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 신화] 전쟁 이긴 영웅의 10년 방랑 서사시… 서양 고전 원조죠
오디세이아
김원익 홍익대 문과대학 교수·사단법인 세계신화연구소장
기획·구성=김민기 기자
입력 2026.07.20. 00:40
오는 8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는 올해 전 세계 영화계의 가장 큰 화제로 꼽힙니다. 작년 말 이 영화 1차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하루 만에 누적 조회 수 1억2140만회를 기록했어요. 2023년 개봉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수많은 상을 받은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예고편 기록의 2배가 넘습니다. 국내에서도 기대감이 어마어마한데요.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합니다. 오디세이아의 영어식 명칭이 오디세이예요.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의 서사시로, 트로이 전쟁 후 섬나라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귀향하면서 겪은 신기한 모험을 담은 책입니다. ‘일리아스’와 함께 서양 고전의 원조로 여겨진답니다. 오디세이아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트로이 전쟁 승리 묘안 짜내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와 트로이 두 세력의 대결이에요. 전쟁은 10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했는데, 계책에 능한 오디세우스가 그리스군 총사령관에게 묘안을 내놓습니다. 아군이 있던 자리에 정예군 40명을 숨겨놓은 거대한 목마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몰래 숨어 있자는 계책이었습니다.
트로이는 그리스가 긴 전쟁으로 지쳐 철수했다고 생각했고, 이 목마를 전리품 삼아 성 안으로 들여놓습니다. 하지만 한밤중 목마 안 병사들이 나와 성문을 열었고, 결국 트로이는 함락됩니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위장한 뒤 상대 안으로 깊이 침투해 헤집는 전략이었던 겁니다. 오늘날에도 자주 쓰는 컴퓨터 바이러스 용어 ‘트로이 목마’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험한 바이러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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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목마 그림입니다. 프랑스 화가 앙리폴 모트(1846~1922)가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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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이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을 담은 고대 도자기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이 일로 폴리페모스의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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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1849~1917)가 그린 오디세우스 일행과 세이렌의 모습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오디세우스는 '죽음의 노래'인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어 선원들에게 귀를 막고 자신은 묶어두라고 지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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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의 유모가 변장한 그를 알아보는 장면을 담은 그림입니다. 영국 화가 에드워드 포인터(1836~1919)가 그렸습니다. /위키피디아
‘죽음의 노래’ 향한 호기심
오디세우스는 전쟁 영웅이었지만 이후 무려 10년 동안이나 고향에 돌아가지 못합니다.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에요. 트로이 함락 후 귀향길에 나선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들렀다가 부하 여섯을 잃게 됩니다. 오디세우스는 녀석이 잠에 곯아떨어진 사이 그의 하나밖에 없는 눈을 못 쓰게 만든 다음 간신히 동굴을 탈출했습니다. 문제는 폴리페모스의 아버지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라는 것이었죠. 분노한 포세이돈이 폭풍우를 일으켜 해코지하는 바람에 오디세우스는 하릴없이 바다를 방랑하게 됩니다.
한번은 오디세우스가 ‘세이렌’ 자매의 섬을 지나게 됩니다. ‘세이렌’은 머리는 여자, 몸통은 새인 괴물이에요. 상체는 여자, 하체는 물고기인 인어라는 다른 설도 있습니다. 그들은 평소엔 조용히 있다가도, 멀리서 배가 보이면 매혹적인 노래를 부릅니다. 선원은 배를 몰고 더 가까이 가서 노래를 듣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돼요. 결국 배는 암초에 부딪혀 난파되고, 선원들은 모두 익사하고 맙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섬에 가까워지자 자신만큼은 세이렌 자매의 노래를 꼭 듣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부하들의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돛대에 단단히 묶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절대 풀어 주지 말고 더 단단히 묶으라고도 당부했어요.
마침내 세이렌 자매의 매혹적인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하들과 달리, 오디세우스는 섬에 가까이 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는 몸부림치며 부하들에게 풀어 달라고 외쳤어요. 그러자 부하 두 명이 그 모습을 보고 미리 명령받은 대로 다른 밧줄로 그를 더 꽁꽁 묶어 버렸어요. 그렇게 무사히 세이렌의 섬을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호기심이 드러난 이 이야기는 오디세이아의 명장면으로 꼽힌답니다. 오늘날에도 세이렌의 모습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데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로고는 세이렌이 인어라는 설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또 경보를 의미하는 ‘사이렌’도 ‘세이렌’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기회 노리며 자신의 정체 숨겨
오디세우스는 여러 모험 끝에 드디어 고향 이타카에 돌아와요. 하지만 곧바로 궁전에 가지 못했어요. 그가 죽었다고 지레짐작한 젊은 귀족들이 매일 궁전에 찾아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구혼하고 치근댔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거지 노인으로 변신한 채 궁전 밖 돼지치기의 오두막에서 먼저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납니다. 그리고 함께 구혼자들을 응징할 계획을 세워요.
텔레마코스가 먼저 돌아가고 오디세우스는 다음 날 궁전으로 향했어요. 이때 오디세우스는 궁전 앞에서 트로이로 떠나기 전 자신이 아꼈던 충견 아르고스를 만납니다. 시간이 흘러 노쇠한 자신의 개를 보고 오디세우스는 너무 반가웠지만, 만약 그를 안았다가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울음을 삼키며 모른 체 지나쳤어요. 아르고스는 이내 고꾸라져 최후를 맞이했죠.
그날 저녁 구혼자들이 모두 돌아간 뒤 페넬로페는 거지로 분장한 오디세우스를 부릅니다. 그의 정체가 남편인 줄은 모르고, 혹 거지 노인이 구걸하느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남편 소문을 들었나 싶어 불렀던 거예요. 하지만 이때도 오디세우스는 아내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아요. 페넬로페가 내일이면 남편감을 선택해야 한다며 한탄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의 유모를 불러 거지 노인의 발을 씻겨주고 침상을 깔아주라고 합니다. 유모는 그의 발을 씻겨주다가 허벅지에서 흉터를 발견해 그가 오디세우스임을 알아차리고 소스라치게 놀라는데요.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유모의 입을 틀어막으며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합니다. 이처럼 확실한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던 오디세우스는 결국 구혼자 108명을 처단하고 아내와 재회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오디세우스는 평정심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이후 등장한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평정심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는데, 오디세우스를 롤모델로 삼을 정도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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