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양심적인 수학자의 좌절과 분노가 끝내 석궁‘테러’라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보수 언론과 법원, 검찰은 완전무결한 사법부에 도전한 ‘광인의 테러’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기득권을 수호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에 의한 희생양일 뿐이다.
그의 억울함은 유력한 과학잡지 <사이언스>조차 인정했다. <사이언스>는 김명호 교수를 옹호하며 ‘올바른 답의 비싼 대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그리고 전국 44개 대학 수학과 교수 1백89명이 “대학에서 제시한 ‘모범답안’은 문제가 잘못됐음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누가 보더라도 김명호 교수가 승리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사법부는 대학 당국과 함께 정의의 반대편에 서서 그를 “제거”했다.
게다가 그가 제기한 소송은 연이어 성균관대 출신 판사가 맡았다. 29명의 부장판사 중 유일하게 성균관대 출신인 판사―그것도 노동 전문 판사가 아니라 건설이 전문 분야인 판사―가 그의 재판을 맡았다. 판사배정은 법에서 정한 일수를 초과하면서까지 늦게 결정되었다. 성균관대 재단(그리고 그 뒤의 삼성)과 모종의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1)
김명호 교수는 답답한 마음에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해서라도 부당한 판결이었음을 듣고 싶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석궁이 발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류언론들은 ‘살해의도’까지 있었다며 광분했지만 인터넷에는 김명호 교수에 대한 연민과 사법부와 성균관대 당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글이 넘쳐났다. 김명호 교수에 대한 뜨거운 지지여론을 두고 보수언론들은 ‘범죄자를 옹호’한 ‘비이성적인 행태’, ‘악플 테러’라며 비난했지만 대법원장 이용훈의 세금 탈루 사건으로 널리 퍼진 사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법원, 가진 자들의 “최후의 보루”
이번 일은 석궁이라는 중세적 무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절망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물론 저항의 방식―석궁이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위협한―은 학교당국과 법원이 자신들의 위선적 결정을 회피할 구실을 줬고 그를 지지할만한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라도 비명을 내지름으로써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해야 했던 그의 절망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한 검사는 “사법부는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인데 사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며 한탄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법원이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 드러난 법조 비리 사건이나, 대법원장 이용훈이 세금을 탈루하고 전별금을 지급한 것들은 사법부 내에 부패가 얼마만큼 뿌리깊은지 보여 줬다.
전관예우는 합법적 비리의 대표적 사례인데, 대법원장 이용훈은 변호사로 있으면서 5년 동안 60억 원을 벌었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강국도 법무법인 태평양에 4개월 동안 고문으로 있으면서 매달 4천4백60만 원씩 받았다.
한국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는 판검사 출신뿐 아니라 국세청·재경부·금감원의 관료 출신 인사가 수십 명이 있는데, 이들은 수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폭로했듯이, 2000년 이후 조세포탈, 뇌물수수, 횡령 등의 범죄를 저지른 고위층 1백31명 중 특별사면, 형집행정지, 가석방 등 ‘특별대우’를 받지 않은 사람은 19명밖에 없었다.
현실이 이러하니 대법원조차 “기업인들이 초호화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아 비교적 낮은 형량을 받고, 일반 서민들이 국선 변호인에 의존해 높은 형량을 받는 현실은 자본주의 제도 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인정했다.
양심적인 교수를 탄압한 성균관대 당국과 사법부야 말로 “해교 행위”의 주체
이번 사건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표현되는 불공평한 체제의 산물이다. 부패한 사법부가 대학 당국과 결탁해 김명호라는 희생양을 낳은 것이다. 그는 1995년 본고사 수학 문제에 오류가 있다고 대학 당국에 ‘바른 말’을 했다가 ‘해교 행위, 논문 부적격’이라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하지만 법원은 “교수로서의 자질이나 학생지도 실적에 문제가 있어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이라는 학교측의 주장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사학 재단들이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모두 적법한 것이 된다. 학교당국과 법원은 학생들에게 낮은 학점을 주는 것을 교육자적 자질이 부적격한 근거로 내놨다. 하지만 5명이 수강하는 수업에서조차 강제로 상대평가를 실시해 아무리 열의 있게 공부한 학생도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렵게 만든 성균관대 당국은 그의 자질을 문제 삼을 자격이 없다.
학내 구성원들의 양심적 목소리에 대한 성균관대 당국의 탄압은 이 사건이 유일한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10년 동안 성균관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돌이켜본다면 학교당국의 탄압으로 인해 학내 민주주의가 얼마나 후퇴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공격받는 언론·집회·결사·표현의 자유
불과 작년 말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우파적인 교수가 진보적 주장을 하는 선본의 선거운동원을 부당하게 협박해 선본을 탈퇴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폭로한 학생을 불러 이 일이 없었다는 각서까지 쓰도록 했다.
1998년 성균관대 학보인 <성대신문>은 최장집에 대한 왜곡된 사상검증과 관련해 ‘조선일보를 반대하자’는 사설을 실었다는 이유로 배포가 중지되기도 했다. 학교당국은 "전 성균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사설의 소재가 시기적으로 민감하다"며 사설이외의 형식으로 게재하고 제목에서 ‘조선일보’라는 단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항의하며 학보사 기자들이 신문배포를 강행했고 학교당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편집장을 직위해제하고 6주 동안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으며 나머지 기자 11명에 대해서도 징계조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언론 통제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2001년에는 삼성그룹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변칙증여 세습을 풍자하는 만화가 실렸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만든 교지<성균> 5천부 전량이 배포 시작 두 시간여 만에 5천부 전량이 강제 회수된 사건이 있었다. 이 후에도 대학 당국은 편집장 선출권을 빼앗고, 교지 발행마저 금지했다. 이 사건은 학교 당국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005년 여름에는 노회찬 의원이 폭로한 X파일 “떡값 검사” 가운데 하나인 김두희(전 법무부장관)가 1997년 법무부장관 때부터 당시까지 성균관대 이사로 재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기업의 대학 지배 고리 가운데 하나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20여 명의 학생들이 부패 이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는데 학교 당국은 교직원들을 동원해 시위대를 가로막았다. 또, 시위 학생들을 사진 채증하고 강제로 팻말을 빼앗는 등의 폭력을 휘둘렀다. 2006년 신입생 오티에서도 등록금 인상 반대 서명을 받고 있던 학우들에게 학생처 직원이 다가가서 고함을 지르고, 팻말을 물리력으로 빼앗고, 사진 채증을 했다.
삼성 재단이 진보적 학생들과 구성원들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다
2000년 등록금 투쟁 당시 '삼성 재단의 학내 사찰 및 제 단체 무력화작업 문건'이 공개되면서 학교 당국이 얼마나 추악한 짓들을 해 왔는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학교 당국은 교수 100여명의 성향을 일일이 분석하기도 했다. ‘민교협 활동 등으로 대정부 비난활동 및 각종 시국선언 적극참가, 교내 급진성향 교수모임을 결성, 지지세력 구축’, ‘과거 삼성·봉명 재단이 학교 운영을 그만둘 때 학생동원 등 문제인물’, ‘급진성향 학자로 언론에 대정부 비난칼럼 수회 기고’라고 평가된 교수들은 모두 ‘문제교수’로 분류되었고 삼성그룹 고위층과 인척관계가 있는 교수들은 ‘특이활동 인사’로 기록되었다. 2)
강사 및 교직원에 대해서는 “노조무력화 2단계 방안”을 세우고 “주도인물을 전원 정리하도록”했다. 강사노조위원장은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투쟁 이후 “강사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강의를 박탈당했다. 3)
‘삼성 재단의 학내 사찰 및 제 단체 무력화작업 문건’ 폭로에 대응해 삼성재단은 곧 바로 학생들에게 “피의 보복”으로 불리는 조치를 취했다. 4명에게 '출교' 조치가 내려졌고 18명의 학생회 간부들에게 제적, 무기정학, 유기정학 등이 내려졌다. 4)
당시 출교 처분이 내려졌던 대학원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삼성 재단은 성대를 철저하게 기업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의 ‘무노조’ 전략이 학내 자치 단체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를 받은 강사노조 사무차장은 “삼성 재단은 마치 회사의 노무 관리 부서와 같은 총괄 지원팀을 두어 강사들의 성향과 활동을 파악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되는 강사들은 강사 임용 규정 등의 제도를 이용해 사실상 해고시키고 강사노조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권력의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비판과 도전이 필요하다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성균관대 당국은 진보적 가치와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도전을 일관되게 탄압해왔다. 김명호 교수의 재임용 탈락과 그 이후 벌어졌던 석궁‘테러’사건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볼 때에만 진실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주류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공권력이 실추”된 사건이 아니라, 수천수만 가닥으로 연결된 지배자들의 권력구조에 법원과 성균관대 당국도 그 일원임이 잘 드러났다. 즉, 사법부와 대학 당국이야 말로 이번 사건의 진정한 공범자들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은 판사들이 맘대로 판결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제어 장치로서 대중들이 사법 결정에 참여하는 배심원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보여 줬다.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 존재할 때 마다 일관되게 탄압하는 권위적인 대학 당국에 맞서 일관된 비판과 실천이 필요함을 보여 줬다.
1) 법원의 행태에 분노한 김명호 교수는 2005년 8월부터 대법원을 “서민착취주식회사”로, 대법관을 “강자의 개”로, 박홍우 부장판사를 “성균관대의 소송대리인”이라 스스로 명하고 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20년간 양심적인 교수들을 대학에서 축출한 대법원의 재임용법 해석의 문제점>이라는 소책자까지 냈다. 판례를 분석한 이 소책자는 대법원이 교수의 임용을 ‘임용권자의 자유재량행위’라고 해석해 대학이 양심적인 교수들을 몰아내는 합법적 근거를 줬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법원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자 결국 ‘괘씸 죄’까지 추가된 것이 분명하다.
2) 또한 재단에 충성할 사람들로 보직교수를 충원하기 위해 “후보자의 인물평을 정리해 긴급히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반재단 활동 인물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음을 인식시킬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3) 당시 ‘삼성그룹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의 위원장이었으며 현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씨는 “교수 및 학생에 대한 감시활동은 삼성그룹의 노무관리 방식과 비슷하다”라면서 “이는 교수와 학생까지 노동자와 같이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4) '출교'처분은 입학일 이후의 학적을 말소 해 입학사실 자체를 없애는 것이며 재입학 및 타대학 편입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학생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2006년에는 고려대 당국이 과거 성균관대의 자치권 탄압을 그대로 배워서 고려대의 진보적 학생운동을 탄압하는데 이 ‘출교’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91년 당시 ‘정원식총리서리 계란세례 사건’과 96년 ‘연세대 한총련 사태’에서도 책임자 처벌이 각각 제적 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봤을 때 가히 삼성이 학생징계의 '사고와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고 할만하다.
2007/01/26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
http://blog.naver.com/altskk
첫댓글 저는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입니다.. 심각하네요...
기가 막힙니다 학생들이 불쌍하군요ㅠ.ㅠ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결국, 김명호교수 개인의 부당한 해직과 그 복권을 위한 투쟁이 처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삼성재단의 음흉한 조종아래 관련 대학 및 사법부의 동조자들이 서로 결탁하여 공고하게 구축한 부패구조때문이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알게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이 현장에서 보고 겪은 그 더러운 음모의 사슬을 들어내 밝혀주심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이 활동에 적극 동참하셔서 귀한 조언과 지지 협조있어주시면 매우 고맙겠네요. 김명호교수님이 누구십니까? 올 곧은 당신들의 강직한 스승이 아니셨던가요? 그곳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의 지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학생들이 안됐네요.. 학교쪽은, 말 잘듣고 그냥 공부만 해 그러면 삼성관련된 곳들 취직시켜줄께~이러고 있는 꼴이군요 삼성이라는 거미줄에 목 매 달려 사는 성균관..
역시 삼성이 만들면 틀려...
함께 갑시다
날카롭다.
<공지>글로 적극 추천합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진실을 직접 파악하여 고발한 소중한 보고문이네요. 저도 "공지"글로 강력 추천 !
우리는 삼성이라는 마피아와 싸우고 있습니다.사법부와 성대는 삼성의 수족일 뿐입니다.대한민국 국민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갖은 주인이면서도 노예입니다.고분 고분하지 않으면 해고 또는 재임용탈락이라는 철퇴가 가해지는 노예!!!모두 각성합시다.감사합니다.
삼성 이 망할때까지 ...... 삼성 제품 쓰지 말죠 .....
['다함께' 성균관대 모임]... 정말 속이 다 시원합니다. 삼성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삼성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네요. 공지글로 옮깁니다.
삼성제품은 쓰지도 팔지도 맙시다... 2년된 텔레비젼 AS비용이 12만원이라해서 항의 했더니 슬그머니 8만5천원만 받데요..기가막혀 ...
석 주전 LA성균관대학 동창 회장이 한국일보 나와서 삼성이 자기 대학에 일 년간 투자하는 돈이 0000억이라고 하면서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성균관대를 지켜봐 달라'고 공언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