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96] 순천만 서대감자조림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2.05.11
손질해 놓은 서대/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우리 식당은 산분해간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식당은 발효간장만 사용합니다’.
냉장고 위에 써붙인 글씨에서 식당 주인의 음식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순천만 와온마을의 작은 식당이다. 서대조림을 비롯해 병어조림과 갈치조림 등 조림 전문 식당이다. 어찌해서 순천만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녀는 거문도에서 태어났고 여수에서 자랐다. 서대, 병어, 갈치조림을 대표 음식으로 선택한 것도 그녀가 가장 많이 접하고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서대감자조림 정식/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어머니는 여름철로 접어들 무렵 햇감자를 썰어 넣고 서대 조림을 만드셨다. 철 지난 무보다 햇감자가 더 감칠맛을 더하고 맛이 진했다. 소문으로 찾아온 손님들이 서대 조림보다 비싼 병어 조림을 원해도 지금 물이 좋고 맛이 좋은 서대 감자조림을 권한다.
서대감자조림/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서대는 회, 찜, 탕 등 어느 것으로 조리해도 좋다. 어떤 쪽이든 신선해야 맛이 좋다. 그래서 매일 여수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에서 위판이 끝난 생물을 구입한다.
장을 담글 때도 건어물을 넣는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그녀가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장이다. 메주를 쒀서 장을 담그는 것은 기본이고 거문도에서 즐겨 먹었던 어간장도 준비해 둔다. 그래서 가정식이라 이름을 붙였다. 서대 조림과 함께 내놓은 반찬은 화려하지 않고 정성이 가득하다. 두릅장아찌, 칠게젓갈, 멸치볶음, 꼬막무침, 미나리갑오징어무침 등 봄철에 어울리는 것으로 순천만 갯벌이나 들판에서 나는 것들이다.
와온마을 전경/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오늘 내놓은 서대는 아침에 중앙시장에서 구입한 참서대다. 조림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리 재료를 만들어 놓았다가 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예약을 한 손님만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혼자서 음식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식사를 못 하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다. 자리가 있어도 손이 부족해 음식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약한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녀가 고집하는 조리법이다. 조만간 병어 조림도 맛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