티][달사람]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등
다양한 동화를 비롯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천재 아티스트 ‘토미 웅거러’.
어린 시절 겪은 전쟁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며 폭력과 전쟁, 정복에 찌들어있는
세상을 날카롭고 치밀하게 풍자한 그의 강렬한 작품세계!
토미 웅거러 만큼이나 독특하고 새로운 아트 다큐멘터리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토미 웅게러
토미 웅게러는 1931년 프랑스의 북동부 스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역사가이자 대성당에 설치하는 시계를 만드는 예술가였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웅게러는 디자인 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의 학교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세계제2차대전이 일어나 스트라스부르크는 독일군의 점령지가 되었고,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집이 폭격에 무너져 지하실에서 몇 달 동안 살기도 했는데, 이 때의 극적인 경험들은 오랫동안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웅게러가 어둡고 무서운 것을 그림책의 소재와 스토리로 사용한 것은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의 암울한 기억에서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끝났지만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웅게러는 학업을 포기하고,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방랑 생활을 한다.
그림 도구를 메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돈이 떨어지면 이것저것 잡일을 해가며 근근히 살아갔다.
결국 그의 젊은 시절도 빈곤과 병으로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1956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미국에 건너간 웅게러는 오직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그림을 들고 여기 저기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그는 결국 병들고 지쳐서 어느 출판사 앞에 쓰러지고 만다.
그런데 이 일은 그에게 있어 생애 최고의 기회가 되었다. 편집장이 그의 품안에 있던 그림을 보고 가능성을 알아 본 것이다.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림을 의뢰하였으며 그 때부터 웅게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인 1957년, 웅게러는 첫 그림책인 ≪멜롭스가 하늘을 날다≫를 발표했다.
이 책으로 뉴욕 헤럴드 트리뷰지의 아동도서 명예상을 받게 되자, 웅게러는 그림책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발표한 ≪크릭터≫는 그를 일약 그림책 작가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크릭터≫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 빛나는 책으로 1941년 발표된 이래 줄곧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호기심 많은 원숭이 조지≫시리즈를 뒤집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웅게러의 매력적인 그림과 스토리에 매료되었으며,
모리스 센닥은 그의 그림을 일러 '언어와 예술의 강렬한 결합'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웅게러는 기발한 착상과 빠른 전개,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제랄다와 거인≫, ≪세강도≫,≪달사람≫ 등의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장난감 박물관을 만들어 안식처를 삼을 만큼 웅게러는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했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 주기 위하여 그림책을 만들지는 않았다.
또 스토리와 사건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굳이 애쓰지도 않았다.
다만 자기 자신이 어린이 마음이 되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었을 뿐이다.
" 모순 없이는 난 실업자일 뿐이다 ! "토미 웅거러
창의력? ...세상 모든 것이 아이디어지
" 그는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웃긴다 "토미 웅거러에 대하여 ..모리스 센닥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책에 대해 '동심천사주의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는 지적 정서적으로 여리고 이해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린이 책에는 공포와 부도덕을 상징하는 주제나 소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밝고 희망적이어야 하며, 어린이에게 평소 친숙한 존재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린이가 쉽게 동일시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매우 안정된 방법이다. 곰, 강아지, 토끼, 다람쥐, 귀여운 아이, 인형, 요정 따위가 그림책의 단골 주인공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아이들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이 그대로 드러나는 ≪은지와 푹신이≫, ≪개구쟁이 해리≫, ≪장난꾸러기 원숭이 조지≫의 주인공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모든 것이 등장 인물로 나올 수 있으며, 어떠한 것이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 친숙한 것만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편견이며 이것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등장한 작가가 바로 토미 웅게러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예쁘거나 귀엽기는커녕 징그럽고 무섭다며 기피한 뱀이나 악어, 낙지, 박쥐와 같은 동물을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또 힘과 무기로 남의 물건을 빼앗는 강도나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과 같이 악과 부도덕을 상징하는 인물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이것은 그의 취향이 별스러워서 그런 동물을 좋아하거나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기존의 편견들이 만들어낸 왜곡된 이미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무엇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감정은 학습과 전염에 의해 생겨난다. 어른들은 실제로 뱀을 만나 어떤 해를 입거나 무서웠던 적도 없으면서 사자나 늑대 같은 맹수들보 더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어린이에게 그대로 전염된다.
그러나 웅게러의 ≪크릭터≫를 통해 뱀은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착하고 귀여운 존재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야기는 보도 할머니가 아프리카에서 파충류를 연구하는 아들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물은 다름 아닌 뱀이었다. 할머니는 처음에는 '꺅' 놀라며 어쩔 줄 모르지만 뱀에게 '크릭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보도 할머니와 크릭터가 엮어 가는 여러 가지 정감 있는 생활 이야기를 통해 크릭터는 서서히 사랑스런 존재로 바뀌며, 도둑을 잡고 할머니를 구해내는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 크릭터는 용감하고 의로운 존재로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뱀의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웅게러는 여러 면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먼저 뱀 '크릭터'의 캐릭터 개발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가는 선으로 외곽선을 부드럽게 그리고 연한 연두색 파스텔 톤으로 칠한 뱀은
징그럽기는커녕 귀엽기만 하다. 뱀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크릭터'만은 예외일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무대를 아프리카 밀림에서 현대 도시로 옮긴 것은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맹수가 우글거리는 무서운 밀림보다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을 끌어내기에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야기의 무대를 아프리카에서 도시로 이동하여 주인공을 영웅화시키는데 성공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레이의 ≪장난꾸러기 원숭이 조지≫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웅게러의 ≪제랄다와 거인≫(1967)과 ≪세강도≫(1969)의 등장 인물이나 소재, 사건은 그 이전에 나왔던 그림책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 거인이나 무기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강도가 어린이 책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거인이 들고 있는 피 묻은 칼이나 자루 속에 삐죽 나온 아이의 손, 무시무시한 강도들의 무기를 보면 먼저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림책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사람이고 밝은 이야기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린다. 아이들 정서에 맞지 않을 뿐더러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느끼는 섬뜩함은 어른들만의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무척 재미있어 한다. 어른들처럼 책 속의 이야기를 실제 현상과 연상하여 생각하지 않으며 이야기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도 동심천사주의에서 나온 선입견일 뿐이다. 아이들의 정서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하며
어떤 현상에 대해 유연성 있게 받아들일 줄 안다.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 어두운 것도 받아들일 줄 안다.
웅게러는 아이들의 다양하고 유연한 감각을 파악하고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에 도전하여 기성 사회의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선한 것은 언제나 선하고 악한 것은 언제나 악하다'라는 경직된 사고를 깨뜨리고자 했다.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마음속에는 작은 일에 감동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들어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세강도≫를 통해 무시무시한 강도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며 작은 일에 깨달음을 얻어 좋은 일을 하는 것과 ≪제랄다와 거인≫에서는 식인 거인이 어린 소녀 제랄다에 의해 서서히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떠한 것이라도 존재 그 자체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인간은 매사에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좋고 싫다는 경직된 편견을 버려야만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웅게러 그림책의 메시지는 이것이며,
이를 위해 그림책의 새로운 주인공을 물색하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쳐나간 것이다.
풍부한 유머, 넘치는 상상력
웅게러는 그림책에서 주인공 묘사와 이야기 전개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유머 감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우선 주인공 설정에서부터 기발한 착상이 돋보인다. ≪제랄다와 거인≫에서 식인 거인을 정복하고 변화시키는 인물은 힘이 세거나 더 무시무시한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저 '요리를 아주 잘하는 어린 소녀'로 설정한 것은 독창적이고 소박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달이 기울고 찰 때마다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달사람'이라는 설정도 매우 기발하다.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있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들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책을 읽기도 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랗고 가는 몸에 콕콕 점찍어 놓은 두 눈으로 온갖 표정을 지어내는 뱀 크릭터, -날카로운 이빨과 위로 치켜진 눈, 뾰쪽한 수염, 뭉툭한 코의 거인, -검정 망토와 높다란 검정모자로 온몸을 가리고 두 눈만 빠끔히 내 놓은 강도들, -희고 둥근 얼굴에 대머리인 달사람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캐릭터들의 눈은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생각없이 점을 콕콕 찍어놓은 것 같으나 ,그것만으로도 기쁨, 슬픔, 놀라움 따위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 전개에서 보여주는 웅게러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크릭터≫에서 뱀이 아이처럼 품에 안겨 우유 병을 빨고 있는 모습, 기다란 뱀의 침대, 크릭터가 입은 기다란 스웨터, 몸으로 숫자와 글자를 만드는 모습, 미끄럼틀이나 줄넘기가 되어 아이들과 노는 모습 등등, 더 이상 상상력이 필요 없을 정도로 뱀의 생태와 외모를 이용한 활동이 총동원했다. 장면 하나하나 그 자체가 유머이다. 한 가지 대상을 이용한 집중적인 상상력은 ≪에밀로 힘내라≫(국내 미번역)에서도 아낌없이 발휘된다. 에밀로는 다리가 8개인 낙지인데 흐물흐물한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흉내내기 게임을 보여준다. 온몸을 부풀리거나 쥐어틀기, 몸을 이용하여 의자 만들기, 새가 되기도 하는 것들. 이것을 본 독자들은 그의 뛰어난 재치와 센스에 감동하며 낙지라는 동물에 대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한다.
≪제랄다와 거인≫에서도 그의 상상력은 기대 이상까지 나아간다. 이야기는 '거인이 제랄다의 요리를 먹게 된 후, 더 이상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게 되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랄다와 거인이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존 로 타운젠트는 "웅게러는 익살스럽고 풍부하지만 때로는 섬뜩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책의 역사≫ 2 - 560쪽)고 평한 바 있다.
충격적 도입, 빠른 전개, 편안한 결말
≪제랄다와 거인≫의 도입은 매우 충격적이며 그림 또한 예사롭지 않다. 창살에 갇힌 아이의 손, 피 묻은 칼, 뾰쪽한 거인의 이빨 들은 이 책을 처음 보는 사람을 흠칫 놀라게 한다. ≪세강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펴자마자 무시무시한 강도 세 사람과 그들의 무기가 곧바로 소개한다. ≪크릭터≫에서도 생일 선물 보따리에서 뱀이 나오리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런 도입들은 어른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지 모르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아이들에게는 무섭거나 섬뜩할 새가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 때문에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어할 뿐이다.
도입에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 웅게러는 빠른 스토리 전개로 아이들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크릭터≫나 ≪세강도≫를 읽으면 누구라도 뱀이나 강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겨를도 없이 스토리에 빠져들 것이다. ≪크릭터≫에서는 공간을 계속해서 옮겨가며 크릭터의 여러 가지 유머러스한 행동이 펼쳐지다가 좀 길어진다 싶을 때
도둑이 등장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세강도≫에서는 강도들의 행적과 고아 티파니를 만난 뒤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빠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크릭터≫, ≪세강도≫, ≪달사람≫의 군더더기 없는 간단한 글은 복잡한 사건을 명쾌하게 설명하며 이야기의 빠른 전개에 톡톡히 한몫을 한다.
'그림책이란 주어진 화면이 제한되어 있고, 이야기도 짧고 간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빈틈없는 구성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32쪽을 넘어가지 않으며 실제로 작가에게 주어지는 것은 고작 27쪽 정도이다. 불필요한 장면이 있어서도, 앞뒤의 연결이 끊어져서도 안 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막힘 없이 풀어나가야 한다. 도입에서는 독자들의 마음을 붙잡고, 전개에서는 신중히 계산된 페이스와 클라이맥스로 이야기를 고조시켜야 하며 결말에서는 만족감과 놀라움을 주어야 한다.
'(그림책 쓰는 법, 보성사)
웅게러의 도입과 전개는 이와 같은 그림책 구성의 엄격한 규칙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결말은 어떠할까?
웅게러의 결말은 하나같이 고전적이다. 즉 '행복하게 잘 살았대'의 해피앤딩으로 이루어진다. 반전을 이용한 놀라움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이라는 한 가지 방향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결말에서는 그것을 확인하고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기피, 증오, 악을 상징하는 소재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보니 결말에서 희망과 안도감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결말은 책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를 걱정하는
어른들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다.
제한된 색으로 풍부한 색채감을 표현
그림책에 가지고 있는 동심천사주의적 편견은 그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거친 필치의 선과 어두운 색은 되도록 쓰지 않으며 부드러운 선과 밝고 화사한 색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의 그림은 반드시 색채가 다양해야 할 이유도, 예쁘고 화사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림의 선과 색, 스타일이 이야기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억제된 색상, 억제된 표현이 더 이야기를 살려낼 수도 있는 것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책들이 각광을 받던 시대에 이처럼 제한된 색채로 흑백그림책을 들고 나와 성공한 그림책 작가로는 윈더가그(≪백만마리 고양이≫), 맥클로스키(≪아기 오리들에게 길을 비켜주세요≫)가 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후배 작가들로는 제임스 도허티(≪앤디와 사자≫, 버지니아 리 버튼(≪장난꾸러기 기관차 추추≫)이 있으며 토미 웅게러도 ≪크릭터≫, ≪세강도≫에서 제한된 색 표현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세강도≫는 이전에 보았던 예쁜 그림책과는 아주 다른 느낌의 책이다. 전체적으로 어둡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탁하거나 칙칙하지는 않다. 오히려 심플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검은 색과 파란색이 주조를 이루며 빨간 색과 노란 색이 양념처럼 가미되어 묘한 색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여기서의 색 사용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어두운 밤은 파란색으로, 강도의 옷이나 약탈,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상황은 검은 색으로, 희망의 상징인 금은 보화와 티파니, 달 등은 노란 색으로 표현하였다. 앞부분에서 빨간 도끼와 결말에서의 빨간 망토, 빨간 모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도끼를 빨간 색으로 칠한 것은 검은 색과 빨간 색의 대비를 살려 도구의 위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반대로 아이들의 빨간 망토와 빨간 모자는 강도들의 검은 망토, 검은 모자와 강한 대비로 선과 악, 불안과 희망을 상징하며
밝은 미래에 대한 강한 암시이다.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유능한 디자이너였던 웅게러는 책의 표지를 만들 때도 책의 이미지 표현이나 글자와 그림의 밸런스에 무척 신경을 썼다. ≪세강도≫의 표지를 유심히 보자. 파란 하늘 밑의 검은 망토와 검은 모자 차림의 세강도. 이들의 무기를 대표하는 빨간 도끼, 그리고 검은 망토 위의 흰 글씨의 제목. 그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글자와도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여 한 장의 산뜻한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다. ≪크릭터≫는 굵은 선과 강렬한 색채 대비를 보여주었던 웅게러의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아주 다른 느낌을 준다. 가벼운 느낌의 선을 무척 조심스럽게 사용하였으며 투명 수채화로 따뜻한 색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색의 사용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은 ≪세강도≫와 마찬가지이다. 검은 선과 초록, 빨간 색의 세 가지 색상만을 절제하여 사용하였으며 흰 여백을 최대한 살렸다. 생생한 선화와 섬세한 화면 처리 덕분에 불과
삼색이라는 색채의 제한은 전혀 눈에 띄지 않으며 더 이상의 색은 불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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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 말 우리 아이들이 웅게러의 책을 많이 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을 고르는 어른들에 의해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악한 것, 어두운 것, 비정상적인 것에서부터 격리시키고자 하는 어른들의 과보호는 별로 효과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아이들도 온갖 가지 일이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도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긍정적인 면은 물론 부정적인 면까지도 나름대로 바라보고 알 권리가 있다. 어린이들의 정서는 매우 다양하며 신축성이 있다. 또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신중하고 분별력이 있다. 정서를 해친다는 편견으로 어린이가 누려야 할 문화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웅게러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예술적 감수성으로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열어준 뛰어난 작가이다. 그의 책은 그 동안 어린이들에게 갖고 있던 동심천사주의적 사고가 명백한 편견이었음을 증명해 주었으며 어린이들을 더 폭넓은 문학과 예술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비판적 의식, 열린 사고, 유머러스한 풍자를 보여준 웅게러 그림책은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그림책은 너무 무겁지 않으면 너무 가볍다. 무거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고르거나, 지식과 정보를 가능한 많이 담거나, 또는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또 생활 그림책들은 아이들의 생활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결국에는 교훈적으로 끝나다보니 가볍고 감흥이 없다. 우리의 그림책은 좀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주제 면에 있어서도 인간의 희로애락을 폭넓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도 기쁠 때가 있으면 아주 슬플 때도 있고, 때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도 하고 무서움에 떨기도 한다. 그림책의 이야기도 이러한 감정을 두루 다루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즉 고아나 장애, 병, 이별, 죽음, 이혼 따위의 상황도 그림책의 내용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분단이나 전쟁, 부조리, 왜곡된 고정관념, 차별의식, 지역주의와 같은 사회 역사적 문제도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루어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웃음이 있고, 그 뒤에 무언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풍자가 있다면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 할 것이다.
그림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실험정신이 요구된다. 대체로 그림책에서의 선과 색 표현은 사실적이고 정형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진다. 즉, 하늘은 푸르게 잔디는 초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항상 정형화된 그림만을 보여준다면 이것은 아이들의 미적 체험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아이들 그림도 정형화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색다르게 꾸며진 화면에 매우 흥미를 갖고 접근한다. 웅게러의 ≪세강도≫나 그 밖의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 ≪까막나라에서 온 삽살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보여주는 아이들의 흥미는 이것을 증명한다. --------------------------------------- <토미 웅게러의 그림책 목록> 1) ≪멜롭스가 하늘을 날다≫ The Mellops Go flying , 1957년, 국내 미번역 2) ≪크릭터≫ Crictor , 1957년, 국내 번역 발행 (시공사, 1996년) 3) ≪에밀로 힘내라≫, 195-년 , 국내 미번역. 4) ≪용감한 대머리학 올란드≫, 1966년, 국내 미번역. 5) ≪제랄다와 거인≫, 1967년, 국내 번역 발행 (비룡소, 1996년) 6) ≪달사람≫, 1967년, 국내 번역 발행 (비룡소,1996년) 7) ≪세강도≫, The Three Robbers, 1969년, 국내 번역 발행 (시공사, 1995년) 8) ≪모자≫ The Hat, 1970년, 국내 미번역. ---- 크리미아 전쟁의 보병에게 성공을 안겨준 마법의 모자 이야기. 9) ≪라신느의 동물≫ The Beast of Monsieur Racine , 1971년, 국내 미번역. ---- 탈세자 라신느와 이상한 동물의 이야기 * 위의 목록 외에도 100여 권의 그림책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행되었음. -------------------------------------------------------------------------------------
작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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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릭터
강렬한 색채를 쓴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가벼운 느낌의 선과 투명수채화로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주인공 보아뱀인 크릭터가 더 귀엽고 친근감이 가는 것 같다. 생활 속에서 함께 하는 크릭터의 여러 모습에서 뱀하면 떠오르는 징그럽고 무섭다는 기존의 생각들을 조금은 누그러뜨리게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즈음은 뱀도 애완동물로 키운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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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강도
예쁘고 화려한 그림책들과는 다르게 검은색과 파란색이 주를 이루고 빨강과 노랑이 양념처럼 가미되어 묘한 색의 조화를 느끼게 된다. 나쁘다고 만 알고 있는 강도가 티파니라는 아이를 통해 변화되어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천성적으로 악한 것은 없는 가 보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선하게 하는 무언가를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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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랄다와 거인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식인 거인이 환상적인 요리 솜씨를 보여주는 제랄다와의 만남으로 변화되는 이야기이다. 강렬한 색과 굵은 그림이 시선을 끈다. 처음 보는 맛나게 생긴 요리들도 자세히 보게 된다. 수염도 깍고 멋져진 거인과 제랄다의 결혼이라는 결론이 조금은 어이없긴 하지만,,사람은 변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작가가 말하려 했던 것일까?
- <제랄다와 거인>에서 특히 의미심장하게 봤던 것이 마지막 장면. 사람답게(ㅋㅋ?) 변한 거인과 예쁜 아이를 안고 있는 제랄다, 그리고 자기 동생을 쳐다보는 남자 아이.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뒤에 포크와 칼을 숨기고 있다. 식인의 본성이 이 아이에게서 다시 발현될 것인가? 결국 인간에게 완전한 화합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 블랙유머를 느끼게 하는 흥미로운 장면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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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구름 파랑이
파랑이가 파랑비를 내려서 온 세상을 파랗게 만들어 버린다는 비약이 좀 많은 듯한 이야기이다. 파랑이 평화를 상징한다지만 모두가 같아져아만 행복하고 평화로운 걸까?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면서 평화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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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람
달사람이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책의 편형 자체도 특이해서 눈길을 끄는 거 같다. 달사람이 별똥별을 타고 지구에 와서 겪게 되는 일들과 결국은 다시 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단순하지만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는 거 같다. 달에는 토끼가 산다고 했는데 달사람이 살고 있는 걸까?
<달사람>
- 그림체는 여전히 기괴하지만, 우스꽝스럽고 재미나다.
- 지구인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감옥에 갇히는 달사람, 결국 나중에는 자기가 왔던 달로 돌아가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달사람. 잠시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마지막 부분. 결국 화합은 인간에게 어렵기만 한가? 의문부호를 찍게 됨.
- 미국에 이민 온 후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스트라부르크의 가난한 청년 토미 웅게러가 떠오르는 작품. 토미 웅게러 자신을 위한 이야기 같음.
- 이 그림책은 특히,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함. “꿀밤나무”에 수록된 그림을 보면 원본의 글씨들은 상당히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음. 그런데 우리나라판 <달사람>은 글씨체도 너무 딱딱하고 그림은 위, 글은 아래라는 교과서적 배치를 하고 있어서 원작의 느낌을 전달받지 못하는 것 같음.
- 색감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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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형 오토
곰인형 오토의 눈으로 전쟁에 대한, 유태인 학살에 대한 조금 무거운 주제를 쉽게 받아들 일 수 있게 풀어낸 거 같다. 오토는 여러 힘든 상황들을 맞이하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오스카와 다비드를 함께 만나게 되어 행복한 결말을 맺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불행해 지는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거 같다.
<곰인형 오토>
- 정말 어둡고 음습한 그림체. 인형조차 전혀 귀엽지 않음. 사실적인 전쟁의 묘사. 혼란스럽고 광기에 사로잡혔던 세계사의 한 부분(2차 세계대전, 인종편견주의에 의한 대학살)을 곰인형 오토가 본 시점으로 축약해서 표현하고 있음. 어린 아이들에게 그걸 이해시키며 읽히기에는 무리. 단지 전쟁이 이렇게 끔찍한 거구나 정도만 이해해도 될 듯.
- 전쟁이나 평화, 화합에 대한 어려운 주제를 간단하고 상징적으로 잘 형상화하고 있어서 청소년이나 성인은 한 번쯤 고찰하며 읽어보면 좋겠다.
- 내 아이에게 읽혀주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듦. 너무 공포스럽고 비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 그렇다면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늘 희망적이고 행복한 것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검열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나눴음.
- 내키지는 않지만 나약한 심성을 지닌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이런 작품들도 골고루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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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랙스> 외
- 고양이 부부에게서 플랙스가 태어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다. 결국 플랙스 덕분에 대립하며 살던 개와 고양이들이 하나로 화합되는 결말은, 따지고 보면 하나에서 나온 형제와 같은 사람들끼리 국적이나 인종 등 지극히 추상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반목하고 불화를 일으키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생각됨.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이 이렇게 화합을 강조하는 그의 독특한 사고를 낳지 않았는가 싶음.
- 화합이라는 주제는 그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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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엄마 뽀뽀는 딱 한번만' '모자' '개와 고양이의 영웅 플릭스' '납작이가 된 스탠리' 등의 작품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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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게러 작품의 특징
- 선한 것은 언제나 선하고 악한 것은 언제나 악하다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뜨렸다.
- 탁월한 유머 감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 이야기 스토리가 빠르고 충격적인 도입이 인상적이다.
- 고전적인 해피앤딩의 결말로 마무리 짓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 늘 똑같은 시선으로 보면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칭칭 얽매여 있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지만 시점을 바꾸면 세상은 좀 더 유연한 것이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갖가지 모습으로 보여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는 말을 했다고 한다. 웅게러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해 내는 작가인 거 같다.
☆ 블랙유머의 사전적 정의
명랑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에 대해, 사람을 웃기면서도 인간존재의
불안·불확실성을 날카로이 느끼게 하는 것으로, 유머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있지만,
블랙유머에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불신·절망이 숨어 있다.
문학상의 한 장르로, 인간존재의 의의를 철저히 추구한 조이스 ·카프카의 소설과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소설이나 희곡, 사뮈엘 베케트·이오네스코 등의
앙티테아트르의 극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모두가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 준다.
진지한 인간추구에서 태어난 문학형식인데, 최근에는 단순히 오싹하는 정도의 웃음도
블랙유머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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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웅게러 그림책의 시대적 배경
토미 웅게러의 그림책을 비평하기에 앞서 그가 주로 활약했던 50·60년대 그림책의 역사적 시대적 상황을 알아보겠다.
1928년 미국에서는 최초의 현대적 그림책으로 평가되는 윈더가그의 ≪백만마리 고양이≫가 발표되었다. 그 이전에 나온 그림책들은 그림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는 보조 장치 역할을 하는 삽화 그림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주된 역할은 글이 담당했으며 심지어 그림은 책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장식적인 차원에서 그려지기도 했다. ≪백만마리 고양이≫가 발표됨으로서 비로소 그림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전달해 주는 그림책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그림은 글의 보조 장치가 아니다. 다이너믹한 이야기의 전개가 그림의 흐름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윈더가그에 이어 193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작가로는 버지니아 리 버튼을 들 수 있다. ≪장난꾸러기 기관차 추추≫(1935), ≪작은 집 이야기≫(1942)를 발표한 버지니아 리 버튼은 어린이의 흥미를 끄는 탈것이나 사물을 의인화하여 따뜻한 그림과 동적인 화면으로 그림책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1940년대 들어서자 로버트 맥클로스키의 ≪아기오리에게 길을 비켜주세요≫(1941)와 같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앵글을 지닌 새로운 그림책이 나타났다. 또 마리 홀 옛츠의 ≪숲속에서≫ ,≪나랑 같이 놀자≫와 같이 동적인 움직임을 속삭이듯 조용하게 표현한 책이 나왔으며, 1950년에는 에우게니 엠 라초프의 ≪장갑≫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환타지 세계가 열리게 되었다.
그림책은 1960년대에 들어서자 양적 질적으로 급격한 성장의 시대를 맞이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그림 기법과 이야기 풍이 등장하였으며, 출판도 그림과 글을 쓴 작가들의 단행본 스타일이 지배적이었다. 그림책은 더이상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수준 낮은 책이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각예술의 대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토미 웅게러와 같은 시대를 장식했던 그림책 작가로는 미국의 모리스 센닥, 에즈라 잭키츠, 레오 리오니, 유리 슐레비츠, 윌리엄 스타이그가 있으며, 영국 작가로는 존 버닝햄,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가 있다.
모리스 센닥은 다양한 화풍을 구사하면서 ≪한밤중 부엌에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환타지의 세계를 절묘하게 그려내었다. 에즈라 잭 키츠는 피터라는 흑인 아이 캐릭터를 개발하여 화제를 일으켰으며, 콜라주 기법을 환상적으로 사용해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레오 리오니 또한 콜라주 기법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작가로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어린이나 어른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펴냈다. 그 밖에 영화에서 카메라 렌즈가 이동하듯 시점을 옮겨가며 화면을 구성한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 ≪비오는 날≫과 만화적 수법으로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개시킨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돌멩이≫, ≪치과의사 도스토≫ 따위도 50·60년대 그림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의 존 버닝햄이 등장한 것은 1963년 ≪깃털 없는 보르카≫를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레오 리오니의 ≪스위미≫가 나온 것과 시기가 같다. 존 버닝햄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점에서는 레오 리오니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야기를 진지하게 원칙적으로 풀어나간 레오 리오니와는 달리 그는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다. 1962년 ≪ABC≫책으로 데뷰한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는 색채의 마술사라고 할 만큼 화려하고 현란한 수채화로 강렬한 이미지의 그림책을 선보였다.
60·70년대를 거치면서 그림책 작가 군을 형성한 위의 작가들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뛰어난 그림책에는 작가의 흔들리지 않는 개성과 생각이 뚜렷이 들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작가만의 표현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기법과 폭넓은 이야기 풍의 그림책 출현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림책을 '어린이가 처음 만나는 미적 세계'라고 할 때, 새로운 형식의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미적 체험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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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토론회
제랄다와 거인
토미 웅거러/비룡소
2014년5월27일 화요일 책토론회
주최 : 도서관 제1모둠
서기 : 전경은
'강아지똥' - 백창우 노래 함께 부르기
정현순씨가 읽어주는 제랄다와 거인.
토론~~~
1. 책을 읽고 인상깊은 내용을 이야기해요. (아이와 나눈 이야기도 좋아요)
김민정씨 : 표지그림을 보고 책에 대해 불편했지만 읽고 난 후 따뜻한 느낌이 드는 책.
박은주씨 : 아이는 그림책에 나오는 칼이 좀 더 커야 한다고 말함. 내용은 섬뜩하고 충격적이다.
공정자씨 : "아이가 너무 재밌어 사줘"라고 말한 책.
아이가 제랄다가 요리해주는 장면을 좋아하고 불편한 내용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책.
양명숙씨 : 고1아들이 어린 아이인 제랄다(나이차이가 많다고 느낌)를 데려다가 결혼한 부분을 나쁜 아저씨라고 말함.
김은경씨 : 중2딸이 거인이 너무 바보같다.
자기 동네 안에서만 아이를 찾고 주변 다른 곳으로 나가서 아이를 찾으면 되지 않은가?하고 말함.
전경은씨 : 중2딸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거인의 한계를 드러내는 설정을 한 것처럼 생각됨.
2. 제랄다의 나이가여섯 살인 것에 관해 이야기해요.
정현순씨 : 둘째딸 아이가 요리하는 제랄다가 6살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못하는데...'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유가 혹시 있을까? 하고 질문에 넣고 싶어졌다.
김미경씨 : 나이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 나이에 대한 의미는 없다.
황혜영씨: 어린 아이는 편견이 없다. 어린 아이다운 순수성을 지키는 나이에 대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전경은씨 : 제랄다가 거인을 만나게 되면서 행동하는 모습에 대한 심리적 나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양으로 치면 8살. 학교를 들어가기 전의 나이라고 예측해보면 주변(사회)의
이야기에 섞이기 이전 상태인 '순수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3. ‘제랄다’, ‘거인’ 두 인물에 대한 상징성이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그림과 연결해서이야기 나누는 것도 포함)
김민정씨 : 거인 주변에 있는 동물들은 주로 쥐, 도마뱀, 바퀴벌레인 반면
제랄다 주변에는 새, 고양이, 파랑새, 등이 계속 나오는 것을 유심히 보았다.
거인과 제랄다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구체적이게 나타낸 듯.
문숙영씨 : 민정씨 이야기에 동의한다.
그 외에 제랄다가 앉은 의자에도 하트무늬가 있고 제랄다의 집 창문도 하트무늬가 있다.
제랄다는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긴다.
또한, 거인은 큰 성을 쌓고 살지만 세상 경험이 없어보이고 제랄다는 사람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살지만
사랑을 경험한 아이라는 설정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양명숙씨 : '선'과 '악' 중에 거인은 '악'을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김지영씨 : 거인은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를 해치면서 가족을 모두 엉망으로 만들고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만 괴롭힌다. 거인은 사악한 존재라고 생각.
김미경씨 : 거인은 서양 그림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상징성과 의미가 있다.
4. 그림에서 느껴지는내용이나 의미를 이야기해요. (표지, 마지막 그림, 그 외 기타 그림)
김은경, 김지영씨 : 제랄다의 표정이 어떤 때는 사악해보이기도 한다.
박은주씨 : 표지그림을 보면 제랄다가 거인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가진 눈빛과 태도처럼 보인다.
김지영씨 : 그림에 사선을 많이 쓰고, 곡선이 많아서 해학적인 느낌.
이문희씨 : 음식에 대한 중요함을 결혼을 하고 나서 느꼈다.
그래도 음식으로 인해서 거인이 바뀌는게 의아스럽다.
어찌보면 거인이 악한 존재로 표현되어 있지만 내면에 '선'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전경은씨 : 거인이 아이들에게 사탕을 주는 부분과 아이들이 거인 주변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의미는
거인의 아주 놀라운 변화를 한장의 그림으로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제랄다의 사랑으로 거인은 이전의 거인과는 매우 달라진 것을 나타낸다.
이 모습은 거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변화된 것으로 생각한다.
5. 그림책에서 ‘음식’에 관한 소재를 주로 다루었는데 음식이란 어떤 의미로 쓰여진것인지 나누어요.
김지영씨 : 토론을 하다보니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제랄다를 '사랑'이라고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집밥을 먹는 아이들은 다르다.
김미경씨 : 작가가 너무 비판적이라고 생각됨. 거인은 생식을 하는 미개한 의미처럼 표현되고
제랄다는 불을 사용해서 음식을 하는 문명화된 느낌이다. 옷도 사회규범과 상황에 맞게 차려입고 행동하는 것이...
양명숙씨 : '음식'만으로 심성을 순화시켜준다.
김안나씨 : 거인의 듬성듬성난 이가 별로 안무서워보인다.
식인을 하는 거인이라는 내용은 엽기적이다.
여자가 요리를 한다는 설정이 '요리하는 여자'라는 인식으로 고정관념을 줄까봐 불편하다.
책을 읽은 후 자기잠재력을 발휘한 악동뮤지션이 떠오르다.
제랄다를 보면서 악동뮤지션과 비슷한 느낌.(토미 웅게러의 그림책을 소개해 줌)
황혜영씨 : 세강도(토미 웅거러)를 읽으면 아이들이 "아저씨들은 이 물건을 훔쳐서 뭐해요?"라는
단순하고 순수한(악의없는) 질문에 강도들이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삶을 바꾸는 내용이다.
이 그림책 역시 '음식'을 통해서 거인이 자신을 인식하고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매개로 쓰인듯.
정현순씨 : 제랄다가 레시피를 보며 열심히 음식에 대한 열정과 행동하는 모습에 내 자신과 비교함.
6. 각자 토론 후 느낀 점이나 생각한 부분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양명숙씨 : 마지막 그림을 보면서 포크와 나이프를 든 아이에게서 자기 동생에 대한 공격성과 질투의 감정이 느껴진다.
김안나씨 : 마지막 그림은 왕과 왕비의 비틀기와 꼬기처럼 느껴짐.
이문희씨 : 책 밖으로 나와서 생각해보면, 현실 속에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지에 대한 괴리감을 갖는다.
아이에게 세상의 거인들을 어떻게 대하고 말해줘야할지 고민스럽다.
정현순씨 : 중,고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처음에 들으면서 계속 듣고 싶고 궁금하다.
연령층이 다양할수록 새로운 시선과 생각들이 매우 좋았다.
문숙영씨 : '내 안의 공격성을 조절하면서 가는거구나."라는 위로와 안도가 들었다.
김민정씨 : '지난 주 지각대장 존'을 토론한 후에는 웬지 찜찜한게 뭔가 남아있는 느낌이라면,
이번 책은 '아이'처럼 아이 입장에서 읽다보니 좀 더 책을 즐기게 되면서 정리되는 느낌.
책을 읽고 토론을 하다보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박은주씨 : 중,고등학생을 둔 회원분들이 '그림책'을 통해 아직도 소통의 기회로 삼으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야기에 정신적인 쇼크. '음식'이 아니더라도 '책'이라는 매개로 그렇게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나의 딸아이도 나와 다르게 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의외라고 생각했고,
아이는 어떤 시각으로 그림책을 보는지 점점 궁금해진다.
오늘 토론을 하면서 그림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거인이 사탕을 주는 그림은 책을 보면서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잘 보이지가 않았는데
전경은씨가 그 장면을 짚어주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앞으로는 더 세심하게 그림을 봐야겠다.
김안나씨 : 신선하지 않다. 뻔한 이야기이다. 억지로 뭔가를 찾아내야 하는 불편함.
김민정씨 : 아이들의 놀이터에서 인상이 험악한 아저씨를 어른들도 두려워하며 멀리했는데
아이들은 며칠이 지난후에 그 아저씨와 이야기도 나누더라.
최약자인 어린 아이가 대하는 모습에 오히려 어른들이 안도하는... 뭘까?
김은경씨 : 부담감없이 편안하게 옛이야기처럼 들려주는 이야기같은 느낌.
김지영씨 : 따뜻한 책. 옛이야기책. 해피엔딩이라서 좋다. 그림은 거북했지만 내용은 굿!
황혜영씨 : 마무리가 반전스토리가 되면서 토미 웅거러를 다시 보게 됨.
김미경씨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말처럼 그렇게 봐야 사랑스러워질 것 같은 책. 아직은..
양명숙씨 :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으니 깊이 이해된 책,
공정자씨 : 아이와 내가 느끼는 건 다르다. 깊이있던 시간.
전경은씨 : 거인도 사랑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