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회 전국체육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허희선(22·경성대)은 세살 때 불의의 사고로 오른 손목이 절단된 장애를 딛고 ‘희망의 창’을 던진 사나이.
그는 전국체전 취재기자단 투표에서 해머던지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이윤철(전북·한국체대)과 체전 11연속 3관왕에 등극한 역도 무제한급의 김태현(광주·광주시체육회) 등 강력한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영광을 차지했다. 창던지기 선수로서 온갖 고난과 상처에 굴하지 않은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김기봉 경성대 체육학과 교수와 황선건 감독은 지난 99년 말 진주고를 졸업하고 갈 곳이 없없던 허희선을 부산의 경성대로 불러들여 훈련시켰다. 지난해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착실한 훈련 끝에 75m를 넘기면서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고, 마침내 지난달 부산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77m33을 던져 4위를 차지하며 ‘예비 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인기가 폭발해 이 대회에 참가한 각 실업팀의 스카우트 대상이 됐다. 울산시청과 익산시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이번 체전에서 선수로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창던지기는 양팔로 균형을 맞춰야 제대로 기록이 나와 오른 손목이 없는 허희선에게는 절대 불리한 종목. 체육학과 학생으로 오전에는 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3∼4시간씩 맹훈련해 성적이 계속 향상된 허희선은 다른 선수처럼 6번의 시기를 모두 던지기는 힘들다. 비가 내린 지난 13일 남자일반부 창던지기 결승에서도 국가대표 박재명에게 5차시기까지 앞선 1위였으나 막판 체력저하로 시도조차 못한 6번째 시기에서 박재명이 허희선보다 70㎝를 더 던져 75m57의 기록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실업팀에 입단해 한국신기록을 세울 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대학원에도 진학해 지도자 수업을 받고 싶다”는 허희선은 “포기하고 싶을 때 이를 악물고 자신감을 버리지 않은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