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內觀
의념수련 중에,오장육부의 정기가 표현된 여러 빛과 함께 몸 속의 장부나 경락 등이 보이기도 한다. 잡념을 떨치면 의식이 맑아지며 천목(天目)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물이 흐리면 아무 것도 안 보이지만,찌꺼기가 가라앉고 맑아지면 밑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의념이 하단전 중심으로 이끌려 들어갈 때 질척거리는 하수구를 지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신장을 지나면서 신장의 내부를 보는 것이다. 하수구 같은 데에 고여 있거나 흘러내리는 오물은 신장의 소변이다. 이와 같이 내부에서 보는 몸의 기관은 외부에서 보는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수련 중에 체험하는 여러 현상들을 실제와 전혀 다르게 오해하기 쉽다. 경락이나 기운의 흐름을 볼 때 더욱 그렇다.
가령 깊은 명상 중에 충맥을 보면, 그것이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의념이 하단전 중심에 있다가 충맥을 따라 백회로 올라가면 마치 하늘을 받치고 선 기둥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이런 체험을 하고서 자신의 영체(靈體)가 하늘에 다녀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맥이나 임맥도 충맥처럼 하늘 높이 세워진 기둥처럼 보일 수 있다. 혹은 거대한 사다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의념이 하단전 중심에서 독맥을 타고 머리로 올라가는 체험을 할 땐, 까마득히 높은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체窩� 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영체가 하늘에 다녀온 줄 착각하기 쉽다.
어떤 사람들은 의념이 몸의 여러 기관이나 경락을 보거나, 그것들을 따라 돌아다니는 체험을 하고서 자신이 대단히 높은 경지에 오른 도인인 줄 알고 큰스승 노릇을 한다. 그런 체험은 몸을 두루 속속들이 좋게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68)의념수련과 幻影
의념이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잘 모인 상태로 깊은 명璨� 들어가면 종종 여러가지 환영(幻影)들을 보게 된다. 낯선 풍경이나 사람들, 동·식물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때 나는 현실에서처럼 그들과 어우러져 있다. 그 모든 것이 현실과 똑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런 체험을 하게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잠재의식의 발현이고 또 어떤 경우는 까마득히 잊었던 과거의 기억이 망각의 늪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혹은 내 의식의 강한 파장이 몸을 벗어나 낯선 세계로 가 보는 경우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이런 체험들을 하면 마음이 잘 흔들리게 된다. 어떤 수행자들은 자신이 수련을 잘못하여 이상해지는 게 아닌가 두려워한다. 그래서 수련을 중단하는 이도 있다. 또 어떤 수행자들은 신기한 체험을 했다하여 매우 좋아한다. 꽤 큰 도력을 얻은 줄 알고 기뻐한다. 그리하여 자꾸 신기한 것을 추구하게 되고 이런 현상이 안 나타날 땐 도력이 떨어진 줄 알며 실망한다.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수련이 깊어지면서 수많은 변화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 육체의 변화,정신의 변화가 서로 다른 형태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니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며 도력이 높아졌다고 특별히 좋아할 일도 아니다. 그저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신기한 것에 마음을 뺏기면 정기가 소진된다.
그리고 신기한 체험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의 수련경지가 얕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초조해 한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매우 건강한 사람들은 변화현상을 오히려 늦게 체험하는 경우가 많다. 수련의 경지가 꽤 깊어진 다음에야 나타난다. 그러니 초조해 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닦아나가길 바란다.
(69)우주의식
지금까지 선도수행의 입문부터 소주천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체험하게 되는 여러가지 몸과 정신의 변화에 대해서도 밝혔다.
소주천은 매우 중요한 선도수행의 한 단계다. 도(道)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문턱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소주천이 이뤄지면 도가 굉장히 높아진 줄 안다. 자칫 자만심에 빠지기 쉽다.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수련해야 그 길을 갈 수 있다.
그동안 언급했던 이야기들 중에서 아주 중요한 것들을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앞에서 선도수련이란 마음과 몸과 숨을 함께 닦는 것이라 했다. 또 몸과 숨을 닦는 것은 결국 마음을 제대로 잘 닦기 위한 수련이라 했다. 그리고 마음이 온전하게 잘 닦이면 숨과 몸까지 더불어 잘 닦인다고도 했다.
마음을 크게 열고 환하게 정화시키는 한 방법으로 무한한 우주와 순수한 하늘을 자주 의식하는 게 참 좋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눈에 보이는 파란 허공이 아니다. 삼라만상을 감싸주며 온누리에 깃들여 있는 참 하늘, 불교에서 말하는 극락세계, 기독교의 천국, 선도의 선계를 뜻한다.
이 하늘은 온 우주, 만물중생 안에 두루 펼쳐져 있다. 그래서 예수님께선 하늘나라가 바로 네 마음 안에 있다 하셨고, 석가모니 부처님께선 불성(佛性)이 모든 존재 안에 깃들여 있다고 하셨다.
선도의 스승들께선 도, 하늘 기운이 무한한 세계에 두루 작용한다고 하셨다. 나와 삼라만상을 한없는 사랑으로 감싸주는 하늘, 나와 삼라만상 안에 가득 깃들인 밝은 하늘을 자꾸 의식할 때 하늘 기운이 우리 안에서도 넘쳐흐르게 된다.
(70)삼라만상 안의 하늘
어떤 사람들은 선도수행을 단지 호흡수련으로 안다. 오로지 숨쉬는 데 열중하면 우주의 기운을 많이 받는 줄 오해하고 있다. 우주의 기운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열린 만큼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다. 걸림이 없이 활짝 열리면 그 만큼 풍부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의 의식에는 온갖 분별심이 자리잡고 있다. 고운 것과 미운 것, 좋고 싫음, 귀하고 천함, 옳음과 그름등 갖가지 분별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리하여 머리의 상단전이 막힌다.
분별하는 생각은 마음을 흔들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사랑, 미움, 기쁨, 슬픔, 즐거움, 괴로움, 불안, 초조, 두려움등. 이런 저런 감정들이 잇달아 생겨난다. 이로 인해 가슴의 중단전이 막힌다. 상단전 중단전이 너무 좁아져서 우주의 기운이 풍부하게 들어오기 어렵다. 우리가 자꾸 모든 존재 안에 길들여 있는 참하늘을 의식하면 분별심이 차차 엷어진다. 무엇을 접하건 서로 다른 겉모습만 보지 말고 그들의 참모습인 하늘을 보는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티 하나 없이 순수한 하늘, 찬란한 하늘의 빛을 그들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밝고 밝은 하늘의 빛 우주의 참기운은 어디에나 두루 펼쳐져 있다. 너무 밝아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 뿐이다. 좋아하고 귀하게 여기는 존재 안에서 하늘을 발견하기는 쉽다.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상, 하찮게 여기는 존재들 안에서 하늘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매우 훌륭한 공부다. 우리가 거부하고 혐오하는 모든 대상들 안에 펼쳐진 찬란한 하늘을 계속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나 자신이 환한 하늘 기운에 휩싸인다. 내안의 깊은 곳에 갇혀 있던 하늘의 빛이 활짝 피어나게 된다. 부처님 눈에는 부치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삼라만상 안의 하늘을 자꾸 보면 하늘을 닮게 된다.
(71)우주와의 합일
우리가 삼라만상 안에 두루 펼쳐진 참하늘을 언제나 의식하며 지내면 우리 안에 하늘 기운이 가득차게 된다. 그런데 너무 혐오하는 대상들을 직접 대할 때, 혹은 그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는 그들 안의 밝은 하늘을 보기가 어렵다. 그럴 때는 상상속에서 그들의 모습과 하늘을 떠올리는 연습을 자꾸 해 보는 게 좋다.
상상 속에서는 모든 존재를 하늘처럼 보기가 한층 쉽다. 그리고 상상으로나마 자꾸 연습하면 실제로도 그렇게 된다. 조금씩 조금씩 몸에 밴다. 또 삼라만상과 함께 내 안에 깃들인 하늘도 자주 보는 게 좋다. 내 안에 티 하나 없이 환한 하늘이 무한하게 펼쳐진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내 안의 그 순수한 하늘을 실감하면 세상에 싫어하고 미워할 게 하나도 없다. 한없는 평화와 사랑으로 삼라만상을 감싸안게 된다.
예수님께서 너희 마음 속에 하늘나라가 있다고 하셨듯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불성(佛性)이 온 우주에 가득 넘친다 하셨듯이 선도의 스승들께선 하늘로 가는 길이 우리 안에 있다고 하셨다. 우리 자신과 삼라만상의 참 모습이 하늘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모든 존재 안의 하늘에 눈을 돌릴때 우리 마음은 무한한 평화를 누린다.
헛된 욕망과 집착이 사라지고 한 없이 자유로워진다. 몸도 그리 된다. 하늘은 경계가 없다. 끝없이 청정하고 밝은 세계다. 경계가 없으니 그 안에서는 모두 하나다. 나와 삼라만상 안의 하늘을 늘 의식하다 보면, 곧 삼라만상이 모두 한몸임을 실감하게 된다.
‘나’라는 의식은 있으나 울타리가 사라진다. 생각으로만 그러는게 아니다. 몸과 마음도 따라서 그것을 체득한다. 우주와의 합일이 갈수록 더 깊이 더 생생하게 이뤄지는 걸 체험한다.
(72)밝은 하늘 기운
지난 몇 회에 걸쳐서 우주의식과 우주와의 합일에 관해서 살펴봤다. 우리가 모든 존재 안에 깃들인 하늘의 가장 밝은 모습을 계속 의식하면 우리의 마음도 활짝 열린다. 상단전 중단전이 활짝 열리니 호흡은 저절로 최상의 상태가 된다. 또,하늘의 아름다운 기운이 풍부하게 우리 몸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몸이 아픈 분들은 병든 부위에 펼쳐진 하늘을 생각하는 게 좋다. 마음이 아픈 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밝은 하늘 기운이 그 병을 씻어준다.
우주의식 속에 깊이 머물면 호흡수련에만 매달릴 때보다 한결 빨리 정기가 충만해진다. 아주 병약했던 사람도 금방 회복될 수 있다. 종교인들이 불치의 병에 걸렸다가 하늘에 모두 맡긴 뒤 기적처럼 낫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늘 삼라만상에 펼쳐진 하늘을 보도록 노력하고,수련에 깊이 들어갈 때는 의념을 하단전 밑바닥에 두는 게 좋다. 그러다가 정기가 더욱 충만해져서 하단전의 중심자리에 기운이 모여들면 의념을 그리로 옮긴다. 의념이 기혈에 집중되면 머지않아 뚜렷한 기운의 응어리가 생긴다. 이 때는 그 응어리(양화기 단화기)에 의념을 모은다. 의념과 한 덩어리가 된 양화기 단화기는 때가 이르면 기혈에서 빠져나와 움직인다. 이때 그것을 미려로 이끌어 미려관을 연다. 그 다음 법도에 맞춰 임독맥을 따라 순환시킨다. 조심해야 할 것은 의념이 양화기 단화기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저 함께 따라가는 것이다.
양화기 단화기가 한바퀴 돌아서 기혈로 되돌아와 쉬면 의념도 기혈에 고요히 머물러야 한다. 충분히 쉰 다음 또 움직이면 의념도 따라간다.
임독맥이 열리면 우리의 우주의식은 그만큼 더 깊어져야 한다. 나를 비우고 삼라만상과 한몸이 되어야 하늘의 도움으로 한발 더 나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