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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8일, 목요일, Rio Tek 야영장
(오늘의 경비, 없음)
오늘은 Roraima 산 정상을 떠나서 6시간을 걸어서 Rio Tek 야영장에 도착했다. Roraima 산 정상은 이틀 정도 구경해야 한다는데 하루밖에 못했다. 좀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햇빛, 구름, 비가 교체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아마 이곳은 이맘때는 그런 날씨가 정상인 모양이다. 내려가는 길이 물기 때문에 미끄러워서 서너 번 넘어졌으나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Rio Tek 야영장 앞 냇물에 도착했을 때는 햇빛이 반짝 나와서 땀에 젓은 옷을 냇물에 빨아서 말리고 목욕도 했다. 다행이 이곳에는 그 성가신 "부리부리" 모래파리가 없었다. Rio Tek 야영장에는 우리 그룹 외에도 한 그룹이 더 있었다. 저녁 식사를 같이 했는데 보니 다른 그룹이 먹는 스파게티는 제대로 만든 것이었다. 우리 음식은 역시 형편없었다. 가이드 Roy가 요리를 잘 못해서가 아니고 가지고 온 스파게티 재료가 싸구려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사 선택을 잘 못한 탓이다. 여행사 선택을 영국 친구 Steve에게 맡겼는데 내가 직접 했어야 했다. 그리고 Ciudad Bolivar에서 하지 말고 Santa Elena에 가서 했어야 했고 좀 신중히 했어야 했다. 콜롬비아 Cartagena에서 며칠 묵었을 때 Lonely Planet Thorn Tree 포럼에 들어가서 물어보았더라면 틀림없이 좋은 여행사를 소개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소리다.
오늘 Roraima 산에서 내려오면서 올라가는 그룹을 여럿 만났는데 가이드 없이 올라가는 그룹은 없었다. 사실 가이드 없이 혼자 올라갈 수도 있다. 길과 야영장에 대한 약간의 정보만 있고 Santa Elena에서 Paraitepui 마을까지 가고 오는 차편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 단 한 가지 문제는 정상에서 가이드 없이는 다니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야영장 근처는 몰라도 Tripple Point 같이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것은 바위 위로 나있는 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리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다른 팀에 끼어서 갈 수는 있고 아주 용감한 사람은 산 정상 지도와 (얻을 수 있다면) 나침반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은 한번 해볼 만하겠다.
Rio Tek 야영장에는 가족같이 보이는 서너 사람들이 움막을 치고 있으면서 맥주를 팔아서 맥주를 사마시면서 다른 그룹의 베네수엘라 친구와 노르웨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다. 영어가 먹통인 Makoto는 못 끼고 일찍 자기 텐트로 들어가 버렸다. 가이드 Roy는 영어가 제법이나 (그가 온 가이아나는 영어를 쓰는 나라다) 조금 심각한 대화에는 영어가 좀 딸리는지 못 끼거나 안 낀다.
내려오면서 보이는 Roraima 산 절벽은 약 400m 높이다
절벽에는 항상 안개가 날라 다닌다
Makoto가 난초를 발견하고 손으로 가리킨다
초원에서는 해가 나오면 덥다
물이 제법 깊고 물살이 세고 바위가 미끄러워서 아주 조심해서 건너야 한다
Rio Tek 캠핑 장, 멀리 자태를 들어낸 Roraima 정상이 보인다
냇물이 깨끗하고 햇볕이 좋아서 빨래를 해서 말렸다
2004년 7월 9일, 금요일, Santa Elena, La Casa de Gladys
(오늘의 경비 US $9: 숙박료 5,000, 점심 5,000, 식료품 8,000, 음료수 3,000, 인터넷 2,000, 환율 US $1 = 2,600 bolivar)
아침 식사를 하는데 식사 내용이 옆 그룹과 (노르웨이 석유 엔지니어와 베네수엘라 새우농장의 미남 청년) 너무나 차이가 난다. 우리는 우유와 시리얼뿐인데 옆 그룹은 즉석에서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맛있는 빵, 계란 프라이 등으로 성찬이다. 우리 아침이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지 빵을 권해서 한 개 받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정말 김샌다. 한 $50을 더 내더라도 우리도 이렇게 잘 먹고 트레킹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Makoto는 방중에 내린 비가 자기 텐트 안으로 흘러 들어와서 자기 배낭과 배낭 안에 있는 물건이 다 젖었다고 울상이다. 이 친구는 옷은 입고 있는 것 딱 한 벌인데 어제 냇가에서 빨고는 덜 마른 옷을 입고 잔 모양이다. 참 재미있는 젊은이다. 6일 동안 이 친구와 영어로 말하다가 내 영어 발음이 일본식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Hot"을 "호토", "wet"을 "웨토", "dry"를 "도라이" 이런 식이다. 내가 이 친구 말을 잘 못아 들어서 "What does it mean?" 하면 "mean"이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다. "Bad word"라고 말하면 "bad work"으로 알아듣는다. 그래도 신종 난초를 찾으러 세계를 누비고 다니니 존경심이 가는 친구다. 어떻게 통하면서 다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원하는 대로 신종 난초를 발견하여 Miyamoto Makoto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엔지니어 본업으로 돌아가서 결혼도 하고 일본 사람답게 좀 깨끗하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나 혼자 조금 일찍 출발했다. 야영장에서 Paraitepui 마을까지는 외길이고 확 터진 초원길이라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혼자 걷는 기분도 좋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져서 해가 나왔다 들어갔다 할 뿐 빗방울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Roraima 산을 돌아다보니 산정이 안개에 쌓여있는데 내가 저 위에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왜 저런 산을 오르고 싶어 하는가?
두 시간 정도 걸은 다음에 노르웨이 친구와 베네수엘라 친구가 나를 따라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된 것인지 끝까지 나를 따라잡지 못했다.
3시간 반 만에 Paraitepui 마을에 도착했다. 노르웨이 친구가 코카콜라를 사서 나에게도 한 병 권한다. 베네수엘라 친구도 한 병 또 권한다.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낄 때 남에게도 친절하게 되는 모양이다. 나도 내 뒤에 도착한 가이드 Roy와 짐꾼 Lopez에게 코카콜라 한 병씩 사주니 좋아한다. 조금 있다가 Makoto가 들어오고 다른 팀의 가이드와 짐꾼도 들어온다.
기념 촬영을 하고 조금 있다가 우리가 타고 갈 지프차가 도착하여 San Francisco de Yuruani를 거쳐서 Santa Elena에 도착했다. 가이드 Roy가 San Francisco de Yuruani에서 Santa Elena까지 가는 차비를 우리가 내라고 한다. 계약서를 보여주며 Santa Elena까지 데려다 주기로 계약을 했다고 하니 미안하다고 한다. 알고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계약서에 쓰여 있지 않았더라면 문젯거리가 될 뻔했다.
마지막까지 짐꾼 Roy는 못되게 군다. 며칠 전에 나에게 소형 손전등을 빌리고서는 안 돌려주더니 어제는 내 소형 라디오를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었더니 역시 돌려줄 생각을 안 한다. 이 친구 상습적으로 외국 여행자 물건을 빌린 다음에 안 돌려주는 모양이다. 얼마나 이런 물건들이 가지고 싶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쁜 친구다. Paraitepui 마을을 떠나기 전에 둘 다 돌려달라고 했더니 한참 만에 가져온다. 조금은 딱해서 손전등은 내가 필요하니 안 되고 라디오나 가지라고 했더니 좋아한다.
Santa Elena에 도착하여 나는 그곳에 남고 Roy와 Makoto는 밤 버스로 Ciudad Bolivar로 돌아갔다. 이렇게 해서 San Francisco de Yuruani 마을에서의 2일을 포함한 8일 간의 Roraima 산 트레킹을 마쳤다. 음식만 좋았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트레킹이었을 텐데 좀 아쉬웠다. 그래도 오래 기억에 남을 트레킹이다.
내일 브라질로 국경을 넘어서 Boa Vista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Santa Elena에 하루 밤 묵는다. 국경도시인 Santa Elena에는 외국 배낭 여행객들이 많다. 배낭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도 많다. 브라질로 가거나 브라질에서 오는 배낭 여행객들인데 Roraima 산 때문에 이 길을 택하는 모양이다. 지도에 보면 오지 중의 오지인 Roraima 산이 외국 여행객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있다니 놀랍다. 사실 놀랄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Lonely Planet에 제일 먼저 소개된 La Casa de Gladys라는 숙소에 들었는데 나 혼자 뿐 텅 비었다. 두 번째로 소개된 Posada Michelle라는 숙소에는 외국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 들 것을 잘못한 것 같다. 손님이 없는 이유와 많은 이유가 정확히 있는 것이고 우연이 아니다. Lonely Planet에는 보통 인기 순서대로 숙소를 소개하는데 이곳은 틀린 것이다. Lonely Planet보다 배낭 여행객들이 더 정확한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다시 안개에 덮인 Roraima 산
건조한 곳은 흡사 사막 길 같다
"부리부리" 모래파리에 물린 자국이 수없이 많다
우리 팀, 왼쪽부터 일본 식물 채집 광 Miyamoto Makoto, 가이드 Roy (흑인 피와 원주민 인디언 피가 섞인 것 같이 보인다), 좀 실성한 것 같은 짐꾼 Lopez (순수 원주민 인디언으로 보인다)
올라갈 때 만나서 동행한 다른 팀의 노르웨이 석유 엔지니어와 베네수엘라 미남청년 새우농장 주인
우리를 태우고 Santa Elena까지 간 지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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