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⑥]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 지방자치 권력의 변천”
이 병기(정치학 박사)
<1991년 선거 - 종로 토호세력 대 호남향우회의 대결>
공직자를 성출하는 선거는 종합예술처럼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우선 선거법을 위시해서 후보자와 정당 그리고 유권자와 선거공약 및 선거운동 또는 선거구 특성과 선거공학 등 선거에서 비롯되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로구 지방자치에 따른 지역의 풀뿌리 정치의 생성과 주도세력 변천에 대한 측면에서만 거론하고자 한다.
1991년3월26일 실시된 종로구 지방자치 기초의회 의원 선거는 총 21개 동에서 2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본래 1개동을 한 선거구로 나눠서 1명씩만 선출하게 되어있으나 1개 동 주민이 2만 명이 넘는 곳은 2만 명 당 1명 을 추가 선출하게 선거법이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그 당시 창신2동 인구가 2만 명이 넘는 관계로 총 2명을 득표순으로 단순, 선출하게 되어 있어서 종로구 의원은 총 22명이 됐다.
이때 각 동 선거구별 후보자들은 보통 2-3명 또는 4명까지 출마를 했으며, 단 1명만이 출마해서 무투표 당선되는 사례도 있었다. 예를들어 청운동 이두학 후보자는 동네 주민들의 단합된(?) 추대로 단독 출마하여 당선됐다. 이는 종로구의 오랜 전통적 지역특성에 따른 것이다. 동네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진 ‘막강 토호’가 존재하는 곳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독출마로 나타나 그대로 무투표로 당선되는 경우였다. 환원하면 이같은 경우는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정치 문화의 전형이다. 오래된 동네인 만큼 기득권적 주도세력의 가부장적 요소라고도 할 수가 있다. 그만큼 지역의 토호가 장악한 주도권이 막강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그러한 지역 권력에 도전할 만한 여타 비주류 세력도 없었다. 어쩌면 비주류 세력들은 도전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인 지도 모른다.
아무튼 당시 선거법상 기초 의회는 정당공천이 배제된 상태기이 때문에 후보자가 난립하는 것이 상식적인 현상으로 이해될 수도 있었지만 종로를 비롯한 많은 선거구가 정당공천 대신 ‘정당내천’ 이라는 형식으로 이뤄져, 후보자 수가 난립되지는 않았다. 사실, ‘내천’이라는 희귀한 공천제도가 민주주의 시대 그것도 지방자치 선거에서 등장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웃기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내천’은 사전 조율이라는 형식인데, 지역의 국회의원인 최고 권력자가 암암리에 내실에서 후보 공천자를 결정을 하여 출마를 시키는 그들만의 선거방식이었다.
아무튼 30년만에 부활된 1991년 맨처음 지방자치 선거 맥락은 그랬다. 종로구 기초의회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대신 ‘정당내천’이라는 것이 유행병처럼 돌았다. 정당내천이란, 정당공천이 금지되니까 정당에서 비공식적으로 정해서 지원하는 후보자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공식 공천은 금지됐으니까 정당에서 내부적으로 암암리에 공천을 했다는 뜻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정당내천도 아니고 지구당 위원장 추천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실상, 그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이 정당내천이라는 미명아래 자신의 수하들을 후보자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순전히 지역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정해지는 방식 인 것이다.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이 내천을 했다고 해서 내천을 받기 위한 내천용 헌금은 없었다. 오히려 지방선거가 여러차례가 지나 정당공천제가 시행될 때는 공천을 받기 위한 공천헌금이 있었지만 이 당시 공천 헌금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사실은 종로구 국회의원이 후보 내천자에게 기초의원 입후보 등록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1991년 종로구 국회의원은 이종찬 민자당 3선 의원이었는데 이의원은 민자당 내천자들을 선정한 후 내천자들에게 선거비를 지원까지 했다. 물론 후보자들 중 재력가들에게는 일반적인 특별당비를 내기도 했지만 이 자금을 이의원은 모두 내천자들에게 나눠주고, 개인적으로도 이 의원의 비자금으로 내천자들에게 지원하는 비밀 아닌 비밀행위가 있었다. 이러한 행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된다. 우선 이 의원으로부터 선거비를 지원받은 후보자가 진짜 내천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잣대로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출마 희망자에게 금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품을 건네면서 출마를 종용하는 당시 모습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모두 사연이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정당공천이 정식으로 금지된 까닭에 너도나도 내천자라고 주장하는 풍조가 있었고 이를 분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에게 선거 자금을 받았냐, 안받았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에게 선거비를 받은 내천자가 진짜 내천자가 되는 것이고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선거비를 지원하면서 까지 내천자를 정해 선거에 내보내는 곳은 그들이야말로 국회의원이 선택한 부하이며 또는 후보자라는 증거인 셈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