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근무했던 다국적 기업에서 제조업체의 Industry Specialist(산업전문가)라는 직책을 여러 해 동안 맡은 적이 있었다. 나는 CAD/CAM/CAE/CIM로 알려진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사용자들이 잘 선택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기술영업을 수행하였다. 당시, 전략적으로 국내외 전문가를 투입하여 실제 상품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효과를 인정한 고객사의 중역으로부터 두 번의 감사패를 받는 보람도 느꼈다.
자연히 나는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과 품질경영(TQM)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비록 1,500권만 팔리고 절판되었지만 내가 엮은 동시병행설계 관련 도서는 몇주간 교보문고의 경영서적 신간코너에 올라가 있기도 했었다.
그 시절 필자에게 연구개발 실무를 가르친 멘토는 S전자의 허O 컬러TV개발팀장이었는데, 겸손하고 합리적인 분이었다. 그분이 내게 전수한 연구개발관리의 핵심구결은 첫째, “상품기획력 강화” 둘째, “초기설계보증”으로서, 지금도 나는 이를 연구개발의 화두로서 우리회사의 프로그램 개발팀에게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첫번째 구결인 상품기획력 강화의 목적은 결국 “잘 팔리는 제품”을 재빨리 기획함에 있다. 잘 팔리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구매자인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를 어떻게 잘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같은 목적을 거스르는 장애요인은 너무도 많다. 부적절한 목표고객의 선정, 일정지연으로 시점을 놓친 디자인, 부서장의 해외출장에 따른 의사결정의 연기, 고객 구매요건의 오해, 기술지상주의, 역량이 부족한 기획자 등.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구매자인 고객을 초기부터 제품기획에 참여 시키는 것이다. 비행기나 컴퓨터의 경우 이러한 전략으로 성공한 다수의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두번째 구결인 초기설계보증의 목적은 “변경이 없는 설계”를 지향한다. 설계변경은 개발납기를 지연시키고, 개발비용을 높이게 된다. 전형적인 설계 공정은 순차적 개발방식이다. 부서간의 의사소통은 단절되어 있기 마련이고, 원류공정에서 변경된 설계사양은 후 공정의 담당부서에 전파되지 않아서, 제작불능이 되거나, 주문된 부품과 생산설비를 다시 제작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간혹, 후 공정에서 임의로 설계변경을 하여 초기에 기획된 상품과 다른 엉뚱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설계변경을 없애려면, 개발에 관련된 모든 조직들이 한 팀으로 협업하는 문화와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능한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배려되어야 하며,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조직을 미국에서는 Tiger팀, 다기능팀(Multi Functional Team), Cross Functional Team, Multi Disciplinary Team등으로 부르고 있다.
비록 상기와 같은 연구개발의 화두를 알고 있다고 해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 프로젝트의 경우는 항시 빠지지 않는 것이 세가지 성공요인이 있다. 1)잘 정의된 방법론과 툴 2) 최고경영자의 의지 3)외부 전문가의 도움. 실무자들이 이러한 3가지 접근 전략을 담보하고, 진행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다. 단지, 복잡도에 따라 시간이 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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