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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5
산토리니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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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토리니섬의 모습. 푸른 지붕과 흰색 벽의 건물들이 경사면을 따라 들어서 있어요. /게티이미지뱅크
그리스 정부는 최근 세계적 관광지 산토리니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어요. 지난달 말부터 섬 인근에서 거의 매일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주민 절반 이상이 섬을 떠나 육지로 대피했다고 해요. 관광객이 한 해 300만명 이상 찾는 곳이지만, 지금은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산토리니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해요. 특히 푸른 바다와 하늘, 석양과 어우러지는 흰색 건물들이 환상적이죠. 울릉도와 크기가 비슷한 이 섬은 어떻게 유명해졌을까요?
산토리니는 기원전 16세기 화산 폭발로 생긴 부메랑 모양 화산섬이에요. 섬의 서쪽은 경사가 급격한 절벽 지대, 동쪽은 평평한 구릉 지대랍니다. 산토리니의 지반은 화산재가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섬 주민들은 이 화산재층을 동굴처럼 파고 들어가서 집을 만들었어요. 화산재로 만들어진 암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점점 단단해지는 장점이 있거든요.
산토리니의 건축은 그리스와 튀르키예 사이 에게해에 있는 키클라데스 제도 건축 양식의 영향을 받았답니다. 키클라데스 건축의 특징은 외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했다는 점인데요. 흰색 벽은 뜨거운 햇빛을 반사해 내부를 시원하게 유지해 주는 효과가 있지요.
산토리니섬을 찍은 사진을 보면 능선을 따라 계단식으로 늘어서 있는 건물들을 볼 수 있죠. 이는 단단한 화산암으로 집과 지붕을 만든 덕분에 생긴 독특한 양식이라고 합니다. 아랫집 지붕 위로 윗집의 진입로와 테라스가 만들어지며 마치 영화관처럼 모든 집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흰색 벽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푸른 돔인데요. 산토리니 건물의 푸른 돔은 그리스 정교회의 건축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많지만, 사실은 현대에 만들어진 전통이랍니다.
1967년부터 1974년까지 그리스를 지배한 군사독재 정권은 민족주의를 강조했어요. 그리스 국기에 쓰인 파란색은 해양 국가라는 정체성과 자유를 상징하는데요. 그리스의 관광산업을 육성하고자 했던 군부는 이 파란색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산토리니의 돔 지붕을 푸른색으로 칠하기 시작했어요. 푸른 지붕은 정부 때문에 시작된 전통이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산토리니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돔 지붕을 파란색으로 칠하기로 합의합니다. 그리고 다른 건축 양식도 통일하기로 하죠.
산토리니의 흰색 외벽은 석회를 주 성분으로 하는 전통 마감재인 석회 플라스터와 페인트를 이용해 칠했어요. 주택 지붕은 파란색과 갈색, 문과 창틀에는 파란색을 적용했어요. 좁은 골목에는 회색 자갈길을 깔고요. 산토리니섬의 난간은 대부분 성인의 허리 높이를 넘지 않게 설계돼 있어요. 섬을 방문한 사람이 어디서든 푸른 바다와 하늘을 만끽하도록 한 장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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