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뛰어난 가톨릭 성경
2005년 4월 어느 날, 서울 장충동에 있는 분도회관내 서점에 들렀다가 이웃 건물에 자리잡고 있는 수도원(왜관 성베네딕토회)에 가서 김종필 신부님을 뵈었다. 10여년 전에 한국 최초 전문무용치료가인 유분순 박사의 무용치료센터 개소식에서 처음 만난 분인데 그 사이 조금도 늙지 않으신 것 같다. 그때 김 신부님은 47일간 단식을 막 끝낸 참이었다. 단식을 왜 하셨느냐고 했더니 "새 교황 탄생에 즈음해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47일간 단식을 하셨으면 예수님 단식 기록을 깨신 거네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나는 보수적 장로교 집안에서 태어나 유아세례를 받은 골수 장로교 교인이다. 고향인 경북 안동에 가톨릭 교회가 들어설 때 반대운동에 가담했을 정도다. 그런 내가 이화여대 교수가 되고(1959년) 난 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내는 50년 전에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혜화유치원 교사를 한 경험이 있어 개신교 집안이지만 개방적이었다. 그래서 대학교수가 되고 난 후 여기저기 성당 미사에 참례한 경험이 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명동성당에서 개설한 혼인강좌 강사로 4~5년을 나갔다. 그리고 한번은 김수환 추기경님과 서울시내 본당 신부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날 청소년 문제의 성격과 교회가 대처해야 할 방안'에 대해 2시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이때 인연으로 서울시내 천주교회 여남은 곳에서 초청을 받아 강연과 설교를 했다. 그래서 여러 신부님들과 친분을 맺게 됐다. 또 유아교육 이론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쓴 탓에 전국 천주교 부설 유치원의 초청을 받아 부모교육을 20~30년간 해왔고, 유치원장 수녀님 연수에도 참가해 안면을 쌓았다. 그러는 사이에 어릴 때 가졌던 가톨릭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졌다. 김종필 신부님이 주교회의에서 새로 번역한 「신약성경」과 「신구약합본성경」을 서명까지 해서 선물로 보내주셨다. 창세기부터 내리읽어 가는데 왜 그렇게도 글이 편할까. 고유명사 발음을 존중하면서도 마치 성경 안 사건들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뛰어난 번역이다. 이에 비하면 개신교 성경은 구한말식 옛 말투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서 술술 읽혀지지 않는 흠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이 개신교에 비해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새 번역 성경을 읽어보니 가톨릭이 훨씬 진보적인 것 같다. 7월 중ㆍ하순 서울에서 열린 세계감리교대회에서 신ㆍ구교 교리일치운동이 있었다. 특히 구원에 관한 교리에서다. 같은 야훼 하느님을 영원한 구세주로 모시는 신ㆍ구교간에 상호이해와 교류의 폭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신 김종필 신부님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