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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육희망네트워크 원문보기 글쓴이: [성남]신동하
교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학교. 갈수록 교육부는 초중등교육을 지자체로 이관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교장의 권력은 더욱 세진다. 교사들은 교장이 되기위해 해바라기가 되어간다.
그런데, 교장들 세계에 "교장으로 부임한 첫날 자리에 앉으면 눈 앞에서 주마등처럼 지난 세월이 흘러간다."라는 말이 있다. 교장이 되기 위한 과정이 정말 지난하고 길고 험했단 뜻이리라. 학교를 책임지는 수장이 쉽게 되는 것도 문제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지난하고 험한 길이 학생들의 교육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영어 교사가 운동장에 구덩이를 100개를 파고,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했는데 왜 인정해 주지 않느냐라고 따지면 "삽질"이라고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런데 교장이 되기 위해 주마등이 떠오를 정도로 파란만장했던 그 고생들도 학생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삽질"이라는 것에 한국 교육의 비극이 있다.
이제부터 그 삽질을 하나하나 분석해 볼 것이다.
교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장 자격증을 획득해야 한다. 교장 자격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장 자격연수를 받아야 한다. 그럼 그 연수는 어떻게 받나? 그건 국가가 연수대상자 명단에 포함시켜 주어야 받을 수 있다. 즉 일정 요건이 되면 연수를 받고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수를 정해 놓고, 순위를 매겨 일정 인원수에서 자른다는 것이다. 그럼 그 연수에 지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교감자격증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이 삽질의 시작은 교감이 되기위한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자, 그럼 한 사람의 교사가 교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챙겨 보자.
사실 이 시점에서 필자도 곤란을 느낀다. 그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학 박사이면서, 나름 유능한 교사로 자부하는 필자도 승진을 하려면 그 분야를 따로 시간내어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정리해보면 교사가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승진후보자 명단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야 하며, 그 상위권에 오른 교사들을 추려서 교감 연수를 실시하고, 교감자격증을 준다. 그럼 승진후보자 명단에 이름 올리는 순서의 기준이 되는 점수는 어떻게 산출하나?
1. 경력평정 2. 근무평정 3.연구가산점 의 합계로 산출한다.
그런데, 두가지 고약한 것이 있다. 바로 경력 등급과 경력 가산점이다. 경력 등급은 같은 개월수를 근무하더라도 서로 다른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가 경력이 가장 많은 점수를 받고, 나, 다 순서로 이어진다.
문제는 교사만 하다가 교감이 된 사람보다 장학사나 연구사 좀 하다가 교감이 된 사람이 교장승진에 필요한 가 경력이 더 많아서 교장되기 더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만 하다 교감이 될 경우 그냥 교감으로 정년퇴임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장학사나 연구사가 되려고 거의 발악을 한다. 기실 거의 강등에 가까운 이동인데도 그걸 마치 승진한것처럼 여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교감이 되기위한 경력에는 불행중 다행으로 교사 경력과 장학사 경력이 함께 가 로 분류되어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력 가산점에 있다. 만약 이 가산점이 없다면, 무탈하게 징계없이 20년을 근무한 교사는 모두 경력점수가 만점이 되고 말 것이다. 이래서야 줄세우기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저런 명목을 달아 같은 개월수를 근무하더라도 매달 작지만 몇점식의 가산점이 추가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명목이야 가지가지다. 말많고 탈많은 벽촌오지 근무, 시범학교 근무, 부장교사 근무, 교사대부속학교 근무, 기타 등등이 있다. 이 중 농어촌에서는 오지 근무, 도시 지역에서는 시범학교 근무가 가장 말썽을 일으킨다. 아무런 교육적 소신 없이 점수를 위해 벽촌에 근무하는 교사가 그 지역에 무슨 애정을 가질 것이며, 단지 승진 가산점을 위해 온갖 프로젝트를 벌려놓고 보고서야 발표회야 정신없는 교사가 무슨 교실 수업을 제대로 하겠는가? 그 시범사업이라는 것도 온갖 해괴한 것들로 교실 수업과 직접 관련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음악 교사가 과학수업 개선 시범팀에 끼어들기도 한다.
그것도 그 학교 교사 전체가 가산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열댓명의 프로젝트 팀이 가산점을 받는 것이니, 그 팀에 끼기 위해서는 교장,교감의 눈에 들어야 한다. 심지어는 프로젝트 사냥꾼들이 있어서그런 사업 벌리는 학교만 골라가며 전근다니는 교사가 있을 지경이다. 문제는 그런 시범사업이 하나 벌어지면 그 열댓명이 아니라 전체교사, 전체 학생들이 이런저런 일치다거리 하느라 부산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열댓명의 승진점수를 위해 온 학교가 들썩거리는 상황이 되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경력평정 점수를 확보했으면, 다음에는 근무평정이 기다리고 있다. 근무평정은 문자만의 의미로는 근무를 얼마나 잘 했나 평가하는 것이다. 통칭 수우미양가로 평정하며, 학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교사들은 자신이 무엇으로 평가되었는지, 어떤 근거로 그렇게 평가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근거도 결과도 알 수 없으니, 근평을 잘 받기 위한 정해진 규칙도 없다. 오직 교장의 자의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만, 당해년도 근무평정 최고 점수를 누가 받느냐 (속칭 "왕수" 혹은 "1등 수"라고 한다)하는 것은 관례상 교무부장이 받는다거나, 아니면 이 왕수 하나만 추가하면 바로 교감 나갈수 있는 사람에게 준다는 불문율 비슷한게 있다. 하지만 그것도 교장 마음이니 아무도 장담 못한다.
이렇게 교장에 의해 마음대로 매겨질수 있는 근무평정이다 보니 그것을 잘 받기 위해서는 교장의 눈에 들어야 하고, 교장이 생각하기에 잘 근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교장이 바뀌면 평정기준도 바뀌는 것이다(물론 서류상으로야 학생지도 등등의 세부항목이 있지만, 미리 수우미 대상자 정해놓고 세부항목 점수는 거기에 맞춰 끼워 넣는다는거야 이미 알사람 다 아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인 즉슨, 교장이 청소를 중요시하면 수업을 전폐하고라도 매 수업시간에 학생들 청소를 빡빡 시켜야 하며, 교장이 행정사무를 중요시하면 맨날 서류뭉치 들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교장 눈에 들면 부장이 된다. 부장이 되면 적어도 근무평정에서 두번째 등급은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부장들 중에 한 두명이 최고 점수를 받는 것이다. 이로써 부장교사들은 기묘한 집단을 이룬다. 그들은 다른 교사보다 높은 점수를 확보한 집단이라는 우월감으로 자기들끼리 뭉치지만, 다시 그 속에서 최고점수를 받기 위해 교장의 총애를 다투어야 한다는 점에서 치열하게 시기하고 견제한다. 이 모든 것이 교사에게 기대되는 모습이 아님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교장이 아부를 좋아하면 아부를, 술을 좋아하면 술자리를, 놀이를 좋아하면 노래방 모임을, 돈을 좋아하면 금일봉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부장교사들이 이런식으로 산다. 그 이유는 결국 교장이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승진하려면 그것이 절대권력에 얼마나 잘 보이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기준과 점수, 이것이야 말로 절대권력의 핵심조건임을 이미 노자와 한비자가 수천년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교감으로 승진하고자 마음먹은 교사는 교육적 소명과 철학보다는 교장의 취향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장은 이런 과정을 거쳐 교장이 되었기 때문에 교실수업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일상적인 교실수업과 교육장면 보다는 외부에 폼내기 좋은 것들, 특별한 수업, 특별한 사업이 교장의 관심사다. 따라서 교장 눈에 들려면 이런 특별한 사업들에 헌신해야 한다. 불행히도 교사들의 수업시수는 이런 특별한 사업에 헌신할만큼 널널하지 않다. 따라서 특별한 사업의 대가는 일상적인 수업의 부실화다.
여기서 또 다시 고통스러운 역설이 반복된다. 교사는 승진하려면 교사이길 포기해야 한다. 교사일수록 그는 승진과 멀어지며, 교사가 아닐수록 그는 승진과 가까워진다. 보통 근무평정에서 왕수를 받을 정도의 위치가 되려면 두 세 학교를 거치면서 10년여에 걸쳐 다양한 교장들의 취향에 맞춰가며 간과 쓸개를 내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받게되는 훈장이 바로 '왕수' 인 것이다.
그러나 왕수만 받았다고 승진이 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여기까지는 승진병 환자라면 누구나 웬만큼은 한다. 그래서 동점자가 속출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장치가 있다. 이른바 연구 가산점이다.
자, 경력평정 20년 다 채우고, 시범학교 등등 프로젝트도 해서 꽉꽉 채웠다. 근무평정 "왕수"도 받았다. 그럼 교감이 될까 천만에. 아직 멀었다.
생각해 보라. 보통 한 학교에 시범사업 한두개 걸친 승진병 환자들은 적게는 다섯명 많게는 10명까지 달한다. 그러나 교감은 한 명이다. 근무평정 "왕수"는 어차피 다른점수 꽉 차면 언젠가는 받게 된다. 그러니 여전히 경쟁률은 5:1이다. 뭔가 더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연구점수다.
연구점수라. 듣기는 좋다.
우선 이거 연수점수가 들어간다. 연수점수는 보통 1정연수나 최근 2년간 받은 60시간 이상의 연수중 점수 높은거를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통상 교사의 연수는 88점이 최하점인지라 만점을 받아야 쓸만한게 된다. 그래서 승진병 교사들은 연수를 무척 많이 받는다.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 나올때 까지 60시간 짜리라면 닥치는대로 받는다. 영어교사가 컴퓨터 연수를 받던, 댄스스스포츠 연수를 받던 좌우지간 교육부가 인가하는 연수이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이 연수들은 교실 수업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연수 시험공부 하느라 교실에 쏟을 정력을 빼앗아 간다. 오죽하면 60시간 짜리 연수는 지원자가 많을 경우 "경력이 많은 사람"을 자른다. 점수따기용 연수임을 연수 주최측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 연구사, 장학사도 동류들이니 얼마나 잘 아는가?
마침내 이렇게 100점짜리 연수를 하나 건졌다. 그럼 끝나는가? 아니다. 아직 멀었다. 최후의 관건,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연구가산점이 남았다. 모두 3점이 반영된다.
이건 우수한 연구실적을 올린 교사에게 주는 가산점이다. 이게 또 웃긴다. 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권위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몇점을 받을까? 0점이다. 사이언스, 내이쳐 지에 논문이 실려도 0점이다.오직 인정되는 논문은 교총에서 실시하는 연구대회 수상논문 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저 연구대회 논문의 수준은 외부에서 볼까봐 부끄러울 정도다. 어쨌든 승진병 환자들은 부지런히 논문을 쓴다. 한 방에 금상을 받으면 1점을 받지만 동상이라도 받으면 십시일반으로 계속 동상, 동상, 동상, 이렇게 논문 점수를 모아 나간다. 그래서 1점을 채운다. 물론 교실수업과는 전혀 무관한 것들로, 논문을 위한 논문, 짜집기 논문들이다.
나머지 2점은? 대학원으로 채운다. 교육학 석사는 1점, 박사는 2점을 받는다. 물론 박사과정까지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개는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을 두번 다닌다. 어쨌든 형식적으로 석사 학위가 두개니 대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단지 승진점수가 목적인 이들이 대학원에서 제대로 연구를 하겠는가? 교육대학원측도 그건 잘 안다. 다만 교사들의 두둑한 주머니를 털어 돈을 벌기위해 교육대학원을 세우는 것이다. 천안대학이 교육대학원만 서초구에 있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죽전으로 이사간 단국대학도 교육대학원은 여전히 서울에 있다. 오묘하지 않은가? 이렇게 짜집기 논문 여러편, 대학원 두번을 다녀야 비로소 연구점수도 완성이 된다.
아, 가산점이 또 있다. 포상 가산점이다. 이게 또 웃긴다. 교육장 상을 받은 적이 있어야 교육감 상을 받는다. 교육감 상을 받은 적이 있어야 교육부장관상을 받는다. 교육감 상부터 점수에 들어간다. 명색이 교육학박사고 항상 학교의 대표수업을 도맡아 해온 나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상 하나 받아본적이 없다. 그런데 승진병 환자들은 용캐도 용캐도 상을 잘도 받아간다.
이렇게 점수를 꽉 채우고 있어야 교장이 적당한 시점에 "왕수"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화룡점정으로 왕수를 받으면, 그토록 갈망하던 교감이 된다.
자, 지금까지 교사가 교감이 되기까지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았다. 뭐가 느껴지는가? 그 어디에도 학생들을 어떻게 잘 가르쳤나 하는 것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점수, 대학원은 학교 밖의 일이다. 자기 교과와 무관한 논문, 대학원이라도 교육자만 들어가면 다 점수가 되니, 그 연구들 참 가관이다. 포상은 순전 교장 마음이다. 근평도 교장 마음이다. 경력평정의 가산점은 역시 수업과 무관한 각종 프로젝트 시범사업들이다. 이런 것들을 20년에 걸쳐 공들여 관리해야 교감이 되는 것이다. 50에 교감되고 싶으면 30세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이해가 되는가? 교사가 승진하려면 일찌감치 교사이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교실에서는? 그저 무탈하게 사고만 나지 않게 잘 관리하면 된다. 무섭게 해서 조용히 시키고 졸던말던 수업 결손 내지말고, 교실 청소나 깨끗이 하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저 잡다한 짓거리를 공들여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래도 교감들이 교육자라고 하겠는가? 이런 사람들이 과연 올바른 교육적 판단을 내릴수 있겠는가? 이미 교감으로 양성되는 과정속에 완전히 망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 교육희망을 위한 팀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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