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을 양육하는 행복한 권사
제2장 – 유능한 신앙 상담자가 되라
소주제 –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훈련하라
유능한 상담자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몇 가지 훈련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친밀한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 상담자와 피상담자가 라포(rapport)가 형성되지 않으면 상담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라포는 상담이나 의사의 진료, 그리고 교육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것은 신뢰와 친근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심리적 유대관계를 말한다. 즉,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 교회에서는 이미 거의 라포가 형성되어진 상태이다. 너무 잘 알고 있는 관계이고, 가정사나 인생사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상담이 그만큼 용이하다.
그런데 이 신뢰관계는 한편으로 부담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교회 안에서 너무 익숙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입견이 형성될 우려가 크다. 더구나 평소에 존경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인격을 보였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불신하게 되어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권사는 평소 자신의 신앙생활을 잘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인들에게 외면당하고 무시당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데 상대방이 “너나 잘 하라”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은혜로운 말을 사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상담이란 말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는 사역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면 상담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속에 있는 마음을 나에게 털어놓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상담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나는 언젠가 어느 대학 병원에 간 적이 있다.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국내에서 유명한 교회 권사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교회에서 호스피스 사역을 하는 분이셨다. 나는 거기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너무나 교양이 넘치는 자태를 엿볼 수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와 친절함이 배에 있었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부드럽고 온유했다.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몇 시간이라도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은혜롭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유능한 상담자는 바로 이러한 언어 훈련을 해야 한다. 피상담자가 자기 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의 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오히려 상담을 함으로 상처받고, 더 힘들어진다면 누가 상담을 하겠는가?
셋째, 상대방의 마음에 있는 말을 끌어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상담은 상처와 아픔과 고통을 가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담자는 상대방의 속사정을 알고 마음속에 감춰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에 감춰둔 고민과 탄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마음속에 감춰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
상대방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담자가 진실함과 진지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상담자가 건성으로 듣고, 마음의 아픔과 고통을 공감해주지 않는다면 입을 다물고 만다. 상담자는 “이 사람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이 사람은 나로부터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던지면서 피상담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태도나 가십거리로 삼으려고 하는 마음이 감춰져 있을 때 피상담자는 속사정을 말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아픈 마음을 충분히 공감해주어야 한다. 그를 정죄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아픔을 먼저 느껴주고 이해해주어야 한다. 상담자가 실패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섣불리 해답을 주려고 하는 것 때문이다. 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함께 따라가 주는 따뜻한 마음이다.
넷째, 상대방의 감정 흐름을 잘 살피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상담 중에 취하는 피상담자의 감정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얼굴 표정이 달라지고, 한숨이 섞여 나오고,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상담 중에 잠시 중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 시간이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이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며, 성령께서 일하시도록 하는 순간이다. 상담자는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인 수단으로도 말한다. 상담에서는 오히려 비언어적인 언어가 더 중요하다. 의사소통의 내용을 언어적 경로와 비언어적 경로를 통해 통계 분석한 결과 언어적 요소는 7%, 음성적 요소는 38%, 얼굴 요소는 55%였다.
피상담자가 경험하는 감정은 구가 사용하는 말의 내용이나 말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의 흐름들은 상담의 내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를 표면적 느낌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상담자는 대화의 부분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해석함으로써, 즉 ‘행간을 읽음’으로써 숨겨진 느낌을 포착할 수도 있다. 이렇게 추측된, 그리고 해석된 느낌을 심층적 느낌이라고 부른다. 상담자는 심층적 느낌을 근거로 피상담자와 그가 처한 상황의 본질이 어떠하리라고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상담자는 심층적인 느낌의 표현은 유보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피상담자에게 자신의 모든 관심을 기울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관심을 기울이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관심 기울이기 기술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나타내는 신체적 행동이다. 거동, 시선의 마주침, 얼굴 표정 등과 같은 이러 행동은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효과적인 관심 기울이기 기술은 그 당사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여섯째, 공감적 의사소통을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상담자는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이해를 말로 표현해야 한다. 공감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첫 단계는 바로 내담자 자신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지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내담자의 감정과 그가 처한 상황을 대표해줄 만한 적절한 말을 생각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내담자의 감정과 그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적 의사소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공감과 동정은 서로 다르다. 공감은 상담자가 피상담자의 입장에서 그와 같은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만약 내담자가 슬퍼하면 상담자도 슬픔을 느끼고, 그가 두려워하면 상담자도 두려움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경련, 땀에 젖은 손, 불규칙적인 심장박동 등과 같은)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내담자의 감정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지 다른 사람이 느끼는 바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를 돕기가 보다 용이해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공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담자가 상대방의 감정에 너무 지나치게 빠져들게 되면 상담이 진행되어야 할 방향을 상실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하는 여섯 가지는 상담자로서의 권사가 꼭 훈련해야 할 것들이다. 틈틈이 세심하게 훈련한다면 상담 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상담자로서의 권사가 상담할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이것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꼭 유념해야 할 기술들이다. 만약 여기서 한두 가지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상담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첫째,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주라.
교회 안에서의 상담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비밀 보장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 상담을 하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상담 내용을 설교나 교육에서 인용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누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자는 상대방과 나눈 대화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로 지켜주어야 한다. 평신도는 상담 내용의 비밀 보장에 대해서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권사가 심방을 하거나 교인들의 가정사에 대해서 알고 난 후 소문이 나서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니다.
둘째, 가정사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목회 상담을 할 때 자칫 가정사에 너무 깊이 개입함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깊은 내용을 상담하고 나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설교나 교육을 통해 비슷한 내용이 나와도 자신의 문제를 다룬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목회 상담을 하고 난 후에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을 보게 된다. 더구나 아무리 상담자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노력을 해도 도와 줄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셋째,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제이 아담스는 상담자로 인한 상담 실패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지나치게 동정적일 때이다. 둘째, 성급한 결론을 내릴 때이다. 셋째, 기본적 유형을 잘못 분석할 때이다. 넷째, 너무 감정적으로 개입할 때이다. 다섯째, 권위를 잘못 사용할 때이다.
상담자는 피상담자의 일방적인 말을 섣불리 판단하고 결정내리지 말아야 한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은 모든 상황과 사건을 자기 입장에서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상담자의 말만 듣고 그대로 판단을 내리면 사실을 크게 오해하고 왜곡시킬 수 있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다. 그렇다고 상담하러 온 사람을 징계하거나 불신하라는 뜻은 아니다.
넷째, 이성과의 상담을 피하라.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자와 피상담자 사이의 깊은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더구나 아픔을 가진 사람에 대한 동정심도 유발된다. 그러다보면 이성과의 상담에서 잘못된 관계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 간의 상담이 좋고, 굳이 이성과의 상담이 필요하다면 아주 조심해야 한다. 은밀한 장소나 밀폐된 공간을 피해야 한다. 자동차 안에서의 상담이나 외딴 곳에서의 상담을 피해야 한다. 상담실이나 회의실도 밖에서 보이도록 만들고, 상담할 때는 문을 살짝 열어 두어야 한다. 더구나 정서적인 친밀감이 생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관계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할 상담 내용까지 다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문가에게 위탁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교역자나 권사가 전문적인 상담자가 아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전문적인 상담자나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할 때도 있다.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전문기관에 의뢰해야 한다.
여섯째, 영적인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영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영적인 것으로 오판하기도 한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데도 귀신이 들려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고 기도원을 찾아가거나 예배하고 기도하면 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영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적인 세계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적, 혹은 심리적인 문제로만 치부해버린다. 그래서 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에 대한 분별을 잘 해야 한다.
일곱째, 상담 중에 발생하는 부적절한 의사소통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잡담, 과도한 불평, 소문, 의존관계의 간청, 남을 이간시키는 일과 같은 말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때는 피상담자의 감정이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어야 한다.
위에서 기술한 상담 기술을 잘 습득하고 훈련한다면, 권사는 유능한 영적 상담자, 영적 치유자가 될 수 있다. 교인들을 돌보고 양육하는 권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