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GMP 생각하기 코너에 글을 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GMP 사안에 대해 여러 회원님들과의 의견을 공유하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두달여 만에 다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에 올리는 글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하는 것이므로 어떤 법적이나 공적인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히고 누구든지 의견을 올릴 수 있음을 먼저 알리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오늘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GMP 차등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식약청에서도 많이 생각한 끝에 시작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라고 생각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연 GMP 차등평가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제가 알기로는 GMP 차등평가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어떤 나라에서도 실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보다 GMP 먼저 시작한 나라에서도 실시하지 않는 차등평가를 우리나라에서는 실시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제가 이해 못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차등평가에서 C 또는 D 평가를 받은 약을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인지? 똑같은 돈을 주고 A 평가를 받은 약을 먹고 싶어하지 D 평가를 받은 약을 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렇다면 과연 D 평가를 받은 약은 품질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만약 그렇다면 품목 허가를 내어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품목 허가를 해서 약을 제조해서 판매해도 된다고 하고서 지금에 와서 제약회사를 등급을 매겨서 1 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아이러니 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식약청의 의도는 차등평가를 함으로써 각 제약회사들이 스스로 현재의 GMP 상황을 파악하고 투자 또는 관리를 통해서 GMP 수준이 향상되게끔 하자는 것이겠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제약회사에 대한 불신감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품목 허가를 내어 주기 전에 실사 등을 통한 관리를 강화하고, 품목허가 이후에는 변경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GMP 수준 강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면은, US FDA 에서는 품목 허가 이후에도 제조회사에서 변경이 있을 경우 이를 단계별로 나누어서 critical 한 변경일 경우에는 반드시 FDA 의 허가를 받고 난 이후에 변경을 하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현재 KFDA 의 경우 변경관리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것 같습니다. 제조소 변경의 경우 critical 변경임에도 불구하고 각 제약회사에서는 자체적으로 변경관리만 실시할 뿐 식약청의 관리는 받고 있지 않고 있다보니 GMP 시설관리가 허술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회사에 따라서는 자체관리를 GMP 기준에 맞추어서 잘 하시는 회사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차등평가 check list 입니다. 먼저, 그 check list 를 만드신 식약청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1000 여 문항이나 되는 점검 항목을 만드신 수고에 대해서는 정말 고생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과연 그 check list 가 각 회사별 상황을 판단하는데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 봐야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식약청에서는 실사자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check list 를 통해 점검을 함으로써 실사자들의 주관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어서 평가하고자 한 것이겠지만, 실제적으로는 그 항목들이 각양각색의 제약회사 사정에 동일하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도 얼마전에 우리회사 3 개 공장에 대해서 차등평가 check list 를 가지고 평가를 해 본 결과, 일단 중복되는 항목들도 많이 있고, 1000 여 항목을 점검해서 O, X 하는데만 해도 무척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항목의 경우 O, X 판단이 애매한 것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항목에 따라서는 중요도가 다를 수 있는데 O, X 숫자로만 점수를 환산하다보니 GMP 의 질적인 향상보다는 점검항목의 O 숫자에만 더 치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들면, 실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validation 이라든지, 연간품질검토 등이 GMP 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과 시간이 들기때문에 동일한 1 점이라면 문서에 규정 한 줄을 넣는 것이 쉽게 점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회사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차등평가에서 받은 점수가 과연 그 회사의 GMP 수준을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실사를 통해 지적사항에 대해서 critical, major, minor 로 구분해서 항목 수에 관계없이 critical 한 것은 최우선적으로 개선을 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critical 이든 minor 든 O, X 숫자에 따라서 환산하다보니 critical 한 것이 3 개 있고, minor 한 것이 1 개 있는 회사가 critical 한 것이 1 개 있고, minor 한 것이 5 개 있는 회사보다 평가를 잘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제약뉴스에도 올려 놓았는데, 현재 식약청에서도 이렇게 차등평가를 하다보니 적은 인원으로 그 많은 항목을 점검하다 보니 당초 계획했던 것에 차질이 생기고 그 평가 결과도 글쎄...
여하튼 올해가 처음 실시하는 것이니만큼 식약청에서도 많은 개선을 하리라 봅니다.
제가 볼 때는 제약회사의 평가 점수가 A 냐 D 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GMP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US FDA 의 483 문서 공유와 같이 우리도 다른 회사의 실사 결과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우리 회사에 적용시키고 개선하는 것이 좀 더 객관적일 수 있고, GMP 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조건 감출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점은 서로 배우고 나쁜 점은 서로 고쳐주면서 WIN-WIN 하는 것이 한-미 FTA, 한-EU FTA 등과 같은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 제약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횡설수설한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어떤 잣대로 줄을 세워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의 경우에는 스스로 GMP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식약청에서는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침 등을 마련하는 것이 몇몇 안 되는 식약청 실사자들을 뺑뺑이 돌려가면서 1000여 문항씩 점검해서 점수를 매기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