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두 편의 작품
임 정 진
신인들의 작품을 읽는 일은 늘 두렵고 설렙니다. 두려운 이유는 기성 작가로서의 치졸한 부러움과 질투심 때문이고, 설레는 이유는 내 앞에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성실한 독자로서의 희망찬 기대 때문입니다.
응모작 모두에게 나의 이 두려움과 설렘을 아낌없이 바칩니다.
여러 날 걸려 <새로운 작가상> 부문에 응모된 많은 중, 단편 동화와 단편 청소년소설을 읽어야 했습니다.
거의 모든 응모작들이 동화가 갖추어야할 덕목과 이야기 만들기의 방법을 잘 습득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모제에 여러 편 등장하던, 동화로 보기 힘든 열외 작품은 없었습니다. 아동청소년문학을 공부하고 창작하는 전체적인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뜻이므로 매우 안심되고 기쁜 현상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개인적인 느낌은 ‘푸른책들’ 출판사의 정체성에 맞추고자 하는 성의들이 과하게 보였습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많아 서로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작품들 중에서 ‘이거다’ 싶게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은 없었습니다만, 여러 작품이 비슷비슷한 기량을 보여주어 순위를 선뜻 매기기 어려웠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여러 차례 토론하고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몇 작품을 들었다 놓았다하며 고민해야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규정에 명시한 바는 아니지만, 새로운 작가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조건, 즉 작품 내용의 참신함과 작가 자신의 장래 성장 가능성을 잘 갖추고 있는지 검토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은 출판시장에서 기성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기준보다 더 까다로운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고민 끝에 독자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두 사람의 작가를, 아니 그보다는 두 편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김화순의 단편동화 「엄마의 정원」은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바라봐야 하는 아토피에 걸린 ‘하나’가 화자가 되어 차분하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중간에 화자가 갑자기 바뀐 문장이 끼어들어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분위기가 바뀌는 혼란이 있습니다. 그 실수를 제외하고는 사건의 진행이 자연스럽고 문장은 속도감이 있어 독자들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병원 옥상에 있는 나무들이 환자로 변하는 판타지는 ‘식물인간’이라는 단어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자체적인 힘을 갖고 있어 설득력을 갖추었습니다. 아빠의 부정한 애정행위와 엄마의 식물인간이 되는 사건이 맞물려 주인공 하나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구성, 나무가 사람이 되고 다시 나무로 변하는 비밀의 발견, 사망을 예상했던 귤나무 아저씨가 식물인간에서 깨어나는 기적에서 엄마에게 다시 희망을 거는 과정 등이 매우 침착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이런 소재에서 흔히 나타나기 쉬운, 성급한 희망이나 과도한 감정 노출이 자제되었는데 이는 작가의 역량을 가늠케 하는 좋은 요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쁘게 골라내놓는 또 하나의 작품은 황현진의 중편동화 「조태백 탈출사건」입니다. 학교에 숙제장을 가져가야만 하는 사소한 사건에서 엉뚱한 사건을 조작하여 일을 크게 만드는 태백이의 심리가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결국 납치감금에서 탈출한 자작 시나리오가 얼마 못 가 거짓으로 밝혀지고 태백은 영웅에서 비열한 거짓말쟁이로 급속추락하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다행히도 동시를 쓰는 너그럽고 참을성 많은 교장선생님의 위로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는 과정이 유머러스하면서 속도감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충분하게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으며 사건들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심리묘사가 탁월하였습니다. 첫 장면에서의 엄마의 행동이 억지스럽고, 교장선생님이 처음부터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되 무조건 너그럽게 포용하는 모습으로 도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였으나, 전체적인 구성의 짜임새와 쫀쫀한 글맛이 그 허물을 무시하게 했습니다.
두 작품을 뽑고 나니 「떴다, 슈퍼맨」과 「우리 집에 온 외계인」(함지슬), 이 두 작품으로 우리를 오래 고민하게 했던 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공부는 어디에서 왔을까」(신은영)라는 작품이 보여주었던 기발한 상상력도 아까웠습니다. 「해적, 강철」(김명선)의 능청스러움과 「왕이라고 불러줄게」(남미영)의 담백하고 빠른 문장전개도 기억에 남습니다.
조금씩 보완하면 곧 좋은 소식을 접할 작품들이었습니다.
새로운 작가들이 앞으로 보여줄 신선한 인물들과 다양한 사건들을 기대합니다. 끝까지 버티시기 바랍니다. 많은 난관들이 또 그대들에게 달려들 겁니다.
첫댓글 현진 선배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혜진이에게도 곧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축하축하^^
현진 선배 축하해요~ ^^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뽑아내시길~~~
축하드립니다*^^*
경사가 겹치셨네요. ^^ 축하축하~
겹경사맞은 현진에게 진심으로 축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축하드려욧!!!!!!!!!
아흥~ 감샤해요. 감사해요.
아이고, 뒤늦게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