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전후로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흥미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것은 산업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시대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국제 현상설계를 통해서 기존 발전소 형태를 그대로 두면서 새로운 미술관을 제안한 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런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시애틀의 가스워크(Gaswork)공원이다. 이곳은 1905년부터 1956년 까지 시애틀 열 병합 발전소로 사용되었다. 시애틀 북쪽 방면의 유니언 호수를 향해 튀어나온 대지 8.3 헥타르 부지 위에 세워져 한 시대 도시에 에너지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도시가 확장되면서 도심 내 공해 시설로 여러 논쟁이 시작되었다. 시애틀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였지 만 결국 시는 시애틀 가스회사로부터 인수를 결정하고, 매입을 진행했다. 1956년 가스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발전소 시설은 1962년까지 그대로 있었다. 이후 $1,340,000에 달하는 비용은 1972년까지 계속 되었다. 이기간 동안 도심 한복판이 되는 시애틀의 가스워크부지는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공원으로 할 것이냐, 도심 재개발을 할 것이냐는 정치적 논쟁이 되었다. 하지만, 도시 공원화를 주장한 마이틀 에드워드(Myrtle Edwards)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바로 공원화 계획이 진행되었다.
Photo by SUNG YONG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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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디자이너 리처드 하겐은 산업유산의 일부인 발전시설을 유지하고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전개했다. 그는 현장을 통해 역사에 대한 흔적을 이해하고, 자연을 복원시키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견이 노출되었지만 결국 시위원회의 만장일치로 리처드 하겐의 개념은 통과되었다. 1975년 본격적으로 시민에게 개방된 가스워크 파크는 이후 시애틀 시민들의 중요한 도시 위락 시설로 각광받게 된다.
특히 어스 마운드(earth mound)로 이름 지어진 공원 부지의 언덕은 건물 잔해를 쌓아서 올린 것으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시애틀 전경 또한 매력적이다.
Photo by SUNG YONG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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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보여준 산업 유산의 흔적은 일종의 고고학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주목 받으면서 새로운 공원 디자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또한 발전 시설을 그대로 두면서 대중에게 인문학적 의미를 강조한 것 역시 새로운 시도로 찬사를 받았다. 새로운 공원 개념과 디자인을 진두 지휘한 리처드 하겐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최고 조경건축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디자이너가 되었다.
가스워크 공원은 개장한 이래 다양한 문화 행사나, 평화를 위한 콘서트 등이 열리는 명소가 되었고, 흥미로운 것은 스타벅스의 고향인 시애틀임에도 불구하고 공원 내 어디에도 상업시설을 두지 않은 것 또한 유명하다.
2013년 1월 2일 전미 역사경관지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로 추가되어 그 의미를 더한 장소가 되었다. 디자인이 단지 시각적 형식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때로는 철학을 배경으로 새로운 시도로 나타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디자인이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 되는 경향 속에서, 역사적 의미나 해석보다는 시각적 표현이 중심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임을 이 사례를 통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