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
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틈틈이 시간이 나면 독서를 즐긴다. 어렸을 때에는 책을 살 돈이 없고 도서관도 읍에나 나가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 외에 다른 책을 보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래서 동화책, 잡지책, 만화책을 많이 갖고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네 집에서 눈치를 보아가며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몇 번씩이나 읽었었다. 재미있게 본 책들이 백설공주, 안델센 동화, 15소년 표류기, 아라비안 나이트 등 명작동화와 어깨동무와 같은 어린이 잡지도 상당수 보았었다.
요즘은 원주시에 살면서 틈만 나면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양서와 악서를 마구 뒤섞여 있는 도서관의 책들을 둘러 볼라치면 도무지 시간이 없어서 못 볼 지경이지, 책이 없어서는 아니다.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많이 꽃혀있는 책을 일일이 살펴보기도 어렵거니와 이거다 하고 골랐더라도 몇 장 읽어보면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이 수두룩하다. 돈없고 책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어린 시절에는 친구의 집에서 양서와 악서를 가리지 않고 읽었지만 책이 즐비한 도서관에서는 나름대로의 책 선별방법 노하우를 갖고 있다.
먼저 인터넷 서점을 들러본다. 애용하는 사이트는 예스24(http://www.yes24.com)이다. 책이름으로도 검색을 하지만 가정과 생활부터 학습/참고서까지 분야별로 책들이 잘 정리되어 있으며 인기순, 판매량 순으로 볼 수도 있고 베스트셀러, 독자 추천, 눈에 띄는 새 책 등 여러 가지로 참고하기 편하게 정리하여 놓았다. 특정도서와 책소개와 목차, 독자들의 서평을 참고하여 좋은 책을 몇 권 골라본다. 여유가 있으면 사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책을 사면 한번 보고 말 책이 있고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어보고 내용이 좋으면 사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는 원주시립도서관(시청운영)이나 평생교육정보관 사이트에 바로 접속하여 해당책이 있는지 검색한다. 1, 2년전에 나온 책이라면 거의 90%이상이 있고, 운이 좋으면 신간서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대출중이면 대출예약을 클릭하는데 대출중인 도서가 반납되면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온다.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 이렇게 편리하고 좋을 수가... 그리고 더 좋은 것은 유명한 책의 경우 전자책으로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도서관까지 갈 필요없이 집에 있는 컴퓨터로도 얼마든지 책을 볼 수가 있다.
낀세대라 그런지 인터넷과 종이책 둘다 좋아한다. 아크로뱃 리더(Acrobat Reader)라는 프로그램만 설치되어 있으면 1분안에 책내용을 검색하고 읽고 여러 가지 표시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종이책이 쬐끔 더 좋다. 전자책은 꼭 컴퓨터 앞에서만 보아야 하고 이동하거나 엎드려 볼 수가 없는 것이다. PDA나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고도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사치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어울리는 것들이 아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종이책의 경우 컴퓨터 앞이든, 이불 속 안에서 엎드려 보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읽든 자유로운 자세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선정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아이들 앞에서도 볼 수가 있으니 종이책의 장점이 전자책의 장점보다 더 낫다고나 할까?
책을 읽는 시간은 한없이 행복하다.
친구들과 술먹고 오락하며 어울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집에 짱박혀 독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재미있는 소설책이든, 교양서든, 기술서적이든 그 책 안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또 하나의 세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고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알려 준다거나 전적으로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견해를 밝히는 책도 있다.
너무 책내용이 좋아서 저자가 만들어 놓은 사이트에 들러서 고맙다고, 책 잘 보았다고 메일을 남기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에 들러서 상반된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는 등 사이버 공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도 해 주는 것이다. "한국의 e 짠돌이"라는 책을 내고 다음카페를 개설 운영하고 있는 '소금국'이라는 필명을 가진 친구와도 만날 수도 있다. 너무도 짠돌이 짓을 써 놓아서 10%도 따라가지 못하고 '그렇게 살면 한국의 경제발전에 먹구름만 끼는 비애국적인 짓이다'라는 말로 변명을 쓰기도 한다.
요즘은 농학기술서적을 무던히도 많이 보았다. 그 중에서도 일본에서 자연농업을 창시한 가와구치와 후쿠오카 선생을 책속에서 나마 만날 수도 있었고, 한국에서도 2천평의 밭에서 100여가지 농사를 짓는 정경식,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유기농 벼농사를 짓는 강대인 등 거물등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간간이 기독교에 관한 서적을 보기도 하는데 '이것이 성령님이다'를 쓴 A.W. 토저, '4차원의 영성'을 쓴 조용기목사의 세계를 엿볼 수도 있었다. 크리스천의 진실한 믿음을 실천하는 지식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분야의 책을 섭렵하면서 나름대로의 반성도 해본다. 아무리 좋은 책이 많은 지식을 알려 주어도 행함이 없는 지식은 전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말처럼 처세술 서적이나 종교서적, 기술서적에서 뿐 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느낀 점들을 내 생활 속에 개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죽은 지식임에 다름 아닐 것이다.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힘들여 골라읽은 양서들이 악서로 둔갑하지 않게 하려면 책들에게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를 곁들여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다만 10% 정도의 실천에 그칠 지라도 책을 읽는 행위는 즐겁다. 세상사 근심을 모두 잊고 책 속에 빠지는 것도 주님이 허락하신 즐거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