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득수) 관련 지명 1. - 물(水) -
물가를 나타내는 지명은 천(川), 수(水), 하(河), 강(江), 진(津), 탄(灘), 주(洲), 빈(濱), 계(溪), 호수와 소택(湖․沼), 바다(海․洋) 등이 있다. 이 중 천(川)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포천군 포천(抱川)읍, 경북 영천(永川)시 등 전국 76개 지역에서 나타난다.
천(川)은 산(山)자와 더불어 큰 강을 낀 지역에 주로 많이 쓰는 지명이다. 경기도의 수원(水原), 전북 장수(長水-긴 시내)군, 여수(麗水-아름다운 물줄기), 평북 삭주군의 수풍(水豊-물이 풍족한 곳), 경북 영덕군 창수면(蒼水-창창하고 아름다운 물) 등은 모두 물(水)과 관련된 지명이다.
물(水)과 관련한 지명이 나타나는 지역은 수해의 발생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물(水)과 관련한 재해는 범람 및 침수, 가뭄 등이 있다. 이 중‘범람’과 관계있는 지명은‘물탕’,‘물도리’,‘큰물’,‘무네미’,‘넘은 개울’등이 있다.
이러한 지명은 모두 장마철에 하천이 범람할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저지 및 습지 등과 관련된 지명인‘둠벙’,‘구렁’,‘구덩’,‘수렁’등은 전남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며, 침수 가능성이 높은 지형적 특성을 보여준다.
위 그림은 곡류하천의 범람 및 침수 발생가능 지역이다. 물길이 'S’자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흘러 갈 때, 물이 감도는 안쪽(B와 C지점)을 퇴적사면이라 하고, 그 반대쪽(A와 D지점)을 공격사면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퇴적사면에는 모래 등이 쌓여 마을과 농경지가 형성되는 반면 물돌이가 치는 공격사면에는 물살에 공격을 받아 절벽이 형성된다. 또한 공격사면에는 유속이 빨라 측방 및 하방 침식이 활발히 일어난 결과, 깊은 물웅덩이인‘소(pool)'를 이루게 된다.
하천이 범람할 때 모래와 작은 자갈 등은 멀리 이동하지 못하고 하천 근처에 퇴적이 되어 자연제방을 크게 형성한다. 대하천의 중․하류 지역에서는 이 곳에 취락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하천 범람시 침수의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는 집터를 높여 짓는‘터돋움집’이 발달하였다.
풍수에서도 평지에서는 주위보다 높은 터(突穴)를 길(吉)로 여긴다. 풍수 고전의 하나인『人子須知』는 높은 산에서는 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오목하고 낮은 터를 구하고, 평지에서는 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높은 터를 구하라고 하였다.
따라서 사람이 살아가는 주택지는 가능한 하천의 퇴적사면에 자리 잡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공격사면에 자리할 경우 범람 및 침수 대책을 따로 강구해야 한다.
물과 관련한 지명에서 또 한 가지 특별한 이름은‘두물머리’이다. 두물머리는 두 줄기 물이 합쳐질 때의 순우리말 이름이다. 이를 한자화하면 양수(兩水), 이수두(二水頭), 합수(合水)가 된다. 경기도 양평군의 양수리, 강원도 인제의 합강(合江) 등이 있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아우내’도 두 개울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병천(幷川․竝川)에 해당하는 고유어 지명이‘아우라지․아울치․아우내․아오내․아옵골․아내․아으내․아리․아름’등으로 나타난다.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강’도 두 강이 하나로 어우러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우라지는 아올다>아울다>아우르다에 접미사 아지가 결합되었을 것이며, 아우내는 아울+내>아우내에서 형성된 지명일 것이다. 교하(交河) 또한 글자 그대로‘물이 서로 사귄다’는 뜻으로 임진강과 한강 물이 합쳐지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류(本流)와 지류(支流)가 합수되는 지점은 물고기의 서식지로 적합하여 낚시인들이 선호하는 장소이다. 그러나 합수지점은 익사사고의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소(pool)가 형성되어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기도 하며, 겉으로는 물길이 잔잔하게 보이지만 물속은 유속이 빠르고 소용돌이가 형성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