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길 면천두견주보존회장
(복사했어요, 이사람 내 친구입니다. 멋있지요 우리고장 대표술 면천두견주 보존회장입니다.)
고려 개국 일등 공신 복지겸(卜智謙·면천 복씨 시조) 장군이 중병에 들어 산 좋고 물 좋다는 충남 당진의 면천에서 요양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그에겐 17세 된 아름다운 딸 영랑(影娘)이 있었다. 효녀였던 영랑은 면천 아미산 몽산여단(夢山?壇)에 가 아버지 병을 낫게 해 달라며 간절한 치성을 드렸다. 100일째 되던 날 새벽 마침내 신선이 현몽해 해답을 내려주었다. “아미산 진달래꽃을 따다 반드시 안샘 물로 술을 빚어 100일 후 마시게 하고 안샘 옆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어 정성을 드리라”는 것이었다. 영랑은 서둘러 진달래꽃을 딴 뒤 산을 내려와 신선이 가르쳐 준 비법대로 꽃순을 제거해 술을 담그고 은행 두 개를 구해다 심었다. 100일 후 이 술을 마신 복지겸은 완쾌됐다. 진달래꽃을 두견화로도 부르므로 이후 영랑이 담근 술을 면천두견주(沔川杜鵑酒)라 부르게 됐다.
극진한 효심이 빚어낸 진달래향 그윽한 두견주 계승 외국인도 술 맛에 반해 “원더풀”… 세계적 명주 야심 기사사진과 설명 고려시대 효녀 영랑이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은행나무. 필자제공 | 기사사진과 설명 두견주의 원수(源水)인 안샘. | 기사사진과 설명 면천두견주 전수교육생들이 관리하는 두견주의 숙성실. 필자제공 | 이 같은 면천두견주에 대한 유래는 전설이 아닌 조선시대 홍만선(1643~1715)의 ‘산림경제’, 서유구(1765~1845)의 ‘임원16지’,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1809), 홍석모의 ‘동국세시기’(1849) 등에 등장하는 실화다. 당진에서는 딸의 지극한 효성이 아버지 병을 고쳤다 해 효주(孝酒)로 부르며 가정제례는 물론 각종 행사 때 건배주로 사용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1986년 11월 1일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6-나호로 지정한 우리 명주다.
연한 황갈색의 두견주는 찹쌀 52%, 누룩 6.2%, 진달래꽃 0.2%, 물 41.6%의 배합으로 저온숙성 발효시키는 생주(生酒)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입증돼 성인병 예방책으로 마시는 약주(藥酒)로도 유명하다. 진달래향이 그윽한 가향주(加香酒)인데 달착지근한 18도라 얕보고 과음했다간 독주가 되고 만다.
1000년 역사가 넘는 두견명주의 제조기능은 2003년 결성된 면천두견주보존회 김현길(現吉·46·사진) 회장을 비롯한 13명의 전수교육생이 공동 보유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322-2번지의 보존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한 사람에게 전승되는 양조기술보다 8가구 고유비법이 고루 융합되니 더 좋은 두견주를 생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두견주 명맥을 잇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골 깊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영랑이 진달래꽃으로 술을 담근 이래 성상리 주민들은 집집마다 두견주를 빚어 제주와 귀빈 접대용으로 써왔다. 그중 성상리 박승규(1937~2001) 씨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했는데 전수조교로 지정됐던 가족에게조차 제조기능이 전수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끝에 성상리 거주 8가구 대표 1~2명씩으로 구성된 면천두견주보존회를 기능보유단체로 공식인증(2007. 3. 12)했다. 국가중요문화재의 전승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큰 두견주의 속사정이다.
보존회관에는 오순근(84) 초대회장을 비롯한 김상돈(사무국장)·채우순·김유순·인영옥·이성숙 씨 등 상근 전수교육생이 진달래꽃 채취에서 건조→누룩빚기→밑술→발효→숙성의 전 과정을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다. 진달래꽃 10㎏을 건조시켜야 1㎏의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이 중 채우순(69) 전수생은 김 회장의 어머니로 성상리서 태어나 고향에서 결혼한 후에도 동네 잔칫집 술을 거의 담가왔다고 한다.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 왜목마을 낙조 등을 보러오는 관광객의 급증으로 두견주 명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습니다. 양조 현장을 찾은 동서양 외국인들이 술 맛에 반해 탄성을 연발합니다. 생주여서 한 달밖에 냉장보관이 안 되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두견주의 참 맛을 전하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당진 서야고교 재학시절부터 술의 역사와 제조국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 각국의 항공수송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면천두견주의 세계화도 낙관한다”면서 “네덜란드의 튤립 생화가 봉오리진 채 한국 화원에서 판매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어떤 분야든 국내 수요만 기대해서는 지구촌 시대서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주량을 물었더니 청록파 조지훈(1920~1968) 시인이 술 마시는 풍류자세를 1단에서 9단으로 나눠 경책했음을 상기시켰다.
1단:주도(酒徒·술을 취미로 맛봄), 2단:주객(酒客·술의 참맛에 반함), 3단:주호(酒豪·술의 진경을 터득함), 4단:주광(酒狂·주도를 수련함), 5단:주선(酒仙·주도 삼매에 듦), 6단:주현(酒賢·술과 인정을 아낌), 7단:주성(酒聖·술을 마셔도 안 마셔도 그만), 8단:주종(酒宗·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 없게 됨), 9단:열반주(涅槃酒·술로 인해 세상을 떠남).
역사 속에는 술에 관한 시인 묵객들의 풍류가 수없이 전해진다. 송강 정철(1536~1593)은 “친구 집 술이 익었다는 소문을 듣자 누운 소 발로 차 타고 급히 찾아갔다”고 ‘송강가사집’에 썼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812~858)은 신라 술을 얼마나 사랑했던지 ‘일잔신라주준공좌소’(一盞新羅酒浚恐左銷·한 잔 신라 술의 기운이 쉬 사라질까 두렵구나)라고 읊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한 술이 탈이었다. 송강은 지나친 음주벽으로 선조의 미움을 샀고 이상은도 술 때문에 벼슬길과 멀어졌다. 이런 인사들을 예로 들며 술을 잘 만들어야 하는 까닭을 묻자 김 회장은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 ‘로열 샬루트’를 예로 들었다. ‘왕에게 바치는 예포’라는 뜻으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대관식 때 헌정된 술로 유명하다. 즉위식에 21발 예포가 사용됨을 착안해 21년 숙성 원액을 브랜딩한 고급주로 국제주류품평회서 2년 연속 최고 명주로 선정되며 영국의 무역 수지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극진한 효성의 결정체가 우리 면천두견주입니다. 이처럼 명주에 대한 내력과 역사를 알고 마시면 격조와 품위도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외국 술의 과다수입이 우리 경제를 좀 먹는 현실을 잘 아시잖아요. 주당들이 몸에 안 좋다고 술을 안 마십니까? 올바른 주도(酒道)를 사회의 화두로 내걸고 우리 민속주를 세계적 명주로 성장시켜야지요.”
그의 아들(김상수·19)은 신성대학에서 조리외식학을 전공 중이다. 당진시는 성상리 인근 농토를 매입해 두견주문화재 지역으로 확보했다. 영랑이 심은 은행나무(면천초등학교 내)는 충청남도기념물 제82호(1990. 5. 24)로 지정됐다.
<이규원 시인·‘조선왕릉실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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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랫만에 들어와서 지역의 명소 면천 두견주 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자주 들어 오지 못한점 죄송합니다
건강하시지요
날씨가 가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