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어떻습니까?"
쥔장의 초조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얼마나 궁금하였으면 목으로 넘기는 순간 그 물음을 던졌겠는가?
나는 이제까지 먹어본,
음식점에서 사서 먹은 어느 음식보다도
해물의 상큼한 맛이 물씬 풍기는 음식을 나의 기억으로 이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너무나 좋았다.
그런 생각과 함께 쥔장에게
"너무너무 맛이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음식을 시킬 때까지 계속 이것만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쥔장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신경을 꽤 많이 썼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아주 보람 있는 일을 마침내 이룬 환한 웃음을 흘리며 주방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먹는 이나 음식을 만든 주방장이나 모두 싱글벙글 하였고, 더더욱 쥔아주머니도 좋아하였다.
그리하여 이 집에서는 내가 다른 음식을 시키기 전에는
늘 점심시간이면 식탁에는 해물로 만든 덖은 밥이 올려졌다.
하루는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는데,
옆 식탁에 앉은 서른 대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손님이 쥔장을 부르더니만
나의 식탁을 가리키며
"저 음식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쥔장은 저 손님에게만 처음으로 만들어 준 해물로 만든 덖은 밥이라는 말로 설명을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손님은
"나도 저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물론 쥔장의 대답은 짬뽕의 재료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점심시간의 여유로움을 부리기에는 10여분 밖에 남지 않아서,
그 손님의 반응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 날 식당에 가서야 쥔장의 흥분된 자랑을 한참이나 들어야했다.
“그 손님이 좋아하면서 앞으로 자주 찾아오겠다.”는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서는 김천중앙고 교문 앞 대성식당에는 여느 중국음식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해물덖음밥'이란 메뉴가
이쪽 저쪽 벽면에 나붙게 되었고,
일반 볶음밥보다 700원이 더 비싼 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고,
식당에는 나날이 손님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런 일을 여러 선생님들에게 자랑을 하였고, ‘맛이 좋다.’는 소문을 내었다.
일요일 방통고 수업이 있는 날은 발디딜 곳을 찾기가 힘이 꽤 들었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쥔장은 나만 보면 좋아라하였고,
그 복잡한 방의 한쪽을 어김없이 자리도 잡아주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대성식당을 들어서는 나의 발걸음은 항상 가벼웠고,
한 달의 점심 값을 치르는 날,
점심을 먹고 난 후 쥔장에게 의례적인 인사로 외상장부를 달라고 하였다.
쥔장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쥔 어르신!"
"왜! 웃기만 하십니까?"
거듭 말씀을 드려도 머리만 극적이면서 웃기만 하셨다.
"혹여, 외상장부를 잊어버리셨습니까?"하였더니,
그제에서야 말씀을 해주셨지만
"그 동안 장부를 적지 않았습니다."는 대답을 듣게 된 것은 의외였다.
"15,000원만 주십시오."
"아니 이제까지 한달 식사 값이 35,000원은 넘었지 않습니까?"
"선생님께서는 우리 음식점을 잘 되도록 만들어준 분입니다.
점심 값은 받지 않아도 되겠으나, 그냥 그 정도만 주세요."
한참이나 실랑이가 오고 갖고, 끝에 나는 그만 쥔장의 고집에 꺾이고 말았다.
그 때부터
나의 한 달 점심 값은
쥔장의 그 날 기분에 따라 반 값으로 또는 그 언저리 턱도 없는 뚝 떨어진 값을 치르는
기이한 풍경은 김천중앙고 근무가 끝나가는 날까지 계속되어 갔으며,
미안스러워 하는 마음과
쥔장의 넘쳐 흐르는 여유로움이 뒤섞인
한 달간의 점심 값을 치르는 실랑이가 또한 계속되어갔다.
<最終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