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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4차(소리개재 → 왕자산 → 구절재 → 굴재)
2005년 8월 21일 (일요일) 흐림
▶ 개요
*8월 20일 (토요일)
-. 23:00 울산 구 코리아나 앞 주차장 출발
*8월 21일 (일요일)
-. 03:55 소리개재 도착
-. 04:30 소리개재 출발
-. 06:45 왕자산
-. 07:28 광산김씨 묘역
-. 08:40 439봉
-. 09:03 구절재
-. 09:20 ~ 10:00 중식
-. 11:28 428봉 (삼각점 확인)
-. 11:52 사적골재(연화정사)
-. 12:18 석탄사
-. 13:19 476봉 (삼각점 확인)
-. 13:53 굴재
-. 13:59 오룡리 (금일 정맥 도상거리 : 16.2km)
▶현재까지 호남정맥 종주 도상 거리 : 75km(사람과 산 종주 지도집 참조)
▶산행기
-. 03:35 소리개재 도착
집을 나설 때는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나왔으나 소리개제에 당도하여 도로에 내려서니 흔적만 있고 빗물이 말라있다. 새벽부터 갠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출발을 했는데 별빛도 없는 칠흑 같은 밤중이지만 다행히 비는 멎어 있다. 포장도로에 둘러 앉아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하여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절개지를 오르며 정맥을 잇는다. 새벽의 경황 중에도 승환(제가 잘못 알았읍니다. 너무도 큰 결례를 저지러고 말았읍니다. 바른 성함은 '성자 안자'입니다). 형은 나의 무릎 걱정이 많다. “슬기야 어지간하면 한 구간 빠지고 차에서 쉬고 있거라” 지리산을 함께하며 나의 상태를 직접 보고는 여러 가지 약도 천거해 주며 관심을 가져주셨다. “약도 먹고 있고 조금 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시도해 보고 여차하면 탈출할게요.”
-. 04:30 소리개재 출발
절개지를 올라서니 순이 싱싱한 고구마 밭이다. 연이어 생강 밭고랑을 따르다 임도 속으로 들어서서 잠시 이더니 다시 측백나무가 울타리처럼 서있는 곳에서 울타리를 따라 90도 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가니 등로가 없다. 잠시 헤매다 다시 돌아 나와 측백나무에서 직진으로 밭둑을 따르니 방성골 마을 뒤편도로와 만나고 도로를 가로 질러 밭고랑을 따르다 다시 마을 진입로를 만나 잠시 따르니 정맥과는 상이한 분위기라 표지기를 확인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다시 돌아 올라와 철수가 첨병으로 나서서 눈짐작으로 마루금를 차지한 고추밭을 가로 질러 한참을 헤매다가 표지기를 발견하고 등로를 회복하니 30여분의 아까운 시간이 깜짝 사이에 지나갔다. 정체불명의 소란 때문인지 마을의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단잠에 빠져있을 주민들에겐 참 미안하기도 하여 빨리 지나가고 싶지만 어둠에 묻힌 미로를 헤매느라 어쩔 수 없이 애를 먹는다. 고추밭이 끝나고 숲길에 접어더니 온통 빗물에 젖은 잡초가 키만큼 자라 무성하여 바지가 금방 흥건하게 젖어온다.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 마루를 회복하니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본격적 산행이 시작된다.
-. 06:45 왕자산(444.4 삼각점 확인)
정맥의 마루금은 왼쪽이 정읍시 산내면, 오른쪽이 산외면으로 면 경계를 이루며 서진을 하다가 봉우리 두개 넘고 가파르게 올라선 405봉(본인의 계측 고도)에서 우측으로 휘어지며 왕자산 까지는 북진이다. 여명이 밝아오고 그래도 새벽이 왔다고 새들의 울음소리도 간간이 들으며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시름시름 올라서니 작은 바위가 벤치 노릇을 하고 잠시 숨을 고르며 쉬다 나서니 ‘갈담 453 1991 복구’삼각점이 등로 한 쪽에 있는 왕자산 이다.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별 특징이 없다. 아! 이름값을 하느라고 우릴 새벽부터 길을 헤매는 시련에 들게 했나보다. 연이어 무덤 2기를 지나서 내려서며 왕자님과 작별을 고한다. 뭐 별로 보여줄 것도 없으면서 온통 가시덤불에 잡초들로 뒤엉킨 등로를 헤매며 오르게 하는 산이다. 생김새와는 달리 특이한 전설이라도 간직하고 있는지 산 아래 마을들의 이름도 특이한 것이 많다. 소군실, 무래실, 윗보리밭, 아래보리밭하며.
-. 07:28 광산김씨 묘역
-. 08:40 439봉
마을의 경운기 소리를 들으며 안부에 내려서니 여기도 정자나무가 참하다. 정자나무를 오른쪽에 끼고 야트막한 둔덕으로 올라서니 무래실골의 논길에 경운기를 몰며 두 분이 벌써 일터로 나와 있다. 안부에 올라서 다시 오르막이다. 오랜만에 보는 동우감나무를 지나서 가파른 된비알에 한바탕 땀을 흘리고 올라서니 400봉(07:53 본인계측 고도)이다. 아침 햇살이 퍼지는 소군실 마을이 평화롭다. 마루금은 이제 오른쪽에 칠보면을 두고 왼쪽으로 휘어지며 잠시 이더니 다시 등로는 가팔라지며 짧은 오르막이다. 아직 햇살이 완전히 퍼지지 않아서 인지 매미 울음소리가 힘이 없다. 450봉을 넘고 안부를 지나서 400봉을 향하여 힘겨운 사투 벌리고 있는데 경주대간 철자 씨가 지팡이로 낙엽을 치우며 무언가를 신기하게 관찰하고 있다. 버섯 같은데 꼭 연속극의 빠띠셰 삼순이가 만들어 놓은 케이크위의 생과자 같은 모양이다. 오른쪽 녹음사이로 구절재로 오르는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잠시후 439봉에 올라선다.
-. 09:03 구절재
439봉을 내려서니 30번 국도가 지나가는 구절재이다. 구절초가 많이 피는 잿마루 인가? 오른쪽이면 태인 방향이고 왼쪽이면 임실방향이다. 하얀 대리석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지키고 서있고 ‘산 좋고 물 맑은 살기 좋은 산내면’을 새긴 입석도 있다. 무릎에 이상이 온 학순이 형님이 더 이상의 산행은 어렵겠다는 판단으로 탈출을 결심함에 애마를 연결시킨다. 밤새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고 운전을 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 관계로 목적지에 미리 도착하여 잠들어 있을 손 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에 나의 목소리가 잦아 던다. 좀처럼 이런 탈출이 없었던 형님이신데 단단히 탈이 났나보다. 혼자 두고 갈려니 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혹 이 영감을 과수댁이 업어 가면 우짜노. 조타 카고 따라 갈 낀데.
“오늘따라 비가 온다 케서 휴대폰도 차에 두고 왔다 아이가”
“손기사가 도착해서 조우하면 바로 연락해 주이소”
이수 형님도 여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가 어렵게 돌아서서 발길을 떼어 놓는다.
“더덕 주 혼자 다 먹지 말고 우리 도착할 때 까지 기다리고 있으소 이!”
-. 09:20 ~ 10:00 중식
학순이 형님을 혼자 남겨두고 도로를 횡단하여 야트막한 둔덕으로 올라서 숲길로 접어들어 잠시 오르다 아침이 부실했던 관계로 일찍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적당한 터를 잡는다. 막 점심을 먹으려 하는데 아래에서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우리니 학순이 형님의 목소리다. 아! 애마가 도착을 했나보다. 잠시 후 폰이 울려서 받으니 손 기사님이다.
“산행하기 실은 사람이 있어만 내려오소 함께 가게”
제일 즐거운 점심시간 이다. 낙남 완주를 마치고 지리산을 하산하여 거림에서 내려오다 맺어진 우리의 환생 일을 기념하는 문제로 토론도 하고, 한가위로 인한 일정을 조정하고 나니 언제나 모자라는 점심시간이 여삼추로 지나갔다.
-. 11:22 428봉 (삼각점 확인)
송전탑을 지나서 본격적 오르막에서 막 씨름을 시작하려고 샅바를 잡는데 무리 진 사람들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울산 참고래 산악회 입니까?” 먼저 말을 걸어오며 반갑게 인사한다. “네!” “저희는 창원의 마루금 사람들 입니다”기세에 눌려서 길을 비켜주고 옆으로 선다. 조금 전 구절재에서 시작했으며 개운치 까지 진행을 한단다. 1대간 9정맥 중 이곳 호남만 완주하면 모두 마친단다. 와! 부럽다. 뒤이어 젊은 아가씨도 포함된 후미 그룹이 지나간다. 마루금 사람들은 지난 차주에 여우치 마을을 내려서 도로가에 주차된 그들의 버스를 통해서 알았고, 또 자상하신 한 분이 산행 중 모자를 주웠다며 그 모자가 우리팀원의 것 인줄 알고 우리 카페에 들려 글을 남겨주신 인연이 있는 산악회다. 왼쪽으로 윗하궁실 마을을 조망하며 봉우리하나 넘고 진행 방향이 남서진으로 바뀌며 가파르게 내려서 다시 잡초가 무성한 무덤이 자리를 차지한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지나 철탑을 지나고(10:58) 까 팔진 오르막을 오르면 428봉이다(11:22). 별 특징은 없고 ‘정읍 478 1997 재설’ 삼각점이 있다.
-. 11:52 사적골재
428봉을 내려서서 작은 봉우리 하나 넘고 가파른 잡초동굴 내리막을 지나니 앞이 확 튀면서 건너 쪽 사면 도로 옆에 민가와 연화정사가 있는 사적골재다. 연화정사 앞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석탄사로 가는 길임을 알리는 화살표가 있다. 길가 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한다.
-. 12:18 석탄사
왼쪽에 연화정사를 두고 산사면 소로를 따라 올라서니 다시 석탄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만나고 우린 그 도로를 따른다. 잠시 후 왼쪽 산 숲 속으로 소로를 따라 표지기가 나부끼고 있으나 계속 도로를 따라 석탄사로 간다. 왼쪽에 높은 봉우리를 두고 우회하는 꼴이다. 좁은 절벽위에 터를 잡고 도량을 세운 석탄사 입구에는 옛 고풍이 풍기는 석탑과 종이 있고 대웅전 옆에는 석불상 부처님도 3분이 계신다. 도량을 조용히 지나쳐서 요사체 뒤로 난 소로로 올라서니 작은 안부에 희미한 도로가 있다. 철수는 그 길을 따라 정찰을 갔다며 보이지 않고 잠시 쉬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 나서는데 난 의심이 발동하여 산사 뒤편의 마루를 따라야 정로임을 주지시키며 만약 샛길 흘렀다가는 엄청 돌아야하는 불행한사태가 올 수 있지 않겠냐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자 산행대장 김내곤 선생을 위시하여 모두가 도리어 나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본다. 묵시적 동조 하에 우회로를 통하여 잠시 나아가니 어제까지 내린 비로 인해 작은 도랑이 생겨있다. 갑자기 물을 보자 모두들 생기가 돋는다. 머리를 감고, 얼굴의 땀도 훔쳐보고, 모자도 행구고, 사막을 건너다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럴까? 얌전한 오르막을 올라 잠시 만에 안부를 만나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정맥의 정도를 회복하고 보니(12:35) 등로 주변에 온통 파란 어름이 조롱조롱 달려 있다. 술을 담아 먹으면 좋다는 말에 성안 형, 삼래 아우는 따기에 여념이 없다.
-. 13:19 476봉 (삼각점 확인)
얌전한 등로에 오랜만에 만나는 조리대(산죽) 숲이 잠시 이더니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으로 올라서니 476봉이다(12:55). ‘정읍 476 1984 재설’삼각점이 있다. 왼쪽으로 국사봉(655.1), 깃대봉(517.3)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다. 이제 남은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자리를 잡고 남은 간식을 꺼내서 먹으며 쉰다. 경미하나마 무릎에서 적신호를 보낸다. 여간 조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모두들 걱정해주고 염려해주는 덕택이다. 현자 씨가 추천해준 약을 복용하고 보니 벌써 효험이 있나보다 지난주 고헌산에서 경험했던 대로 지금쯤은 탈출을 하여 학순 형님과 더덕주로 반 술에 취해 있겠지?
-. 13:50 굴재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 안부를 지나고 지도상에는 삼각점도 있다는 553봉이 남아있어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섰지만 다행인지 오른쪽에 봉우리를 두고 그 아래로 크게 우회를 한다. 오늘의 구간은 등로가 너무 희미하고 온통 잡초덩굴로 덥혀있어 애를 먹는 구간이다. 작은 봉우리 하나 넘고 병이 들어 힘을 잃은 소나무 숲 속에 촉촉한 등로가 미끄럼틀 같은 내리막을 지나 등로가 얌전해지며 숲을 빠져 나오니 왼쪽으로 오룡리 마을이 보이고 안부를 복분자 밭으로 일구어 놓은 굴재이다. 오룡리 마을로 내려서는 길옆에는 ‘오룡 천주교 성지’의 내력을 새긴 간판도 있다.
-. 13:59 오룡리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세 방향으로 산이 둘러져 있고 작은 분지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우리 내 시골이다. 마을회관 옆에는 오랜만에 보는 다알리아 꽃이 눈웃음치듯 이방인을 반긴다. 비가온 뒤라 도랑에 흐르는 물도 깨끗하여 눈을 피할 수 있는 자리를 잡고 몸을 눕혀 더위와 땀을 씻어낸다. 한 구간 한 구간을 힘들게 하는 만큼 보람과 희열도 크다. 또 땀을 많이 흘린 만큼 보잘 것 없는 작은 개울에 누워서도 큰 기쁨을 맛보는 이 맛에 우린 오늘도 잡초 덩굴의 온갖 방해를 뚫고 여기에 섰는가 보다. 그리하여 이 땅의 정맥을 걷고 다시 백두를 걸을 것 이다.
오늘하루 무엇보다 비를 피하게 해준 일진에 감사하며 다음 마루금을 연결하는 날 다시 찾기로 하고 오룡리와 작별한다.
-. 돌아오는 길에
오룡리 마을을 벗어나 21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 강천산 입구를 지나서 순창을 얼마간 앞두고 도로변에서 적당한 식당을 발견하여 내리려고 하는데 빗줄기가 굻어진다. 지난차주 산행 때 채취한 더덕으로 술을 담가서 가져온 학순이 형님 덕택에 더덕주 건배로 무탈 산행을 자축하며 적당하게 취해서 애마에 오르며 하루를 접는다.
첫댓글 어이 차기자 종주기 신다고 욕바심다.. 중도포기가 오점을 남겼구려 .. 오강이 터진다는 열매는 복군자가 아니라 복분자 일세.. 정정요함니다.
일찍 문안도 드리지 못하고 죄송합니다......칼날 같은 지적 즉시 수정 하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