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으로 독을 다스린다’
동종요법(同種療法, homeopathy)
현대의학의 한계에 도전한다
현대의학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과 의존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도 대체의학을 계속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제도권으로 흡수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이제 막 국내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동종요법에 대하여 알아본다.
많은 사람들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직도 3명중 1명이 암에 걸리고, 사망자 4명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통계치가 나오고 있다. 고도로 발달된 의술로도 치료되지 않는 암, 고혈압, 당뇨병, 에이즈 등의 질병은 계속 늘고 이에 따른 의료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국민의 보건비용은 매년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런 현대 의학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키는 ‘동종요법’이란 치료법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몸에 나타나는 증세는 우리 몸에 침입한 병을 우리 몸이 물리치려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요한 신호들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질병이 나타내는 증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몸이 병을 이겨내려는 반응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병의 치유에 있어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자극해서 극대화시키는 능동적인 치료법이 바로 ‘동종요법’이다.
유사한 것을 이용한 치료 ‘동종요법’
자연물질로 만든 치료약을 고도로 희석해 사용하는 동종요법은 250여년 전 독일의사 사무엘 하네만에 의해 창시되었다. 말라리아 치료에 쓰이는 키니네를 정상적인 사람에게 투여했을 경우 말라리아와 비슷한 고열증세를 일으킨다는 사실에 착안, 질병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소량만 투여하면 질병을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물질이 특정한 증상, 두통을 유발시킨다고 할 때 그 물질을 현재 두통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투여하면 그 사람이 낫게 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내려온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요컨데 그 물질이 인체에 내재하는 생명력, 또는 자연치유력을 자극하고 북돋아서 환자 스스로가 병에서 회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생체의 기를 북돋아 건강의 균형을 회복시킨다는 이론과도 닮은 데가 있다.
여기서 문제는 천연물질을 그대로 인체에 투여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과 독성반응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동종요법의 창시자 하네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도의 희석법을 사용하였다. 본래의 물질을 거의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희석해 사용하면 부작용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치료효과도 더욱 강력해 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면역체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차병원 대체의학센타 동종요법 클리닉 김영구 박사는 “동종요법 약물은 희석과정을 통해 물질은 에너지 상태로 변하여 신체증상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정신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동종치료 약물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자극하여 인체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단계로 이끌어 주는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희석과 함께 진탕(흔들어 주는 것)도 물질의 치유력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이런 물질은 물이나 알콜에 백배, 만배 등으로 희석하는데 이렇게 해서 만든 동종약물들이 지금까지 약 3천종 이상에 이른다.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는 치료법
동종약물을 투여해 치료하는 순서는 ‘치유의 법칙’에 따라 증상이 나타난 순서와 반대가 된다고 한다. 즉, 맨 마지막에 나타난 증상부터 좋아지기 시작하고, 몸의 윗 부분에서부터 작용해 아래로 내려오며 내부의 이상에서부터 치유되기 시작해 바깥으로 나아간다. 내부 장기도 큰 기관에서부터 효과가 나타나 작은 기관으로 옮겨가며 작용한다.
또한 동종치료는 급성질환일수록 빨리 효과를 나타내고 만성병이면 서서히 작용하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갑자기 통증이 발생해 부어 오르고 염증이 생기면 ‘벨라도나’라는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1~2분내에 증상을 사라지게 하고, 반면 갑상선이 붓는 경우와 같은 만성질환은 약물효과가 수개월 이상 거치면서 서서히 나타난다고 한다.
“동종요법의 약물은 스스로 치유하는 인체의 메카니즘을 자극하기에 의사들은 가장 적은 양의 약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매우 작은 양의 약만을 사용하기에 부작용도 거의 없죠. 동종의학에서는 ‘사람은 모두 다르다’고 보는데요. 병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하는 김영구 박사는 “같은 병을 앓는 어떤 사람도 증세가 똑같지는 않다”. 두통의 증상에서는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이 일률적인 처방이지만 동종치료에서는 두통의 종류를 수십 종으로 나누어 특성에 맞게 치료한다.
사무엘 하네만은 “병은 없다. 오직 아픈 사람만 있을 뿐이다”란 말을 남겼다. 동종요법에는 어떤 특정한 병에 대한 특정한 약이 없다고 한다. 다만 그 사람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약이 달라진다. 그 이유는 치료해야 할 대상이 ‘병적 변화를 일으킨 몸의 일부분’이 아니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전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종요법은 현대의학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치료법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동종의학이 다른 의학과 구별되는 특징은 한명의 환자에게는 한 종류의 약만 쓴다는 점이다. 일반의학은 원인을 한 가지 기관이나 조직에 국한해서 본다. 즉, 고혈압은 심장·혈관계통·장염은 위장계통·방광염은 비뇨·생식기관의 고장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한가지 이상의 장기에 병이 생기면 한가지 이상의 약을 써야 한다. 예컨데 고혈압과 불면증과 심부전증이 있으면 이뇨제와 수면제, 디기탈리스(심장병 치료 약물) 등 세 가지 이상의 약을 복합처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 의학에서는 보편화된 치료법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실제로 동종요법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보급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년에 약 5억 명이 동종요법 치료를 받고 있다고 추정한다. 동종요법이 대중화된 대표적인 나라로는 유럽과 미국, 남미 각국, 인도 등을 들 수 있는데, 영국은 가정의의 약 40%가 연수교육을 받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왕실에서는 아직도 동종요법을 주된 치료법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웃나라 일본도 지난해 의사들이 동종요법학회를 만드는 등 서구 의료 선진국에서는 동종요법이 대중화되었고 또한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
독일, 영국 등의 유럽과 미국은 의사들 중심으로 동종요법이 체계화돼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의과대학에서 동종요법이 교과과정으로 정해져 있고 개원한 의사의 80%는 실제 환자 치료에 동종요법을 비롯한 대체요법들을 치료에 응용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의사나 일반인 중심으로 전통 한의학을 비롯한 대체의학에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병원이나 대학교에 동종요법을 포함한 대체의학 관련 학과나 대학원이 속속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종요법의 적용분야는 무궁무진
일반인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동종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는 내용일 것이다. 먼저 이해되어야 할 동종요법의 치료는 관절염이나 암이니 하는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즉, 통증이 있는 관절이나 염증이 있는 기관지, 또는 악성 종양세포에 국한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감정, 신체를 포함한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을 대상으로 치료한다. 동종요법의 원리로 여러 사람이 모두 같은 질병의 감염환자라 하더라도 모두 다른 동종요법 약물이 필요하다. 결국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증상의 결과에 따라 약이 달라지며 단지 그 사람에게 국한된 상태에만 치중하는 치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종요법은 응급처치에서부터 급성·만성에 이르는 광범위한 병적 상태에까지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영구 박사는 “통증, 알레르기, 천식, 관절염, 당뇨병, 피부발진, 독감, 만성피로, 월경전증후군, 요통, 두통 등 거의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증세가 심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나 선천성 질환에는 효과가 없지만 수술 후 속도를 앞당기고 저항력을 강화하는데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동종의학 치료는 많은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입증되고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동종약물의 에너지 방출을 실험하였는데, 물에 동종약물의 에너지를 방출하면 그 에너지가 물에 전사(轉寫, transfer)되어 기억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알러지·천식 등에 동종약물이 화학약물보다 치료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의학적 검증방법과 각종 실험 기법이 발전하면서 그 동안 신비의 베일에 쌓여 있던 동종의학의 원리와 치유방법이 점차 과학적 근거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논쟁은 계속된다
동종요법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정통적 의사들은 극도로 희석된 질병에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고 믿는다. 과학의 잣대로 보면 특정증상을 해결한다는 치료원리 자체가 비논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종요법 애호가들은 동종요법의 작용이 분자의 화학작용이 아닌 원자의 물리 작용이라고 설명하고 과학적인 타당성이 없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이 효험을 보는 현상 자체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직까지 동종요법에 관한 명쾌한 해석도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동종요법이 사람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학적이든 아니든, 그것이 설명될 수 있든, 아니든지 간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 만큼 단순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무시해 버리고 사장시켜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종요법은 서구의 의료선진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유용한 의료기술임에는 틀림없다. 첨단 현대의학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동종요법도 만능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유념하는 자세로 의료인이든 일반인이든 열린 자세로 동종요법을 연구하고 이용한다면 각종 난치병에 시달리는 우리의 삶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지는 않을까.
포천 중문의대 강남 차병원 김영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