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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선 눈꽃기차를 타고 낙동강 상류의 승부마을을 들른 여행객들. |
어둑새벽 도시를 벗어난 기차는 중앙선과 나란히 흐르는 남한강을 끼고 달린다. 차창 밖으론 잠에서 깨어난 겨울 강물이 지나간다. 물안개 자욱히 피어오르는 강가의 나목엔 영롱하게 빛나는 빙화(氷花)가 가득 피어 있다. 그리고 얼어붙은 강가에서 외롭게 비상하는 물오리 한 마리…. 아주 단아한 겨울 풍경화다.
남한강과 헤어진 기차는 머리를 남서 쪽으로 하고 눈 덮인 산야를 지나면서 백두대간 줄기를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치악산과 소백산 기슭에서 두 개의 똬리굴(기차가 오르기 힘든 가파른 곳을 뱀이 똬리 틀 듯 한바퀴 돌려 뚫은 굴로 루프식 터널이라고 하는데, 터널로 들어가기 전후의 경치가 똑같은 게 특이하다)을 지난 뒤 죽령터널로 백두대간을 통과해 영주 땅으로 들어선다.
영주부터는 영동선을 타고 북진. 멀리 서쪽으론 백두대간 산줄기가 흰 눈을 가득 뒤집어쓴 채 의연하다. 발 밑을 스치는 낙동강도 내성천도 모두 꽁꽁 얼어붙어 있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던 기차가 멈춰 숨을 고른 곳은 봉화의 승부역.
낙동강 상류의 승부마을은 환상선 눈꽃기차가 처음 운행된 98년에야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지금도 겨울엔 기차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낙동강 상류의 깊은 산골마을. 하루 네 번 멈추는 통일호 기차가 유일한 외부 연결 수단이다. 그러나 눈꽃기차를 통해 최근 4년간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15만명이 넘는다고.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어울려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 얼음 위를 거닌다. 낙동강이라지만 최상류인 탓에 강의 폭이 그리 너르지 않다. 강에 걸린 나무다리를 밟고 건너가 인공 얼음기둥도 만져보고, 영남 북부 산골의 민가도 둘러본 뒤 다시 강을 건너와 언덕에 있는 조촐한 식당에서 육개장으로 허기를 달랜다. 식당 옆 간이 장터엔 깊은 산골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과 약초 등이 도시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는 사이 어느덧 떠나야 할 시간.
기차는 철로에 쌓인 눈을 헤치며 낙동강 상류를 거슬러 오른다. 태백의 관문인 구문소 지나 철암으로 들어설 무렵 차창 밖 경치가 바뀐다. 산처럼 쌓인 검은 연탄과 그 주변을 뒤덮은 하얀 눈이 이룬 절묘한 조화는 오래된 흑백 필름을 보는 것만 같다. 이어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한 기차가 가파른 산길을 숨차게 올라선 뒤 멈춘 곳은 추전역.
▲ 해발 855m에 위치한 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이다. |
기관사가 기적을 울린다. 정겹고도 아쉬운 저 기적소리.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다. 사람들이 하나둘 기차로 돌아온다. 오염 안된 깊은 산속에서 눈꽃을 실컷 감상했다는 기쁨과 나라에서 최고 높은 기차역에 발을 디뎠다는 뿌듯함 때문인지 표정이 밝다. 기차는 떠나고 하늘에선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여행 정보 환상선 눈꽃기차는 청량리역을 07:45에 출발해 승부역(13:15∼14:45)을 거쳐 추전역(15:34∼16:15)을 들른 뒤 20:56에 청량리역으로 되돌아온다. 운행일은 1월 2일∼2월 7일, 2월 16일∼28일. 요금은 왕복 2만4300원에 저녁식비와 보험료 등이 포함된 부대비용(성인 1만원, 어린이와 노인 8000원) 추가. 더 자세한 정보는 철도청 홈페이지(www.korail.go. kr)를 참조하거나 홍익여행사(02-717-1002), 철도고객센터 (1544-7788)에 문의. 또 중부권 여행객을 위해 대전서 출발하는 기차도 있다. 07:20에 대전역을 출발해 승부역 (12:14∼13:00)을 들른 뒤 13:44에 태백역에 도착한다. 버스편으로 태백산으로 이동해 눈꽃축제(1월 19일∼27일)를 관람한 뒤 17:40에 태백역을 출발해 21:42에 대전역으로 돌아온다. 요금은 주말 성인 4만 5600원(태백산 연계 버스비, 입장료, 석식, 보험료 등 포함). 예약 문의는 대전홍익관광여행사(042-221-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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