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4구간 낭만이 지나치면 청승이 되는가?

[청학]

한북 정맥 4구간(광덕고개-백운산904m-삼각봉910m-도마치봉937m-신로봉999m-신로령-광산골-국망봉 자연 휴양림-이동)

1.산행일시: 2010.6.12일 토요일.

2.산행인원: 그윽한 미소,딱선생,청학 그리고 오늘의 불청객이며 우리를 도탄에 빠뜨린 비와 바람.

3.기상상태: 장마 비와 같음.

4.소요시간: 약 9시간.

출발

전날 밤 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출발 당일 새벽까지 그칠 줄을 모르고 주룩 주룩 내리고 있다.

마누라는 갈 건지 말 건지 확인 전화를 해보라는데,

이건 분명 가지말라는 무언의 어퍼컷이다.

그러나 삼일 전에 홈페이지에 공지하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하고 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이걸 모르는 마누라는 무언의 압력을 마구 마구 행사한다.

그러나 우리는 가야한다. 폐 깊숙이 꽂히는 신선한 공기와 자유로운 바람 그리고 장쾌한 능선의 파노라마가 우리를 부른다.

쭈빗 쭈빗 베낭을 챙기니까 마누라가 '미쳤서 미첬서' 하고 속으로 하는 소리가 밖에서도 들리는 듯하다.

뒤로 도끼 눈이 날아 와 등에 꽂히고 있지만, 어쩌랴! 우린 가야 하는데......

연수구청에서 출발하는 광역 버스 첫차를 타고 강남역 하차하여 전철로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윽한 미소'에 이어 '딱선생'이 도착하여 6시 50분 발 사창리 행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빗줄기가 세차게 때리니 방랑기+홀가분한 해방감 그리고 말로는 표현 안되는 상념들이 빗물에 섞여 창 밖 뒤로 뒤로 날아간다.

비 때문인지 면회가는 사람도 드물고, 버스 안이 호젓하고 착 가라앉은 기분이다.

광덕고개 도착 8시 20분 두당 8,500냥

 광덕 고개 초입으로 이때만 해도 빗줄기가 그치는 듯했다. 전 산행 구간까지는 나무들이 초록 옷을 입지 않았는데, 지금은 시원하게 초록 옷으로 갈아 입고 신선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아직은 무덤덤한 표정인데, 조금 있다가 고생 문이 활짝 열릴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산을 시작하는데, 촉촉한 발바닥의 느낌과 적당한 습기와 향기로운 풀 냄새 흙 냄새.

이 냄새가 그리워 몸이 아우성쳤나 보다. 현대인의 위장병은 땅을 밟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오행 중에 토 기운이 위 비장인 것이다. 위 비장을 위하여 땅을 밟자! 땅을 밟자!

예비군복을 입은 개구리 한 마리가  한북정맥을 지키고 있다. 오늘은 너의 날이다 시원한 빗줄기 맞으며 즐겁게 놀아라!

백운산 도착 10시48분 해발 903m

이때까지도 빗줄기는 주장을 하지않았다.'그윽한 미소'의 모자 쓴 모습이 꼭 시골 이장님 모습과 닮았다. 이장님!

백운산 정상 안개비 속에서 막걸리 한잔.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백운산이 온통 무인지경 우리의 산이다.

 백운산 정상석 후면에 포천 출신 문인 양사언의 '증금옹'이라는 시가 적혀있다.

원래 이 시는 포천시 창수면 오가리 하천 가에 음각되어 있던 것이라 한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증금옹'

錄綺琴伯牙心 鍾子始知音 一鼓復一吟 冷冷虛賴起謠岑 江月娟娟江水深

거문고 타는 백아의 마음은 종자기만 알아 듣는다오 한번 타매 또 한번 읊조리니

맑디 맑은 바람소리 먼 봉우리에 일고 강 달은 아름답고 강물은 깊기도 하여라 .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백아'와 '종자기'에 관한 시란다.

 삼각봉 도착 11시 24분 해발 910m

이때부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빗물로 차츰 차츰 젖어들고 있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었는데 등산화 속으로 빤쓰 속으로 스멀 스멀  빗방울이 스며든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마침 삼각봉 지나 850 고지 헬기장 바로 아래에 벙커가 있어 여기서 비를 피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팔자 소관이라더니 돈 받고 하래도 못 할 일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낭만이 과하면 궁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궁상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훌륭한 추억거리로 자리 매김 할 것이다.

누가 언제 이런 추억을 만들수 있는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도마봉 도착 1시 10분 해발 883m.

지도에는 도마치봉이라고 명기되 있는데 도대체 도마봉은 어느 봉우리가 도마봉인지 모르겠다.

'그윽한 미소'와 '딱 선생'은 빤쓰로 빗물이 들어가도 좋은가 보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걸 보면......

여기서 부터 풀밭 같은 능선 길이 죽 이어져 있는데 고즈넉하면서 안개가 자욱한 것이

꼭 꿈 속을 몽롱하게 걸어 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색하기 좋은 길이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아지면서 신로봉(999m) 정상 부근에서는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온다.

내려가야 할 신로령 갈림길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국망봉 가는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하니 신로령 갈림길이 나왔다.

내려가는 입구에는 몇 년 전 겨울에 조난 사고가 발생하여 서 너 명이 사망한 곳이라며 위험 표지판이 서 있는데 빨간 줄로 x 표시를 했다.

'그윽한 미소'와 '딱 선생'은 사망 사고 입 간판과 x 표시줄을 보고 내려서는 것을 주저하면서 전화로 확인을 하는데,

신로령 바로 밑 벙커에 들어가 지도를 확인하니 국망봉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신로령 길이 맞는 것이다.

내리막 길은 국망봉 휴양림이 개인 소유의 땅이라 막아 놓은 것 같다.

광산 골 계곡 길은 험하지 않고 아기자기하면서 경치가 좋은 곳이다.

'딱선생'은 무릎에서 게 거품이 나온다고 너스레를 떠는데, 보니까 진짜로 게 거품이 나온다.

무릎과 바지가 마찰을 내면서 나오는 거품을 무릎 진액이 빠진다고 엄살이다.

2시 30분 경에 신로령 갈림길에서 하산을 했으니 지금 국망봉 휴양림 카 켐핑장까지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여기서 부터 이동까지는 걸어서 족히 1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다.

국망봉 지도 

이동 도착 오후 5시 20분.

온 몸이 홀딱 젖어 그냥 갈 수 없어 일동에 있는 용암천이라는 온천에 들러 옷과 몸을 말리고 가기로 했다.

이동에서 온천장까지 11,000냥. 온천 비용 두당 6,000냥.

5시 30분 부터 6시 30분까지 젖은 몸과 마음을 말리고 일동에서 6시 45분 차 탐 두당 5700냥. 일동에서 버스터미널까지 택시비 4,000냥.

점점 서울 쪽으로 다가 가니 교통비는그것에 비례하여 점점 줄어든다.

서울 도착 7시 50분 도착하여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에 월드컵 관람을 위해 호프 광장을 찾았으나 이미 매장은 만원.

하여 약간 외진 곳에서 월드컵을 관전하면서 시원한 맥주 한잔함.

여러명이 함께 응원을 하니 재미도 있고 특히나 우리가 시원한 승리를 하여 맥주맛이 더 좋았던 것 같다.

10시3 0분 호프집을 나와 집 도착 시간 12시20분.

마누라에게는 거짓말을 했다. 거기는 비가 하나도 안 왔다고......

[송원]

자~알 읽었다. 상철이 글 솜씨가 맛있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참 좋구나. 정일이, 이근이 날렵한 몸매도 보기 좋다. 나는 저 산을 오르면 정말 무릎에서 거품날 것 같다. 오늘, 드디어 회원가입했다, 호치민, 베트남에서.

[청학]

고맙네 친구 건강하지? 자주 놀러와 그리고 글도 좀 올리고 바로 정회원으로 승급이다.

[그윽한미소]

송원도사 반갑구먼...건강하지? 같이 북한산이라도 오르며 막걸리한잔에 추억을 동동띄워 맛나게 빨고싶어진다.....청학도 바쁜 와중에 카페지기 역활 훌륭히 수행하고 있군...년말에 2010년 마지막 산행때 공로상이라도 생각해 보겠네.....

[딱선생]

송원도사, 반갑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