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터에서 희망을 일구는 40,50대 기혼여성들. 연령대별로도 취업 의지와 취업률이 가장 높은 층이다. 경력단절 재취업 여성들의 경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잡-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취업 지원에만 그치지 말고 끊임없이 엄밀한 사후 관리도 함께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어떤 이는 1년도 못 버티고 직장을 그만두는가 하면, 어떤 이는 2~3년마다 고비를 넘겨가며 끈기 있게 직장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자신도 고위직을 꿈꿔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일자리에서 무엇이 이탈자와 생존자를 가르게 되는 것일까.
물론 암암리의 성차별적인 사회 분위기, 출산 육아 가사 등의 역할 부담도 큰 몫으로 작용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바로 일에 대한 태도, 즉 ‘잡 마인드’(Job-Mind)와 경력관리가 좌우한다는 주장이 부각되고 있다.
때문에 경력단절 재취업 여성이나 일자리 진입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잡 마인드를 체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지방노동청 잡카페에서 한국여성평생교육회가 주최한 ‘여성 직무능력 개발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가 그 대표적인 논의의 장이었다.
‘성인 여성 경력개발의 이론적 쟁점’ 발제를 한 진성미 방송통신대 원격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요즘 학계에선 여성에 대한 경력개발 이론이 특화돼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며 “여성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여성의 경력개발은 남성보다 훨씬 복잡하다.
관찰 가능한 사실과 관계된 경력, 직업 자격 수입 지위 등의 객관적 측면은 물론이고, 자신의 경력에 대한 태도와 사고, 일에 대한 가치 기대 요구 등이 다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 조직사회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에 남성과 비교해 ‘탁월’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인정받는다는 것. 또 여성 한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10명의 실수로 확대 비하될 만큼 아직도 직장에서의 여성은 주목받는 존재다.
진 박사는 “조직문화는 본질적으로 지배자-피지배자 관계에 따라 형성된다.
아직까지 남성 보스가 훨씬 많은 우리 사회에선 남성이 선호될 수밖에 없으며, 조직 내 남성 중심 네트워크 때문에 승진에 필요한 비공식적 정보에서 소외되고 역할모델도 가질 수 없다”며 이것이 바로 여성의 ‘조직 학습’을 열악하게 만드는 주요 조건이자 여성을 일찌감치 직장에서 낙오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 이면엔 여성이 자신의 경력에 대해 두는 가치가 남성과는 좀 다르다는 특성도 작용한다.
즉, 여성은 경력개발에 있어 성취도 고려하지만, 관계와 타자에 대한 고려도 이에 못지않다.
또 외적 지표에 의한 객관적 성공보다 일 자체에 대한 가치와 자아성취감, 특정 일이 요구하는 경력에 꿰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경력을 만들어가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
따라서 여성의 경력 연구에선 생애단계별 접근과 함께 가족관계와 성역할 변화, 여성친화적 조직이 여성의 실질적 참여와 능력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집중 분석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경력개발과 관련한 현장 사례를 발표한 백인화 인천서구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직장에 대한 환상’을 꼽는다.
이 때문에 TV드라마 작가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화려한 직장만을 극 배경으로 삼지 말아달라고 요청까지 했다.
2004년부터 여성부 지원으로 시작된 전업주부 재취업사업에서도 전문직, 사무직에 대한 선호 때문에 ‘오피스마스터’ 과정이 경쟁률 4 대 1을 상회하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3개월 수업 후 컴퓨터자격증을 부여해 사무직 진출을 하게 되는데, 수강생들의 의지가 굳은 만큼 취업률도 90% 이상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일자리 지속성에 대한 조사는 아직 전무하다.
백 관장은 “지난해 전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의 평균 취업률이 54.11%지만, 이 수치엔 고용 지속성은 포함 안 됐다”며 향후 여성의 안정적인 고용과 경력개발을 위해선 고용 지속성에 대한 현장조사와 연구가 함께 전개돼야 함을 시사했다.
특히 기업들은 20,30대 주부들을 가장 선호하는 반면, 이들 연령층은 기업이 필연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는 장시간 근무나 야근보다는 단시간에 탄력적 근무, 그리고 좀 더 편한 일을 원하기에 지속적으로 ‘미스 매칭’(Miss Matching)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200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른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봐도 오히려 40대가 65.8%로 가장 높은 반면, 30대는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56.3%에 그쳐 2040 세대 중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낮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가 제안하는 것은 개인별 관리가 가능한 ‘평생경력관리카드제’. 이와 함께 평생교육 차원에서 기혼여성의 수준 높은 단시간 근로를 위한 과정을 개발하고, ‘상담→교육훈련→취업지원→사후관리’로 연결되는 원스톱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한편으론 사회 각 분야 자원봉사 교육이 의식과 생활의 변화, 잠재능력 개발을 가능케 해 줌으로써 직업창출의 또 다른 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현숙 서울YWCA 강남청소년수련관장은 “다문화, 환경, 상담, 미디어 모니터 등의 분야에서 자원봉사자를 양성하는데, 이들 자원봉사자가 때론 어린이집, 수련원, 학교, 노인회관 등지에서 전문 강사로 활약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 여성평생교육회 세미나에선 여성의 사회구조적 상황, 생애주기별 단계 등 여성 특성을 고려해 잡-마인드와 경력개발을 분석·연구해야 한다는 논의가 펼쳐졌다. 사진은 여성평생교육회 운영진과 회원들. ©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989호 [사회] (2008-07-11)
이은경 / 여성신문 기자 (pleun@womennews.co.kr)
[인터뷰] 정찬남 한국여성평생교육회 회장
"고령화 사회일수록 ‘학습사회’돼야" |
▲ 정찬남 한국여성평생교육회 회장 올해 1월 한국여성평생교육회 9대 회장이 된 정찬남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2월 15일 ‘평생교육진흥원’이 개원한 것을 아직도 감개무량해하고 있다. 사회교육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한 1970년대에 교육사회 전공학자 몇몇이 모여 시작한 한국사회교육협회 활동과 함께 사회교육법, 평생교육법이 제정돼 평생교육진흥원이란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생교육에 대한 신념을 국가가 비로소 이해하고 공식적으로 지원하게 됐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여성의 평생교육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돼야 함을 강조한다. “120세까지 바라볼 수 있는, 명실공히 고령화 사회다. 소녀부터 노인여성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함께 갈 수 있고, 또 여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학습사회’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평등한 교육권 행사에서 소외되는 여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 회장은 여성이 평생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또 이것이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동력은 양성평등한 가정 분위기에서 나옴을 역설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어머님 덕택에 성 차별 없는 학습을 할 수 있었고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생 가지게 됐다”고 말한다. 그 자신 원예학 전공 후 식물학, 평생교육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는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이수 중인 ‘평생학습자’다. 활동 초기엔 문맹 여성들이 읽고 쓸 수 있도록 하는 문해(文解) 교육을 맹렬히 전개해왔다. 5만 명 이상의 회원이 활동 중인 한국평생교육사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는 정 회장은 “이젠 평생교육사를 자원봉사자로만 보지 말고 평생교육 현장에서 분야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전문가로 키워내고 또 새로운 직업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임기 중 20주년을 맞게 되는 여성평생교육회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여성의 평생교육 분야에 학계·현장·GO·NGO를 협력 연계시키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돼야 평생학습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여성평생교육회엔 장성자·김재인 전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김령자 교육복지연구원장, 곽삼근 이화여대 교수, 이해주·정민승 방송통신대 교수, 나윤경 연세대 교수, 여순호 전 경기도청 가족여성정책국장, 신민선 강남구여성능력개발센터 관장, 한우섭 여성의전화 공동대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989호 [사회] (2008-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