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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의江 영상낭송
문학은 창작된 생명체이다. 읽으면 살아나고 읽혀서 자란다.
낭독하면 대화요 읊으면 노래가 되고 낭송하면 감동을 준다.
꽂힌 책은 잠자는 생명 읽는 순간 살아 나오고 낭송 따라 가슴에 파고 든다.
문학은 읽어서 살고 읽혀서 자란다. 읽고 낭송하여 감동꽃 피우자.
文學의江 영상낭송회 |
사 회 : 장 충 열
시인, 낭송강사
한국낭송문예협회 회장
환영사 : 권 요 안
서초구립중앙노인복지관 관장
인사말씀 : 신 길 우
문학의강 영상낭송회 회장
제6회 文學의江 영상낭송회
이수정 (경기 남양주) 그날이 오면 〈심훈 시〉
강애나 (호주 시드니) 붉은 오월 (시)
김달호 (서울 송파) 추억 마당 (시)
김병렬 (서울 강동) 연잎에 이는 바람아 (시)
김옥진 (경기 일산) 사진 한 장 (수필)
김자영 (서울 서초) 노을 (시)
김재귀 (서울 노원) 삼육동 사연 (수필)
김현호 (서울 서초) 워낭소리 (시)
김흥열 (서울 관악) 폭우 暴雨 (시)
리문호 (중국 심양) 진달래 꽃가지 (시)
백덕순 (서울 강서) 꽃지의 연인 (시)
서효륜 (서울 종로) 어머님의 아리랑 (황금찬 시)
신길우 (서울 서초) 새벽 여신과 매미의 사랑 (수필)
신주원 (서울 도봉) 빗장 속 햇살 (시)
심의표 (서울 금천) 뒤안길에서 (시)
우상렬 (중국 연길) 민주주의의 허허실실 (수필)
윤영전 (서울 서초) 우면산의 애수 (시)
윤철환 (서울 강동) 투열농담 (수필)
이의웅 (서울 강동) 우렁이 (시)
이혜우 (서울 광진) 냉이꽃 (이근배 시)
전옥기 (서울 광진) 너를 보면 (김선 시)
정강윤 (서울 서초) 햇볕우화 (시)
천옥희 (경기 용인) 조약돌 (시)
최은혜 (서울 서초) 우면산의 눈물 (시)
하순명 (서울 서초) 낙화암에서 (시)
한기준 (서울 서초) 청계천 (시)
심 훈 시
그날이 오면
낭송
이수정(경기 남양주)
호 미랑(美郞),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작사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펜클럽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그 날이 오면
심 훈 시 / 이수정 낭송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강애나
(호주 시드니)
호주문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학사랑문인회 운영이사
<문학사랑> 신인상 등단, <문학세계>홈피 산문당선
붉은 오월
강 애 나
여물은 꽃봉오리 심지 되어
오월은 불을 켠 불새라네.
꽃들은 뭔가 오물거려 말할 듯
산과 뜨거워진 들 위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 홀딱 벗어버린
불새가 되어 향기를 날개로 털고 있다네.
점점 헉헉 달아 오른 해
겹 치마폭으로 감싸 안고
붉어져서 눈이 부신 불새
한때, 열꽃들 흙에서 노닐 때
사람들이 내 불같은 몸뚱이
바람아, 밟지 못 하도록 저 냇가로 밀어 주련.
산과 들을 태웠던 날
들녘에 파고드는 초록 송곳
짙은 녹음아, 저 불새를 식혀 주려나.
김달호 (서울 송파)
시인 ․ 경제학박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사, 석탑산업훈장 수훈
저서에『상사맨은 노라고 말하지 않는다』『즐기는 수출, 돈 버는 무역』
추억 마당
김 달 호
아름다운 날들 기억 속에 휘날린다.
세상이
더 밝게 빛나고 아름다울수록
그리움에 지친 영혼들 늘어나고
그 영혼들이 모여
맑게 목욕하는 마당이 추억이다.
아름다운 사랑이 빚어낸
달콤한 키스의 언어들 몸부림치는 날
귀밑머리 하얗게 물들어가도
주름살 안쪽에 각인된 사랑은
지울 수 없는 문신으로 살아남아
젊은 날을 추억한다.
내 기억 속
이야기들 사방으로 휘날린다.
아름다운 날들
무지갯빛으로
하늘 높이 휘날린다.
김병렬(서울 강동)
월간 <한국시>와 <문학저널>에 시로 등단
보성고등학교 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동문인협회 회원
문학의강 사무국장, 모던포엠 편집위원, 한국시연구협회 회원
서울시낭송클럽 회원, 문학저널문인회 회원
연잎에 이는 바람아
裕 康 김 병 렬
저 얼굴과
얼굴이 어울린
윤무輪舞 속을
맨발로 지나 보라.
방금
실바람 사알짝
불면
풀어 헤치면
자지러지듯 구르는
해맑은 웃음소리
듣게 되나니
나 언제부터
내 안에 없던
이슬로 고여
바람으로 구르는
연민의 종소리여.
김옥진(경기 일산)
숙명여대 국문학과 졸업, 중등교직 37년 명예퇴임
<에세이 21>에 수필로 등단, 독서경진대회 독후감 최고상
자핫골 회원, 산영문학회 동인, <에세이 21> 기획위원
공저 《바다로 간 자전거》《산그늘》등
<수필>
사진 한 장
김 옥 진
명함판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찍기 전부터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얼굴만 찍는 것이라 유독 다른 날보다 머리며 화장에 공을 들였다. 조금이나마 젊고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는 내 자신이 좀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매년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졸업 앨범용 사진을 찍어주는데 언젠가부터 사진 찍기가 싫어졌다.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내 모습이 확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친척들이 나를 보면 한결같이 “엄마는 안 닮았구나! ” 하셨다. 매 번 그 말을 들을 때면 ‘그렇구나 나는 엄마완 다르게 생겼구나’ 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머니를 닮지 않은 얼굴 부분, 그곳이 내 얼굴의 약점이 되어 남에게 드러내기 싫어 화장품을 사기 시작했다. 우선 머리숱이 적어, 파마를 했고, 엷고 퍼진 눈썹을 가리기 위해 먼저 눈썹연필을 골랐다. 그 다음은 쌍꺼풀이 없는 것, 그러나 이 부분만은 개의치 않았다. 친구들이 선하게 생겼다느니 사슴 눈을 닮았다느니 하는 말을 해 주어 정말 그런 줄 알고 잊고 지냈으므로. 그러나 입은 가만히 보면 약간 비뚤어져 있다. 그래서 지금도 사진을 찍을 때마다 유독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맏이인 나는 어머니를 힘들게 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던 모양이다. 의료진이나 시설이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었던 시절, 그나마 용한 의사를 만나 기계의 힘을 빌려 세상 밖으로 나온 나는 얼굴에서 특히 입부분만 일그러져 있었다고 한다.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것이 천운이었을 만큼 난산이었다 하는데, 후유증으로 어머니는 여러 달 자리보존을 해야 했고, 아버지는 또 여자 아이가 얼굴이 미우면 어찌하나 밤마다 내 입가를 주물러 주셨다니, 두 분의 정성이 아니었으면 오늘 내 모습이 어찌 되었을까, 상상하기조차 싫다.
얼마 전에 친정 동생들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원래 계획은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이 다 함께하기로 한 여행이었다. 최근에 무척 외로워하시는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고 막내 동생이 겪은 가정적인 아픔도 아물어 가는 듯하여 기분 전환을 해주고 싶었다. 7남매 중 둘은 외국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머지 형제는 한 서울 안에 살면서도 함께 모여 여행하기가 왜 그리 힘들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니 원인은 거의 나에게 있었다. 직업이 있다는 핑계로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었던 독선이 어머니와 동생들의 마음을 편치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제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시다. 평생을 종가집의 맏며느리로 아버지의 내조자로 희생을 감수하신 분이시다. 아버지를 저 세상으로 보내시고 10여년 넘게 혼자 계시는 동안에도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으시는 듯 당당하셔서 안심을 했다. 그런데 예전엔 어디든 따라 나섰던 어머니었건만 이번 여행길에는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고 극구 동행하길 마다하셨기에 마음 한구석은 어두웠다. 그 동안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당신의 외로움을 내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안심시켜 왔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아팠다.
오늘 1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지난 번에 찍었던 사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웠다. 사진 속 내 모습이 어머니를 너무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어머니완 사뭇 다르게 생겼다고 여겨온 내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의 예전 중년 모습을 대하는 있는 듯 했으니. 얼마 전 여행을 갔을 때 휴게소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막내 동생이 “어쩜 큰언니가 엄마와 그렇게 똑같아?” 했을 때는 그저 무심히 지나쳤었다. 그런데 오늘 이 사진을 대하고 보니 그 말이 실감이 가면서도 마음 한편이 무겁다. 어머니처럼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서도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나는 어머니의 삶을 흉내 낼 수조차 없다.
언젠가 어머니는 나에게 “네가 이제는 내 대신이다,” 라고 하시며 기대시는 것 같았는데 지금껏 어머니께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조그만 사진 한 장이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2004.12)
김자영(서울 서초)
본명 김자순
<한맥문학> 시 등단, <문학공간> 수필 등단
일본 정치경제신문 한국지국장 역임, 민족문화예술진흥회 여성명예회장
국제시인아카데미 총무, 한국문인협회 회원
노 을
김 자 영
서산 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둥근 해 불을 붙인다.
조금 있으면 넘어야 할 고개위에
어둠과 교체되는 발길 무거워
남은 정열 몽땅 태워버리려는 속셈
벌건 불덩이 되어 어둠까지 삼키려 한다.
저녁노을 위로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는
지쳐있는 삶들 아련한 꿈처럼 이끌어간다
허무하다 외로움이 아련히 스친다.
광적인 자유로움이 무엇인가,
하루 종일 세상을 비추며 꿈을 주던 태양이
이제 노을이 되어 넘어가는 순간이다.
김재귀 (서울 노원)
호 상촌(尙村), 경북 상주 출생, 고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월간<수필문학> 등단, 남한강문학회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회원, 기독문인회 회원
(수필)
삼육동 三育洞 사연
김재귀 金在貴
내가 삼육동과 인연을 가진 것은 1950년대 후반 대학생 때였다. 고교 때 영어교사였던 원 선생님이 삼육신학원에서 신학과 수강을 하면서 삼육고교 교직을 겸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수강하고 있는 대학이 어떤 곳인지 호기심을 갖고 청량리를 지나 중랑교에서 육사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거기서 2km 거리의 신작로 솔밭 오솔길을 지나 삼육신학원 정문에서 울창한 숲길을 따라 찾아갔다.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울창한 수림 여기저기에 건물이 있었다. 중앙에 지붕이 경사가 심한 건물이 교회와 강당을 겸하여 사용하고, 옆 지붕 높이의 종탑이 있었고, 옆에는 잔디밭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신학원 교사와 기숙사 식당 몇 동의 사택 건물이 산재해 있었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다른 경내를 둘러보았다. 작은 목장에 10며마리 젖소와 높은 싸이로, 그 옆에 우유처리장(대학우유)이 있었다. 넓은 채소 농장에는 일하는 이와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스프링클러 시설을 하여 자동으로 급수를 하고 있는 풍경은 덴마크의 농촌을 연상케 하였다. 이러한 삼육동三育洞 인연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삼육중고교에서 열정과 애정 소명을 가지고 교직에 임하였다.
1980년대 8년간 나는 삼육동 사택에서 생활하였다. 그래서 삼육동 구석구석에 내 발길과 손길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구 건물은 모두 헐리고 대학에 새 건물이 빈 공간이 없이 들어섰다. 지난 2006년 100주년 기념관이 캠퍼스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현재 대학교육 환경으로는 큰 손색이 없다.
삼육동의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공원보다도 더 아름답다. 정문에 들어서면 공기가 다르다. 울창한 수림 사이로 난 길에“사람을 변화시키는 교육,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학”이라 새긴 돌비도 서 있다. 우리들의 꿈이다.
계곡길을 따라 오르면 수림에 둘러싸인 그림 같은 호수‘제명호’가 있다. 수면에 자연이 그린 풍경화를 보인다. 삼육대학교가 왜‘아름다운 대학 TOP 10’에 선정되었는가를 알게 한다.
삼육동은 사철 꽃이 핀다. 봄에는 갖가지 꽃들로 잔치가 벌어지고, 여름에는 녹음 속에 수놓인 꽃으로 아름답다. 봄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 겨울에는 나무마다 설화雪花가 활짝 핀다. 대형 온실에서만이 항상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이곳이 이처럼 아름다운 곳이 된 것은 1947년 11월 18일부터 시작되었다. 선견지명이 있는 당시 지도자들이‘바로 이 곳이 하나님이 예비한 곳’이라고 감사하며 가꾸었다. 그렇게 하여‘삼육동三育洞’이 이루어진 것이다. 행정적인 주소는 서울특별시 노원구 화랑도 815(공릉2동 26-21)이다.
1966년 10월 10일 개교 60주년에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께서는 친필 휘호‘三育敎育’을 보내오셨다. 삼육교육이 목표로 하는 기독교신앙과 인상 교육의 수월성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 삼육동 교단은 기관 앞에 삼육을 붙인다. 유치원부터 초, 중, 고, 대학, 대학원을 비롯하여, 삼육의료원, 서울병원(구 서울위생병원), 삼육외국어학원, 삼육식품, 삼육문화원 등 모두가 삼육을 내세운다.
삼육동은 삼육인의 영원한 고향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삼육교육의 모체요 요람이다. 수많은 종교 지도자를 배출하고, 20만 명의 성도들을 소망으로 이끌고 있다. 성서에 입각해 세운‘삼육교육이념’의 푯대는 삼육동에 영원히 변하지 않고 빛날 것이다.
(22010년 3월)
김현호(서울 서초)
호 서곡(黍谷), 전북 무주 출생, 서울대 법대 실장 정년퇴임
서울대문예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시집 '당신 곁에서 강물 되어 흐릅니다' 외 공저 다수
워 낭 소 리
김 현 호
워낭소리
가난과 고통의 역동기를 살아온 / 우리들의 아버지와 소
삶의 소리를 듣는다, 워낭소리를 듣는다.
소가 있었기에 / 농사지을 수 있었고. 자식 공부시킬 수 있었고
삶의 보람이 있었던 시절
소와 함께라면 / 의리와 정과 미더움과 진심을 알기에
남편 잘못 만나 죽도록 고생만 했다는 할머니의 역정에도
30년 친구 소가 있었기에, 할아버지도 소였기에-
인생을 나무라지도 삶을 비관하지도 누굴 원망하지도
오직 교감된 사랑과 믿음으로 / 살아가고 있음에 그냥 감사할 뿐!
그러나 이제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하지 않아도
그 때의 일소와 노인들은 애환을 안고 떠나간다.
마지막‘워낭 소리’에 말없이 눈물 흘리며
할아버지의 한 세대를 마감하듯 눈을 감는다.
이제 그 소는 갔고 할아버지도 간다.
‘영감 잘못 만나 평생 고생이라’불평만 하던
할머니도 영감 따라 가겠단다.
우리 조국 근대화의 물결에 한 시대를 일조하며
고달프게 살았던 한 세대의 삶도
이렇게 마지막 애환을 남기고 사라져 간다.
세상은 변하고 세월은 갔다.
사는 게 힘들었어도 그 시절 그 옛날이 그립다.
일소들의‘워낭소리’소 방울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나의 눈에도 작심한 듯 눈물이 흐른다.
김흥열(서울 관악)
시인, 시조시인, 호 中石, 신한은행 부본부장
서초문인협회 부회장, (주)우빈산업 대표이사 역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 현대시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집 <어제는 꽃비가> 등 4권, 시조집 <고장 난 시계> <바람의 노래> 등
폭 우 暴雨
김 흥 열
하늘 가득 드리운 암울한 회색 깃발
한 무더기 반란군이 새카맣게 몰려온다.
온 세상
갈아엎을 듯 물 폭탄 터뜨리며.
불꽃이 튈 때마다 허공 찢는 비명 소리
뿌리를 드러낸 잡초 땅바닥에 널브러지고
불고문
시달린 고목 사육신도 저랬겠지.
막 내린 유혈사태 황량한 산자락에
명분 없는 반정은 실패로 끝을 맺고
바위는
가슴이 무너져 도랑가에 나앉았다.
리문호(중국 심양)
시인, 시조시인, 1970년대 <연변문학> 시 등단,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심양조선족시조문학회 부회장, 요녕성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등 다수.
진달래꽃 가지
리 문 호
또 봄이 오나 봅니다. 시장통에서
진달래 가지를 사다가 꽃병에 꽂고 봄을 불러 봅니다.
사랑을 지니지 못해 꽃가게에 팔리지 못하고
내 방에 향사(鄕思)만 듬뿍 채워줍니다.
아직 변치 않은 풋향이군요.
옆집 소꿉친구 순이의 수줍은 웃음 같은,
아직 새파랗게 돋는 청순한 기억이군요.
나물 캐는 강반에 빨간 댕기 같은 노래.
부풀어 몽알지는 추억이
물 올라 터지네요, 봉긋이
발가스름한 속잎이 나를 원망하듯
눈 빨며 보조개 애교로 터지네요.
타향에서 내가 너무 무정했나요.
창턱에서 고향이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백덕순(서울 강서)
시인, 호 설란, 월간 <한맥문학> 시 등단, 한맥문학가협회 이사
한국문협 ․ 강서문협 회원, 우당문학회 감사, 한맥문학 ․ 강서문학 이사
남산시낭송회 회원, 공동시집 ․ 공동사화집 다수
꽃지의 연인
설란 백 덕 순
날지 못하는 바위섬
그 자리에 두 몸을 세워
멍든 세월 막아 주시는
할배 바위의 사랑 빛깔은
진한 노을 꽃으로 피어난다.
해풍에 깎인 시간
꽃지의 최고 모델로 선발되어
색동옷 갈아입으시고
저녁노을이 만들어가는
황홀한 무대 위에서
번쩍번쩍 카메라 눈과 마주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적막한 파도 자락 넘어
빠르게 돌아가던 렌즈 소리는
흔적을 지우면서 돌아가고
방황하는 수평선 끝자락에
무지개 물감 풀어 영상편지 그리다가
황혼길 더듬는 꽃지의 연인
빈 해변을 지키는 바다가 된다.
서효륜 (서울 종로)
시인, 낭송가,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문협열린문학 이사, 한국낭송문예협회 이사
어머님의 아리랑
황금찬 시 / 서 효 륜 낭송
함경북도 마천령 용솟골
집이 있었다.
집이라 해도 10분의 4는 집을 닮고
그 남은 여섯은 토굴이었다.
어머님은 봄 산에 올라
진달래를 한 자루 따다 놓고
아침과 점심을 대신하여 왕기에 꽃을
담아 주었다.
이런 날에 어머님이 불러 주던
조용한 아리랑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가난도 많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무산자 누구냐, 탄식 말라.
부귀와 영화는 돌고 돈단다.
박꽃이 젖고 있다.
구겨지며
어머님의 유산
아리랑.
신 우 (서울 서초) 본명 신경철
상지대 ․ 중국 연변대 교수, 한국PEN클럽 이사,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서초문인협회 회장 역임, <문학의강> 문인회 회장,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시집 <남한강 연가>, 중문수필집 <父親種下的樹>
수필집 <화분 속의 청개구리> 등 10여권
<수필>
새벽 여신과 매미의 사랑
申 吉 雨
새벽의 여신 에오스(Eos)는 항상 부지런했다.
오빠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지런히 밤의 장막을 거두어내도 해는 금방 떠올랐다.
그래서 에오스는 매일 아침 쉴 틈이 없이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일을 마치고 났을 때 잘생긴 한 남자를 발견했다.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Titonos)였다.
에오스는 애를 태우다가 여인으로 변해 찾아갔다.
티토노스도 젊은 에오스의 미모에 반해 버렸다.
둘은 매일 사랑을 속삭였으나 금방 헤어지곤 했다.
오빠 헬리오스가 바로 뒤쫓아 왔기 때문이다.
짧은 만남을 한탄하던 에오스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티토노스는 놀라면서도 사랑을 놓지 않았다.
사랑의 맹세에 감동한 에오스는 아버지를 찾아가 하소했다.
“티토노스를 신으로 만들거나,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에오스의 소망대로 티토노스는 신이 되었다.
사랑의 연인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티토노스는 늙어 갔다.
신이 되어서 죽지는 않지만, 영원한 젊음은 얻지 못했다.
쭈그러드는 모습에 에오스는 괴로워했다.
에오스는 티토노스를 돌로 만든 방에 가두어 버렸다.
밤낮이 없으니 늙지 않을 것을 기대했다.
한참 뒤에 문을 열었으나 티토노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매미 한 마리가 벽에 붙어서 애타게 울었다.
“에오스, 에오스. 에―오―스"
세월은 빛과 상관없이 흐르고
삶은 부지런해도 항상 짧은 것.
영원한 청춘이 없듯이
사랑 또한 목숨을 걸어도 한 때일 뿐.
오늘도 매미가 된 티토노스는 운다.
쪼그라들고도 죽을 수 없이 사랑을 외친다.
“에오스, 에오스, 오 내 사랑이여.”
신주원(서울 도봉)
본명 신미라, 강원도 양양 출생, <문예사조>에 시로 등단
<월간문학> 편집국 기자, <한국현대시> 편집차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사무국장,
자유문학회 사무국장 등 역임, 현재 한국시인협회 홍보위원장
시집《세상 속의 우리》등.
빗장 속 햇살
신 주 원
황혼 바다 저 편
누천 빛깔 햇살
빗장 속 햇살.
반달 별이 깃을 단다.
단 한 번뿐인
동트는 순간,
나는 빗장 속을 열고 나온다.
심의표 (서울 금천구)
시인, 한국문협 금천지부장, 서울시낭송클럽 부회장, 한국시연구협회 부회장,
한국창작문학아카데미 회장, 한국세계작가회 부회장
시집『섬은 바다에 누워』, 공저『별들은 밤하늘에』등
뒤안길에서
素沙 심 의 표
울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웃을 필요는 없다.
바람이 불면 꽃잎처럼
어둠은 밀려오고
울먹이는 두 손에
우리의 가슴이 달려 있다.
갖지 않아도 좋다.
그렇다고
가진 자를 꼬집을 필요는 없다.
어둠은 어둠을 낳고
빛은 누리를 밝히는 법
어느 새 그렇게 끝나고
한 폭의 그림으로 걸려 있는데
나는 투영된 그림 속에 서 있다.
우상렬(중국 연길)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수필가
연변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교환교수
연변작가협회 이사
<수필>
민주주의의 허허실실
우 상 렬
정치의 민주화, 경제의 시장화는 현 단계 전반 세계적인 추세다. 사실 민주, 자유, 평등은 중세 봉건주의에 대항하여 내건 근대의 기본 이념들이다. 민주는 독재에 대한 안티테제. 주권재민主權在民, 누구나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며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민주다. 대통령도 민주 앞에서는 어쩌지 못한다.
민주, 참 좋다. 민주는 그대로 자유로운 분위기이고 평등이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평등의 원칙, 그리고 기권, 나는 자유다.
그런데 모든 사물은 허와 실이 있는 법. 그래서 나는 민주의 허를 찔러본다.
민주의 기본원칙의 하나는 소수가 다수에 복종하는 다수가결의 원칙. 다수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민주다. 그런데 다수란 어떤 존재냐? 다수란 평균치다. 그리고 어중이떠중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 평균치에서 벗어난 톡톡 튀는 생각을 가진 선구자나 개혁자는 소외된다. 선구자나 개혁자는 항상 외로운 법. 그리고 고금중외를 막론하고 모난 돌이 징 맞는 법. 그리고 신생 산물은 그것이 미래 발전추세를 대변함에도 불구하고 소수인 만큼 다수의 논리에서 배제된다. 여기서 다수의 맹목과 횡포를 보게 된다. 선거전에서 입후보자들이 다수를 좇아 물불을 가리지 않고 헤매는 꼴은 다른 또 한 보기.
다수를 얻기 위해 민주주의는 말농창치기, 여차여차하게 자기 자랑 늘여놓기, 전부 모수자천毛遂自薦하는 자들, 겸양의 미덕은 싹 가셔지고 없다. 정말 철면피 그 자체다. 그리고 여차여차 다수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 하기, 자기가 당선만 되면 천지개벽을 할 듯이 떠벌인다. 쇼적인 과대포장이다. 여하튼 말 잘하고 보기다. 주눅이 들거나 어눌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요새 세상은 전부 말 잘하는 똑똑한 사람 천지다. 그래서 애를 키워도 기를 죽이지 않고 당당하고 말 잘하도록 키운다.
민주주의의 허허실실에 헷갈리기 쉬운 요즘 세상,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어다.
윤영전(서울 서초)
호 구암, 수필가, 소설가, 서예가, 구암서문예원 원장, 한국작가회의 회원
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서초문인협회 감사, (사)평화연대 상임고문,
평화만들기회 공동대표
수필집《도라산의 봄》, 소설집《못다핀 꽃》등 다수.
고희기념문집 <인연, 아름다운 만남>
우면산의 애수
윤 영 전
우면산은 우리에게 고마움을 주는 소가 잠자는 모습의 산이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에 오르고 내리기에 알맞은 산이다.
나는 산자락에 한세대를 살면서 마치 내 정원처럼 산책한 산이다.
우면산은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낳고 언제나 반겨주는 산이다.
사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자연의 향수를 뿌리며 다가온다.
상상력을 키워주며 내 작품의 산실로 발상의 전환을 가져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반평생이 넘도록 대하면서 정이 들었다.
언제나 반긴 돌들과 바위와 나무들이 언제나 나를 맞이해 준다.
생수를 대신해 서울에서 제일가는 성산약수를 먹으며 살아왔다.
이렇듯 아름답고 상서로운 서초에 자리한 우면산 자락에
슬픔이 몰려온 지난해 초겨울에 무서운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갈라져 마치 피를 흘린 것 같았었다.
그리고 뿌리까지 뽑혀 널브러져 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자연의 위력에 아름다운 나무들과 일부 골짜기에 할퀴고 간 상처들
우면산을 오르는 산사람들이 모두가 애통해했는데 또 아픔이 왔다.
이번에는 지난해 아픔보다 몇 배나 더 큰 인명을 앗아간 것이었다.
산봉우리서부터 마치 물폭탄을 맞은 것 같은 골짜기의 상흔들이다.
도대체 어찌 참적의 슬픔을 안겨주는가 통곡해도 대답할 자가 없다.
여기에는 서초문학의 문우 자제와 교우 그리고 이웃들이 운명했다.
나는 다음날 빈소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부모와 같이 훌쩍였다.
세상에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없는데 우면산자락에서 열여섯 분이다.
인재다 천재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공방은 보기 딱하다.
그러나 재발방지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서초 사람들의 각오는 있다.
자연 경시 풍조를 반성하여 다시는 애수(哀愁)의 산이 아니기를!
윤철환(서울 강동)
서울시 서기관 정년퇴임, 강동문인협회 회장, 서울600년사 편찬위원
서울상수도100년사 집필위원, 서울시 <市友> 창간주간 등 역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五友수필> <풍경소리> 동인, 수필집《사랑과 미움을 넘어》등
<수필>
투열농담 鬪劣弄談
윤 철 환
농담을 하되 상대방을 형편없는 존재로 몰아가는 농담을 투열농담이라고 한다.
조선왕조를 개국한 이성계와 당대의 고승인 무학대사와의 사이는 이성계가 꾼 꿈 해몽과 관련된 이야기도 전해오지만, 서로 사이에는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밀한 관계였던 것 같다.
이성계가 등극한 이후의 어느 날 오후, 무학대사를 만난 이성계가 말했다.
“우리 투열농담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소?”
그러자 무학대사가 말했다.
“그러시지요, 먼저 말씀하시지요.”
이성계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대사는 꼭 돼지와 같네요.
다음은 무학대사의 차례였다.
“제가 보기에는 대왕께서는 부처로 보입니다.
그러자 이성계가 말했다.
“아니 투열농담을 하기로 하고 그렇게 말하면 반칙이 아니요”
무학대사의 답이었다.
“돼지 눈으로 보면 돼지로 보이지만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로 보이는 것입니다.”
자, 여기서 이 농담에서 무학은 반칙을 했는가?
이 농담은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태조 이성계는 무학대사를 보니 돼지 같다고 해 무학대사를 사람이 아닌 가축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에 반해 무학대사는 태조 이성계를 성인인 부처와 같다고 해 태조 이성계를 거룩하게 보는 것처럼 말했다.
여기까지는 태조 이성계가 이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뒤의 변명조로 말한 대목에서는 180도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뀌었다.“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는 것입니다.” 결국 태조 이성계는 돼지가 되고 무학대사는 부처가 되었으니 이 농담에서의 승자는 무학대사라 해야 할 것이다. (2009. 2. 1.)
이 의 웅 (서울 강동)
시인,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법정대학 졸업
월간 <문학세계> 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맥문학가협회 회원
<갯벌문학> <풍경소리>동인
시집《오동나무 한 그루》《눈빛 마주치면 붉게 물들까》
우 렁 이
이 의 웅
축축이 젖은 형광등 불빛
퍼런 풀잎 일렁이는 어항엔 우렁이 한 마리 유리벽에 붙어 젖을 빨고 있다.
엔젤 피쉬 긴 꼬리로 모래먼지 들썩일 때마다 마른기침을 한다.
이마가 파랬을 땐 물길을 꿈길처럼 갈랐지만
지금은 집게 하나 들고 무거운 다리를 끌며 느릿느릿 공원 청소를 해야 한다.
녹슨 벌건 집게를 쥔 심줄이 퍼렇게 멍들고
담배꽁초 휴지들이 유리벽에 너덜너덜 깔렸어도 이곳을 떠날 순 없다.
여기 매달려 있는 동안 말간 눈물 같은 젖이어도 목마르지 않고
집게질 하면서 공원을 도는 일은 어지러워도 환상열차를 타는 것 같으니까
집게청소를 위해 동사무소에 가서 가출한 아들 얘기, 바람난 영감 얘기를
털어 놓기 얼마나 쑥스러웠는지.
어항의 낡은 물레방아 찌그득 소리를 내면서 짓무른 세월을 감고 돌아간다.
방울방울 거품은 일어도 숨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세상
세상 거꾸로 돌려보려고 느린 방아 힘껏 매달려 봐도 소용이 없다.
젖은 눈물자국 마른 가슴으로 한 땀씩 지우며 느릿느릿 유리벽을 오르내린다.
이 혜 우 (서울 광진)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서울지부 이사, 광진문인협회 사무차장
시마을 작가회 회원, 포엠스퀘어 작가회 회원
냉 이 꽃
이근배 시 / 이혜우 낭송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 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전 옥 기(서울 광진)
한국문인협회 회원, 광진문인협회 이사
시가흐르는서울 낭송회원, 열린문학작가회 회원
너를 보면
김 선 시 / 전옥기 낭송
너를 보면
나는 노을이 된다.
달맞이꽃이 된다.
너를 보면 나는 먼 산사의
끊일 듯 이어지는 풍경소릴 듣는다.
너를 보면
나는 야생화에 맺힌
이슬의 향기가 된다.
너를 보면
나는 죽음과 삶
그보다 더 깊은 영원을 본다.
정 강 윤(서울 서초)
고려대 국문과 졸업, <시와 창작> 시 등단
시와창작 작가회 회원, 서초문인협회 회원
시집에 《가벼움에 대한 애착》등
햇볕우화
정 강 윤
내 것 주고도 뒤통수 맞는 / 참 어처구니없는 세상.
받는 놈은 너무 / 당당한데
주는 놈은 / 왜 그리 용열庸劣키만 할까?
주어도 주어도 끝 간 데 없이 / 치닫는 받는 놈의 허기증에
퍼주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며 / 설레발치는 주는 놈의 부역질.
제각기 다른 속셈으로 / 주고받기는 해도
그놈의 뿌리는 하나라 한다.
우리끼리 주고받고 / 축배를 들자는,
박물관에나 누워 있어야 할 / 햇볕 우화가 그놈의 뿌리라나.
황당무계한 우화로부터 / 사술詐術을 터득하고 내공을 쌓아
받고도 뒤통수치는 받는 놈의 패악질에
주고도 번번이 당하기만 하는 주는 놈의 헛발질.
다음 차례는 무엇이겠는가?
김현승 시
낭송자 정 임 숙
시인, 낭송가, 수필가, 시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새한국문학회 회원, 한국문협 낭송가회 회원, 서초문인협회 이사
가을의 기도
김현승 시 / 정임숙 낭송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천옥희 (경기 용인시)
시조시인, <시조생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조동인 <삼연회> 회원
시조집에 <지상의 뜨락에 피운 노래들> <여백에 점 하나 찍고> 등
조 약 돌
천 옥 희
강가에 섰습니다.
그 이름을 부릅니다.
물이랑 타고 넘는 그 이름을 부릅니다.
부르다
갈앉아 버린
조약돌이 됩니다.
하늘도 구름 한 쪽 먼 곳으로 보내고
깜깜한 그믐밤에 유성 하나 품습니다.
거울에
금이 간 자리
그 뜻 새겨 봅니다.
날마다 조금씩 물살에 닦이면서
날마다 잊지 않고 그 이름을 부릅니다.
그 가슴
어느 날에사
열리어 들리라고.
최은혜(서울 서초)
본명 최영순, 한국문인협회 회원, 크리스찬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낭송협회 회원, 한빛문학회 회장, 한빛결혼연구원 대표
시집《나의 눈물 메콩 강물 되었네》
우면산의 눈물
최 은 혜
그렇게 좋아하고 소중히 여겼던 우면산아!
어찌하여
평생의 원수 사이로 변해 버리나, 우면산아!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내 피붙이
우면산 중턱에 앉아 서걱서걱
평생 눈물 흘리는 어미의 심중.
얽히고 얽힌 장마 둿 정리
아들이 보낸 지난 생일선물
다시는 받을 수 없는 너의 선물.
“세상에 이럴 수가”
하루아침에 온 가족의 삶을 바꾸어
놓은 얄미운 우면산아!
눈물
눈물만 흘리지 말고
그 아들 데려올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돌려주리라.
산아, 산아, 우면산아 !
평생 너와 함께 흐르는 눈물 닦으며…….
하순명(서울 서초)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서울교원문학회 이사
서초문인협회 부회장, 공무원문인협회 부회장 , 중등학교 교사 정년퇴임
논문‘辛夕汀詩硏究’, 시집 <밤새도록 아침이 와도> <나무가 되다>
에세이 <연둣빛 素描> 등
낙화암에서
하 순 명
산당화 하늘거리는
가지 사이로
강물 유유히 흘러라.
삼천궁녀 꽃 넋
분분이 흩날리는
백마강 기슭
바람 분다고 꽃이 질까
꽃 진다고 바람이 불까
뜨거운 숨결
선연하게 피어나는
봄날의 하루
한기준(서울 서초)
시인, 소설가, 호 만청,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서화협회 회원, 서초문인협회 이사, <서울문학> 고문
시집 <향기로운 정> 소설 <6시 사랑> <그때 그 사람이 그리워>
청 계 천
滿淸 한 기 준
집 잃은 난민들이 얽어놓은 판자집
청계천변에 바람막이 집이 생겼다.
그 속에서 어린이의 책 읽는 소리에
시대의 지도자 이승만 박사는 울었다.
눈물어린 판자촌 눈물로 철거하고
콘크리트로 개천 따라 복개하고
그 위에 고가도로 오고가는 차량
시대의 지도자 박 대통령은 웃었다.
수도 서울에 상막한 콘크리트로 변한
환경미화에 숨을 돌린 청계천 고가도로
수없이 오고가는 자동차는 어이 할까
하늘에 별을 보고 두 손으로 달랬다.
징검다리 맑은 물 졸졸 물고기 놀고
꽃밭을 지나 분수대 갈대밭 지나 사과나무
쉬어가는 그늘 형형 각각 육교 밑으로
흰 사람 검은 사람 줄이어 모여 들어
가슴마다 외쳐 큰 장미꽃이 피었다.
감사합니다.
9월이 오면
30일(금) 1시에
여기서 또 만납시다.
文學의江 영상낭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