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대문은 봄날이다

[태산이]

지금, 동대문은 봄날이다!
동대문에서 칩 & 시크 스타일을 위해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한동안 뜸했다. 동대문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이. 경기가 안 좋다 안 좋다 하니, 손님들 발길도 뚝 끊기고, 그래서 왠지 예쁜 옷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소원하던 발걸음이 후회되었다. 며칠 전, 우연히 들른 동대문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정도로, 불야성이었다.

동대문이 이렇게 잘나가게 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으로 꼽히는 ‘멀티숍’ 개념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각 대형 패션몰은 최근 리뉴얼 작업을 통해 기존의 닭장식 매장에서 탈피해, 백화점 매장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감행했으며, 멀티숍처럼 감각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들여놓았다.

최근 두산타워는 지난해 평균 10~20%에 달하던 빈 숍들이 최근 모두 찼다고 발표했다. 동대문 상권이 얼마나 후끈 달아올랐는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길 하나를 두고 나뉜 제일평화시장, 광희시장, 디자이너 클럽 등 도매 상권도 북새통을 이루기는 마찬가지.

일단, 동대문이 심취한 브랜드를 살펴보자. 도매 상권에선 까샤렐이나 모스키노, 안나 수이 같은 브랜드의 OEM 제품이 난리다. 반면,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숍은 끌로에와 이자벨 마랑, 바네사 브루노 같은 파리지엔 시크 스타일 브랜드를 카피한다. 그것은 분명, 루이 비통이나 구찌 등 가장 유명한 브랜드를 카피하던 트렌드 리얼리티와는 조금 겉돌던 종전의 동대문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놀랍게도, 동대문 디자이너들이 지금 스트리트를 주도하는 리얼 트렌드를 정확히 짚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동대문에선 취사 선택이 중요하다. 백화점처럼 잘 정리된 종합 선물 세트가 아니라, 당신이 잘 선택하고 포장해야 하는 공산품이기 때문이다. 당신 혼자, 산더미 같은 옷을 헤치며, 보물이 될 만한 원석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좀 더 치밀한 계산이 필요할 수밖에.

이미, 총총히 발품을 팔아 보석을 발견한 에디터가 추천하는 곳은 두산타워. 동대문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다면 몰라도 일단, 제일평화나 누존 등 도매 상인이 북적이는 곳에선 일반 손님이 대접 받기 힘들다(아주 똘망똘망하지 않으면, 옷 한 벌 사는 데 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아무리 도매 가게라도 한두 벌 사는 일반 손님에겐 스페셜한 가격으로 흥정하지 않는다(그러니 우리 같은 일반 고객은 두산타워에서 사나 도매 가게에서 사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단, 단가가 높은 브랜드 OEM 제품이나 신발 종류는 가격 차이가 많으니, 악착같이 도매 가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똑같은 발레리나 슈즈라도 제일평화시장에선 1만8천원대인 반면, 두산타워에선 4만원 정도로 가격이 껑충 뛴다.

동대문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층층이 나풀거리는 집시풍 스커트. 최고 트렌드로 손꼽히는 집시&에스닉 스타일과 동시대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서둘러서는 안 된다. 층마다 나풀거리는 현란한 러플에 잠시 눈이 멀지만, 가장 많이 보이는 아이템에는 반드시 주의가 필요하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뒤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디자인이나 실루엣 모두 마음에 들지만, 사실 디자인이 너무 똑같아 민망하고, 또 6만원대의 가격도 부담스럽다. 이보다는 오성상가(종로 5가 광장시작 옆, 오성 상가 간판이 붙은 골목길로 20m 직진. 왼쪽에 작은 수선집이 있는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대로 된 풀 스커트를 1만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다.

가장 추천하고픈 아이템은 크로셰 니트. 아일렛 펀칭의 블라우스나 레이스 톱도 강력 추천한다. 일단, 트렌드의 정점에 선 아이템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빈티지한 가공이 더해져 고급스러운 맛까지 살린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시장 제품이지만, 마무릿감이나 바느질 모두 만족스럽고, 소재로 브랜드 제품 못지않게 고급스럽다. ‘한국’의 전매특허인 질 좋은 면 소재의 티셔츠도 구입하면 좋다. 티셔츠는 뭐니 뭐니 해도 소재와 실루엣이 좋아야 옷발이 제대로 사는데, 동대문의 티셔츠는 1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임에도 실루엣이나 소재 모두 제대로다. D&*, 모스키* 등에서 카피한 디자인의 캐릭터 티셔츠 또한 일품이다.

이에 비해 재킷이나 버버리 등 아우터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다. 에디터가 꼼꼼히 발품을 판 결과, 디자인이 모두 비슷비슷해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민망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동남아와 중국 등에서 수입한 에스닉도 추천 아이템. 비딩이나 스팽글 장식 슬립톱이나 에스닉 목걸이, 뱅글 등은 이번 시즌 트렌드인 에스닉 스타일을 완성하기에 좋다. 어차피 트렌디한 스타일이니 동대문에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좋으며, 본고장에서 온 제품이니 디자인 또한 제대로다.

동대문 쇼핑의 위력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은 단연 액세서리. 일명 ‘페루 나무 열매 목걸이’가 베스트셀러인데, 2만~3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이 아이템이 압구정동의 수입 멀티숍에선 10배에 이르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압구정동 보세 가게에서 힙한 키치 액세서리로 판매되는 캐릭터 펜던트나, 안나 수*나 샤*의 카피 제품 등은 1만원 미만이면 구입할 수 있다. 여러 개를 함께 레이어링해야만 스타일리시하니, 저렴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매력인가?

바야흐로 패션에서 디자인보다 스타일링이 더 대접받는 시대다. 즉, ‘어떤 아이템을 구입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스타일링하느냐’가 더 관건이다. 그러니 스타일링 연습을 위해서나, 스타일링의 재미를 위해서나 동대문의 ‘칩&시크’ 아이템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에디터와 친한 스타일리스트는 동대문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 “역시 질보다 양이라고” 그러나 질도, 디자인도, 또 가격대도 모두 만족스러운 옷을 한아름 들고 오며, 에디터는 이런 말이 떠올랐다. 금상첨화! 제 2의 봄날!!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SHOP DATA＊

Accessory

아이리스 밤비나 미키 마우스, 해골 펜던트 등 스타일리시한 키치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수입 아동 액세서리 숍. 두산타워 5층 114호. J&H 우드 뱅글, 뱀피 팔찌, 바니 목걸이 등 외국에서 직접 컬렉션한 트렌디한 액세서리가 강점. 두산타워 5층 224호.

Ethnic Look

탁실라 이번 시즌 빅 트렌드인 에스닉 룩을 위해 꼭 들러야 하는 숍. 다양한 컬러의 인도 슈즈가 단돈 3만원 선. 두산타워 5층 7호. YOUARENOTALONE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 수입한, 독특한 프린트와 컬러의 빈티지 제품이 가득하다. 두산타워 지하 1층 두체.

Trendy Style

글로벌 리듬 스타일 끌로에, 바네사 브루노 등 파리지엔 시크 스타일. 도매 상인도 줄을 서서 구입해야 할 정도로, 수준 높은 디자인과 품질, 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유명하다. 제일평화 2층. 드레스 룸 동대문 패션몰에서 가장 수준 높은 스타일링과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똑같은 티셔츠·원피스·재킷이라도 남다른 스타일링법을 배울 수 있다. 두산타워 2층 136호. SWITCH 풀 스커트와 레이스 톱, 니트 카디건 등 남자친구에게 어필할 클린&퓨어 스타일. 두산타워 2층 134호.

T-Shirts

삼원사 시크하고 에지 있는 티셔츠로 유명한 숍. 고급 면 소재를 사용해 실루엣이나 신축성이 예술이다. 니키 힐튼이 최근 론칭한 Chick by 니키 티셔츠가 잇 아이템이다. 제일평화 3층 100호. T-마켓 미키 마우스, 밤비 등 다양한 캐릭터의 티셔츠부터 시크한 루스 티셔츠까지, 그야말로 티셔츠의 천국. 두산타워 2층 상행선 엘리베이터 앞.

자료출처:http://www.m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