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양사는 멋진 디자인은 물론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은 다채로운 멀티미디어 기능으로 첨단 휴대폰 개발 기업으로 위상을 쌓고 있다.
이런 휴대폰이 탄생하기까지 삼성과 LG의 연구는 물론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의 숨은 공로가 녹아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카메라폰컨트롤프로세서(CCP)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물론 발빠른 시장 대처로 삼성과 LG가 개발하고자하는 휴대폰 개발의 공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칩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해외의 멀티미디어 칩 업체와 달리 민첩하게 움직이고 제조업체들의 성향을 파악, 제품을 제공으로써 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휴대폰 제조기업들은 카메라폰 핵심 칩인 CAP(Camera Application Processor)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산요와 엡슨의 눈치를 보며 휴대폰 개발 일정을 조절해야 했다. 그러나 엠텍비젼과 코아로직이 일본 제품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CAP를 개발하면서 판도는 변화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과 협력을 통해 휴대폰 제품 개발 주기를 앞당긴 것은 물론 최고의 멀티미디어 폰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의 이런 노력으로 이제는 베이스밴드 모뎀 칩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핵심 칩 시장에서 토종이 외산을 밀어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신화를 시작하다=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론 처음으로 CAP을 개발해 상용화한 엠텍비젼과 코아로직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개발한 CAP는 카메라 폰에 반드시 장착해야 하는 새끼손톱 반만한 크기의 부품이다. 카메라 센서에 입력된 영상을 실시간 압축, 저장해 디스플레이해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일본 엡슨과 산요가 장악하던 시장을 우리 기업의 순수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 대체한 대표적인 사례다.
CAP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양 기업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존 CAP보다 진화된 MAP(Multimedia Application Processor) 개발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며 발빠르게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에는 TI, 르네사스, 엔비디아, ATI 등 세계적인 팹리스 반도체 기업과 실력을 겨루며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 시장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엠텍비젼은 500만 화소에 각종 멀티미디어까지 한꺼번에 지원하는 차세대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칩을 선보였다. ‘MV8601’은 카메라폰으로는 최고 해상도인 500만 화소를 제공할 뿐 아니라 MPEG4를 지원하기 때문에 동영상 녹화 및 재생도 가능해 캠코더폰 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단일 칩에서 하드웨어 3D 그래픽 및 MP3 음악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한꺼번에 구현할 수 있다.
코아로직 역시 휴대폰의 멀티미디어화 및 복합화 경향에 대응해 개발된 MAP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칩은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최신 멀티미디어 기능을 단일 칩에서 지원한다. 특히 동영상 압축표준인 MPEG4 코덱 기술을 하드웨어로 구현해 카메라 컨트롤러 기능에 캠코더, 주문형비디오(VoD), MP3플레이어, 3D그래픽, 자바 게임기 기능 등이 복합화된 차세대 모바일 멀티미디어 칩이다.
엠텍비젼, 코아로직 이외에도 텔레칩스, 아라리온, 매직아이, 플러스칩, 넥서스칩 등 많은 국내 팹리스들이 출사표를 내고 차세대 멀티미디어 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팹리스로 도약=반도체 분야에서 D램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했던 국내 기업들이 이제 시스템 반도체 부분에서도 세계적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은 국내 기업으로 처음으로 지난해 글로벌 팹리스 기업 순위 50위 안에 드는 성과를 올렸다. 양 기업은 올해는 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며 30대 기업으로 도약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올해 중점 사업 역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는 일이다. 이들은 매출 증가뿐 아니라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성민 엠텍비젼 사장은 “올해 미국, 중국, 영국 등 해외 지사를 중심으로 해외 직수출 비중을 높일 계획이며 이에 맞춰 거점도 10여 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아로직은 지난해 20% 정도였던 직수출 비중을 올해는 30∼40%로 끌어올리며 간접 수출까지 포함해 해외 비중을 지난해 80∼90%까지 높일 계획이다. 코아로직 황기수 사장은 “지난해 9월 설립된 중국 사무소를 통해 올해 중국 휴대폰 업체들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이드인코리아 칩을 얻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시스템 제조기업들 점점 늘어나고 있다. D램 강국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 강국을 멀티미디어 칩에서 이뤄내고 있다.
*인터뷰:서한교 코아로직 SoC 설계실장
“몇 달동안 설계된 칩이 파운드리에서 나왔을 때 정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혹시라도 칩 설계에 문제가 생겼을까 걱정이 됩니다. 새로 나온 칩을 검사해서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그 때는 날아갈 것 같이 기쁩니다.”
코아로직 SoC 설계실장의 서한교 실장은 반도체 설계를 하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서실장은 엔지니어가 자신이 만든 작품이 완전하게 구동될 때 말고 또 언제 기쁨을 느끼겠냐고 반문했다.
새로 개발된 반도체가 성공한 날 서실장은 동료들과 맥주를 한잔 하면서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버린다고 한다.
“휴대폰용 칩은 다른 반도체에 비해 개발 일정이 촉박합니다. 휴대폰 업체가 스펙을 정하면 대략 3∼4개월내에 샘플 칩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멀티미디어 칩도 4개월 정도 결러서 성공한 것입니다. 휴대폰 업체들이 긴박하게 제품을 만들어 출시해야 하니 같이 바빠지는 것입니다.”
서실장은 일정에 맞추기 위해 개발 기간동안 새벽까지 일하는 것은 비일비재 하며 그리 새삼 스러운 일이 아니라도 말했다.
“카메라폰 컨트롤 칩에서 멀티미디어 칩으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이제 TI, ATI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합니다. 큰 업체와 달리 벤처기업의 민첩함을 살려, 빠른 시간에 칩을 개발·공급하고 시스템 업체들이 제품을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모든 기능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전략으로 승부를 걸 것입니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인 서실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려면 설계 엔지니어들이 시스템 산업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시스템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서는 시스템 산업과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간의 연계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귀띔했다.
*세계시장 동향
‘휴대폰+TV+Mp3 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게임기’ 기능을 갖춘 복합 기기를 구동하려면 어떤 반도체가 필요할까. 바로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다.
통·융합 시대를 맞아, 모바일 기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 시장을 놓고 칩 업체간 경쟁이 거세다. 통·융합 조류처럼 반도체 분야에서도 통신, 카메라 컨트롤 칩, 그래픽 칩 등 각종 분야의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멀티미디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찌감치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TI, 르네사스 등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전문업체다. 이들은 수년전부터 PDA 등 중소형 기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칩에 모뎀 기능, TV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면서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휴대폰용 칩 분야에서는 퀄컴, TI, 아기어 등 주요 베이스밴드 업체들이 모뎀 칩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포함한 다기능 칩을 지난해부터 쏟아내고 있다. 베이스밴드 칩 하나로 카메라, MP3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픽 가속기 업체들의 진입도 거세다. ATI, 엔비디아 등 유명 PC용 그래픽 업체들은 최근 1∼2년 전부터 휴대 기기요 가속기 칩을 선보이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적어도 2∼3년내에 매출의 절반 이상을 휴대기기용 멀티미디어 칩 등에서 올린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국내의 엠텍비젼, 코아로직, 텔레칩스 등 카메라폰 컨트롤 칩으로 시작한 업체들이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면서, 멀티미디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큐리텔 등 세계적인 국내 휴대폰 업체가 시장을 선도한다는 점을 활용, 나날이 거세지는 멀티미디어 칩 시장에서 제 영역을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