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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골프.산보,바이크,낚시,당구,바둑 스크랩 "하남 검단山行 및 이명호 부부 新入記"
안당 추천 0 조회 218 10.08.23 22: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하남 검단山行 및 이명호 부부 新入記"


추석을 한주 앞둔 무렵이어선지 하남 검단산 초입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2000년대 초반 낙선 후 헤매던 중 운명의 여인을 만나 "사랑에 속고 돈에 울던 시절"을 보낸 곳이라 남다른 감회가 있는 곳이지만 산행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매번 산행 때마다 뒤에 처져서 경동고 26회 산우들에게 미안하던 중 옛 선비들의 산행기를 뒤져보니, 登山이란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서양식 개념이고 원래는 遊山이다. 즉 여유롭게 거닐며 좋은 곳(會心處)을 찾아 쉬어가며 詩를 쓰거나 唱을 하며 "홀로 걷는 것"이라 하였으니 딱 내 스타일이다. 해서 미리 작정하고 뒤에 처져 가을 산을 음미하며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퇴계 이황께서 "遊山을 하는 자는 遊錄을 남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으니 요즘말로 기행문을 쓰는 것이다. 선인들처럼 遊山記를 남겨볼 요량으로 뒤처져 올라가며 살펴보니 기계 유씨들의 장묘가 눈에 띄고 산 중턱에 '서유견문'으로 유명한 유길준 선생의 묘가 보인다.(후손들이 쓴 글에 보니 최초의 국비 미국 유학생이라 적혔는데 최초의 미국 유학생은 메릴랜드대 농과대에 다녔던 변수 선생이다. 메릴랜드대 한국 동문회에서 '변수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고 나 자신이 동문이라 이 내용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마 사비와 관비의 차이 때문인 듯 하나 별 중요한 일은 아니니 이만 각설하고)


한국일보를 창간한 장기영 전 부총리와 현대 건설의 정주영 회장 묘도 인근에 있다하니 음택으로는 명당인 듯도 싶다. 그러나 산의 세가 초반에는 완만하다 중턱 이후는 가파르니 쉽게 오를 산은 아니다. 한국일보도 승승장구하다 사세가 기울어 오늘내일한다 하니 길지 여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대권을 바라보는 자들은 조상의 묘를 옮겨 음덕을 보려 하는데 정 회장의 5남인 몽준이 검단산의 지세를 받아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전망해보니 일단 이름부터 바꿔야 될 듯 싶다. 꿈 夢에 준할 準이니 늘 기본은 하는데 준우승에 머무는 격이다. 오히려 완전수인 九를 쓴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승승장구 하는 것과 비교된다. 4남인 夢憲이 한참 일할 나이에 죽은 것은 憲자가 법헌, 나타내 보일 헌이니 너무 무리하다 탈이 난 것이 아닌가 하고 풀이해 본다. 사람은 다 제 이름자대로 사는 듯 싶다. 해서 이름을 바꿀 수 없다면 호를 지어 이를 상쇄하는 것이다. 웬 난데없는 성명학이냐고? 생각나는 대로 뜻을 상고해 보는 것이 유산기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검단산의 정상은 해발 657 미터에 이르나 중간 쉼터까지만 오르고 팔당대교 쪽으로 하산하니 넉넉하니 2시간 코스이다. 신동일 대장을 필두로 김명수, 김기완, 한도상, 안우길, 권정호, 김한복, 이명운, 이강호, 이순모, 이효선, 제정일은 기연히 정상까지 올랐다 내려오니 4시간은 족히 걸리는 산행이다. 정일에게 무리하지 말고 함께 거닐자고 권유해 보았으나 씩씩하니 완주를 하였다. 나와 비슷한 체력인줄 알았는데 실로 대견한 일이다. 모두들 "기덕이도 조금만 더 다니면 나아질 것"이라고 격려하지만, 앞으로도 무리하지 않고 조금쯤은 미련을 남겨두고 다닐 계획이다. 늘 정상은 남겨두고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듯 싶어서이다.


산행을 마치고 바로 인근에 있는 이명호 동문의 '삼협 유직' 공장으로 이동하니 명호가 부인, 차남과 함께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다 반갑게 동기생들을 맞는다. 명호는 지난 5월 성주 휴양림 산행 때 처음 얼굴을 보인 후 지난 달 남양주 백운산 산행에는 부인과 함께 나왔는데 이날 신고식을 하겠다고 동창들을 초대한 것이다.


너른 대지에 학교 캠퍼스 마냥 나무와 잔디가 어우러진 공장 한편에 오래된 양옥집이 있다. 명호가 신혼시절을 보냈다는 사택 앞마당에 야외 파티용 식탁을 준비하고, 십수년 전 친지로부터 거액을 주고 얼덜껼에 구매한 화덕에 하루 전 와인에 잰 고기를 굽고 이어서 귀한 가리비 조개에 새우까지 구어 내오니 코스 요리가 따로 없다. 박영수 회장과 박용철 총무, 박철, 이원목이 파티장에 나타나니 22명 동창생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호강을 누려본다. 평소 잘 나오던 산우들이 이런 자리에 빠진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부친으로부터 이어받은 가업을 형과 함께 30여년 째 운영하는 명호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륜과 여유가 묻어나는 천생 사업가이다. 보안 관계로 공장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해외수출이 주종인 국내 최고의 밴드 생산업체라니 그 규모를 어림해 볼 뿐이다. 경동고 3년 선배인 형의 23회 동기생 40명이 지난달 이곳에서 파티를 하였는데 명호만이 고기 굽는 법을 전수받은 탓으로 그 뒷치닥거리를 감당하였다니 재주가 많으면 몸이 고된 법이다. 하기사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무애 상관이겠는가.


남편 사업 뒷바라지하며 두 아들을 잘 키워낸 부인은 아직도 성북구에서 약국을 경영 중인데 기꺼운 마음으로 남편 동창생들 파티 준비까지 해 주었으니 그 정성이 갸륵하다. 지난번 산행에 친해진 명수 부인과 이번에 처음 만난 동일, 우길 부인과도 자매들 모양 친근하게 지내는 것을 보니 타고난 천품이다. 신고식 준비에 수고한 부인에게 동기생들을 대신하여 삼가 경의를 표해 본다.


신동일 등산대장이 말한 것처럼 “이명호부부가 가입한 것이 경동고 26회 등산회의 올해 최대의 수확”이라 감격해 했지만 실로 이들 부부의 ‘신고식’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 못 만나던 친구가 돌아온 것이 기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은근슬쩍 산행에 나타났고,  꼭 신고식을 해야만 등산회에 가입할 수가 있는 것도 아닐지니 부담 갖지 말고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주길 기대해 본다.


주인 부부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에서 산우들이 촌지를 모아 전했으나 즉시 동창회비로 기부하니 오는 정 가는 정이 더욱 두터워 진다. 마지막으로 부인의 수고를 덜어주려 손수 그릇 설거지에 힘쓴 순모, 명운, 용철 등에게 감사한다. 원래 먹고 떠드는 놈, 뒤치닥거리 하는 사람이 다른 법이니 이해들 하시게나. 이날 나타난 경동고 4대 이빨들(이강호, 박철, 박영수, 최기덕)은 구라로 봉사하였고 강호는 손에 물은 안 묻혔지만 아픈 팔로 맥주를 나르느라 수고했음을 특기해 본다.


나도 이날 수확이 있었으니 무슨 말 끝에 강호가 “이제 보니 기덕이가 안당이 아니라 허당이다”하니 기막힌 작호이다. 강호가 대전의 명문 한밭중을 1등으로 졸업했다는 말이 허전이 아니다. 내게 각별했던 고 김윤환 의원의 호가 빈배라는 뜻의 虛舟라, 늘 참 좋은 호라 생각해왔는데 나도 이제부터는 빈집이란 뜻의 虛堂을 安堂과 병용하려 한다. 주제넘게 편안한 집이라 하기보다는 앞으로 채우겠다는 빈집이 더 내 처지에 맞는 듯 싶다. 이래저래 소득이 많았던 9월의 산행을 마치고, 박주홍 전회장이 양평의 집으로 동창들을 초대할 낌새가 보인다고 강호가 귀뜸하니 기대해 볼일이다. 풍요롭고 즐거운 추석맞이 되길 기원하며 이만 나의 遊山記를 마친다.


2009년 9월 27일 虛堂 崔基德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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