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우상)과 독일의 디자인 대학인 FH 뒤셀도르프의 연구기관 라보어 비쥬엘이 공동주최하고, 주한독일문화원의 후원으로 《로고 디자이너 스테판 칸체프의 발견과 재조명》 전시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갤러리에서 9월 21일(금)부터 10월 17일(수)까지 열린다.
《로고 디자이너 스테판 칸체프의 발견과 재조명》전은 디자인 역사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룩했으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스테판 칸체프의 작품들을 재조명하고 현대 디자인 교육에 지표가 될 수 있을 만한 가치를 끌어내고자 2006년 라보어 비쥬엘이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번에 방한한 동연구소 연구원 막달리나 스텐체바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칸체프의 방대한 작업을 수집하고 분석한 연구 결과는 전시로 기획되어 2009년부터 독일, 폴란드, 그리고 불가리아에서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며 2011년에는 책으로 출판됐다. 이번 한국전시는 업적물에 비해 그 존재가 가려져 있던 스테판 칸체프의 로고 디자인 세계를 재조명함으로써, 오늘날 그래픽 디자인이 간과하고 있는 그래픽의 고유한 성질과 방법론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테판 칸체프(1915-2001)
스테판 칸체프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 말까지 유럽에서 활동한 불가리아 출신의 디자이너로 포스트모던 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실용미술을 이끌었던 인물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포스터, 우표 그리고 텔레비전 영상 등 다양한 시각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했는데, 특히 약2500개에 이르는 로고로 두각을 나타내 ‘로고 디자이너’라 불리기도 한다. 그가 남긴 작업은 양적으로 방대할 뿐 아니라 그것의 뛰어난 조형성과 완성도는 천재적이었던 칸체프의 재능을 대변해준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이 꽃피우던 시절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디자이너들 중 하나였으나 1994년 일본의 디자인 잡지인 이데아(IDEA)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을 정도로 오랜 시간 그의 이름보다는 그가 만든 로고만으로 사람들 사이에 알려져 있었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 단체인 미국의 AIGA와 영국의 ICTA 회원이었고, 오늘날 오틀 아이셔, 안톤스탄코브스키 그리고 폴 랜드 등과 함께 중요한 심볼 디자이너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스테판 칸체프의 로고 디자인
스테판 칸체프는 대상의 정체성과 특성을 오직 형태로 전달하기 위하여 탐구하고 실험한 디자이너이다. 우리는 그의 로고들을 통해 하나의 형태가 생성하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그의 로고들은 점, 선, 면, 음각과 양각, 도형 같은 지극히 기본적인 조형의 원리에서 탄생한 ‘형태’가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즉, 그의 로고에서는 형태는 일차적으로 그 자체의 구상적 형식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더 나아가 그 형태로부터 또 다른 내용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위의 로고는 사람의 눈동자로 보이는 동시에 그의 이름 스테판 칸체프의 키릴어 표기 Стефан Кънчев에서 머리글자인 “C”와 “K”를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시각디자이너인 본인의 특징을 단순한 형상 안에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평생 컴퓨터의 도움 없이 작업했는데, 하나하나의 로고는 오랜 시간을 거쳐 그의 손에서 탄생한 형태에 대한 탐구 결과물이며, 그 완벽한 조형성에서 스테판 칸체프의 장인적 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좀 더 심도 깊은 학습을 원하는 전문가 및 전공자들을 위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라보어비쥬엘에서 기획한 워크숍과 강연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