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 時事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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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스 워드는 6년 전에도 ‘혼혈’ 이었다
[미디어오늘] 국내언론, 또다시 ‘냄비’ 보도… “한국적이지 못한 ‘영웅주의’”
미국의 풋볼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와이드리시버 하인스 워드. 그는 지난 7일자 보도를 시작으로 이제 국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게 됐다. 그는 언론보도 덕분에 스포츠계의 새로운 상징이 됐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미식축구의 규칙은커녕 그의 포지션이나 소속 팀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로지 혼혈인 미식축구 MVP 선수 하인스 워드만 있을 뿐이다.
▷냄비처럼 들끓는 한국언론=대부분의 국내언론은 그가 2002년부터 4년 연속 NFL 올스타전인 프로볼에 선발됐던 것이나, 2001년부터 정규시즌 1000야드 이상을 기록했던 것 등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로지 그가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은 ‘혼혈’이라는 것과 어머니 김영희씨의 기구한 삶에 초점을 맞추면서 황우석 교수를 대신할 만한 ‘영웅’을 만들기에 바빴다.
하인스 워드가 국내에 혜성처럼 나타난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미 지난 2000년 10월 31일자 라는 기사를 통해 그를 주목했었다. 기사로 봤을 때 5년 전에도 그는 팀의 핵심 공격수였고, 그 뒤에는 한국인 어머니가 있었다.
당시 기사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흑인 아버지가 결혼 14개월만에 한국인 어머니와 워드를 버리고 떠났다”며 “어머니 김영희씨는 외아들 워드를 뒷바리지 하기 위해 하루 16시간씩 닥치는 대로 일했다”는 등 최근 보도와 거의 흡사했다. 5년이 지난 현재 그가 슈퍼볼 MVP가 되자 2000년에는 34면에 관련보도가 실렸지만 올해에는 1면에 그의 이름과 사진이 등장한 것이 차이일 뿐이다.
스포츠서울의 한 축구담당 기자는 “하인스 워드는 조지아 대학에서 프로로 옮길 때부터 각종 기록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특히 지난해 가을 4년 동안 최대 378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 연장을 체결하면서 이미 미국 스포츠계의 빅스타였다”며 국내 언론의 호들갑스러움을 지적했다.
미주 중앙일보의 한 기자도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휴먼 스토리는 이미 미주 한인 사회, 또는 한국 스포츠 마니아들에게는 오래 전 회자됐던 이야기인데 지금에야 그가 역경을 딛고 MVP가 됐다고 영웅 운운하는 것은 국내언론이 냄비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결국 국내언론은 전혀 한국적이지 못하게도 황우석 교수를 대신하는 영웅 찾기에 매몰된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사보다 잿밥에 눈 먼 보도태도=하인스 워드는 최근 국내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 외에도 NFL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혼혈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언론에게는 MVP인 워드가 필요한 것이지 다른 혼혈인 선수들은 필요 없는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8일자 한겨레신문 칼럼을 통해 “이 땅에 태어나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고, 치즈와 빵보다는 김치와 밥을 먹고 자란 혼혈인들의 정체성에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가”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우리 사회에 편입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혼혈인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일부 잘 생긴 혼혈 연예인들이나 MVP 하인스 워드에게는 본질과는 상관없는 과도한 관심이 쏠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또한 국내언론에 “지금의 과도한 관심은 거북하다”며 “한국 사람들은 흑인을 사람취급도 하지 않다가 잘 되면 쳐다본다”는 말로 국내언론의 냄비 근성을 힐난했다.하인스 워드 ‘돌풍’은 오는 4월 방한을 앞두고 벌써 국내 항공사와 호텔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그의 광고모델 기용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조배숙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12일 있은 당의장 후보 경기도합동연설회에서 “하인스 워드의 감동 스토리 뒤에는 강인한 어머니가 있었다”며 유일한 여성 후보로서 하인스 워드 ‘특수’를 노리기 위한 발언까지 했다. 언론의 빗나간 영웅 만들기가 혼혈 문제에 대한 우리사회의 진지한 담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틀고 있다.
스크린쿼터는 밥그릇이 아닌 문화주권
[미디어오늘] 정부는 지난 1월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한국 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영화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향후 5년 간 모두 4000억 원 규모의 지원책도 내놓았다.하지만 영화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스크린쿼터 축소’가 △문화산업이라는 특수성 망각 △한·미 FTA가 가져올 불확실한 경제적 효과에 치중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파기 △한국영화 산업의 불안정성 △논의 과정의 비민주성을 지적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언론은 한·미 FTA 체결이 당장이라도 장밋빛 경제 효과를 가져올 듯이 부각하면서 일부 영화의 반짝 성공을 내세워 스크린 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을 ‘이기주의’로 몰아갔다.
‘조중동’, 국익론 앞세워 ‘밥그릇’으로 몰아
중앙일보는 ‘스크린 쿼터 축소‘ 방침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중앙은 1월 21일자 사설 <스크린쿼터, 한미 FTA발목 잡아선 안돼>를 통해 한·미 FTA 체결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국익에 도움” “스크린쿼터에 발목이 잡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스크린 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계의 목소리를 ‘밥그릇 지키기’로 몰아갔다.중앙은 1월 27일 <영화계 큰 타격 없을 듯…국익 위해 불가피>, 2월 3일자 <뉴스분석-경제 외교 안보 아우른 한미동맹 업그레이드>에서도 국익론을 내세우며 영화계의 희생과 한·미 FTA의 국제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한·미 FTA 체결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위해 스크린 쿼터 축소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동아는 1월 2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꼭 체결해야 한다>라는 사설에서 한·미 FTA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한편 스크린 쿼터 축소에 대해서는 “국내 영화산업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고 정부가 영화산업 지원 대책도 내놓았으니 영화업계도 전체 국익을 위한 FTA 추진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2월 3일자 3면 <[막 오른 韓美 FTA협상] ‘글로벌 코리아’ 경제 선진화 기회>라는 기사에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이 △경제규모 성장 △한·미 외교관계 강화 △동북아 경제권 중추로 부상할 것이라며 한·미 FTA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FTA가 성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목소리를 높였으나, 스크린쿼터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영화계의 주장을 보도하는 데 그쳤으며 구체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신문들에 비해 보도량도 적었다.
경향·한겨레 ‘문화주권 지키기’에 방점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월 27일자 사설을 통해 스크린쿼터 축소 합의를 ‘굴욕적 협상’이라고 비판하고, 이로 인해 영화산업 전체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보수 신문이 외면했던 영화배우들의 광화문 1인 시위를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영화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특히 한겨레는 8일 광화문에서 있었던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대회와 관련해 2월 9일 1면에 시위 사진을 싣고, 2면에 <“영화인 밥그릇 아닌 문화주권 지키기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이날 행사를 보도해 다른 신문들과 관심의 차이를 드러냈다.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주장은 우리나라의 영화산업, 더 나아가 문화산업 전반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국익론을 앞세워 영화계의 주장을 ‘밥그릇 지키기’로 매도해 여론을 호도 했으며, 영화계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언론은 지금이라도 피상적인 국익론과 한국영화 경쟁력 확보 주장에서 벗어나 스크린쿼터 축소가 향후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조영수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활동가
“덴마크 극우 정부가 만평사건 원인 제공”
[미디어오늘] “무함마드 만평 사건은 도화선일 뿐이다. 갈등의 원인은 덴마크 극우파 정부의 이슬람 차별정책과 이라크 침략전 가담에 있다.”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사진)는 지난 9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일파만파로 파문이 번지고 있는 무함마드 만평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대다수 언론들이 ‘표현자유’와 ‘종교존중’이라는 구도로 접근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이다.박 교수는 “덴마크 정권은 이슬람 국가 출신을 겨냥하는 이민 억제 법률들을 채택하고,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 유일하게 이라크 침략전에 가담했다”며 “만평을 계기로 덴마크 정부에 대한 이슬람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박 교수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의 하나로 미국의 중동 침공을 지목했다. 덴마크 대사관을 불태우는 등 만평에 대해 격렬하게 반응한 시리아나 이란은 미국의 침공 위기에 놓인 국가이고, 시위가 점차 반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는 덴마크 정부의 성격과 미국의 중동 침공을 연결해 바라봐야 하고, 언론도 그러한 관점에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박 교수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는 유럽 쪽의 주장에 대해서도 “남의 종교를 모독해선 안 된다는 것은 언론의 상식”이라며 “유럽의 만평 게재는 유럽적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백인 세력의 연대감 과시”라고 일축했다.
-무함마드 만평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만평을 실은 ‘율란트 포스텐’은 덴마크 굴지의 기독교 우파 신문이고, 2002년 출범한 현 덴마크 정권은 북유럽에서 가장 극우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한국에서 만약 국민일보가 부처님 머리 위에 폭탄이 올려지고, 불교신자가 자살폭탄 테러를 하는 만평을 실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불교에서 들고일어날 것이다. 이슬람에서는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를 금기로 여기지만 무함마드를 그렸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함마드 그림은 학술서에도 나오고, 나도 러시아에서 그것을 보고 공부했다. 이슬람 쪽에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모독적인 내용에 대해서다.”-유럽 언론들은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남의 종교를 모독해선 안 된다는 것은 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이고 상식이다. 덴마크 신문은 그 상식을 넘어선 것이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만일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를 악질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을 실으면 어땠겠나. 한국에선 망언이라고 규탄하며 몇 주 동안 난리가 날 것이다. 일본도 안중근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책임 있게 해야 한다. 도발적이거나 모독을 해선 안 된다.”-이번 만평 사태가 덴마크 정부의 행적과 관련 있다고 보는 것인가.“그렇다. 덴마크 정부의 극우적인 망발에 대해 이슬람계 주민들의 분노가 몇 년 동안 쌓여왔고, 결국 만평이 계기가 돼 폭발한 것이다. 덴마크 정부의 2002년 이민억제책은 대표적인 악법이다. 또 이라크 침략전에도 참여했다. 현재 500여명의 덴마크군이 영국군과 같이 이라크 바스라에 주둔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가 있다. 덴마크가 이라크 침략의 공범이 안 됐다면 아마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중동 지역 덴마크 대사관에 방화사건이 나는 등 이슬람에서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사관이 불탄 곳은 시리아·레바논이고, 이란 주재 대사관은 공격을 당했다. 시리아는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공격받는 나라로 침략위기에 처해있다. 시리아 정부 입장에서 미국의 우방인 덴마크에 대한 공격을 허용해 (자국 여론을)통합하는 측면이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 가능성 때문에 준전시 상태에 있다. 미국 침략을 빼놓고 이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 이를 종교갈등으로 보면 위험하다. 종교자유를 지키기 위한 구도로 보도하는 것은 서방인들이 바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중동침략과 직접 결부된 특수상황이다. 한국 언론은 미국의 대외 정책과 결부시켜, 미국·시리아·이란의 관계를 설명하는 보도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