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섬 슬도, 일출 가장 빠른 간절곶, 몽돌해변… 울산 바다는 ‘팔색조’
울산시
김주영 기자
입력 2023.05.31. 03:00
지난 21일 찾은 울산 동구 방어동 성끝마을의 한 까페. 통유리창 너머로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바위섬 슬도(瑟島)가 한 눈에 보였다. 공사중인 슬도아트(옛 소리체험관)를 지나 해안길을 쭉 따라가자 하얀 샤스타 데이지가 피어난 언덕길이 펼쳐졌다. 연인, 친구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사진 찍기에 한창이었다. 가족들과 울산 중구에서 왔다는 박기연(여·36)씨는 “작년 여름엔 물놀이를 하러 아이들과 왔었다”며 “요즘엔 까페도 여럿 생기고 바다를 보며 걷기도 좋아 또 오게 됐다”고 했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를 관광객들이 건너고 있다. /울산시 제공
◇팔색조 매력 지닌 울산의 바다
울산은 산과 강, 바다를 모두 품은 곳이지만, 바다는 특히 다양한 매력을 지녔다. 바위섬 슬도 뿐 아니라 송림과 기암괴석이 멋드러진 동구 대왕암공원, 새해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간절곶, 동해에선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주전의 몽돌해변까지 모두 울산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풍광이다.
슬도는 바위들이 거문고 소리를 낸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섬 전체가 120만개에 이르는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로 이뤄져 있다. 모래로 굳어진 바위에 돌맛조개가 수백만년에 걸쳐 구멍을 뚫고 살면서 생기게 된 구멍으로 알려져 있다. 슬도부터 성끝 벽화마을,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까지는 해안둘레길로 이어져 있다.
슬도부터 동구 대왕암공원을 지나는 해안길도 아름답다. 150년 된 해송과 붉은 기운의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동구 대왕암공원은 경치가 아름다워 예부터 동해의 해금강으로 불린 곳이다. 대왕암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1만 5000그루의 송림이 자리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송림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는 동화 속 비밀의 숲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2021년 7월 개통한 대왕암 출렁다리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오면 일산해수욕장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반달 모양을 한 해변은 길이 600m, 너비 최대 60m에 이른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한데다 고운 모래는 밟으면 포근하기까지해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드넓게 펼쳐진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과 스릴 만점인 대왕암공원 출렁다리의 모습. /울산시 제공
◇동해에서 만나는 까맣고 반질한 주전 몽돌해변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동구 주전 몽돌해변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까맣고 둥근 자갈인 몽돌이 동해에선 드물게 1.5㎞나 이어진다. 맨발로 해변을 걸으면 반질반질한 몽돌 감촉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몽돌을 감싸며 돌다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구르르’ 소리내며 몽돌을 간지럽히며 내는 소리는 자연의 음악이다.
주전에서 북구 정자, 강동바다를 잇는 해안도로 구간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차를 타고 가다 문득 내려 들른 횟집에서 우럭·도다리·장어·전복 등 회 한 접시, 물회 한 그릇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변으로 최근 풍광 좋은 까페도 많이 들어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울산 동구의 바위섬 슬도에서 대왕암공원으로 이어진 해안둘레길에 활짝 핀 유채꽃 밭. /울산시 제공
◇새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은 새해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간절곶은 먼 바다에서 바라보면 뾰족하고 긴 대나무 장대처럼 보인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새해엔 일출을 보러 온 이들로 북적이지만 평소에도 바다를 낀 산책로를 걷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일출과 바닷가에 세워진 모녀상, 어부상 등 석재 조각상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1920년 3월 26일 처음으로 불을 밝힌 간절곶 등대와 높이가 5m에 이르는 간절곶 상징물 소망우체통 역시 볼거리다. 간절곶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에는 최근 SNS상에서 야경 명소로 뜬 명선도가 있다. 섬 둘레가 330m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지난해 7월 울주군이 야간 조명 운영을 시작한 이후 밤 산책코스로 입소문을 타며 10여만명이 찾았다. 예전에는 간조 때나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 위에 뜬 다리로 이어져 언제든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낮에는 평범한 바닷가 섬처럼 보이지만, 밤이면 파랑, 보라, 분홍 등 형형색색 조명과 미디어 아트가 해송과 모래사장을 비추며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송 사이마다 홀로그램으로 연출된 동물들도 살아있는 듯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