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고요를 깨트리는 요란한 벨소리 너머로 병재의 저음이 들려온다. 이틀전 신장에 박힌 결석 제거후의 통증이 아직도 계속되어 오늘의 산행에 함께 할 수 없다고. 갑작스런 백부상으로 수봉이도 빠지는데 전속 사진사인 병재마저...아직도 알콜에 절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라면으로 간단히 해장을 하고서는 병재를 만나 카메라를 넘겨 받은 다음 부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니 명준과 행신은 노포동에서 버스로 막 출발을 하였고 경호와 성만 그리고 뜻밖의 영택부부가 만남의 광장에서 함께 출발직전에 있다고 한다. 그럭저럭 7명은 된다는 안도감과 내가 다소 빠를 것 같은 시간적 여유속에 느긋하게 통도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노포 I.C의 개통과 경부고속도로의 확장, 신대구부산간 고속도와의 교통량 분산등으로 예상시간 보다 훨씬 빠른 20여분만에 통도사유치원 앞에 도착한 명준과 행신을 반갑게 맞아 나의 애마에 태운 다음 소주 몇병을 사서 통도환타지아 주차장으로 가니 경호등도 벌써 도착해 있다. 차량 한대는 환타지아 주차장에 두고 이동할까 생각해 봤으나 아직은 지산마을에도 여유가 있을 듯 하여 서둘러 도착하니 3-4대의 주차공간이 남아 있다.
54회 산우회가 동반 산행을 위해 오고 있다는 명준의 말에 어묵과 막걸리로 내공을 축적하고 기념 촬영을 하며 잠시 기다리니 우리 56산우회의 고문으로 추대된 성진, 영진 형님을 비롯하여 54회 또한 7명이 도착한다. 상견례후 첫걸음을 떼며 시계를 보니 10시가 갓 지나고 있다. 예정시간 보다는 30분 늦은 출발이다.
오늘의 산행경로는 지산마을~쉼터(간이휴게소)~영축산정상~함박재~백운암~극락암~지산마을의 원점회귀 코스로 5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되니 도착시간은 얼추 4시 가까이 될 것 같다.
마을길을 조금 따르다 펜스가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소나무 숲속으로 부드러운 산길이 20여분 이어지고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첫 이정표가 나타난다.
생각 이상으로 영택부부는 묵묵히 잘 오르고 있으나 며칠 몸을 앓았다는 호기형이 뒤처지기 시작한다. 배고프기 전에 먹고 춥기전에 입고 땀나기전에 벗으랬다고 엉터리 일기예보 탓에 두툼히 차려입은 옷가지들을 너도나도 벗어서 배낭에 걸치고서는 산타는 맛도 덜하고 한참을 둘러 가는 임도를 버리고 왼쪽 골짜기를 끼고 다시 오름을 재촉했다.
간간이 호흡을 고르며 휴식을 취해도 계속되는 오름으로 종아리가 다소 묵직해 질 무렵 간이휴게소가 나타난다. 약 40여분이 소요되었다.
땀을 식히며 내려다 보니 퍼블릭 골프장과 통도환타지아가 전면에 그리고 좌측으로 삼성SDI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번 에베로릿지 등정시 공사중이던 신규증설라인이 거의 완성된 듯 그 규모가 배가 되었다.
후미를 기다리기 지쳤는지 행신이 먼저 발걸음을 떼고 곧이어 56회들이 따라 나섰다. 간이휴게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도 있지만 왼쪽길로 방향을 잡고 조금 오르니 거대한 암봉이 눈앞에 버티고 선다. 직벽으로 바로 오르냐며 놀라워하는 명준의 물음에 답을 대신해 멋진 포즈로 사진 한 장 찍어준 다음 오른쪽으로 돌아 암봉위에 올라서니 12시, 가슴이 탁 트인다.
신불평원을 저너머에다 두고 멋진 포즈들을 카메라에 담고 경호가 준비해온 정갈한 떡을 하나씩 나누며 한참을 기다려도 영택부부가 올라오질 않는다.
걱정스런 마음에 날렵한 행신을 정상석이 있는 곳 까지 먼저 가보게 하니 다행스럽게도 거기에 우리를 지나쳐 먼저 도착해 있다고 연락이 온다.
정상석에서 제를 올리는 타 산악회를 잠시 기다렸다 기수별 기념촬영을 마치고 종주길을 따라 함박등쪽으로 방향을 잡고 조금 내려서니 철지난 억새군락이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며 반겨준다. 정상과는 달리 바람도 불지 않고 햇볕도 따스해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보따리를 푸는데 54산우회의 정성이 후배들을 감동시킨다. 장어구이에 고등어조림, 즉석 어묵탕에 그 배합원액의 종류를 알 길 없는 소주 칵테일과 노란 양주까지...
배도 든든히 채우고 얼큰히 취기도 오를즈음 독사(양행신의 별칭)의 날렵한 혀놀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54선배들 춥다며 자리를 일어서고 전장정리 확실한 동고인들 티끌 하나 없이 주변을 치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계속되는 억새군락지를 지나며 둘러보니 가까이는 신불이 멀리는 가지와 재약, 천황이 눈에 잡힌다.
함박재까지 약 30분, 이정표를 보고 백운암쪽으로 내려섰다. 통도사 암자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백운암까지는 제법 가파른 내리막이 계속 되고 여태껏 잘 따르던 영택이 다소 무리가 따르는지 다리를 절룩거린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고자 백운암 위에서 잠깐 휴식후 백운암을 거치지 않고 왼편으로 바로 내려서 30분쯤 비탈길과 씨름하다보니 비로암 갈림길에 다다르고 오른편 포장길로 3분쯤에 극락암에 닿는다.
사무치도록 절실한 사랑을 표현하라면 예술하는 분들은 어떻게 표현할까..서로를 휘감아 부둥켜 안고서 하늘로 솟아 오른 소나무 두 그루를 보면서 웬지모를 가슴 찡함을 느낀다.
포장도로를 조금 따르다 반야암 갈림길에서 비스듬히 논밭을 가로질러 호젓한 시골길에 접어들어 다시 올려다 본 영축산의 한쪽 사면엔 어느덧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차량통제소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4시가 가까웠는데 선두에 섰던 성진형등이 보이지 않는다. 아뿔사! 오는 도중 계속된 통화에도 불구하고 타 등산객을 일행으로 잘못 알아보고 교신하는 바람에 반야암에서 40분째 추위에 떨며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 도착한 성진형은 추위 때문인지 화가 나서 그런지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 때문에 영택부부는 먼저 출발을 하고 54산우회와 작별한 우리도 목욕을 생략한 채 함께 못했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다고 수시로 전화한 수봉과 병재를 불러 고풍스런 양산의 초가순두부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4주차 산행이 힘든 병재와 1,3주가 힘든 경호 때문에 향후 산행일정을 2주차(전원참석/가족동반/근교산행) 및 4주차(기획산행)로 두 번 하기로 하고 2월 산행은 2주차에 재약/천황산으로 결정했다.
조껍데기술에 이어 소주가 그 병 수를 점점 더해가고...술로 인한 취기와 벗의 즐거움에 빠진 우리는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서까지 그 반가움을 늦도록 나누었다.
첫댓글 산행후기 잘 읽었음...인호야! 수고가 많다.!!!!!
산행후기가 너무나 상세하네...김작가! 수고많았네요
내용 중간중간에 사진을 넣어 눈을 즐겁게 해 줄랬더니 잘 안되네...편집해서 올리기 하는데도 자꾸 이상한 꼬부랑글만 한 줄 나오고는 싹 날아가 버리네.
눈에 선하게 글을 쓰셨네요. 만남의 광장까지 남편과 같이 가면서 일이 없으면 같이 가고 싶었는데, 쓰신 글을 읽는 동안 산행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망설여집니다. 남편 늦게 보내 주셔서 전 잘 쉬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다음에는 꼭 경호를 일찍 집으로 보내드리죠..푹 쉴 수 없도록...ㅎㅎㅎ 2월 산행때는 같이 산행을 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2주차 산행은 가족과 함께 조금 가볍게, 4주차 산행은 영남알프스 종주등 좀 빡시게 하기로 했습니다. 2주차 산행때 뵐 수 있도록 시간 내 주시면 반갑겠네요.
인호 니는 300등안에 든게 확실히 증명됐다. 이정도로 복기를 해낼 정도니 신통하다. 고생했고 , 나머지 대원들은 300등안에 든걸 어떻게 증명할꼬??
인호야 거의 동영상수준이네!
증명할 길이 없네 ^*^ ㅋㅋ
증명하기 위해 흰머리카락 마이 났다. 드디어 오늘 2월6일, 그 증명을 위한 이미지 올리기에 성공하여 상기와 같이 수정했노라. 병재야!!!! 내 잘했재?
인호야!!! 멋지다... 나도 이제 잘보이네... 멋진 산행기...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좋은 산행기는 본적이 없다.. 최고A+++
東高 회보에 보내자... 전국의 동기들이 볼수 있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