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2일, 한해 동안의 블로그 활동을 결산하는 ‘2010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시상식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이제 블로그는 시상 분야를 개인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기업부문으로 세분화할 만큼 다양한 계층에서 광범위한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화제가 됨에 따라 블로그의 존재감은 점차 미미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 소셜미디어가 발달할수록 그 기반이 되는 블로그의 무게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블로그 어워드 최고의 화제는 개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유창선닷컴’이었는데요.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개인부문에서, 그것도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만한 연예나 생활정보가 아닌 시사 전문 블로그가 대상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블로거가 아닌 ‘1인 미디어’를 표방하는 유창선씨는 ‘미디어몽구’와 함께 시사 블로거 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연 2010년 최고의 블로그로 시사전문가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1인 미디어를 운영하며 겪는 애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블로거들과 함께 유창선씨를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유창선씨와의 인터뷰는 청계천 인근 서울문화재단 북카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1월 21일. 시사블로거 유창선씨와의 만남은 청계천에 있는 서울문화재단 1층 북카페에서 이루어졌는데요. ‘책다방’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1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이 모임을 가질만한 아담한 장소랍니다. 이날 인터뷰에는 총 7명의 블로거가 참여했는데요. 쌀쌀한 날씨 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셨답니다.
<날카로운 글과는 반대로, 인자한 분위기를 풍긴 유창선씨와의 첫만남>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어준 고마운 존재, 블로그
블로그 어워드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그간 오프라인 매체에서 활동해 오셨는데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인의 권유로 2007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는데, 포털 메인에 제 글이 노출된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다음 view가 아닌 블로거뉴스였는데요. 지금은 위치가 달라져서 예전만큼의 위력은 없지만, 당시에는 뉴스란에 블로거 글이 함께 노출되서 메인에 걸린 날은 하루 2~3만 명이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판이 다르다고 할까요. 블로그의 파급력에 놀랐습니다.
또 당시에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담당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게 되었는데요. 그 대안으로 블로그를 통한 1인 미디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일단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만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고, 댓글을 통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상호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같은 블로거로서, 블로거로 느끼는 즐거움과 애환을 이야기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하루 중 블로그에 투자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시나요?
요즘은 평균 2시간 정도입니다. 예전 초창기 때는 하루종일 블로그만 보고 있는 경우도 많았구요. 제 블로그 말고 다른 블로그도 둘러보고 싶은데 스케줄이 빠듯해서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블로그 이외에 강연이나 개인방송 같은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블로그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편이죠. 다만 글 쓰는 직업을 오래하다 보니 포스팅 속도는 빠른 편입니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로는 시간날 때마다 블로그나 트위터를 체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잠들기 전에도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를 봅니다. 모니터링만 따지면 하루 24시간을 함께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트위터 팔로워 수는 몇 명이나 되세요?
현재 1만 4천 명 정도 됩니다. 저를 팔로우하시는 분들은 조금 섭섭하실지도 모르지만 맞팔률은 낮은 편이구요. 무작정 맞팔해서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게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RT(리트윗)은 가끔씩 날리구요. 개인방송과 라디오 방송, 강연에 블로그 관리까지 하느라 일상생활이 바쁜 편입니다. 되도록이면 자주 체크하고 트윗메시지도 올리고 싶은데 시간이 많이 나지 않네요.
각본, 감독, 연출까지 모두 혼자 해야 하는 1인 미디어
1인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수입은 어떤 식으로 얻고 계신가요?
3년 전까지만 해도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두 하차하게 되면서 1인 미디어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요. 수입에 대해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저는 ‘돈 안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웃음). 처음 1인 미디어를 시작할 때도 그 부분은 충분히 감안했구요. 1인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얻는 수입은 먼저 블로그 배너 광고수입이 있고, 글을 기고하거나 제 글을 사용하는 대가로 받는 수입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청취자들이 주는 ‘별 풍선’을 통해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강연 같은 오프라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수입이 더 많은 편인데요. 앞으로는 이런 대외 활동은 취미로 하고 1인 미디어를 전업으로 하면서 수입을 얻는 것이 꿈입니다. (웃음)
1인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가장 애로사항이 있다면요?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다 보니 시간적인 면에서 여유가 잘 나지 않습니다. 또 얼마 전부터 아프리카TV를 통해 개인방송을 시작했는데요. 제가 캠코더 같은 방송 장비에 문외한이다 보니 조작법부터 시작해 기술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이 없어 곤란한 적도 많았습니다. 기업이나 단체에 소속돼 있을 때는 제 전문분야인 글쓰기만 잘하면 됐지만, 지금은 저를 보완해줄 사람이 없다 보니 애로사항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구요. 이런 기술적인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인 바램으로 앞집에 방송장비관련 기술자가 살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비서를 두면 돈이 들고(웃음),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이웃집에 물으면 되니까요.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1인 미디어. 스마트폰으로 본인의 인터뷰 장면 촬영을 부탁하는 유창선씨>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적 성향은 어떤 것 같으세요?
기본적으로 저는 ‘자유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말하자면 중립이라고 할까요. 최근에 현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글을 많이 쓰다보니 ‘좌파성향이 아닌가?’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존 권력에 대한 비판’이구요. 이것은 현정부 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정당한 비판을 수렴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이 없는 사회는 정체되기 마련이고 정체된 사회는 변화도 없게 되죠. 우리 사회는 끊임 없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되는데 비판이 그 중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봅니다.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악플로 인한 상처도 많을 듯한데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예상하시는데로 ‘시사’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당연히 악풀도 많았구요. 하도 단련이 되서 그런지 왠만한 악플에는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웃음) 모든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남기지는 않지만, 일단 달린 댓글은 다 봅니다. 욕이나 근거 없는 비방글은 삭제하되, 비판 댓글은 그대로 놔두는데요. 다른 방문자가 그 글을 보고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민감한 소재에 대해 글을 쓰기 때문에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합니다. 첫째가 팩트(Fact)에 기반한 글을 쓰는 것이고, 둘째가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글은 쓰지 않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공격을 당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에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지요.
<다수의 블로거들이 궁금한 점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까?’라는 점이었습니다.>
평소 많은 글을 쓰시는데, 글을 잘 쓰는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대학시절에 학보사 활동을 했고, 이후에 출판사 일을 하게 되면서 평생 글과 떨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이 직업이 되었는데요.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읽는 것도 좋지만 저 같은 시사 관련 글을 쓰는 데는 신문 칼럼이나 사설 같은 논리적인 글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같은 주제를 다루되 진보와 보수, 상반된 입장에서 쓴 글을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해 드리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미디어는 가장 확실한 노후 보장책
앞으로 블로그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블로그라는 미디어가 대중화 된 것이 최근 2~3년이고, 또 최근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여타 소셜미디어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줘서 ‘블로그도 한 때의 유행이 아니겠느냐’하는 우려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저는 일단 글쓰기를 통한 콘텐츠 확산이라는 기본 흐름은 계속 간다고 봅니다. 그것이 블로그가 아닌 다른 형태를 띄게 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는 기반이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계속 익히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두고 싶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 개설 초기에 배너 하나 다는 것도 무진장 애를 먹었고, 개인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캠코더 장비 조작을 익히는데 많은 투자를 했거든요.
<1인 미디어만 전업으로 삼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는 유창선씨>
1인 미디어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1인 미디어는 가장 확실한 노후 보장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웃음). 육체적인 일은 나이가 들면 그만둬야 하지만, 글쓰기는 정신만 말짱하면 70이 넘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지금 생각으로는 적어도 65세까지는 오프라인 활동과 1인 미디어를 병행하고, 은퇴 이후로는 집에서 블로그나 SNS활동만 하고 싶습니다. 요즘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고 하는데, 그 최종적인 대안이 바로 1인 미디어인 셈이죠. 이런 시대에 SNS는 참 유용한 도구인 것 같습니다. SNS를 통해 혼자서 일을 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지식도 사회적인 활동으로 이끌어 낼 수 있어 그 가능성이 참 무궁무진한데요. 저는 앞으로도 1인 미디어를 통해 저의 활동을 알리는 발판으로 삼고, 수입도 얻는 도구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약 2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마치고 참여했던 블로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는데요. 1인 미디어에 대한 확고한 신념, 나아가 소셜미디어 시대의 생존방식(?)에 대한 귀중한 정보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 어쩌면 유창선님과 같은 1인 미디어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인생설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만남 제 1탄] 유창선 박사를 만나다. by 링크
[유창선 박사를 만나다] 유창선 박사님과의 따뜻한 이야기 by 레인보우
[지금만나러갑니다 1탄] 유창선 박사님과의 SNS이야기 by 해피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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