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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야기
개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2)
큰 묘지에서 몇 백 마리 개를 거느린 채 살아가는 개가 있었다. 어느 날 왕은 동산에 나가 놀다가 늦게 돌아왔고 사람들은 가죽끈을 매어 둔 수레를 그대로 뜰에 둔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비가 내려 가죽끈이 물에 젖자 궁중의 귀한 개들이 그 가죽끈을 모두 먹어버렸다. 이튿날 사람들이 왕에게 들에 사는 개들이 하수구로 들어와 수레의 가죽과 가죽끈을 모두 먹어버렸다고 말했다. 왕은 화가 나서 모든 개들을 죽여버리라고 명령한다. 이 사실을 들은 개는 ‘이는 왕궁 속에 사는 귀한 개의 짓이다. 진짜 도둑은 아무 일이 없고 죄 없는 자들이 잡혀 죽는다.’고 생각하고 개들을 안심시킨 뒤 왕궁으로 들어간다. 개는 왕의 평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나오지 않자 왕과 대화를 하게 된다. 조목조목 따지면서 개는 가죽끈을 먹은 개는 왕궁의 개임을 증명해 보인다. 궁중의 개에게 길상초를 탄 낙장을 먹이자 가죽을 모두 토해냈기 때문이다. 왕은 개의 교훈을 따라 자신의 음식을 개에게 공양하며 선행을 쌓았다.
거북의 전생이야기 1(본생경 215)
설산지방의 한 호수에 살고 있는 거북이에게 먹이를 구하려 찾아왔던 두 마리의 거위가 나타나 서로 신뢰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그들은 거북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설산의 황금굴은 대단히 살기 좋은 곳이니 함께 가자.’고 권했다. 그들은 거북이에게 막대기를 물게 하고 양쪽 끝을 각각 발로 쥐고는 하늘로 날아갔다. 거북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다짐을 하면서... 이렇게 두 마리의 거위에게 매달려 가는 거북을 보고 마을의 소년들이 떠들어댔다. 거북은 소년들에게 쏘아주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빠르게 날아가던 그들은 바라나시 왕궁 위에 이르렀는데 거북은 끝내 말을 참지 못하고 입을 벌린 순간 밑으로 떨어져 왕의 뜨락에서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왕이 현장에 와서 거북이 하늘에서 떨어진 연유를 현자에게 물으니 현자는 이 모든 사실을 다 알아차리고는 왕에게 말했다.
‘대왕님, 쓸모 없이 너무 말이 많은 사람은 이같은 괴로움을 당하게 됩니다.’ 왕은 그 말이 자신을 가르켜 하는 말인 줄 알아채고 그 후 쓸데 없는 말이 적어졌다.
거북의 전생이야기 2(본생경 345)
매우 게으른 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다. 그의 대신은 왕을 깨우칠 궁리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대신들과 함께 동산을 거닐다가 거북 한 마리를 보았다. 왕이 저 동물이 무엇이냐고 묻자 대신은 ‘거북이라는 게으름뱅이로서 종일 걸어도 한치나 두 치 밖에 가지 못한다.’고 아뢴 다음 거북이에게 말을 걸었다. ‘거북아, 그렇게 느린데 산불이라도 나면 어쩔 작정이냐?’고 묻자 거북은 ‘나무 구멍과 땅의 동굴이 많지만 거기에 몸을 숨기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고 대답했다. 대신은 다시 거북에게 ‘느려야 할 때 급하고 급해야 할 때 느린 사람은 이익이 없다. 느려야 할 때 느리고 급해야 할 때 급하면 그 이익이 자꾸 커진다.’라고 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이는 자신에게 충고하는 것이라 깨달았고 그 뒤로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거북의 전생이야기 3(본생경 178)
큰 강과 잇닿아 있는 큰 호수가 있었다. 그 호수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나면 강과 하나가 되고 물이 마르면 강과 떨어진 호수가 되었다. 이 호수에 살고 있는 고기와 거북이들은 그 해에 비가 많은지 적은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온전히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어느 해에 비가 적게 올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고기와 거북이들은 호수에서 나와 전부 강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어느 거북 한 마리가 ‘여기는 내가 난 곳, 자란 곳, 부모와 함께 살던 곳이다. 나는 이곳을 버리고 갈 수 없다.’고 하면서 강으로 가지 않았다.
마른 계절이 돌아오면서 호수의 물이 점차 말라가자 거북은 진흙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어느 날 병을 만드는 사람이 진흙을 파가기 위해 삽으로 땅을 파다가 거북의 등을 찍었다. 거북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애착을 끊지 못해 이렇게 몸을 망치는구나’라고 한탄하면서 숨을 거두었다.
게
1. 게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67)
설산의 큰 호수에 황금빛 큰 게가 살고 있어 게호수라고 불리웠는데 그 게는 매우 커서 코끼리도 잡아먹을 수가 있었다. 코끼리 우두머리의 새끼로 태어난 아기 코끼리는 무럭무럭 자라 힘이 센 어른이 되자 암코끼리와 결혼하였다. 이제 저 게를 잡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코끼리는 아내를 데리고 돌아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결국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낸 코끼리는 코끼리 떼를 이끌고 게호수로 갔다. 게가 집게발로 무는 때가 물에서 다시 언덕으로 올라올 때임을 알고 ‘자신이 맨 뒤에서 올라오겠다.’고 말한다. 코끼리 떼가 호수에서 먹이를 먹고 언덕으로 오르자 게는 맨 뒤에 있는 아들 코끼리의 다리를 세게 물었다. 코끼리는 다리를 당겼으나 오히려 물 쪽으로 끌려 갔다. 다른 코끼리들은 공포에 떨며 똥을 싸고 도망갔고 암코끼리도 내닫기 시작했다. 코끼리가 암코끼리를 부르자 그녀는 되돌아와 게에게 자기 남편의 다리를 놔 달라고 간청한다. 게가 여자의 간청에 마음이 움직여 남편의 발을 놓아주자 코끼리는 눈치를 보아 게의 등을 세게 짓밟았다. 코끼리가 환성을 지르자 코끼리들이 다시 모여들어 게를 평지에 끌어다 놓고 발로 밟아 가루로 만들었다.
2. 금빛 게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89)
왕사성 동쪽 바라문촌에 태어난 보살은 성장하자 그 재산을 물려받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전생에 보살이었던 이 바라문은 그 공덕으로 눈에 아름다운 광채가 있고 깨끗하였기 때문에 그 평판이 널리 퍼져 있었다.
어느 날 논에 나갔다가 이 바라문은 그 논 끝에 있는 큰 연못으로 세수를 하러 갔고 거기에서 아름답고 사랑스런 금빛 게 한 마리를 보았다. 그가 세수하려고 할 때 그 게가 곁으로 다가와서 그는 게를 잡아 겉옷에 싸 가지고 논으로 돌아갔다. 논에서 일을 다 마치고는 다시 못으로 가서 게를 연못에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논에 갈 때마다 그는 연못으로 가서 그 금빛 게를 겉옷으로 싸서 가지고 온 다음 논일을 마친 후에 다시 게를 연못에 놓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사이 이 바라문과 게 사이에는 우정이 쌓였다.
그 논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다라나무 위에는 까마귀 한 쌍이 살고 있었는데 암까마귀는 바라문의 눈이 아름답고 광채가 나는 것을 보고는 그 눈을 먹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수까마귀를 시켜 근처에 살고 있는 검은 뱀을 길들이도록 하였다. 뱀은 자기를 돌보아주는 까마귀를 위해 그 바라문을 죽이겠다고 약속했다.
어는 날 아침 뱀이 바라문이 다니는 논길 옆 덤불 속에 숨어서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라문은 그날도 연못으로 가서 금빛 게를 싸 가지고 논길로 돌아왔다. 뱀은 잽싸게 바라문의 다리를 물었고 그가 쓰러지자 제 집으로 도망쳤다.
금빛 게는 재빨리 옷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수까마귀가 날아와 바라문의 눈을 쪼으려고 하자 게는 강력한 집게발로 얼른 까마귀의 목을 꽉 집었다. 게는 까마귀의 기운을 뺀 뒤 집게발을 약간 느슨하게 하였더니 까마귀는 뱀을 부르며 구원을 요청하였다.
뱀이 다시 나타나 게에게 덤벼들었지만 게는 뱀마저 다른 집게발로 꼭 잡았다. 약간 숨통을 놓아주자 뱀은 게에게 ‘당신은 까마귀 고기도 뱀 고기도 먹지 않는데 왜 우리를 붙잡았느냐’고 물어본다.
게는 ‘바라문과 나는 친구이며 그가 죽으면 나에게도 고뇌가 생긴다’고 하였다. 뱀은 ‘저 게를 속여 나와 까마귀의 목숨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바라문의 몸에 들어간 독을 빨리 제거해야 된다고 말한다.
게는 뱀의 속셈을 다 알면서 뱀의 몸을 약간 풀어 독을 제거하도록 하였다. 바라문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자 게는 ‘이들을 놓아주면 내 친구가 언제나 위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두 팔에 힘을 주어 그들의 목을 끊어버렸다.
그것을 본 암까마귀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고 바라문은 게를 다시 연못에 넣어 주었다. 그 뒤로 그는 게와 더욱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공작
1. 대공작왕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91)
암컷 공작이 먹이를 구하다가 황금빛 알을 낳아 땅에 떨어뜨렸다. 때가 되자
공작 새끼는 제 힘으로 알을 깨고 나와 금빛 공작새로 성장했다. 푸른 공작들은 이 공작새를 왕으로 추대했으나 왕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고는 공작새 무리를 떠나 고요하고 안전한 설산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산맥을 넘어 네 번째 산에 이르자 그 숲 속에 있는 연꽃 연못을 발견하고 그 근처 언덕 동굴에 자리를 잡았다. 그 곳은 밑에서 올라갈 수도, 위에서 내려올 수도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 어느 날 어떤 사냥꾼이 산꼭대기에 앉아있는 그 공작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죽을 때 아들에게 ‘누가 금빛 공작을 찾으면 네 번째 숲 속에 있다는 것을 알려드려라’고 말했다. 어느 날 바라나시 왕비가 금빛 공작이 설법하는 꿈을 꾸고는 그 공작을 구해 달라고 왕에게 졸랐다. 왕은 전국의 사냥꾼을 모아놓고 금빛 공작을 잡아오라고 하였다. 아버지에게 금빛 공작의 이야기를 들은 사냥꾼은 왕에게서 많은 재물을 받고 그 근처에 가서 덫을 놓았다. 그러나 오랜 세월 덫만 놓고 기다리다가 사냥꾼도 죽고 왕비도 죽었다. 왕은 공작 때문에 왕비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금판에 ‘설산에 금빛 공작이 있다. 그 고기를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고 써서 나무함에 넣고는 그도 죽고 말았다. 그 뒤에 다른 왕이 금판의 글씨를 보고는 사냥꾼을 보냈으나 세월만 보내고 사냥꾼도 죽고 왕도 죽었다. 이리하여 여섯 왕이 죽고 여섯 사냥꾼도 설산에서 죽었다. 일곱째 왕이 보낸 일곱 번째 사냥꾼은 암놈 공작을 잡아 금빛 공작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게 했다. 마음이 흔들린 공작이 결국 덫에 치어 발이 묶이었다. 사냥꾼은 오랫동안 잡히지 않은 훌륭한 공작을 왕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활로 그 줄을 끊어버리려고 하였다. 금빛 공작은 이 사냥꾼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사냥꾼으로 하여금 살생의 마음을 없애준다. 사냥꾼은 자신의 집에 있는 모든 새들도 풀어주고 신통을 얻어 산으로 간다. 금빛 공작도 무사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2. 바베루 나라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39)
공작으로 태어난 보살은 점점 자라나면서 아름다운 빛깔이 되어 숲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상인들이 새가없는 바베루 나라로 까마귀를 가지고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은 처음 보는 까마귀를 신기하게 여기며 팔기를 요구했다. 상인들은 마지못해 파는 척 하면서 비싼 값에 그 까마귀를 팔았다.
그들은 까마귀를 황금 새장에 넣어두고 온갖 고기와 맛있는 먹이를 먹이면서 길렀다. 새들이 살지 않는 그 나라에서는 열 가지 악덕을 가진 까마귀도 크게 명예로울 수 있었다.
그 뒤에 자기 고장으로 돌아간 상인들은 공작새 한 마리를 잡아 여러 가지 재주를 가르친 후 다시 바베루 나라로 그 공작을 가지고 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공작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울자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감탄하여 그 공작새를 팔라고 졸랐다.
상인들은 ‘가지고 오는 새마다 팔라고 한다.’면서 버티면서 결국에는 큰 값을 받고 공작새를 팔았다. 그들은 칠보로 아로새긴 새장에 공작새를 넣어두고 까마귀보다도 더 좋은 음식으로 길렀다. 공작새(보살)는 가장 명예로운 상징이 되었다.
그리하여 공작새가 온 뒤로 까마귀에 대해서는 대접과 존경이 아주 많이 떨어져 버렸다.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다. 까마귀는 할 수 없이 먹이를 찾기 위해 쓰레기더미 속으로 내려왔다.
나찰, 야차
1. 상자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36)
한 선인이 설산에 들어가 신통과 선정을 얻고 야생의 과일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 근처에 아수라가 살고 있었는데 가끔 선인에게 와서 법을 들으면서도 큰 길에 나가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먹었다. 그 때 가문이 좋은 미모의 처녀가 시집을 갔다가 친정을 다녀오는 길에 아수라와 마주쳤다. 호위하는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자 아수라는 그 여자의 미모에 반하여 집으로 데려가서 아내로 삼았다. 그 뒤로 맛난 음식과 아름다운 옷과 보석으로 그녀를 치장하고는 상자에 넣어 입으로 삼켜서 뱃속에다 그녀를 보호하였다. 어느 날 아수라는 목욕을 하려고 호수로 가서 상자를 토해 그녀를 꺼내서는 목욕을 시킨 후 바람을 쐬도록 하고 그 근처에서 자신도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바람의 신 바유의 아들이 공중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녀가 손을 흔들어 그를 불렀다. 그녀는 바유의 아들을 상자에 넣고 그 위에 앉아 있다가 아수라가 다가오자 상자 속으로 들어가 눕고서는 외투로 덮었다. 아수라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삼킨 뒤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선인에게 간 지 오래 되었다며 그를 찾아갔다. 선인은 멀리서 아수라를 보고 또 뱃속에 두 사람이 들어있는 것을 알고는 ‘세 사람의 벗’이라고 말하였다. 아수라는 그 이유를 묻고 나서 뱃속의 상자 속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는 상자를 토해냈다. 바유의 아들은 칼을 든 채 공중으로 날아가고 아수라는 선인의 지혜를 찬탄한다. 아수라는 ‘뱃속에 넣어도 여자는 지킬 수 없다.’고 말하며 그 여자를 버리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2. 삼법의 전생이야기(본생경 58)
성질이 나쁜 원숭이 우두머리가 그 새끼들이 크게 되면 자기의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 수컷 새끼들을 전부 거세해 버렸다. 그러던 중 어느 암컷 원숭이가 새끼를 밴 줄 알고 숲 속으로 달아나 새끼를 낳았고 그 새끼는 매우 힘이 센 원숭이로 성장했다. 새끼는 어미를 졸라 원숭이 무리에게로 갔으나 우두머리 원숭이는 그 새끼 원숭이를 죽이려고 꼭 안아서 몸통을 조였다. 새끼도 마주 몸통을 조이니 우두머리는 뼈가 부서지는 듯 아팠다. 우두머리는 꾀를 내어 그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말하면서 연못의 여러 가지 연꽃을 꺾어 오라고 시켰다. 새끼는 연못으로 가서 못 가의 발자국을 살펴보고는 나찰이 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내려간 발자국만 있고 올라온 발자국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끼 원숭이는 이 쪽 언덕에서 날쌔게 뛰어 연꽃을 꺾어서는 저 쪽 언덕에 내렸다. 이와 같이 오가면서 꺾은 꽃을 한 장소에 모으자 나찰이 물을 가르고 나타나 원숭이를 칭찬한다. 새끼 원숭이가 꽃을 들고 가려고 하자 나찰은 ‘훌륭한 이를 위해 자기가 들고 가겠다.’고 하면서 새끼를 뒤따라오니 멀리서 이 광경을 본 우두머리 원숭이는 심장이 일곱 갈래로 찢어져 그 자리에서 죽었다.
3. 노음촌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0)
어느 연못에 나찰이 살고 있으면서 그 못에 내려오는 사람을 모두 잡아먹었다. 그 근처에 8만의 원숭이 무리를 거느린 원숭이 왕이 살고 있으면서 항상 새로운 장소에는 늘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왕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원숭이 무리가 어떤 연못을 발견하고는 그 물을 마시지 않고 원숭이 왕이 오기를 기다렸다. 원숭이 왕은 연못가를 차분히 조사한 후 사람이 내려간 발자국만 있고 올라온 발자국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 연못에는 나찰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푸른 배, 휜 얼굴, 빨간 손발의 나찰은 물에서 나타나 이 물을 먹으라고 권했다. 원숭이 왕은 갈대를 꺾어 그 속의 마디를 뚫어 하나로 통하게 했다. 그리고는 원숭이 무리가 꺾어온 갈대를 입으로 불어 통하게 한 다음 하나하나 되돌려 줬다. 원숭이 왕은 다시 모든 원숭이 무리를 위해 그 연못가에 있는 모든 갈대는 속이 통해 버리라고 말하자 모든 갈대의 속이 비었다. 8만의 원숭이 무리는 갈대를 하나씩 들고 연못가에 둘러앉아 연못의 물을 빨아 먹었다. 나찰은 원숭이들을 어쩌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도깨비
도깨비기와는 우리말로 바래기기와, 한문으로는 망와(望瓦)라고 불러왔다. 글자 그대로 지붕 위에서 삿된 것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망을 보는 상징물이다. 어딘지 어리숙하기도 하고 사람에게 속기도 하지만 사람이 함부로 할 수 없는 능력과 힘이 있어서 그리 만만한 존재는 아닌 것이 도깨비 이미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 느낌들은 일제시대에 일본인 학자들이 이 도깨비기와를 귀면와(鬼面瓦)라고 부르면서 사람에게 해가 되는 나쁜 이미지의 귀신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도깨비 얼굴에 대해서는 주로 용의 얼굴, 사자 얼굴, 도깨비얼굴이라는 세 가지 학설이 대립돼 있으나 그 힘찬 모습은 우리의 조상인 치우천왕의 철가면에서 유해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치우천왕은 우리 민족의 14대 자오지환웅이며 중국의 시조인 황제와 탁록에서 대격전을 벌인 인물이다. 이 전쟁 이후에 중국에서도 전쟁의 신으로 받들어진 치우천왕은 바로 [붉은 악마]의 공식 캐릭터로 되살아났다. 이 고대의 전쟁은 사마천의 [사기]나 [환단고기]에 기록되어 있고 이 싸움에 또한 날개달린 용이 등장함으로 이를 요약한다.
동자
1. 소연화왕의 전생이야기(본생경 193)
바라나시 왕의 첫째 왕자로 태어난 연화동자는 아우 여섯 명이 있었다. 일곱 왕자가 차츰 성장하자 왕은 자신의 왕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다른 곳에 살다가 내가 죽거든 돌아와 왕위에 오르라.’고 하면서 그들을 내어 쫓았다. 일곱 왕자는 그 아내들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가 헤매고 다니다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여자는 다시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가장 젊은 여자를 죽여 열 세 몫으로 나누어 그 고기를 먹었다. 연화동자와 아내는 두 몫을 받아 한 몫만 먹고 한 몫은 남겨 두었다. 엿새가 지나는 동안 여섯 여자가 죽고 일곱째 날 연화동자의 아내를 죽이려하자 동자는 남겨 놓았던 여섯 몫의 고기를 동생들에게 주었다. 그들이 그 고기를 먹고 집에 있을 때 연화동자는 아내를 데리고 도망쳤다. 동자가 아내를 업고 숲을 나왔을 때 아침 해가 떠올랐고 아내는 목이 마르다고 졸랐다. 동자는 자기의 오른 무릎을 칼로 째고 그 피를 아내가 빨아 먹게 하였다. 두 사람은 갠지스강가에 도착하여 물과 열매를 먹고 좋은 장소에 암자를 짓고 거기에서 살았다. 어느 날 왕을 해친 도적이 손발과 귀를 베인 채 떠내려 오자 동자는 자비심을 발해 그를 구해다가 돌보아 주었으나 아내는 더러운 불구자를 돌본다며 그 도적에게 침을 뱉었다. 그의 상처가 점차 나아지자 동자는 숲 속으로 들어가 나무 열매를 주워다 그들을 먹게 하였다. 그러는 사이 동자의 아내는 그 사내와 불륜을 저지르고는 오히려 그 남편을 죽이려고 산으로 데려 갔다. 산신에게 공물을 올린다며 산꼭대기로 올라간 아내는 동자를 골짜기로 밀어트렸다. 아내는 동자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가 그 도적과 같이 살았다. 동자는 골짜기로 굴러 떨어지다가 어느 덤불에 걸렸는데 오고 갈 수가 없어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었다. 우연히 큰 도마뱀이 근처의 나무 열매를 먹으러 왔다가 동자를 발견하여 큰 길까지 업어다 줬다. 동자는 어느 마을로 들어가 거기서 살다가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바라나시로 돌아가 왕위에 올랐다. 그 사이 동자의 아내는 그 불구자 사내를 업고 마을로 가서 먹을 것을 동냥해 그를 봉양했다. 또한 부부라고 거짓말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충실한 아내’라고 믿게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나시의 연화왕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으니 남편을 데리고 그 곳으로 가라.’면서 튼튼한 버들상자를 주었다. 이 방탕한 아내는 그 불구자를 태우고 바라나시로 간 다음 연화왕의 구휼소에서 음식을 얻어먹으며 살게 되었다. 연화왕이 구휼소에 왔다가 예전의 아내를 알아보고는 신하에게 그 여자는 누구냐고 물어보자 신하는 ‘남편에게 충실한 여자’라고 대답했다. 왕이 그 여자에게 직접 묻자 그 여자는 ‘이 사람 집에서 정해준 남편’이라며 거짓말을 했다. 왕자는 자기가 죽였고 지금의 왕이 그 왕자인 줄 까맣게 몰랐기 때문이다. 그 때에 왕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그 여자의 죄를 밝혔다. 그리고는 분노를 참고 버들상자에 그 여자를 맨 다음 그 위에 도적 불구자를 실어서 나라 밖으로 쫓아버렸다.
2. 소보리(小菩提)동자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43)
가시국 큰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보살은 이름을 보리 동자라 하였다. 그는 성장하여 온갖 학문과 예능을 밸운 후 천녀처럼 아름다운 좋은 집안의 처녀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잠자리를 하지도 않았으며 정욕을 우해 서로 바라보지도 않았으며 꿈속에서 조차 서로 사랑을 나눈 일이 없었다. 그들이 서로 계를 지키는 행동이 깨끗하고 맑았다.
그 뒤에 부모가 죽은 뒤 같이 출가하여 적당한 곳에 집을 짓고 과일을 먹으면서 10년 동안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깊은 선정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장소를 옮겨 바라나시로 와설 왕의 동산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날 왕이 동산으로 놀러 왔다가 출가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특히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는 큰 애착심을 일으켜 동자에게 물었다. 동자는 ‘저 여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같이 출가하여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속가에 있을 때에는 저의 아내였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왕은 여자를 데려가도 마음의 집착이 없다는 동자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한 뒤 슬피 우는 여인을 데리고 궁중으로 돌아갔다.
왕은 왕궁 안에서 그 여인에게 귀한 대접을 해주었으나 여인은 오히려 세속적 명예의 부질없음과 출가의 이익을 말할 뿐 마음이 흔들림이 없었다. 왕은 여인을 가두어놓고 동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보았다. 아무 일 없는 듯이 낡은 옷을 깁고 있는 동자를 보고 왕은 분노에 대하여 서로 문답을 하게 된다. 결국 왕은 이 동자가 이미 집착과 분노를 여읜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을 확인하고 왕의 동산에 오래 살 수 있도록 허락했다.
또 그 여인도 동자에게 돌려보내 같이 출가의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여인이 죽은 후 동자는 설산에 들어가 해탈과 신통을 얻었다.
말
1. 준마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3)
황금 그릇에 여러 가지 맛난 반찬을 곁들인 3년 묵은 쌀밥을 먹으며 왕의 사랑을 받는 말이 있었다. 다른 나라 왕들도 바라나시 왕위를 탐내어 어느 때 일곱 나라 왕이 성을 포위하고 왕위를 요구했다. 왕은 기사를 뽑아 그들과 대적하라고 하자 기사는 저 말을 준다면 전 세계의 왕과도 싸울 수 있다고 한다. 기사는 무장을 하고 마구를 차린 그 말을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 첫째 왕을 사로잡아 왔다. 차례로 적진을 쳐부수며 다섯 왕을 사로잡아 왔다. 여섯째 왕을 사로잡을 때 말은 부상을 당하여 피를 흘리며 고통이 심하였다. 기사가 말의 마구를 벗겨 다른 말에 채우고 싸우려 하자 왕의 말은 ‘만약 저 말을 쓴다면 일곱째 왕도 사로잡을 수 없고 내가 이루어 놓은 공도 수포로 돌아간다. 저 기사도 죽고 왕고 적의 손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생각하고는 기사에게 자신에게 마구를 다시 채운 후 싸우라고 했다. 상처를 싸매고 나간 말은 결국 일곱째 왕을 사로잡아 돌아왔다. 말은 왕에게 일곱 왕을 살려주라고 하고 모든 영예를 기사에게 돌려주라고 청했다. 사람들이 마구를 풀자 말은 그대로 죽었다. 왕은 말의 청대로 일곱 왕을 살려서 돌려보내고 기사에게 큰 명예를 줬다.
2. 강복신두마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54)
어떤 상인이 5백 마리의 말을 몰고 바라나시로 팔러 가는 도중, 교외의 큰 저택에서 묵게 되었다. 그 저택은 부호 상인이 살다가 죽고 난 뒤 차츰 가족들도 죽어서 노파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마침 이 날 한 마리 암말이 새끼를 낳았다.
이 상인이 2,3일 후 떠나려 하자 노파는 숙박료를 요구했고, 숙박료 대신 새로 태어난 망아지를 받게 되었다. 노파는 그 망아지를 자식처럼 아끼며 쌀겨와 밥, 죽, 풀 따위를 먹여 길렀다.
그 뒤 어떤 상인이 다시 5백 마리 말을 몰고 와 그 집에 묵으려 하였는데 외양간의 냄새를 맡은 말들은 그 집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집에 돌아온 망아지를 본 상인은 아주 훌륭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데려갈 궁리를 하였다. 2,3일 후 그 상인은 노파를 설득해 망아지를 사기로 하고 엄청난 금액을 지불한 후 눈물을 흘리는 망아지를 데리고 떠났다.
상인은 이 망아지를 왕의 동산에 데려간 후 왕이 보는 앞에서 달리게 하였다. 어찌나 빠른지 망아지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연못 위를 달리게 해도 그 발굽에 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왕은 만족하여 그 상인에게 나라의 상징의 말로 삼았다. 말이 사는 곳을 왕궁처럼 꾸미고는 극진히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이 말이 이 나라에 온 뒤로 모든 남섬부주의 통치권은 이 왕에게 저절로 돌아갔고 또한 깨끗한 보시를 행하는 공덕을 쌓은 후 천상에 태어났다.
물고기
1. 물고기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4)
어느 때에 어부들이 강에 나가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고 있었다. 마침 큰 고기 한 마리가 애욕에 끌려 암컷과 함께 장난치면서 그물 가까이 오고 있었다. 암컷은 그물 냄새를 맡고 재빨리 되돌아 갔지만 수컷은 애욕에 판단이 흐려져 어부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어부들은 그물을 끌어올려 잡은 수컷을 모래밭에 던져 놓고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끼울 꽂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고기는 ‘불에 굽히는 고통도, 꽂이에 끼이는 고통도 두렵지 않다. 다만 내 아내가 나를 잃고 슬퍼하는 것이 나를 괴롭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 때 부하들과 함께 목욕하러 강가에 나왔던 사제가 고기가 슬퍼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모든 소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알고는 ‘저 고기는 애욕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대로 죽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내가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어부들에게 그 고기를 공양받아 물가에 내려와서는 ‘지금부터는 애정에 끌리지 말라.’고 훈계하고 물에 놓아 주었다.
2. 고기 떼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88)
바라나시의 큰 지주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죽은 후 그 아버지의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어느 촌에 가서 천금을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강가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도시락밥을 먹었는데 형은 남은 밥을 강의 고기들에게 주고 그 공덕을 물의 신에게 돌렸다. 그 물의 신은 돌아온 공덕을 고맙게 받고 신통력이 생겼기 때문에 두 형제의 내력을 알게 되었다.
형이 모래 위에 옷을 펴고 누워 잠이 든 사이 아우는 돈뭉치와 크기가 같은 자갈뭉치를 만들어 놓고 형을 속일 궁리를 하였다.
그들이 배를 타고 강 복판에 이르렀을 때 아우는 배를 흔들어 자갈뭉치를 강에 빠트리고는 ‘돈뭉치가 강에 빠졌다’고 형을 속였다. 형이 속아 넘어가자 아우는 속으로 기뻐했으나 실제로 물에 빠트린 것은 돈뭉치였다. 그 때 물의 신은 이런 사실을 다 알고 물속에 떨어진 돈뭉치를 큰 고기가 먹게 하여 그것을 보호하고 있었다.
한편 그 아우는 집에 돌아와 돈뭉치를 풀었으나 나오는 것은 자갈뿐이었다. 그는 그것을 보고 심장의 피가 마르는 듯 침대를 붙잡은 채 쓰러졌다. 강가에서는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던지자 돈뭉치를 삼킨 고기가 물의 신에 의해 잡혀 올라갔다. 어부들이 고기를 천금과 7마사카에 팔려고 하자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어부들은 그 큰 고기를 형의 집 앞에 가져가서는 형에게 고기를 사라고 권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천금과 7마사카에 팔겠지만 당신에게는 7마사카만 받겠다’고 한다. 형은 그 고기를 사서 아내에게 주었는데 아내가 고기의 배를 가르다가 돈뭉치를 발견하고는 남편에게 알려줬다.
형은 그 돈이 바로 자기 돈임을 알아차렸고 그 돈이 다시 자기에게 돌아온 것은 물의 신이도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형은 아우에게 돈을 주지 말라는 물의 신의 충고를 들었으나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우에게도 오백금을 주었다.
사슴
1. 용수록의 전생이야기(본생경 12)
황금빛 사슴으로 태어난 보살은 5백 마리 무리를 거느리며 니그로다(용나무) 사슴왕이라 불리었다. 그 근처에 또 5백 마리 사슴 무리를 거느린 사카 사슴왕도 있었다. 그 때의 국왕은 짐승고기 없이는 식사를 못했다. 매일 국왕을 따라 사냥을 하느라 백성들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의논하여 왕의 동산에 사슴을 모두 몰아넣기로 하였다. 밀림 속의 사슴들을 포위해서 동산에 몰아넣은 후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동산으로 나가 두 마리 황금빛 사슴을 발견하고 목숨을 보장해 주었다. 그리고는 매일 동산으로 사냥을 나가 한 마리씩 잡아다 요리해 먹었다. 니그로다 사슴왕은 사카 사슴왕과 의논하여 서로의 무리에서 한 마리씩 순번대로 나와 단두대에 눕기로 하였다. 사냥터에서 쫓기는 괴로움을 덜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사카 사슴왕 무리 중에 새끼 밴 암사슴이 순번이 되었다. 암사슴은 사카 사슴왕에게 새끼를 낳은 다음에 둘이 같이 죽겠으니 순번을 바꾸어 달라고 한다. 사카 사슴왕은 바꿀 수 없으니 순번대로 하라고 한다. 암사슴은 다시 니그로다 사슴왕에게 같은 청을 하자 그 청을 받아주고는 스스로 단두대에 가서 목을 걸고 누웠다. 왕은 이 소식을 듣고 사슴왕에게 이유를 묻는다. 사슴왕은 죽음의 고통을 다른 이에게 씌울 수 없어 자신이 단두대에 누웠노라고 이야기한다. 왕은 이 사실에 감동하여 암사슴의 생명도 보장해 준다. 사슴왕은 다른 사슴의 생명도 보장 받도록 유도하고 차례로 네 발 짐승과 두 발 짐승도 안전을 보장받게 한다. 니그로다 사슴왕은 사슴무리를 끌고 숲속으로 돌아가고 그 뒤 암사슴은 이쁜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사카 사슴왕에게 가까이 가자 암사슴은 니그로다 사슴왕을 섬겨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 후 안전을 보장받은 사슴들이 농부들의 곡물을 먹자 이 사실을 왕에게 아뢴다. 왕은 사슴왕과 약속한 일이니 사슴을 해칠 수 없다고 말한다. 니그로다 사슴왕은 이 말을 듣고 사슴무리에게 곡물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 농부들에게는 밭 둘레에 풀잎을 맺어두면 안전하리라고 말한다. 사슴무리도 다시는 밭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2. 금빛 사슴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59)
아름다운 금빛 사슴이 예쁜 암사슴과 함께 무리를 거느리고 설산 지방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냥꾼이 그들이 다니는 길에 그물을 쳤다. 그 뒹 무리를 이끌고 앞서 가던 금빛 사슴은 그만 그 다리가 그물에 걸렸다. 그는 그물을 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다리를 잡아당겼지만 오히려 다리의가죽만 벗겨졌다. 또 당기자 살이 떨어지고 다시 한 번 당기자 힘줄이 끊어졌다. 그가 죽음이 두려워 슬픈 소리로 울자 모든 사슴 무리는 겁에 질려 달아났다. 그 암사슴도 달아나다가 남편이 보이지 않자 다시 돌아와 눈물을 흘리며 남편을 격려했다. ‘자기 힘으로 당신을 살리겠다’고 남편을 위로하던 암사슴은 사냥꾼이 쏜살같이 달려오자 길 옆에 서서 그에게 절하며 말했다.
‘내 남편은 황금색으로 품행이 좋으며 모든 사슴 무리의 왕입니다.’
이렇게 금빛 사슴의 덕을 말한 뒤 자기를 죽인 다음에 금빛 사슴도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 사냥꾼은 ‘인간도 제 남편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없는데 하물며 짐승이겠는가, 게다가 좋은 음성으로 인간의 말을 하니 오늘은 이들의 목숨을 살려주어야겠다.’ 생각하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이들을 놓아주었다.
금빛 사슴은 ‘내 생명과 아내의 생명과 모든 사슴의 생명도 다 이 사냥꾼이 구해준 것이다. 우리도 저 사람을 도와주어야겠다.’ 생각하고는 먹이를 찾으러 갔다가 발견한, 보배 구슬이 있는 산을 그에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는 이제부터 살생을 하지 말고 가정을 꾸리면서 보시(남에게 베푸는 것)등 좋은 일을 하라고 부탁하고서 숲속으로 떠나갔다.
3. 루루 사슴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82) 바라나시의 아주 부유한 상인이 외아들을 얻자 ‘학문을 하면 게을러진다’고 생각하여 아무 공부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놀고 마시고 먹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가 성장하자 그에게 적당한 아내를 찾아 결혼시킨 뒤 그의 양친도 늙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주정꾼과 도박꾼, 건달들에게 둘러싸여 흥청망청 돈을 쓴 끝에 그 많던 재산을 다 날리고 빚만 남았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죽는 것이 낫겠다’ 생각하고 빚쟁이들에게 모두 모이라고 한 다음 간지스강 가로 갔다. 그리고는 그 강가에 마치 보물이 매장되어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를 가리키고는 빚쟁이들이 정신없이 그 땅속들을 파헤치자 그 틈을 이용해서 강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곧 공포에 질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면서 급류에 휩쓸려 흘러 내려갔다.
그때 보살은 루루 사슴으로 태어나 혼자 간지스강 가의 좋은 숲 속에서 살고 있었다. 황금빛 몸에 아름다운 눈을 가진 루루 사슴은 깊은 밤중에 사람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사슴은 강 가로 가서 물에 뛰어들어 그 사내를 등에 업고 나왔다. 자기 집에 데리고 가 갖가지 과일을 먹이며 간호하자 그는 곧 회복되었다. 2,3일 후 루루 사슴은 ‘재물을 탐내어 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어서는 안된다’고 다짐을 받으며 그 사내를 바라나시로 돌아가는 큰 길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사내가 바라나시에 도착한 날, 왕의 첫째 왕비는 황금 사슴이 자기에게 설법해 주는 꿈을 꾸고는 왕을 졸랐다. 왕은 황금 사슴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다며 포고를 내렸다.
그 사내는 왕에게로 가서 사슴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길안내를 맡아서 왕과 함께 사슴이 사는 곳으로 갔다. 왕이 군대로 하여금 우거진 숲을 포위하고 점점 좁혀 들어가자 루루 사스도 모든 사실을 알고는 ‘왕이 있는 곳이 내가 안전한 장소다’라고 생각하면서 왕의 앞으로 달려갔다.
왕이 활로 쏘려하자 루루 사슴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쏘지 말라는 내용의 게송을 읊었다. 왕이 활을 내리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서 있자 사슴도 아름다운 우정을 표하면서 왕께 물었다.
‘누가 내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습니까?
왕은 그 사내를 가리켰고 사슴은 그 사내를 꾸짖었다. 왕은 은혜를 저버린 그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격분하여 당장 그 사내를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사슴은 자신 때문에 살생을 하지 말 것과 그 사내는 상을 주어 집으로 돌아가게 할 것, 자신은 왕의 뜻대로 할 것을 요청한다.
왕은 루루 사슴에게 일체 중생을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하고 루루 사슴과 함께 왕궁으로 들어갔다. 루루 사슴은 아름다운 인간의 소리를 왕비와 왕과 신하들에게 설법한 다음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 사슴 무리의 호위를 받았다. 왕은 약속을 지켜 모든 백성이 짐승이나 새를 해치지 못하게 하였다.
4. 사라바 사슴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83)
보살이 사라바 사슴으로 태어나 살고 있을 때 그 나라의 왕은 사냥을 즐기고 힘이 센 사람이었다.
어느 날 왕은 사냥을 떠나면서 백성들에게 ‘사슴이 곁을 지나가는데도 그 동물을 그대로 놔두면 곤장을 치겠다’고 위협어린 포고를 했다.
사람들은 큰 숲을 포위하고 막대기를 두들겨 모든 사슴을 왕 앞으로 몰아갔다. 사라바 사슴은 왕이 서 있는 곳에 빈틈이 있음을 보고 날듯이 달려갔다. 왕이 곧 활을 쏘았으나 원래 화살을 잘 피하는 사라바 사슴은 재빨리 이를 피하고 일부러 넘어졌다.
왕은 사라바 사슴이 화살을 맞고 쓰러진 줄 알고 ‘사라바 사슴을 잡았다’고 큰 소리로 외쳤으나 사슴은 곧 일어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버렸다. 모여 섰던 신하들이 ‘왕이 화살을 잘못 쏘아 땅바닥을 잡았다’고 농담들을 하자, 왕은 칼을 들고 사라바 사슴을 잡는다며 도보로 달려갔다.
왕이 사슴을 쫓아 3유순을 달려가다 사슴과 같이 숲 속으로 들어갔다. 사라바 사슴은 수렁이 있는 깊은 구덩이를 미리 알고 피해 갔지만 왕은 바로 달려가다가 그 구덩이에 떨어졌다.
사슴은 왕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으므로 그 구덩이에 돌아와 보았더니 역시 왕은 구덩이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사슴은 왕이 저지른 죄는 이미 잊어버리고 가엾은 생각만 마음속에 가득하여 그를 구해 주기로 결심하였다. 사슴은 어렵게 그 왕을 구덩이에서 빼낸 후 다시 등에 업고 왕이 있던 곳 가까이에 데려다 주었다. 그러면서 왕이 5계를 지키겠다는 맹세를 하도록 하였다.
왕은 사슴을 보낼 마음이 생기지 않아 사슴에게 땅을 드릴 테니 그곳을 통치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사슴은 ‘나는 짐승입니다. 내게 호의가 있으시다면 5계를 잘 지켜 주십시오.’하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왕은 궁으로 돌아와 ‘모든 사람은 5계를 지켜야 한다’고 포고하고는 맛있는 저녁식사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난 왕은 사슴의 미덕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그에 대한 노래를 지었다.
제사를 담당하는 사제가 왕에게 문안을 드리러 왔다가 이 노래를 듣고 사냥터에서 생긴 일을 모두 알게 되었다. 왕은 이 현명한 사제에게 많은 보물을 준 후 많은 선행을 쌓았다.
어느 날 왕은 동산으로 가서 활을 들고 과녁을 겨냥하였다. 제석천이 왕을 시험하려고 신통력으로 왕과 과녁 사이에 사라바 사슴을 나타나게 하였더니 왕은 화살을 쏘지 않았다. 제석천은 여러 가지 말로 왕을 달래고 위협하였으나 왕은 ‘자기를 구해준 사슴을 죽일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
제석천은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왕의 미덕을 찬탄한 후 ‘수행에 게으르지 말라’는 충고를 한 후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사자
1. 위광의 전생이야기(본생경 143)
설산의 황금 굴에 살고 있는 사자가 있었다. 어느 날 동굴을 나와 먹이감으로 물소 한 마리를 사냥해서 맛난 살코기만 먹고 맑은 물을 마시고는 동굴로 돌아갔다. 그 때 승냥이 한 마리가 집으로 돌아가던 사자와 마주치고는 달아날 수 없으므로 당신의 종이 되겠다고 엎드려 빌었다. 사자는 ‘나를 섬겨라. 네게 맛난 고기를 먹여 주겠다.’고 말했다. 그 뒤로 승냥이는 언제나 사자가 남긴 고기를 먹으며 살아갔고 몸도 점점 뚱뚱해졌다. 어느 날 사자는 승냥이에게 ‘너는 저 산꼭대기에 서서 산기슭의 짐승들 중에서 먹고 싶은 짐승이 있으면 내게 말하라. 그러면 내가 그것을 잡아 그 고기를 먹고 너에게도 나누어 주겠다.’하였다. 승냥이는 언제나 먹고 싶은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것이 설령 코끼리라고 해도 사자는 그것을 사냥해 맛난 고기를 먹고 승냥이에게도 주었다. 승냥이는 점차 교만해졌다. 그리고는 생각하기를 ‘나도 네 발이 있다. 나도 내 힘으로 짐승을 사냥해 먹고 싶다. 코끼리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하였다. 승냥이는 사자에게 자기도 코끼리를 잡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자는 코끼리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사자뿐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만류했다. 그래도 승냥이가 계속 우기자 사자는 할 수 없이 허락하고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코끼리가 나타났음을 알려줬다. 승냥이가 세 번 울고는 코끼리에게 달려들었으나 오른 발에 머리를 밟혀 두개골이 으스러져 죽고 말았다.
2. 의생 사자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97)
사자 부부가 함께 살면서 아들 딸 두 마리를 낳았는데 아들의 이름은 의생(意生)이라고 하였다. 그는 잘 성장하여 암사자에게 장가를 들었고 그는 물소 등을 사냥해 양친과 여동생과 그 아내를 먹도록 하였다. 어느 날 그는 기리야라는 승냥이가 달아나지 못하는 까닭을 물으니 승냥이는 ‘당신을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의생은 승냥이를 데리고 동굴로 돌아왔으나 아버지는 ‘승냥이는 나쁜 버릇이 있으니 돌려보내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승냥이는 말고기가 먹고 싶어 의생을 설득해 말을 잡아오도록 했다. 아버지는 ‘말은 왕의 재산이니 죽이면 안 된다. 말고기를 먹은 사자는 오래 살지 못 한다.’고 충고했지만 의생은 계속 말을 사냥했다. 왕은 활 잘 쏘는 사냥꾼을 불러서 망루를 만들고는 의생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의생이 말을 잡아 끌고 가려고 하자 몸이 느려졌고 그 순간에 사냥꾼은 활을 쏘아 의생의 몸을 꿰뚫었다. 승냥이는 ‘죽은 자와의 우정은 없다.’며 도망가 버렸고 의생은 말을 끌고 와 동굴 앞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의생의 가족들과 친족들은 ‘나쁜 놈과 친했기 때문에 죽고 말았다.’며 자기보다 못한 이를 사귀는 것을 경계하였다.
3. 유덕(有德)의 전생이야기(본생경 157)
어느 날 굴에서 숫사자는 사냥을 하기 위해 호숫가로 가 높은 언덕 위에서 몸을 날렸다. 사슴은 놀라 도망쳤고 사자는 진흙탕에 떨어져 빠져 나올 수가 없었기에 일주일 동안 다리를 뻗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때 마침 승냥이 한 마리가 나타나 사자의 약속을 받고는 진흙탕의 물을 빼서 진흙이 굳어진 뒤 사자를 구해 주었다. 사자는 정신을 차린 뒤 약속대로 물소 한 마리를 사냥해 승냥이에게 주었다. 승냥이가 다 먹은 뒤에야 사자가 먹었고 승냥이는 다시 고기 한 조각을 암사자를 위해 사자에게 주었다.
사자는 다시 승냥이 부부에게 ‘너희들은 내가 먹여 살릴 터이니 같이 살자.’고 설득해서 두 부부는 굴을 이웃해서 살게 되었다. 항상 숫사자와 숫승냥이는 함께 사냥을 다니며 먹을 것을 가져와 오순도순 살았다.
세월이 흘러 암사자도 두 마리 새끼를 낳았고 암승냥이도 역시 두 마리 새끼를 낳았다. 그들은 매우 사이좋게 지냈다. 그러나 어는 날 암사자가 문득 생각하였다. ‘숫사자가 두 마리 승냥이와 그 새끼들을 귀여워하는 것은 암승냥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저 암승냥이를 좇아내야겠다.’
암사자는 그때부터 암승냥이를 학대했고 두 마리 새끼사자도 승냥이 새끼들을 못살게 굴었다. 암승냥이는 이 사실을 숫승냥이에게 말했고 숫승냥이는 또 숫사자에게 말했다. ‘오래 같이 있으면 사이가 벌어지기 쉽습니다. 가라하면 떠날 터인데 왜 나쁜 말을 합니까?’하고……
이 말은 들은 숫사자는 암사자에게 승냥이가족을 돌봐주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저 승냥이는 나를 살려준 벗이다. 지금부터 내 벗에 대해서도, 그 아이들에 대해서도 그런 모욕적인 말을 해서는 안된다.’
숫사자의 말은 들은 암사자는 승냥이에게 사과하고 그 후로 두 가족은 사이좋게 지냈다. 그 부모들이 세상을 떠나도 그들은 화목하게 지냈고 7대를 내려가며 그 자손들도 우정이 변치 않았다.
4. 타타소리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22)
서해 바다에 가까운 곳에 베루바나무가 뒤섞여 있는 다라나무 숲이 있었다. 거기에 한 마리 토끼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와 다라나무 밑에 누워서 생각하였다.
‘만약 이 대지가 무너지면 나는 어디서 살까?’
그 순산 베루바 열매가 한 다라나무 잎 위에 떨어졌고 토끼는 대지가 무너진다고 생각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았다. 다른 토끼가 이 토끼를 쫓아가며 물어보자 ‘이제 세계가 무너진다.’고 대답했고 뒤이어 수많은 토끼가 함께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사슴도 내달렸고 그 후로 소, 물소, 외뿔소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자로 태어났던 보살은 이 광경을 보고 그들에게서 대답을 듣고는 ‘세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저들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사자는 빠른 걸음으로 산기슭을 돌아 그들 앞을 가로막고 세 번 크게 울자 모두 멈춰 섰다. 코끼리부터 차례대로 질문을 해서 사자, 호랑이를 거쳐 마침내 처음 달리기 시작한 토끼를 찾아냈다. 사자는 그 토기를 데리고 다라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토끼가 누웠던 자리를 확인하고는 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자는 동물들에게 되돌아와 모든 사정을 자세히 말해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하고는 제가 사는 곳으로 돌아갔다.
새
1. 비둘기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2)
비둘기로 태어난 보살이 있었다. 그 때 바라나시 사람들은 새들의 행복을 위해 여러 곳에 새장을 걸어놓았다. 어떤 요리사도 자신의 부엌에 새장을 걸어 놓았는데 비둘기는 그 곳을 집으로 정하고 새벽이면 나가 먹이를 찾다가 저녁이면 돌아왔다. 어느 날 까마귀 한 마리가 부엌 위에서 생선과 고기의 냄새를 맡고는 부엌 가까이 앉아 얻어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둘기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튿날 아침 비둘기가 밖으로 나갈 때 그 뒤를 쫒아갔다. 비둘기는 ‘당신과 나는 먹는 먹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이 다닐 수 없다’고 해도 까마귀는 기어이 허락을 받아 같이 돌아다녔다. 저녁 때 비둘기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까마귀도 들어갔다. 요리사는 친구를 데리고 왔다며 다른 새장을 달아주었다. 그 뒤로 그들은 한 부엌에서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사람들이 가져온 생선과 고기를 요리사가 여기저기 매달아 놓자 까마귀는 다음 날 아침 배가 아프다면서 비둘기와 같이 나가지 않았다. 비둘기는 ‘까마귀가 배 아프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 사람이 먹는 생선과 고기는 좋지 않다. 나와 함께 먹이를 찾으러 가자.’고 재촉하지만 까마귀는 듣지 않았다. 요리사가 생선과 고기를 말리기 위해 갖가지로 벌려놓고 밖에 나와 땀을 닦는 사이 까마귀가 새장에서 나와 고기를 먹으려다 그릇을 건드려 쨍그랑 소리를 냈다. 요리사가 소리를 듣고 들어와 까마귀의 소행임을 알고는 문을 닫고 까마귀를 잡아 온 몸의 털을 다 뽑고는 소금과 매운 낙장을 타서 그 알몸에 바른 뒤 새장 속에 넣어 버렸다. 까마귀가 고통 속에 신음하며 누워있는데 비둘기가 돌아와 이런 모습을 보고는 ‘탐욕에 못 이겨 고통을 받는구나.’라며 ‘나도 여기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생각하고는 그 부엌을 떠났다. 까마귀가 고통 속에 죽자 요리사는 그 까마귀를 새장에서 꺼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2. 청로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8)
물이 마르는 연못에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한 마리 푸른 해오라기가 그 연못 속의 물고기를 모두 잡아먹으려고 꾀를 내었다. 해오라기가 물고기들에게 ‘한 마리씩 물어다 물이 마르지 않는 큰 연못에 넣어 주겠다.’고 제안하자 시험 삼아 외눈 물고기를 ‘큰 연못에 가서 보고 오라.’고 시켰다. 해오라기는 외눈 물고기를 입에 물고 큰 연못에 데려다 넣어 주고는 다시 입에 물고 돌아왔다. 외눈 물고기가 해오라기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자 물고기들은 모두 그 연못으로 데려다 달라고 청했다. 해오라기는 느긋하게 한 마리씩 물어다 잡아먹자 결국 모든 물고기가 해오라기의 밥이 되었다. 마지막 남은 게를 데려가려 하자 게는 약삭빠르게 해오라기의 목을 집게발로 짚은 채 연못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해오라기가 게를 잡아먹으려고 하자 게가 목을 졸라서 할 수 없이 진흙 위에 게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게는 해오라기의 목을 싹둑 자르고 연못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3. 매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86)
국경 변두리의 큰 호수 주위에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남쪽에는 숫매가 살고 있었고 서쪽에는 암매, 북쪽에는 사자, 동쪽에는 독수리가 살고 있었다. 또 호수 가운데 섬에는 큰 거북이 살고 있었다.
숫매가 어느 날 암매에게 청혼을 하자 암매는 어떤 벗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숫매는 친구가 없다고 대답했고 암매는 ‘위험한 일이나 괴로운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도와줄 친구가 필요합니다.’라고 하면서 사자, 독수리, 거북을 사귈 것을 권했다. 숫매가 그들과 사귀어 친구가 되자 암매는 숫매에게 시집와서 섬의 카람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았다. 한참 뒤에 그들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어느 날 그 근처에서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물고기나 거북을 잡아가자고 호수로 갔다. 그리고 섬으로 건너가서 카람바 나무 밑에 누워 있다가 모기들이 덤벼들자 불을 피워 연기를 냈다.
나무 위의 매 새끼들이 연기에 괴로워하다가 큰 소리로 울자 사람들은 ‘배가 고프니 저 새새끼라도 잡아서 구워먹자’며 횃불을 만들었다.
암매는 숫매에게 독수리에게 가서 구원을 청하라고 시켰고 독수리는 그 말을 듣자 매를 도우러 날아왔다. 사람이 횃불을 들고 카람바 나무 위로 기어오르자 독수리는 호수로 내려가 몸을 적신 후 입에 가득 물을 물고 날아와 횃불을 물로 꺼버렸다. 사람이 다시 횃불을 들고 올라오면 또 독수리가 불을 끄기를 되풀이하자 독수리도 지쳐 버렸다.
숫매는 다시 거북이에게 가서 도와주기를 청했다. 큰 거북은 곧 물속으로 들어가 진흙을 파 가지고는 사람들에게 가서 그 진흙을 끼얹어 불을 꺼버렸다. 사람들이 ‘이 큰 거북을 잡아먹는 것이 낫겠다’고 하며 끈으로 거북의 몸을 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큰 거북의 몸을 뒤집지 못했고 오히려 거북에게 끌려가다가 물속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횃불을 만들어 매 새끼들을 잡으려고 했다. 숫매는 다시 사자에게로 가서 구원을 청했다. 사자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사람들 있는데로 돌진했다. 사람들은 겁이 나서 모두 다 도망쳤고 사자가 카람바 나무 밑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때 독수리와 거북과 매는 사자에게 가서 공손히 인사하였고 사자는 우정의 공덕을 말한 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암매는 그 새끼들을 어루만지며 숫매와 함께 친구로서의 진실한 법을 노래하였다. 그 네 가지 동물들은 모두 진실한 벗을 사귀는 법을 잘 지키며 일생을 살았다.
4. 두루미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79)
바라나시의 어떤 재산가가 농촌 사람에게 큰 돈을 빌려 주었으나 그것을 받지 못하고 죽었다. 그 뒤 그의 아내도 병에 걸려 죽게 되자 그의 아들에게 돈을 받아오라고 시켰다. 자기마저 죽으면 돈을 빌려간 사람이 갚지 않으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빌려간 농부에게 가서 그 큰 돈을 돌려받았다. 그 사이에 그의 어머니는 돌아올 아들을 기다리다가 죽었고, 아들에 대한 애착이 깊어서 암승냥이로 다시 태어나 숲길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도적의 두목 노릇을 하고 있던 보살도 그 근처에 살고 있었다. 암승냥이는 아들이 숲길에 들어서자 ‘그 숲에는 도적이 있으니 들어가지 말아라. 너를 죽이고 돈을 빼앗을 것이다’라고 길을 막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은 ‘암승냥이가 불길하게 길을 막고 짖는다’고 생각하면서 막대기로 어머니를 쫓았다.
아들이 숲길로 들어서자 두루미 한 마리가 ‘저 사내는 큰 돈을 가지고 있다. 저 사내를 죽이고 그 돈을 빼앗아라.’고 외치면서 도적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 아들은 두루미가 우는 뜻도 모르고 ‘저 새는 상서로운 새다. 내게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하며 좋아하며 합장하였다.
모든 소리의 뜻을 아는 도적의 두목(보살)은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암승냥이는 저 청년의 어머니여서 길을 막고 말렸지만 아들은 그 뜻을 모르고 어머니를 쫓아버렸다. 두루미는 오히려 나쁜 새이건만 아들은 오히려 좋은 새로 알고 합장을 한다. 저 아들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생각하였다.
결국 그 아들은 도적들에게 잡혀 두목에게 끌려왔다. 두목은 아들과 문답하면서 어머니가 돌아가 암승냥이로 태어난 일, 아들을 살리려고 길을 막아섰던 일, 두루미는 너의 적이라는 사실 등을 이야기해 주고는 ‘어머니의 은혜는 정말 크다’고 하면서 돈과 함께 아들을 살려 보냈다.
선인
1. 하리타 선인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31)
훌륭한 가문에 태어난 하리타는 황금빛 피부를 갖고 있었는데 좋은 교육을 받고 돌아와 가족을 부양하며 살았다. 부모가 죽은 뒤에 생각하기를 ‘재산을 모은 부모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반드시 죽음에 이를 것이다.’하였다. 그는 곧 모든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설산에 들어가 숨어 살면서 이레 만에 신통과 선정을 얻었다. 그는 계속 거기 살면서 열매와 나무뿌리를 먹으며 목숨을 유지했다. 어느 때 소금과 식초를 구하러 바라나시에 갔다가 왕의 눈에 띄었다. 왕은 그를 섬기기로 하고 자신의 동산에 장마철을 지낼 훌륭한 집을 지어 주었다. 하리타 선인은 언제나 궁중에서 식사를 하며 12년을 살았다. 어느 날 왕은 국경의 반란을 진압하러 떠나며 왕후에게 선인을 부탁하였다. 왕후는 식사를 다 준비하였으나 선인이 늦게 오는 바람에 향기로운 물에 목욕하고 부드러운 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공중을 날아 온 선인이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고 왕후가 일어나자 우연히 그 옷이 미끄러져 떨어져 아름다운 육체가 드러났다. 마음이 흐트러진 하리타 선인은 왕후의 손을 잡고 사랑을 나누었으며 그의 수행력도 사라졌다. 그는 매일 왕후를 찾았다. 이 소문이 온 성내에 퍼지자 대신들은 왕에게 편지를 보냈으나 왕은 믿지 않았다. 왕이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와서 왕후에게서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래도 왕은 믿지 않고 다시 선인에게 물어보려고 동산으로 갔다. 하리타 선인은 ‘내가 거짓말을 해도 왕은 믿을 것이나 나는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실대로 말하였다. 왕이 지혜가 사라진 선인을 꾸짖자 선인은 애욕에 빠진 자신을 후회하며 자신의 초막에 들어가 번뇌를 여의고 다시 선정을 얻었다. 그리고는 다시 공중에 올라 앉아 왕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살았기 때문에 많은 치욕을 얻었다. 대왕님도 부디 해탈의 길로 가십시오.’라고 말하고는 다시 설산으로 돌아가 수행하였다.
2. 야자 열매의 전생이야기(본생경 63)
한 선인이 간지스강 언덕에 초막을 짓고 수행의 공덕으로 선정의 즐거움 속에 살고 있었다.
그 때 높은 관리의 딸이 있었는데 잔인하고 거칠어 악녀라고 불리었고 그 말대로 노비들을 때리고 욕하였다.
어느 날 그녀가 노비들을 데리고 강가로 놀러갔을 때 날이 어두워지고 폭풍이 몰려오자 노비들은 이 악녀를 물속에 던져버렸다.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악녀는 선인의 구원을 받고 그 초막에 머물게 되었다. 따뜻한 불과 맛난 과일로 몸을 회복한 악녀는 ‘이 선인을 파계시켜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후 여성의 매력과 애교로 결국 선인의 선정을 잃게 하여 함께 살게 되었다.
선인은 이 여인을 데리고 국경의 어느 마을로 가서 야자열매를 팔아 생계를 꾸려갔는데 그 곳 사람들은 이 선인을 ‘야자열매의 현인(현명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스승으로 섬기고 작은 오두막도 구해 주었다.
그 때에 도적들이 이 국경 마을에 쳐 들어와 재물을 약탈하고 그녀와 동네 사람들을 잡아갔다. 도적 두목은 다른 사람들은 다 돌려보내고 이 악녀의 미모에 반하여 자기의 아내로 삼았다. 선인은 그녀를 찾아다니다가 도적의 아내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도 ‘그녀는 반드시 도망쳐 돌아올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나는 이곳 생활이 행복하다. 저 야자열매의 현인이 언젠가 나를 찾으러 오기 전에 여기 불러다가 죽여야겠다’ 생각하고는 사람을 시켜 선인을 불러다가 한 방안에 앉혀 두었다. 물론 밤에 은밀하게 함께 탈출하자고 약속해 놓고서……
저녁 때 돌아온 도적 두목이 술에 취하자 ‘당신의 적이 저 방에 있다.’고 하였고 두목은 선인을 끌어내어 매질을 하였다. 선인은 ‘은혜를 버린 자, 반역자’라고만 말할 뿐 아무 대꾸가 없었다. 아침에 술에서 깨어난 두목은 생각하기를 ‘이 사내는 매를 맞으면서도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 생각하고는 이 선인을 불러다가 연유를 물었다.
선인은 지금까지의 자초지종을 두목에게 다 이야기하였다. 두목은 ‘이렇게 선량한 사람에게도 악한 짓을 하는데 나에게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생각하고는 선인을 위로하였다.
두목은 자고 있는 여인을 깨워서 선인과 함께 동네 어귀로 나가서 ‘이 사내를 죽일 터이니 이 사람의 몸을 단단히 잡으라’고 명령했다. 두목은 칼을 빼어 그 선인을 베는 것처럼 하면서 이 악녀를 두동강으로 잘라버렸다.
그런 후 선인을 며칠 동안 잘 쉬게 한 뒤 선인이 다시 숲속으로 돌아가려 하자 두목도 따라서 함께 출가하였다. 세상을 등지고 선정을 닦은 후 두 사람은 죽은 뒤에 범천에 태어났다.
용
1. 보주경 용왕의 전생이야기 (본생경 253)
인도 어느 부호의 집에 우애 있는 형제가 태어나 어른이 되었다. 둘은 부모가 죽은 슬픔에 갠지스 강가에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형의 초막은 위에, 아우의 초막은 아래에 있었다. 어느 날 목에 보배구슬을 장식한 용왕이 젊은 사람으로 변신하여 갠지스 강가를 돌아다니다가 아우의 초막에 이르러 다정하게 서로 이야기 하면서 친하게 되었다. 용왕은 자주 아우에게 왔다가 떠날 때가 되면 사람의 몸을 버리고 뱀의 몸으로 아우를 둘러싸 안고 있다가 되돌아갔다. 아우는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몸이 바싹 마르고 황색이 되어 핏줄이 다 드러났다. 어느 날 아우가 형에게 가자 그 이유를 형이 묻는 바람에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형은 그 용이 올 때 보배구슬을 달라고 동생에게 시켰다. 아우가 초막에 돌아와서 이튿날 용왕이 오자마자 보배구슬 장식을 달라고 하니 용왕은 앉지도 않고 가 버렸다. 이틀째에는 초막 앞에 있다가 용왕이 나타나자 보배구슬을 요구하니 바로 달아나 버렸다. 사흘째에는 용왕이 물에서 나오려 할 때 보배구슬을 달라고 하니 용왕은 ‘이것만은 줄 수 없다’며 물속으로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우는 아름다운 용왕을 보지 못 해 더욱 더 말라갔다. 형이 아우를 만나보러 왔다가 아우의 말을 듣고는 ‘간절한 요구에는 미움이 있다’며 용왕은 결코 돌아오지 않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 후 두 형제는 신통을 얻고 해탈하였다.
2. 닷다라 용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04)
닷다라산 기슭의 닷다라 용궁에 살고 있는 용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형은 마하닷다라이고 동생은 츄라닷다라였는데 동생은 성을 잘 내고 난폭해서 젊은 여자 용들을 무시하여 때리며 돌아다녔다.
용왕은 그가 화를 잘 냄으로 용궁에서 쫓아내라고 명령하였지만 큰 아들이 그 아우를 아버지에게 데려와 사과시키고 그것을 만류하였다.
두 번째로 왕이 성을 내면서 명령하자 형이 또 동생을 데려와 사과시켰다. 그러나 세 번째에는 왕이 맏아들에게 ‘너는 네 동생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려고 하는데 네가 오히려 방해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둘 다 용궁에서 나가 더러운 곳에서 3년 동안 살아라’하고 명령하였다.
두 형제는 용궁에서 쫓겨나 더러운 곳에서 살게 되었다. 어느 날 물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을 때 마을 아이들은 그들을 보고 흙덩이와 나무 조각을 던지며 조롱하였다. 아우가 화가 나서 ‘저들의 모욕을 견딜 수 없습니다. 사나운 콧김으로 죽여 버리고 싶습니다.’하였지만 형은 그 아우를 타일러 모욕과 비방을 참도록 했다.
이렇게 3년을 지낸 후 두 형제는 용궁으로 돌아갔고 그 후로 동생도 교만한 마음을 억제해 화를 참게 되었다.
3. 판다라 용왕의 전생이야기(본생경 518)
옛날 5백 명의 상인이 무역을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갔으나 7일째에 배가 파선되어 단 한 사람만 남기고 모두가 고기밥이 되었다.
그는 거기서 살아나와 카란비야라는 항구에 도착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먹고 살 길도 없어 그는 알몸으로 구걸하면서 그 항구를 돌아다녔다. 그곳 사람들은 그를 보고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아는 수행자’라고 하면서 공경하고 존중하였다.
그는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옷을 주어도 욕심을 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더욱 더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그를 위해 암자를 짓고 거기에서 살게 하였다.
그는 ‘카란비야의 벌거벗은 수행자’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사람들의 극진한 존경과 공양을 받았다. 심지어 용왕과 금시조왕도 그에게 문안하러 왔다. (금시조:용을 잡아먹고 산다는 전설의 새)
어느 날 금시조왕이 이 사람에게 와서 예배한 뒤 ‘우리 금시조 무리는 저 용을 잡으려 하면 오히려 우리들이 죽고 맙니다. 저 용들을 잡을 비밀이 있을 터이니 당신께서 저 용들을 사랑하는 체하여 그 비밀을 알아주십시오.’
그는 금시조왕의 청을 들어주기로 하였고, 용왕이 와서 예배하자 그 비밀을 물어보았다. 용왕은 ‘그 비밀이 알려지면 우리 족속은 모두 죽고 만다’며 말하지 않았다. 그가 용왕이 올 때 마다 묻고 거절당하면서 3일째가 되자, 판다라 용왕은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받고 그 비밀을 알려 주었다.
용들은 아주 큰 돌을 삼키고 누워 있다가 금시조가 나타나면 큰 입으로 금시조를 물었다. 금시조가 용의 머리를 붙잡고 날아오르려고 해도 뱃속의 돌이 무거워 하늘로 올라갈 수가 업고 밀물이 들어오면 금시조는 물에 빠져 죽는 것이었다. 만약 금시조가 용의 꼬리를 붙잡고 흔들면 무거운 돌들이 다 입으로 튀어나와 거뜬히 잡아갈 수 있는데 금시조는 이러한 비밀을 몰랐다.
그는 용왕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금시조왕이 나타나자 곧 사기꾼의 심성을 들어내어 용들의 비밀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금시조왕은 곧 바람을 일으켜서 판다라 용왕의 꼬리를 잡아 거꾸로 들어 올려 삼킨 돌들을 다 뱉게 한 뒤 그대로 하늘로 날아갔다. 판다라 용왕은 ‘이 고통은 내 스스로가 부른 것이다’하고 슬퍼하면서 그 사람에게 속은 것을 노래로 읊었다.
금시조왕은 어리석은 용왕을 꾸짖으며 서로 노래로서 이야기하다가 결국 용왕을 살려주기로 하였다. 그들은 한 마음이 되어 그 사기꾼 수행자를 찾아 갔다.
용왕은 ‘선량한 벗을 속인 사기꾼은 머리가 갈라진다’고 꾸짖자 그 자리에서 그 사기꾼 수행자의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쪼개지고 그가 앉아있는 땅바닥이 갈라지면서 그는 지옥으로 빨려 들어갔다.
원숭이
1. 원숭이 왕의 전생이야기(본생경 57)
원숭이 왕이 홀로 강가에 살고 있으면서 강 복판의 섬에 있는 과실을 따 먹으러 다녔다. 강가와 섬 사이에 머리만 내어 놓은 바위가 있어 원숭이 왕은 강가에서 뛰어 바위를 딛고 섬에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강가에는 악어 한 쌍이 살고 있었는데 마침 새끼를 밴 암컷이 원숭이 왕이 섬을 오가는 것을 보고는 그 심장의 살을 먹고 싶어 했다. 수컷 악어는 원숭이를 잡아 주겠다고 장담을 하고는 저녁 무렵 머리만 내어놓은 바위 위에 엎드려 있었다. 원숭이 왕은 섬에서 강가로 돌아가려다가 그 바위가 조금 높아진 것을 알았다. ‘오늘 강물이 늘거나 줄지도 않았는데 저 바위가 높아진 것은 저 악어가 나를 잡으려고 누워있는 것이다.’ 생각하고는 마치 바위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바위를 세 번 부르나 대답이 없다. 원숭이 왕은 다시 ‘바위야, 오늘은 왜 대답이 없느냐’고 외치니 수컷 악어가 ‘언제나 저 원숭이에게 대답하던 바위가 가만히 있으니 내가 대신 대답하자.’고 생각하며 ‘무슨 일이냐?’고 원숭이에게 묻는다. 원숭이 왕은 속으로 웃으며 악어에게 ‘너에게 내 몸을 줄 테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내가 가까이 가면 나를 잡아먹어라.’고 말했다. 악어는 입을 벌리면 눈이 저절로 감게 됨으로 수컷도 입을 벌리고 눈을 감은 채 누워있었다. 원숭이 왕은 단숨에 섬에서 뛰어 악어 머리를 밟고는 저쪽 강가에 내려섰다. 수컷 악어는 원숭이 왕을 칭찬하고는 아무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2. 진두가나무의 전생이야기(본생경 177)
8만의 부하를 거느린 원숭이 왕이 설산지방에 살고 있었다. 국경 근처의 조그만 마을에는 그 한 복판에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진두가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었다. 그 마을에는 사람이 살 때도 있고 살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을 때는 원숭이들이 와서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어느 해에 그 마을에 사람들이 살면서 진두가나무 주위로 대나무 울타리를 세우고 지키는 사람을 두었다. 원숭이들은 미리 염탐꾼을 보내 이 사실을 알았으나 사람이 잠든 밤에 그 열매를 따먹자고 왕을 조른다.
결국 설산에서 내려온 원숭이들은 마을 주변에서 사람들이 잠들기를 기다린 다음 그 나무 위로 올라가 맛있게 그 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그러나 볼일을 보려던 사람에 의해 원숭이들은 무장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날이 밝으면 모든 원숭이가 죽게 된 것이다.
왕은 모든 원숭이들을 모이게 하여 ‘걱정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조카 세네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잠을 자다가 늦게 쫓아온 세네카는 원숭이들에게 위험이 닥친 것을 눈치n채고 어느 노파의 집에서 불씨를 훔쳐 집에 불을 지른다. 사람들이 불을 끄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나자 원숭이들은 달아나면서도 세네카를 위해 열매를 갖고 갔다.
3. 악어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08)
코끼리처럼 힘이 세고 몸은 크며 아름다운 원숭이가 간지스 강가의 숲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 때 간지스강에는 악어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암컷 악어는 원숭이 왕을 보자 그 심장의 살을 먹고 싶어 남편을 졸랐다.
원숭이 왕이 강물을 마시고 그 강가에 앉아있는 것을 본 수컷 악어는 ‘숲의 왕이여, 당신은 이곳에서 맛없는 과일만 먹습니까? 강 저쪽에는 바라밀나무 등 맛있는 열매가 많이 있습니다.’라며 부추긴다. 원숭이 왕이 강을 건너갈 수 없다고 하자 수컷 악어는 왕을 건네주겠다며 등에 태우고 가다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원숭이 왕이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악어는 솔직하게 ‘당신을 죽여 심장의 살을 아내에게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원숭이 왕은 ‘그대는 내게 잘 말해주었네. 우리가 심장을 몸에 가지고 다녔더라면 나무 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는 동안에 가루가 되었을 것이네.’라고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수컷 악어는 그래도 눈치를 못 채고 ‘심장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원숭이 왕은 우담바라 나무에 탐스럽게 열려있는 열매가 자기의 심장이라고 한다.
수컷 악어가 원숭이 왕을 등에 업고 거기까지 데려다 주자 왕은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며 수컷 악어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악어는 큰 보물을 잃은 듯 괴로워하며 제 집으로 돌아갔다.
4. 작은 난디야 원숭이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22)
난디야라고 불리우는 원숭이 왕이 작은 난디야라고 불리우는 아우와 함께 원숭이 무리를 거느리고 살면서 장님인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무리들과 함께 우거진 숲속에 들어가 맛난 과일을 따서는 부하를 시켜 어머니에게 보내었다.
그러나 그 부하가 제대로 음식을 전하지 않아 어머니는 배고픔에 시달려 뼈와 가죽만 남았다. 집에 돌아온 형제는 어머니를 보고 깜짝 놀라 무리를 떠나서 어머니만 봉양하기로 하였다 두 형제는 어머니를 모시고 설산으로 가서 니구율나무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
그 때 성질이 사납고 잔인한 사내가 근처 마을에 와서 살며 사냥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사내가 숲속에서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니구율나무를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두 원숭이 형제는 어머니에게 과일을 공양한 뒤 그 나무 위에 앉아 있다가 그 사내가 달려오는 것을 알았으나 어머니를 모시고 피신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없어 나뭇가지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그 사내는 그 원숭이 어머니가 장님인 것을 보고도 허탕을 칠 수 없다며 화살을 쏘려고 했다. 원숭이 왕 난디야는 어머니 대신 죽기로 하고 아우에게 어머니를 부탁한 후 몸을 드러내어 그 잔인한 사내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그래도 그 사내가 다시 어머니를 쏘려고 하자 작은 난디야도 ‘우리 형제를 다 죽이고 어머니 목숨만 살려 달라’고 하면서 몸을 드러내었다. 사내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동생도 죽인 후에 다시 어머니도 죽인 후 세 마리 원숭이를 망태기에 집어넣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그 잔인한 사냥꾼의 집에 벼락이 떨어져 그 아내와 두 아이는 죽고 집은 불에 타버렸다. 그가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동네 사람이 그 사정을 이야기 해주자 이 사내는 충격을 받아 망태기와 화살도 다 버리고 울면서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 불에 타서 겨우 서 있던 기둥이 쓰러지면서 그 사내의 머리를 부수었고 땅이 갈라지며 아비지옥의 불길이 솟아나왔다. 그는 스승의 충고를 무시한 자신의 잘못을 탓하면서 슬픔 속에 땅 속으로 들어가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주악비천
굿티라 악사의 전생이야기(본생경 243)
바라나시의 굿티라 악사는 가장 뛰어난 연주자로 결혼도 하지 않고 장님인 부모를 봉양하고 있었다. 그 때에 바라나시 상인들이 장사를 위해 울선니에 갔다가 무시라라는 악사의 비파소리를 듣게 되었다. 무시라는 높게도 타고 중간가락으로도 타고 낮게도 탔으나 바라나시 상인들은 감동이 없었다. 무시라는 굿티라 악사의 연주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는 상인들을 따라 바라나시로 갔다. 굿티라는 무시라를 보고 그가 좋은 사람이 아닌 줄 알아차렸으나 장님 부모가 가르쳐 주기를 권유함으로 마지못해 허락하였다. 굿티라는 왕에게 무시라는 자기 제자라고 소개한 후 모든 기예를 남김없이 모두 가르쳐주었다. 무시라는 스승의 자리가 탐이 나서 왕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굿티라는 왕에게 무시라의 급료를 정해주라고 청하자 왕은 굿티라 급료의 반으로 하라고 말했다. 무시라는 스승과 같은 급료를 요구하고 결국 7일 뒤에 연주시합을 하게 된다. 왕은 스승과 화합하지 않는 것은 좋지 않다고 무시라를 설득하지만 거절당한다. 굿티라는 ‘나는 늙었고 기력도 없다. 스승이 진다면 수치스러운 일이다.’하고 숲 속에 들어가 죽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엿새가 지났다. 제석천은 이 사실을 알고 굿티라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런 저런 지시와 주사위 3개를 준다. 연주시합 날 두 사람이 같이 연주를 시작하자 군중은 그 소리를 듣고 수없이 갈채를 보냈다. 제석천의 지시대로 굿티라가 비파줄을 하나 끊자 무시라도 줄을 끊지만 무시라의 끊어진 줄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굿티라는 나머지 여섯 줄도 모두 끊고 그 몸체만으로 연주를 하건만 그 소리는 온 성내를 울렸다. 굿티라가 주사위 하나를 공중에 던지자 3백의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 때에 군중들이 일어나 무시라에게 스승과 동등한 지위를 탐내는 녀석이라고 하면서 제각기 손에 든 돌이나 막대기로 두들겨 죽였다. 제석천은 천 마리 말을 붙인 수레와 마부 마두려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굿티라는 수레를 타고 천상세계로 올라가 천녀들을 위해 이레 동안 연주하였다.
코끼리
1. 덕이 있는 코끼리 왕의 전생이야기(본생경 72)
덕이 있는 코끼리 왕이 숲 속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사내가 헤매면서 슬피 울었다. 코끼리는 그 사내를 집으로 데려와서 과일을 충분히 먹인 뒤에 사람이 다니는 길로 데려다 주었다. 그 사내는 바라나시에 이르러 상아를 다루는 상가로 들어가서는 산 코끼리의 이빨이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양식과 예리한 톱을 가지고 코끼리에게로 돌아가서는 가난한 자신을 위해 이빨을 달라고 청했다. 코끼리는 이빨을 베어가라며 무릎을 꿇고 소처럼 누웠다. 사내는 양 쪽 이빨 끝을 끊어서 갖고 갔다. 사내는 돈이 떨어지자 다시 돌아와 이빨의 남은 부분을 달라고 했다. 코끼리는 이빨을 잘라가게 하였다. 돈이 떨어진 사내는 또 다시 돌아와 나머지 이빨도 달라고 하였다. 코끼리가 허락하자 사내는 이빨 뿌리를 예리한 칼로 도려내어 갖고 떠났다. 그러나 그 사내가 보이지 않을 때 아비지옥이 벌어지며 그 사내를 불꽃 땅 속으로 떨어트렸다.
2. 여섯 상아 코끼리(신팔상록, 동국역경원, 박경훈)
호명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때 여러 천신들이 부처가 되어줄 것을 청하자 보살은 태어날 시기와 태어날 나라와 집안의 계보와 어머니와 인간의 수명을 관찰하였다. 적당한 때가 되자 보살은 인도의 카필라 성에서 정반왕을 아버지로, 마야왕비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날 것을 결정한 다음 때를 기다렸다. 마야왕비는 축제가 끝나는 날, 하루의 일을 마치고 침전에 잠시 누웠다. 홀연 잠결 속에서 사천왕이 나타나 왕비를 모셔다가 목욕을 시킨 후 하늘 사람의 옷을 입히고 향을 바른 다음 황금의 궁전으로 데려갔다. 그 때 보살은 흰 빛깔의 여섯 상아가 있는 훌륭한 코끼리가 되어 황금궁전으로 들어와서는 마야왕비의 침대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왕비의 오른쪽 갈비를 헤치고 태에 들어갔다. 꿈에서 깨어난 왕비는 이 일을 정반왕에게 알렸고 이것이 왕자가 태어 날 태몽임을 기뻐하였다. 이 후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왕비가 출산하니 이 아이가 바로 석가모니이다.
3. 메추리의 전생이야기(본생경 357)
아름답고 큰 몸을 가진 코끼리 왕이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설산지방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암메추리 한 마리가 그 코끼리들이 돌아다니는 곳에 알을 낳았고, 새끼들이 알에서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코끼리 왕이 무리를 이끌고 먹이를 찾으러 가다가 그곳에 도착했다. 메추리는 그 새끼들이 잘 날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코끼리 발에 밟혀 죽을까봐 코끼리 왕 앞에 가서 두 날개를 접어 합장하면서 자기 아이들을 해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코끼리 왕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메추리 새끼들을 발밑에 보호하고 있다가 모든 무리들이 지나간 다음에 다시 어미 메추리를 불러 ‘우리 맨 뒤에 오는 코끼리는 우리 말을 듣지 않으니 잘 부탁해 보라’고 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마지막 코끼리가 왔을 대 암메추리는 자기 아이들을 해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나 그 코끼리는 ‘나는 강자고 너는 약자’라고 비웃으며 그 새끼들들 발로 밟아 죽였다. 이 광경을 본 암메추리는 꾀로서 너를 해치겠다고 맹세하였다.
암메추리는 매일 까마귀에게 문안을 드리면서 환심을 산 다음 까마귀에게 ‘코끼리의 눈을 부리로 쪼아 달라’고 부탁했다. 차례로 쉬파리와 개구리에게도 환심을 산 후 부탁을 해 놓았다.
어느 날 까마귀는 그 부리로 못된 코끼리의 눈을 쪼았고 쇠파리는 그 눈에다 알을 낳았다. 코끼리는 두 눈이 상하면서 구더기가 들끓자 고통이 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목이 말라 물을 찾으러 가는데 개구리가 암메추리와 약속한대로 산꼭대기에 올라가 울었다. 코끼리는 물이 거기 있는 줄 알고 산으로 올라갔다. 개구리가 다시 절벽 밑으로 와서 울자 코끼리도 그 소리를 따라 산에서 내려오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암메추리는 원수를 갚았다고 기뻐하며 죽은 코끼리의 시체 위를 돌아다녔다.
4. 어머니를 봉양하는 코끼리의 전생이야기(본생경 455)
온 몸이 새하얗고 아름다운 코끼리가 8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장님이었으므로 갖가지 맛난 과일을 구해서는 부하들에게 시켜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이ㅡ 부하들은 그 과일을 저희끼리 먹고 말았다.
그는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밤중에 그 무리를 빠져나와 어머니만을 모시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어느 연못가의 굴속에 어머니를 계시게 하고 봉양하였다. 오로지 어머니를 위해 맛난 과일을 따면서 한가롭게 생활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 뒤 바라나시에 사는, 숲을 관리하는 관리가 숲에서 길을 잃고 울고 있었다. 코끼리는 그 관리를 구해 주고자 가까이 갔으나 그 관리는 오히려 두려워하며 달아났다. 코끼리는 겨우 그 관리를 달래어 자기 등에 태우고는 숲 속을 빠져나와 큰 길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나 그 관리는 일주일 동안 길을 잃고 헤맨 자기를 구원해준 코끼리를 배반하고 다시 그 코끼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표시를 해 두고 있었다. 그가 바라나시로 돌아왔을 때 왕이 타고 다니던 코끼리가 때 맞춰 죽었다. 왕은 좋은 코끼리를 구했고 그 관리는 왕에게 그 코끼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코끼리 다루는 사람과 함께 길을 떠난 관리는 결국 자기를 구해 준 코끼리를 잡아 왕궁으로 끌고 갔다. 장님인 어머니는 슬픔에 잠겼고 먹이를 구할 수도 없었다.
왕은 왕궁에 도착한 코끼리에게 맛난 음식과 좋은 잠자리를 주었지만 코끼리는 그 어머니가 없다 하여 음식을 먹지 않았다. 왕은 코끼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 코끼리가 눈 먼 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코끼리를 놓아 주었다.
또 왕은 그 코끼리가 어머니와 함께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연못가의 땅을 주었다. 어머니가 죽은 뒤 코끼리는 다시 설산 지방으로 숨었다. 그 땅의 설산에서 내려온 5백명의 선인이 살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왕은 그들에게 다시 그 땅을 주었다. 또 왕은 이 훌륭한 코끼리의 초상을 만들어 존경하였고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거기 모여 ‘코끼리 제전’을 거행하였다.
첫댓글 찬찬히 읽어보니 새로운 지혜가 생기고 무척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