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움직이는 여성 CEO] <6> ‘업계 1위’ 하나투어 송미선 대표
이정구 기자
입력 2022.07.27
지난 12일 하나투어 유니폼 상의, 청바지에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인터뷰에 나선 송미선 대표는 “‘이런 여행은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에게 ‘그런 여행 여기 있다’라고 답하는 하나투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figcaption>
“작년 초에 직원 절반 정도를 떠나보내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남은 직원과 어떻게든 살아남고 전진해야 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서 만난 송미선(46) 대표는 “코로나 같은 외부 요인을 탓하거나 실망하는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2020년 3월 대표에 취임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때였다. 그는 “대구에서 코로나가 확산할 때만 해도 사스·메르스처럼 6개월 정도면 회복될 것으로 봤는데 장기화하면서 예상 시나리오가 모두 어긋났다”고 말했다. 결국 2019년 6000억원 넘던 회사 매출은 작년 403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2020~2021년 2년 연속 1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코로나는 피할 수 없었던 여행업계의 변화를 가속화했고, 위기의 시간을 변신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대표 취임 직후 코로나 터져
송 대표는 세 번의 결정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첫 번째는 대입 재수를 하면서 이과에서 문과로 바꾼 것, 두 번째는 대학에서 학자를 목표로 박사 과정을 앞뒀다가 컨설팅 회사인 BCG(보스턴컨설팅그룹)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가 하나투어 대표가 된 것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출신인 송 대표는 2001년 BCG에 입사해 20년 가까이 컨설턴트로 일해왔다.
2019년 12월 토종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 최대주주가 바뀐 하나투어가 그에게 경영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제안했다. 컨설턴트 시절 하나투어, IMM과 각각 프로젝트를 해본 게 인연이 됐다고 한다. 송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지인들과 상의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업계 1위 하나투어가 10년, 20년 뒤에도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당시 여행업은 연간 11~14% 커지는 성장 산업이지만 플랫폼 기업 등장으로 변화가 필요했다”며 “나의 경험과 노력을 쏟아붓는다면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전에 코로나로 인해 회사는 생존 위기를 맞았다. 본사 사옥을 팔고, 비핵심 사업들도 정리했다. 2300명 넘는 직원을 1100여 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남은 직원들도 최소 인력만 남기고 휴직에 들어갔다. 그는 “최대한 많은 직원과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술도 엄청나게 마셨고, 술도 세졌다”고 했다.
◇베르사유에서 하룻밤 ‘하나 오리지널’로 승부수
그는 2021년 7월,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하나하나가 새롭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가능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여행의 의미를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송 대표는 ‘하나투어는 살아있어! 여행은 없어지지 않아. 다른 모습으로 돌아올 거야’라고 알리는 외침이었다”고 했다. 같은 해 10월 식당 서빙이나 다른 부업을 하던 휴직 직원들을 모두 출근시켰다. 11월 회사 창립 기념일 때는 제2 창업의 의미를 담아 새 CI도 선포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여행업계 상황은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송 대표는 “플랫폼 기업이 여행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우리는 ‘하나투어만이 만들 수 있는 여행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벤치마킹한 ‘하나 오리지널’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하룻밤, 수퍼카를 직접 운전하며 유럽을 여행하는 상품, 일본 자전거 종주 여행 등이다. 송 대표는 “’이런 여행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여행자들에게 ‘그런 여행 여기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여행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송미선 하나투어 대표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美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석사
2001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입사
2020 하나투어 대표이사 선임
2021 고객 중심형 패키지여행 ‘하나팩 2.0′ 도입
2021 11년 만에 CI 교체, 라이브커머스 ‘하나Live’ 론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