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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頭大幹記
죽령~벌재~하늘재
'Jiri-깽이' 恩敬의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
(9)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으며
묵묵히 나아가게 하는 힘
바로 누군가의
그 미소 때문이지
어느 한순간 폭발하듯
활짝 터져 버리고야 마는
주체할 수 없는
그 미소 때문에
우리 모두는
보통의 힘겨운 나날을
누구 '때문에' 또는 '덕분에'
아득바득
다들 참고 견디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눈앞에서 금세 사라져
결코 잡을 수는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그 미소 때문에
_ J i r i -깽이, 恩敬의 아름다운 나의 이야기 _
힘들수록, 재미 없을수록
우리들은 서로를 향해 미소지어야 합니다.
Me, So~
내게, 그렇게~
미소~지어~ 주세요.
저도... 미소 곱게 지어~ 드릴께요.
백두대간 그 힘든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한 번씩
"아~ 좋다~"
라는 말이 방긋 미소와 함께
한번씩 터져나오곤 합니다.
힘든 오르막을 치고 올라서면
확~트인 조망터에서 바라보면
땀방울 식히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baby green의 그 사랑스런 연두빛과 마주하면
발길 붙잡는 화사한 꽃송이 앞에 서면...
감동과 감탄.. 희열...
쉽게 얻는 것들은
쉽게 사라집니다.
힘든 길을 걸어왔을수록
목적지에 섰을 때
우리는 더 큰 감동의 기쁨을 맛봅니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얼마나 감동하며 사는지
잠시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미소 지어 주세요.
사람과 사람이 가장 가까워지는 지름길은
바로 미소라고 하니^^
지표 분수계(分水界)를 중심으로
산의 흐름을 파악하며
인간의 생활권 형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우리민족 고유의 지리인식 체계인
"백 두 대 간"
산과 물
북한의 두만강,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남한의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
1대간 1정간 13정맥
대간길, 그동안 남한구간의
꿈속 세상인듯 아련하기만 했던 금강산이며,
점점 작아져만 가는 나와 마주했던 설악산,
걷고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오대산 구간이며
보름달빛 가득했던 태백산을 지났고
오늘 진행하게 되는 소백산 구간인 ‘죽령’부터
월악산 구간인 ‘하늘재’까지
이번 구간에
남한 백두대간의 반을 통과하게 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언제 벌써 여기까지 왔네요.
방장님은 느림보 털팔이 저 데꼬 여기까지 오느라
10년은 폭삭~ 늙었다고 하는데...
ㅋㅋ 저는 스스로
좀 뿌듯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앞으로 만나게 될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까지
한 방에 슝~ 내달리고 싶지만
몸이 맘 같지 않으니...
지리산 천왕봉까지
한발한발 멈추지 말고 가봐야지요.
홧팅. 홧팅~
이번 진행하게 될 대간길은
아홉 번째로
죽령-도솔봉-저수령-벌재-황장산-대미산-포암산-하늘재
총거리 52km입니다.
죽령-삼형제봉-도솔봉-묘적봉-묘적령-솔봉-흙목정상-싸리재-
시루봉-투구봉-촛대봉-저수령-문복대(문복산)-벌재
(25.5km)
벌재-황장산-차갓재-대미산-꼭두바위봉-
마골치(만수봉 갈림)-포암산-하늘재
(26.5km)
택시에서 내리니
지난번 식사했던 죽령주막은 아직 꿈속 세상인듯 하고
영남제일관 정자에 잠시 올라
신발끈 동여매며 배낭 덮개 씌우고
길떠날 채비합니다.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시
또 오라고 해서~ㅎㅎ
이렇게 또 왔습니다.
"반갑고만, 반갑습니다~"
영주(榮州)
소백의 병풍과도 같은 봉우리들
이 산악지대 사양토는 배수가 잘되어
인삼, 사과 농사가 흥하게 만들고
소백의 눈꽃과 철쭉꽃은
겨울과 봄을 수놓으며 지상의 천국을 만들어내니
이지역 사람들에게 여느 자식 부럽지 않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이틀간 꽤 많은 비가 내렸고
오전까지도 비소식
출발할 때 비가 쏟아지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고운 안개비는 소리 없이 죽령(竹嶺)에
포근한 장막을 치며~
새벽부터 찾아든 두 손님을 반기듯
어둠을 안개 너머로 몰아냅니다.
죽령에 대한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따로 부연은 필요없겠네요.
읽어보시구요^^
예전에 과거보러 가는 사람들은
고갯길 중에 주로 새재를 이용했다는데...
추풍령을 넘어 과거 보러 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 또한 대나무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진다는 말 때문이라나 어쨌대나...
뭐든 안좋다~고 하는 건
일단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보는 게 상책!
저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렇게~
내용도, 결말도 좋은
저만의 이야기 주인공으로
제 미래를 만들며~ 즐겁게 살아낼꺼니까~
이번 걷게 될 구간은
대간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로는 단양과 충주 지역으로,
죽령천, 남조천, 단양천, 광천
(남)한강으로 합류한 계곡의 물은
기나긴 여행을 하며 서해로~
왼쪽으로는 영주, 예천, 문경 지역으로,
서천, 한천, 금천의 삼천(三川)은
자구, 국사, 운달지맥과 나란히 내달리며
내성천으로 합류된 뒤
낙동강의 품에 안겨 남해로 빠져듭니다.
방장님이 100대강을 하며
만들어놓은 수많은 후기의 자료들
이 자료들이 없었다면
과연 내 대간길은 어땠을까?
그저 대간 숲길만 거닐었겠지요.
걸었으니 됐다~ 싶었겠지요.
대간길을 가기 전, 다녀온 후
내가 걸음한 대간길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 따라~
방장님 써놓은 후기 속에서 만나며
구석구석 주변 지역을 같이 여행하듯
더 넓게 보며 재밌어졌다랄까~~
하나의 대간은
골마다 물줄기를 부지런히 모으고
흘려보내니...
그 물줄기는 또다른 길을 내고
정맥이 그 옆을 지키듯 함께 합니다.
서로가 곁에있기 때문에
서로가 함께하는 덕분에
산과 물은 진자리 마른자리 마다않고
밤낮없이 낮은 자들을 살피며 키워냅니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높고 넓다 하리오~
참 크고 깊은 그 속을
저는 감히 헤아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알고 싶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강길에 대한 교과서를 써낸 방장님께
그래서 참 많이 감사드립니다.
제 대간길 걷는 횟수가 늘수록
방장님 그 걸음이 진짜 대단한 걸음이었구나
새삼 더 크게 느끼며...
방장님 엄지 척. 짱짱~!
위 첨부 지도도 방장님 후기속에서 발췌
^^
이번 소백산 구간에서 월악산 구간까지
이 구간은 백두대간 능선을 기준으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는 경계로
사람들의 말씨며 성격,
삶의 방식, 문화까지 구분 짓습니다.
지난번 걸었던 소백산의 연화봉과
잠시 후, 한참을 치고 오를 도솔봉 사이에 위치한 죽령은
하늘재보다 2년 늦은
신라 아달라이사금 158년에 만들어졌고...
등로 입구 안내판이며 지도 잠시 살펴보며
길 위에 한겹 두겹 쌓인 세월 속으로,
죽령 옛길 따라
작은 오솔길 숲으로 듭니다.
여기서부터 6km 도솔봉까지 올라가려면
꽤나 힘들거라는 말을
귀에 딱지 않게 들었던지라~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며.
걷기 좋은 완만한 길이 이내 오름길로 이어지고
바위 구간도 얼굴 내밉니다.
이정표 아래
산을 좋아했던 고인분께서 잠들어 있고
잠시 말없이 마음 전해 인사드리며~
저도 언젠가 이 세상 하직하면
산에 흔적 없이 뿌려지고 싶은데
^^
산을 좋아한다는 하나된 마음으로
비록 지금은 이세상과 저세상
서로 다른 곳에 살지만
전해질 것을 믿기에
저는 살짝 미소 지어 봅니다.
어쩐지 등로를 오가는 이들을 향해
항상 미소지어주고
모든 발길 지켜주고 계실 것 같네요.
방장님이 인근 샘터를 그냥 지나칠리 만무~
비탈 올라오며 땀도 뿜뿜이고,
아침이니 눈꼽도 물 묻혀 고이 떼고 가야죠.
어라? 음용불가인데...
방장님 드시는 거??
하긴, 저 석간수의 돌도 씹어드실 듯
J3의 짐승이잖아요~
ㅎㅎ
저는 이나이 먹도록
뭐만 조금 달리 먹어도 금세 탈나곤하는데...
이런 몹쓸 몸뚱이~
짐승몸 부럽따~
방장님은 그동안 100대강 하며
우리나라 구석구석
온갖 물 안먹어본 곳이 없다고 하십니다.
말 나온김에
우리나라 물맛에 대한
논문 한 편 내시죠~
저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고
손에 물 처발처발~
아~ 이 청량한 느낌~
흔적만 남아있는 폐헬기장을 지납니다.
병참선
직함 등 이름이 적혀 있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밤이고 낮이고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훈련하며 애쓰는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모두는
분단국가인 이 땅에서
평화롭게 잘 살아가고들 있네요.
믿음은 든든함으로~
두 발에 힘을 보태며...
촉촉하게 젖어 차분한 낙엽 등로~
이 호젓한 산길에
예전엔 산적들도 많았다는데...
뭐~ 지금 산적이 나온대도
저는 별걱정 없습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방장님이 옆에 계시니께^^
이쪽 죽령 고개에 전해져오는
다자구 할매 얘기가 어느 순간 화제에 오르며
좀 수다스럽게 웃으며 떠들며 갑니다.
다자구야~
덜자구야~
말 한마디에 산적 소탕한 다자구 할매
^^
방장님 저 큰 배낭 안에
오늘은 또 뭐가 더 들어 있는지??
유독 더 커보이네요.
멧돼지 한마리 통으로 잡아 넣고 오셨나?
같이 걷는 방장님 배낭의 크기가 커질수록
제 마음은 한쪽이 미안함으로 쪼그라들고~
저 안에 또 배려하는 마음이 한가득일테니...
키작은 산죽길.
다리에 살짝살짝 와닿는
그 깨알같은 간지러움에 마냥 신나고~
등로 가지마다 대롱거리며 매달린 물방울
언제 떨어지려나~
걸어가며 저도 살짝 입벌리고
받아 먹어봅니다.
궁금하잖아요^^
고운 분홍꽃망울 철쭉
요녀석들도 떨어지는 물방울 서로 받아먹으려
금방이라도 입 벌릴 듯
니들이 물맛을 알어?
저는 압니다. 먹어봤으니^^
안개도 이 철쭉의 고운빛은 모두 가리지 못하네요.
어쩜 너무 고와~
가리기 싫은건지도 모르겠고요.
홀딱벗고,
홀딱벗고.
산에 다니는 분들은
홀딱벗고새 다들 아시죠?
뭘 자꾸 벗으라고...그리 울어대는지
듣고 또 들어봐도 홀딱벗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자꾸 보려는
이 헛된 마음을 벗으라는 건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이 거짓 가면을 벗으라는 건지...
보이는 것들
곁에 있는 것들
그것들에 그저 충실하며
걸어가면 되는 것을...
등로에 커다란 바위가 떡~하니 나타나는데...
우와~ 멋있다.
잘~ 생겼다.
앞서 걷는 방장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셨는지..
톡톡...
인사하며 지나가네요.
얼마나 오랜세월
이곳을 지키며 있었으려나...
나무가 때가 되면 낙엽을 떨구듯
바위도 때가 되면 제살을 떨구며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
그 옆을 지나며
세월의 흔적도 무겁게 전해집니다.
세상의 그 어떤 장막이
이리도 견고할 수 있을까?
안개는
때론 누군가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를 지켜주기도 하겠지요.
지금 이 안개가 내게는
어떤 존재일지...
걸림돌일지, 디딤돌일지...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의 문이 열리는 법
숲의 나무며 바위, 낙엽들이 모두
촉촉하게 젖어 있어요.
제 신발 속도 좀 촉촉해지고 있고
제 마음도 같이 젖어가는 중
함께 있으니까
서로에게 물들어야지요.
이곳 죽령 인근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등로상 오른쪽으로는
죽령천과 남조천으로 (남)한강이 되는데
남조천에는
추사 김정희가 그 멋짐을 찬양한
병풍 직벽인 사인암(舍人巖, 명승 제47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단양8경 중 하나죠.
이번 대간길 오른쪽으로는 거의 대부분이 단양땅.
단양8경으로는
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구담봉, 옥순봉,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시간 될 때 강길 따라
배낭 하나 둘러매고
단양 한 번 둘러보러 가봐야겠습니다.
이번 대간길 주위 지도 보다가
단양 인근 가보고 싶은 곳들이 좀 생겼거든요.
책도 보다보면 그렇지만
여행도 가다보면 그 옆동네가 궁금해지고
그래서 또 찾아지게 되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안개가 잠시 걷히는가 싶더니
아주 잠시 뿐~
보여줄까? 말까?
살짝 장난거는 거 같기도 합니다.
동쪽의 여린 잿빛 하늘
비에 젖은 나무가 수묵화 마냥
그림이 되어 앉혀져 있고
빈 하늘 여백에 잠시 해나 그려볼까~
해가 반짝 반짝 하더니...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지우개로 지우듯
이내 자취 감추고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잿빛의 여백의 미도 나쁘지 않은 그림입니다.
조쿠만~
안개 속에 가려있지만 해가 뜨긴 떴네요.
내 눈에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결코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진행하는 방향으로는 도솔봉이 자리하겠고
고개 돌려 보면 삼형제봉이며
소백산의 연화봉, 비로봉이 그리고 국망봉, 상월봉이...
보이지는 않지만 있다는 것.
알 수 있어요.
등로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소백산 국망봉 인근 상월봉 북쪽
이끼 많은 계곡 능선에서 발원한
자개지맥과 나란히
내성천에 합류되는 서천으로
낙동강, 남해까지 그들의 그림을 그리며 흘러가고.
돌무더기가 쌓여있습니다.
산성터였으려나?!
이번 걷게 될 대간길인
죽령(158년)~하늘재(156년)
신라 아달라왕이 왜 이 험하고 높은
죽령과 하늘재에
힘들여 길을 냈을까?
신라 경주에서 한강 유역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곳들 중
나름 선별을 했을 것이고
월악산쪽 '하늘재'에 먼저 길이 납니다.
2년 뒤 소백산쪽 '죽령'에도
또하나의 길이 만들어지고.
한강 유역을 서로 차지하려던 삼국
그래서 소백산과 월악산은 벽이자 길로 산성이 생겼을테고
신라와 고구려의 날선 대립의 장이 될 수 밖에 없었겠죠.
결국 660년 백제를, 668년 고구려를 무너뜨리며
삼국을 통일해 버리는 신라~
그런데 어쩌다가 고려 왕건에게 항복하고 마는지...
신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과
비운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바위를 돌고
뿌연 하늘을 향해 난 나무데크 계단을 올라서니
도솔봉(兜率峯)이네요.
파란 하늘 도솔천이.
어? 어? 보인다 보여.
보일듯 보이지 않는...
지금은 비록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있지만
해야 떠올라라
바람아 불어라
그러면 곧 안개 걷히고
주위로는 멋진 조망과 꽃향기 가득하리니
이곳이 바로 꿈에 그리던
도솔천(兜率天)이로구나.
방장님은 도솔천을 본것일까?
저 미소~
지금 내 미소는 어떨까?
도솔천은 어쩜
우리 마음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같은 장소지만 천국이 되고 지옥이 되기도 하니...
백두대간의 저 흐뭇한 미소
종종 만나기를 기대해보며...
머물만큼 머물렀으니
갈길 가봐야지요.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방장님 발길도 기다리는 법 없이
가자~ 한마디 하시고는
늘 뒤돌아보지도 않고 후다닥~
같이좀 가요. 방장님~
잠깐 잠깐만요.
도솔봉 길목 지킴
호위목 소나무~
각이 제대로 잡혀 있습니다.
도솔봉 잘 만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방장님 예전 대간하신 이야기 해주시는데...
비가 어지간히도 왔던 모양입니다.
홀딱벗고 새도 아니면서
바로 저 바위 위에서 제대로 홀딱벗고 있었다는...
아고고~그 좋은 구경을 못했네요.
아쉬워라~
묘적봉 지나가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빈대 잡으려다 4천평 경내 태워버렸다는
묘적사 스님들 이야기는 또 처음 들어봅니다.
스님이라 살생은 아니되니,
그 많은 빈대를 때려잡지는 못하고...
근데, 태워죽이는 건 괜찮은 거??
1960년대만 해도 터에 부도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흔적은 없고 전설만 전하는...
사동리의 묘적사는
어디메 있느뇨~
사동리(절골) 이정표~
이 아래로 내려가면
예전의 묘적사 흔적 만날 수 있으려나?
빈대가 나라에 창궐하면
그 스님들
나라도 태워버리실 듯
등로 길도 폭신폭신 좋고
연둣빛의 초록잎에도 신나고
방장님보다 앞서 걸으며
덩실덩실 춤도 춥니다.
대간길에서 춤춰보지 않은 자
유죄~ 땅땅땅!!
내 신나는 이 기운에
숲도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방장님은 제 바로 뒤에서 오며
지랄한다고..ㅋㅋ
그래요~ 저 한~지랄좀 합니다^^
지랄하는 지랄녀~
이곳 묘적령에서 발원하는 한천은
자구지맥과 나란히 내성천까지 흘러들고요
한천이 흐르는 곳은
바로 예천(醴泉) 땅입니다.
한천 강가에 자리하는
대리석에 쓰인 우의정(右議政) 정탁(鄭琢) 선생의
신구차 상소문(伸球箚上疏文)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살려야 한다는
약포 정탁 선생이 목숨 걸고 올린 상소문
선생은 바로 이곳 백두대간 정기가 그대로 뻗어내린 곳
예천 출신이시죠.
그 기운이 선생의 성정에도 그대로 미쳤을 듯.
묘적령에서 고항리 고항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치유숲길 안내판
우리는 대간길 따라 솔봉 방향으로 길 잡습니다.
이 주위가 모두 치유숲길 같아요.
이 주변 지역은 걷기만 해도
발로부터 전해져 오는 그 기분좋은 건강함~
그냥 모든 병이 치유될 것 같은 등로
최곱니다. 좋아요~
대간의 아우라 가득~ 그 기운에 흠뻑~
발에 스프링 단듯 통통 튀어오르는
가벼운 발걸음
안개 가득 휩싸인 숲길
하늘 한 번씩 올려다보면...
그대로 누구의 솜씨런가~
수묵화가 곳곳에 펼쳐지고.
백두대간 능선 따라 솔봉으로의 등로
우측의 충북 대강면 사동리와
좌측은 경북 예천군 고항리
이곳 주민들은 봄되면
장보러 다닐 필요 없겠습니다.
인근 산으로의 등산이 반찬^^
대롱대롱 하얀 둥글레꽃이
등로 옆에 지천으로 피었구요.
백두대간 강한 산기운 듬뿍 머금은
취나물도 많이 보여요.
오월의 숲이란 그 자체로
제 스스로도 키워가지만
사람과 동물도 풍족하게 먹여 키우며 살리네요.
도솔봉 동생인가?
솔봉~ 요녀석 만나는 것도
휴~
대간 봉우리 봉우리마다
이름 붙은 녀석들 쉽게 만나지는 녀석들 없고.
방장님 앞서 걷다가 한 번씩
“어~~~~허! 어~~~~허!”
그러시면 등로 바닥이 여지없이 파헤쳐져 있습니다.
멧선생들의 놀이터
여기 사람이 가니
놀라지 마시오~
옛어르신들이 남의 집 앞에서
헛기침 두어번 하며
사람 왔음을 알리듯^^
그럼 저도 뒤에서 메아리처럼 따라서
“어~~~허!”
ㅎㅎㅎ
목청 좋다는 칭찬 들으면 괜히 으쓱도 하고.
장난하며 작게 따라 했다가는...
그렇게 하면 애기 멧선생도 깜본다며.
선생님들~
잠시 객들 지나가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허!”
은방울꽃을 보니 꽃말처럼
틀림없이 행복해질 것 같은 희망이 뿜뿜~
요~ 이쁜 녀석들을 두고 어찌가요~
방장님 잠시만요.
여기 봐요. 얼마나 이쁜가...
그러며 저는 그대로 - 쪼그려앉습니다.
근데 이 근처에 온통 요정들의 찻잔이 가득이예요.
지금부터 요정들과의 티타임?~
한모금 축이고 가실께요~
산발한 흰머리 할미꽃 홀씨는
바람이 불어오면 어디메로 여행을 떠날런지...
머리 숙인 할미꽃을 지나며
동네 할매들 마실 나와 앉아 계신 듯
그 옆을 조심스레 지나갑니다.
허리굽히듯
한평생을 펴보지도 못하고 살기
얼마나 대간할꼬~
멀리 시집간 손녀들의 집을 돌고 돌다~
마지막 셋째 손녀 집
찾아가다가 죽었다는
슬픈 전설의 꽃
할머니의 넋이 산 곳곳에 피어나~
할미꽃(노고초 老姑草)의 꽃말도 그래서 ‘공경’이래요.
어르신들~ 공경하며 살아요~
자연도~ 어르신들 공경하듯
아끼며 공손히^^
돌무더기 흩어져 있는 고갯마루에 올라
방장님과 잠시 발길 멈추며 둘러봅니다.
그냥 저리 나뒹굴면
돌멩이일 뿐이지만
하나하나 쌓아 올리면 공든탑이 되는 것을...
무너진 탑을
마음으로 순간 쌓아올려보며 지나 갑니다.
진짜 아름다운 모습은 이런 게 아닐런지...
낙엽 쌓인 땅을 뚫고 나와
여린 가지 하늘로 쏘아 올리는
그대 이름은 oh, my baby
사랑스런 낯빛 baby green이여~
아기들은 예로부터 삼신할매가 지켜준다고 하지요.
여긴 집이 아니라 산이니까~
요녀석들 산신할매가 잘 지켜주세요.
요 이쁜 녀석들
또 쪼그리고 앉아 눈맞춤.
그렇게 쪼그려앉았다 일어나면
다리 피곤함도 쪼매 풀려요~
우리는 뭐 대단한 것에 감동받지 않아요.
이런 보통의 모습들에서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송전탑,
흙목정상을 지나며...
초항리, 백석리 마을과
자구지맥으로 이어지는 자구산
바위 조망터에 올라 예천을 품에 안듯~
가슴 한 번 활짝 펴고
숨 내쉬며.
내려서니, 싸리재~
음~ 주위를 둘러보는데...
사실 그네로는 안보였는데...
그네라고 하시니,
제가 또 그냥 지나갈 수 없죠.
예의라는 것은
그 장소와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
논산 처자 깽이
잠시 그네질 하고 가실께요~~
양쪽 나무님네들 제가 한~무거움 하니
힘들 빡~ 주시고
줄 잘들 잡아주이소~
자~ 간다~
휘~~~
쫌 탔더니 엉댕이 아파유~
오르막...
방장님 배낭좀 밀어드리고 싶어집니다.
저수령가서 밥 먹고 쉬었다 가자시니
저수령까지 열심히~
저 아래가 효자면이라고 말씀해주시며~
등로를 기준으로 좌우가 느낌이 확연한 이곳~
이리 보면 겨울, 요리 보면 봄
오르막 올라가니 넓은 터가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라
저수령까지 가서 쉴거 뭐 있노~ 싶어
에~라~ 여기에 자리펴자~
돗자리 꺼내 깔고, 땟거리 먹고 갑니다.
소풍나온거 같아요.
식어빠진 햇반에 무말랭이 뿐이지만
뭐 임금님 밥상 부럽지 않습니다.
이 숲의 맑은 공기와 바람이
조미료 역할 톡톡히 하니
최고의 밥상이네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어요.
이제 저수령을 지나 벌재까지 부지런히~
연달래와 몇 차례 고운 눈길 나누다 보면
금방 도착할 듯...
조금만 봉긋~ 우뚝 솟아다~ 싶으면
투구봉이래요.
예전에는 '예천'하면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었는데...
방장님 덕분에 백두대간길 걸으며
이제는 할말이 좀 생긴 듯 싶네요.
저 몽댕이로 오늘 뭐 하나 걸리기만 하면
때려 잡을 거 같은데...
부디, 저만 아니면 됩니다~
깨갱~
방장님 몇 년 전
요~ 아래 용두리 황태덕장에 정자 지으러 왔다가
황태 실제 드셔보셨다는데...
그 맛이 기대 이상 엄청 맛있대요~
저는 처음 듣는 예천 용두리 황태덕장
얘기 해주십니다.
근디...황태덕장은 저 윗동네
강원도에나 있는거 아님??
도대체 안가본 곳이 있기나 하며
안드셔본 음식이 있기나 한지...
전국 팔도 얘기 시작하면
막힘없이 쏟아져 나오는 곳곳의 이야기들
소백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수록 깊은 맛을 내고
자연 바람의 장인이 만들어낸다는
하늘이 내린 음식이라는 황태
좌측 아래가 바로 동장군이 황태 만드는
효자면 용두리~
아는 분 시그널 떨어져 있으니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적당한 나무 자리 찾아 매달아주십니다.
♪
푸른푸른 푸른산은~
아름답구나~
♩
토끼구름, 나비구름 짝을 지어서
딸랑딸랑 구름마차 끌고 갑니다~
♬
그냥 온 몸이 열리며
도화지 없는 화가가 되기도 하고
마이크 없는 가수가 되어 열창도 합니다.
숲의 오르막과 내리막 등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바라다 보이는~
하늘 향해 쭉쭉 솟는 나무들
산의 기울기가 아무리 급해도
나무는 하늘 향해 곧게도 자라는구나.
山傾走急勢然木長直向天
(산경주급세연목장직향천)
방장님 앞서 걸어가며
시 한 수 지어 읊듯 내뱉는데
저는 그 말이 듣고 보니 또 좋아 곱씹으며...
메모합니다.
가끔씩 방장님 걸어가며
툭툭~ 하는 얘기들 속에서
시인 감성 발견~
시인은 역시나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네요.
우리들이 하는 말이 모두 시라 해도 무관~
오올~ 우리 배^^ 시인님~
멋지구리~
경북과 충북을 넘나드는 고개인
저수령(低首嶺)에 도착
경사가 급한 오솔길
사람들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고 하여
저수령이라고도 하며
이 고개가 피난길로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여기를 넘는 외적(外敵)들 모두
목이 잘려 죽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네요.
잠시 주위 둘러보며 사진 담고
방장님 앉아 있는 곳으로 가니
차가 한대 서있고 차 안에는 노부부께서 타고 계십니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요즘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사회적 거리두기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조금더 젊었을 때는
산에도 두 분이 곧잘 다니곤 하셨다는데
지금은 힘이 들어 못가고 있다시며
산나물이 나올까 싶어 오늘 잠시 나왔다고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참외 나눔
방장님 보면 사람들은
뭐든 막~ 주고, 먹이고 싶고 그러신가봐요.
같이 다니며
저도 덕분에 곧잘 얻어 먹어요.
고녀석 하나가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앉은 자리에서 눈깜짝
입가에 맴도는 참외 단내만이 저수령을 채웁니다.
앞으로 저수령~하면 그 달달했던 참외와
노부부 모습이 떠오르며
미소지어질 듯^^
티격태격 싸우는 게 일이라던
노부부 뵈며~
집에 계시는 부모님 모습이 그려집니다.
우리 사랑하는 아부지, 어무니...
항상 제 곁에 오래오래~ 계실 거 같기만한데
나이드시니 소화 안될 때도 많고
이곳저곳 안아픈데가 없으시네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이곳 저수령에서 예천쪽으로 가자면
효자면이 있는데
그곳에 살았던 효자 도시복(1817~1890)
부모님 살아생전 뿐 아니라,
양친이 돌아가시자
시묘살이 6년까지 극진히~
명심보감에 효된 행적을 실어
생활의 지침서로 사용되었을 정도.
충효(忠孝)의 고장인
그래서 고을 이름까지도
효자면이 있는 예천 땅
예천이라는 지명은 신라 경덕왕(6년) 때 이미
예천이라 불렸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다른 이름으로 불리긴 했었지만
다시 조선(1416년)에 와서
예천으로 불리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저수령에서 벌재 향해 숲으로 들기 직전~
아직 더 붙어 있어야 할 철쭉꽃이
등로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에
걸어가며 안타까워하자~
방장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그러십니다.
그렇지, 꽃이 피었다가 떨어지며 지는 것은
당연지사 순리니...
휘휘휘~휙휙~
휘휘휘~휙휙~
새소리 흉내내며
열심히 따라합니다.
새들은 부리 주댕이가
왜 그렇게 튀어나왔을까~
휘파람 불어보니 이해가...
ㅎㅎㅎ
휘파람 불려면 입이 우선 댓발 나와야하구요.
그렇게 모아진 입을 통해야
곱고 맑은 소리가 나오네요.
휘파람 삼매경에 빠져
연둣빛 분홍빛에 정신 팔려 걷다보면...
백두대간길 문복대(門福臺)
저수령과 벌재 사이
복이 드나드는 문에 닿고~
저 산 너머 용문산 아래
용문사가 자리합니다.
사실 저 많은 봉우리들 중
어떤건지는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대충 저기쯤이겠지~ 싶어하며...
용문면의 용문사 일주문이 또 '소백산용문사'니
영주를 넘어 예천까지가
소백산 자락 안에 들어있다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일주문에는 이렇게 '소백산'이라고 되어 있고~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인
직지사(直指寺)의 말사로
870년(경문왕 10)에 두운(杜雲)이 절을 창건.
‘대장전(大藏殿,보물 제145호)’
‘윤장대(輪藏臺,보물 제684호)’
작년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제328호로 지정된
용문사의 대장전과 윤장대
건물인 대장전 내부에 윤장대는 좌우 두 개
동쪽은 교살창, 서쪽은 꽃살창으로
한 공간에 간결함과 화려함이 공존~
윤장대를 한번 돌리면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하죠.
우리나라에서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는
유일한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회전식 경장(經藏)인 윤장대
저는 가보지는 못했고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
그러고만 있습니다.
자연에서 마주하는 모든 색은
아무리 오래 보아도
눈이 피로하지 않아요.
자꾸자꾸 눈에 담고 싶어요.
마음안에 채워 넣고 싶어요.
문경의 하늘로 우뚝 솟은 기둥과 같다는 천주봉(天柱峰, 836m)과
그 옆의 공덕산(功德山, 913m)
공덕산 방향에서 보면 천주봉은
큰 붕어가 입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모양이라
붕어산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뻐꿈뻐꿈~
하늘 향해 뭘 말하고 싶은건지...
천주봉 진짜 신통하게 생겼죠?!
천주봉 공덕산 앞쪽으로 있는 마을이
문경시 적성리
지금 눈에 보이는 저 어디쯤이 명당이라는데...
우리나라 명당터라는 명당터는 대부분 묘터
대간의 등줄을 타고 흘러 내려온 산줄기는
문경지방에 무수한 명산을 잉태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말무덤이 있는 적성리 이곳은
전국 명산 묘터 중 연주패옥(連珠佩玉) 명당
옥관자(玉貫子) 서 말에
금관자(金貫子) 서 말이 나온다는...
말무덤이 있는 이곳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李如松)과 함께 와서
우리나라에 귀화한 명지관 두사충이
약포 정탁 대감에게
큰 은혜를 입은 보답으로
정대감의 신후지지(身後之地:살아있을 때 미리 잡아 둔 묏자리)를
이 일대에 잡아두고
그 위치를 구종(驅從)에게 알려 놓았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바로
'자손이 아주 귀하게 되는 곳'이라~ 하네요
얼마 후 정대감의 아들과
그 위치를 아는 구종이
묏자리를 찾아 이곳에 와서
그 명당을 가리키려는 순간
말이 구종을 차서 죽게 하니
화가 난 대감의 아들이 말을 죽였고
그 후로 연주패옥 명당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혹시 이 말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약포 선생 집에서 살았던지라
그곳이 명당은 맞지만
정대감과는 맞지 않아
보은의 의미로 그리하지 않았을런지
감히 짐작해보며...
저수령에서 벌재까지 거리 5.5km
두 어 시간 가량 꾸준히 걸어...
방장님 차 세워둔 곳^^
벌재 도착합니다.
방장님은 물 냄새도 맡아서 찾아다니시는지...
길가 위 문닫히 초소 옆으로~
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 있네요.
그 물에 땀좀 닦고...
동로면으로 나와 식사후
먹는 동안 치킨 한마리도 튀기고
차에서 한 숨 꼴까닥~ 쿨쿨~~쉬었다가...
산간마을의 어둠은 소리소문도 없이
빨리도 내려앉네요.
어두워진 틈을 타~
다시 벌재로 와서 조용히 산으로 듭니다.
방장님 배낭 크기는 줄었지만
작은 배낭 만만해서 들어보니~
뭐 돌댕이네요.
헥... ㅠㅠ
배낭에 음료수를 도대체 몇 개나 때려 넣은건지...
나중에 들으니 큰거 작은거 합해
8개래요. 치킨도 들었고~
그러니 저한테 큰소리 땅땅~ 치셨죠.
한번~ 음료수 배터지게 먹어보라시며...
저 물배 채워서 잡아드실라꼬??
그려~ 한번 원없이 먹어보자. 처발처발~
쉬었다가 올려가려니 힘들어유
방장님 천천히좀 가라며
어둠속에서 소리소리~
"방장님 쪼~~~옴."
바로 뒤따라 헬기장에 올라가니
방장님 배낭 던져 놓고 누우시네요.
저보고도 배낭 내리고
렌턴 끄고 누워보래요.
밤하늘 수놓은 별들
바닥의 기운은 조금 차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별빛 낭만 즐기기에는 그만인 밤입니다.
산에 다니기 전에는
땅바닥에 앉거나 눕는다는거 상상도 못했는데...
백두대간길
가다보면 끝나리~
그러며 걷고 있지만
그냥 끝나면 무슨 재민겨?
이렇게 대간길 즐길거 맘껏 즐기며 가야죠.
이밤,
황장산은 어쩜 그리 환장하게~ 멀게만 느껴지던지...
바위는 또 뭐 그리 많고
눈길일 때, 더울 때
황장산 찾아 간다면
얼반 죽음은 각오해야 할 듯...
어둠속 바위구간 기어 오르고 매달리며
아슬아슬 곡예하듯 지나기도...
하단 정등로에서
황장산에 오르니
안개가 이미 자리 다~ 차지하고
잠시 한쪽에 비집고 앉아
닭튀김좀 먹으며 잠시 쉽니다.
어째 저는 도솔봉 오름보다
황장산 오는게 더 힘들었네요.
작은차갓재 안생달삼거리~
안개 가득한 어둠속에서 희미한 발길 흔적 찾아서
이어지는 대간길에 들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때 가득 맨질맨질~
읽기 힘들 정도로 닳은 표시석
"백두대간이 용트림하며 힘차게 뻗어가는
이곳은 일천육백여리 대간길 중간에 자리한 지점이다.
넉넉하고 온후한 마음의 산사람들이여!
이곳 산 정기 얻어 즐거운 산행되시길..."
백두대간 남한구간 중간지점 표시석
두 곳을 연달아 지납니다.
어둠은 단 몇 분 차이로
스르르~
밝음에 자리를 양보~
대미산으로 향하는 중 만나게 되는
준희오라버니의 등곡지맥분기점
등곡지맥은 대미산 인근 북쪽 약 1.5km 지점
북으로 방향을 틀어
문수봉~야미산~등곡산~황학산~장자봉을 거쳐
충주호에서 잠기며 맥을 다하는
약 34km정도의 비교적 짧은 산줄기
대미산(大美山 1,115m)은
충북 제천시 덕산면과 경북 문경시에 걸쳐있으며
이곳 대미산에서 발원하여
내성천 끝자락에서 합류하는 금천은
국사지맥과 운달 지맥 사이를 흘러 내성천으로,
낙동강의 품에 안겨 남해까지~
새콤달콤 다섯가지의 맛 오미자의
땅 바로~ 문경되시겠습니다.
아~ 시원한 오미자 한 잔 마시면
진짜 진짜~ 좋겠네요.
눈썹처럼 산봉우리가 솟아올라
'黛眉山(대미산)'으로 '검은 눈썹 산'이라 불리기도~
산은 하나요
하지만 그 안에는
느낌이 전혀 다른 수많은 길이 펼쳐져 있으니
이또한 요지경 세상 속이라...
등로 옆으로 너덜이 보이고...
안개가 걷히고 있어
덕산 방향이 어렴풋이 고개를 드는게 보이네요.
여기 구간도 쌓여있던 돌들이 무너진듯
바위 구간이 이어지고...
방장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추산대장님 포암산에
당도했다는 카톡~
ㅎㅎㅎ
원래 하늘재 날머리에서 만나자고 했었는데...
산이 그립긴 그리우셨나 봅니다.
지금 이쪽 방향으로 슬슬 걸어오고
계시는 중이라고...
방장님은
바위구간도 한 손에는 지팽이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줄을 잡긴 잡았지만
바바박~ 잽싸게 달려 올라갑니다.
저는 지팽이가 대략 난감이라...
여기 내려놓고...
두 손 두 발 바짝 힘주고 기어 올라갑니다.
꽤나 우뚝 솟은 포함산 봉우리
관음리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문경새재의 주산인
어느 대갓집의 지붕과도 같은
넉넉한 모습의 주흘산(主屹山)도 흐리게 조망되며.
아이스께끼~
산 속에 울려퍼질듯한데...
아이스께끼는 어디에 다 팔아묵꼬~ 없네요.
우리 안동 냥반 추산 대장님이
마실 나와주셨습니다.
오우, 추산대장님 우짠일인교?? ㅎㅎ
근디 안동냥반 맞아유?
민소매에 반바지~
산에 오는데 슬리퍼 패션이라...
ㅎㅎㅎ
그런데 어쩜, 슬렁슬렁 잘도 걷네요.
대장님은 대장님^^
J3클럽과의 첫만남
방장님과 추산대장님 함께였지요.
3년전 저 홀로~ 설악산 하산 후
두 분과의 첫만남이
살포시 떠오르며...
엊그제 같았던 그 만남이
찰나처럼...
그때는 연이 이렇게 이어질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조금 더 가까워진~ 포암산~
마골치부터 꽤나 좋은 길이 이어지며~
이제는 맘 편하게 룰루 랄라~
포암산 오름~
좌로 우로 뱀이 또아리 틀듯
슬슬~슬슬~ 비탈 오름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휴~
오늘 마지막 오름길 되시겠습니다.
가야 끝이 나니
호흡 가다듬으며 올라가는데...
추산대장님 쉬었다 가자고 해 주십니다.
침대같은 바위가 어찌 이 자리에 있는지...
자연 돌침대
집에 가져다 놓으면 참 좋겠다 싶어
편안한지 누워도 봅니다.
아~ 누우니 가기 싫으네요.
바람도 솔솔 불어오고...
한 숨 딱~ 잤으면 좋겠습니다.
포암산 등로 오름길에
먼저 내달린 방장님의 흔적.
방장님이 숨겨놓으면
추산 대장님이 척척 챙기며 갑니다.
이 음료들 차지는~ 물론 제 입이고요.
포암산 정상~
추산 대장님 가져오신 가방안에서 떡 꺼내는데..
새벽부터 움직이시느라
식사도 못했나 봅니다.
배고프시대요.
떡이 이뻐요. ㅎㅎ
그래서 딱 하나만 먹어볼까 싶었는데...
자꾸 먹게 되네요.
떡순이 근성은 어쩔 수 없음을 느끼며~
고마운 우리 추산 대장님~
추산 대장님 클럽 산행 관련 봤을 때마다
늘 지원 봉사하는 모습이었던 듯
배려의 마음 가득.
말수가 없는거 같으면서도
사기도 능청스럽게 잘 치고^^
미륵대원지 보고 오겠다시며
먼저 뛰어 내려갔던 방장님
딱걸려 벌금 냈다고 전화왔다며
거짓부렁~
저는 사람을 너무 잘 믿어요. 너무 잘 속아요.
걷는 내내 걱정하며 왔는데...
ㅠㅠ
포암산에서 하늘재까지
10분이면 내려간다는 말에
연타 또한번 속고.
하산길에 만나게 되는 주흘산과 월악영봉~
어제 하루종일 조망 없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안동 양반이 오셔서 그런지
대체로 날씨가 양반~이네요.
길가의 돌탑을 지나고...
오늘 이 등로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네요.
저 아래부터 시끌시끌~
이 길을 30분만에 올라왔다는
추산대장님의 믿을 수 없는 말.
내려가는데만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구만~
설마 30분??
"추산대장님 뻥~쟁이~"
뒷통수에 대고 소리지르며...
궁시렁궁시렁~
맞은편 하늘재 전망대에 잠시 올라~
방금 내려온 포암산(布岩山)을 한눈에 담아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예전엔 베 조각을 이어 붙여 놓은 것 같이 보인다하여
'베바우산'이라고 불렸고
산이 하나의 커다란 암벽(岩壁)처럼
장대하게 서 있습니다.
보이는 바위 뿐만 아니라
숲 안에 가려진 바위 가득한 등로~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소소한 만남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하산길에 만나게 된 샘물은
철철 넘쳐
포암산 뱃속을 마르지 않게 적시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샘물에 이틀간의 묵은 땟물
아낌없이 씻어내고 내려왔네요.
추산대장님이 인증해주셔서~
한 컷 찍으며
이번 아홉번째 죽령~벌재~하늘재까지의 대간길 구간
감사히 마무리 합니다.
아래 내려가서 화장실에서 마무리 씻고 나오니
미륵사지터 가셨던 방장님 오셨네요.
지금은 가림막해놓고 공사중이라고...
동쪽으로는 관음리, 서쪽으로는 미륵리
현세불인 관음(리)와 미래불인 미륵(리)
그 경계에 백두대간 능선과 하늘재가
보이지 않는 하나의 문과 벽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신라의 마지막 태자와 공주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중 하늘재에서
태자의 꿈에 관세음보살이 찾아와
"이곳에서 서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서천(西川)에 이르는 큰 터가 있을 것이다.
그 곳에 불사를 하고 석불을 세우고
북두칠성이 마주 보이는 영봉을 골라 마애불을 조성하여
만백성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을 잊지 말라"
계시를 받고
공주는 월악산 중턱에 남향의 마애불(보물406호, 덕주사)을
태자는 북향의 미륵불을 서로 마주보게 세웠다는...
고려 왕건에게 나라를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오누이의 아버지인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
태자의 이름은 딱히 전해지지 않았으나
베옷을 입고 초근목피로 생을 마감하였다 하여
후에 '마의태자'라 불렸고,
여동생은 덕주공주.
어쩐지 한이 서린 듯 보여지는
미륵불과 마애불
뭔가를 염원하며 기도하고 있는 듯도 보입니다.
충주미륵대원지(彌勒大院址), 사적 제317호
고려시대 석굴사원의 절터로
귀부(龜趺)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거북모양 비석 받침돌
귀부 등에는 실제 비가 존재했는지
수차례 발굴조사 결과 찾지 못했고
원래 석비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어진다고 합니다.
미륵불의 달처럼 하얗고 깨끗한 얼굴은
모두가 잠든 시간이면
인근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여 그렇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진짜 뽀얗고 훤~합니다.
제가 못가본 미륵(彌勒)리는 눈으로만 바라보며~
관음(觀音)리 주차장으로
발길 옮깁니다.
추산대장님, 시원한 음료와
진한 곰국~ 맛보여주셔서 감사했구요.
안동터미널까지 택배 감사드립니다.
방장님, 이번 구간
비록 안개 가득이었지만
오밀조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끝나고 용문사까지 들렀다 가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요즘
서로가 서로에게 덕분에의 그 '덕'으로 힘 주며
모든 이에게 건강함이
고루 퍼지기를 바래봅니다.
감동(感動)이라는 것
한마디로 감~ 잡는 것
뭐든 잡아야 내꺼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들 주변에 널려있는
일상의 작은 소소한 행복들
부디 놓치지 마시구요.
현재를 잘 살아내는 것이
결국은 미래를 잘 짓는 일이라는 것도
명심하세요.
관음과 미륵이 별개가 아님을...
이번 대간길 하늘재에서 소중히 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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