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딩 후기
2005년 6월 17일 금요일 새벽 한시경
날이 밝으면 조금은 특벽한 날이라
핸드폰 알람과 모닝콜들 4시와 4시 5분, 5분 간격으로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핸펀 알람이 울리기 직전 3시 50분경에
밖에서 나는 세상을 뒤집는듯한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고 밖을 보니 천둥소리가 나고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오늘 재요/해군 창민/경호/나 이렇게 넷이서 골프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특히 경호는 골프 머리올리는 날이라 다른 날 과는 다른 특별한 날이었다.
나(창민 2)는 분당에 사는 재요와 같이 가기로 했고 경호와 해군 고창민(창민 1)이
창민 1이 부킹해놓은 평택에 있는 체력단련장으로 가기로 했다
체력단련장이라고해서 무슨 체력훈련을 하냐고 하겠지만 사실은 군부대에 있는 골프장들의
명칭이 체력단련장이다.
난감했다. 갈등이었다.
비는 쏟아지는데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도 서울과 평택은 거리가 있고 날씨가 달라질 수가 있느니 일단은 취소를 하더래도
현장에 가서 상황을 보고 취소를 하는게 원칙이라는 골프 입문할때 주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친구들이나 골프장에 전화를 하지않고 일단 약속한 재요네 집으로 차를 몰았다.
송파쪽에서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분당으로 가는 길은 말라있었고
비때문에 라운딩을 취소하는 일은 없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약속시간이 4시 50분에 재요차에 골프재를 싣고 판교를 거쳐 신갈-안산 고속도로를 탔는데
창민1 으로부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다는 연락이 왔고 5시 45분에 서평택 I/C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재확인 했다.
50분정도의 운전으로 서평택 I/C를 빠져나오니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창민1/경호는 보이지않고 창민1으로부터 서평택 I/C를 지나 서해대교를 타버렸다는
연락만 왔다.
하는 수 없이 근처에 가서 재요와 나만 우렁 된장국을 먹고 있는데 창민1과 경호가 와서
간단히 식사를 같이 한 후 군부대 안에 있는 골프장으로 들어가서 옷 갈아 입고
예정된 6시 24분에 정확하게 TEE OFF를 했다.
1. 고창민 1
한마디로 창민 1의 날이었다
올해 2005년에 잔디가 파란색을 띈후 처음 라운딩을 하는거라는 엄살을 떨더니만 기어코
나와 재요로부터 핸디를 받아낸다.
그런데 일단 라운딩을 시작하니, 자기집 안방이라서 그런지 날개가 없어서 못나는게
안타까울 정도로 펄펄 날아다녔다.
3번, 파 5 홀에서 드라이버를 호쾌하게 날린 창민이는 세컨샷도 무리없이 우드로 그린 6-70미터
전방에 갖다놓는다.
서드샷, 어프로우치 샷이 그린 깃대 4-5미터 앞에 떨어지게 샷을 하더니만 그 볼이 깃대를 향해
거침없이, 그러나 아주 부드럽게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2-3초후 그 볼은 홀컵 속으로 쏘옥~~ 빨려들어가 생애 첫 이글을 기록해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5번 홀에서는 다시 버디를 잡아버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전반 40개, 후반 41개로 총 81타로 마감을 한 창민2의 그 날의 샷은 정말 믿기지않을 정도로
날카로왔다.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해군 중령, 국방의 임무는 수행하지않고 골프만 쳤나보다.
그들을 믿고 살아야하는 나의 심정이 찹찹해졌다.
2. 김재요
역시 구력의 사나이다
재요와 골프를 여러번 해본 나에게 골프에 관해 떠오르는 재요의 첫 모습은
호쾌한 드라이버 샸이다.
함께 라운딩을 할때마다 제일로 부러웠었던게 재요의 브드러우면서도 임펙트
순간에 온힘을 쏟아붓는 듯한 파괴력있는 드라이버샸이다.
지금에 와서 고백을 하지만 나는 재요가 드라이버샸을 할때마다 유심히 관찰하곤했었다
힙 모양/백스윙/스윙 속도/임텍트 순간/팔로우 업 등등
그리고 내가 연습장에서 연습을 할때는 그 모습을 그리면서 드라이버샷을 해본게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재요의 드라이버샷만을 설명한다고해서 아이언 샷이 그에 뒤지는 건
아니다. 역시 나보다 한 두 클럽 작게 잡는 재요의 아이언 샷 역시 거리가 많이 난다.
전반 창민1과 동일하게 40개로 마감한 재요는 후반들어 그 시원 시원하던 드라이버 샷이
조금은 흔들리는 듯 했지만 역시 노련함으로 버디를 한개 잡으면서 전 후반 80대 초반의
스코어로 라운딩을 마감했다
3. 고경호
앞에서 언급을 했지만 경호 머리 올리는 날이다
경호의 라운딩을 보면서 1996년 여름이었던것 같은데 주섭이/재요/창용이/나 이렇게 넷이서
청주에있는 공군사관학교의 체력단련장에서 머리 올릴때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당시 주섭이만 골프를 좀 일찍 시작하여 이미 라운딩 경험이 있었고, 재요/창용이/나
이렇게 셋이서는 모두 첫 라운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섭이가 대단했던것 같다
혼자서 왕초보 세명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아마 골프 역사에 그리 흔치않은 일일것이다.
이자리를 빌어서 주섭이한테 고맙다는 말 전한다.
그 첫 라운딩하는날 나는 골프를 하는건지 아니면 필드 하키를 하는건지 정말
분간이 안갔다.
공을 치면 하늘로 떠서 날라가야하는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뜨는공은 하나도 없고
공을 치면 칠때마다 잔디위를 굴러만 가는것이 아닌가...
거의 모든 초보자들이 그러했던것 처럼
경호역시 특별한 사람은 아닌지라 처음에는 헤메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창민1 이 군대식으로 경호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쳐주는데 그 때문에 라운딩 내내
즐거운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아마 그날 경호가 창민1 한테 배운 실전 교육은, 경호가 골프를 하는 동안은 줄곧
생각이 날것이고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이 될것으로 믿어 의심치않는다.
전반 9홀 이 끝나가면서 조금은 안정을 찾아가는지 드라이버도 맞기 시작하고
중반 넘어가면서는 파 3홀에서 아이언 샷으로 ONE ON을 기염을 토해내면서 옆에서
보고있던 우리들을 놀래키는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첫 라운딩에서의 스코어는 별 의미가 없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120타 정도를 치지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4. 고창민2(나)
나는 골프를 재요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여 이제 구력으로는 9-10년정도 되는
중견 골퍼(???)라고 할 수 있다.
구력만 그렇고 아직까지 싱글 이나 홀인원 한번 못해봤고, 창민1 이 구력 3-4년 만에
이뤄놓는 이글을 아직까지 한번도 못해봤다.
5일 정도 전부터 창민 1으로부터 부킹이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를 듣고서 나름대로 칼을
갈고 친구들한테 나의 실력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역시 골프는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사실 나는 라운딩 할때마다 보기플레이 정도를 목표로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가능하면 더블 보기
이상의 스코어는 나오지않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첫홀에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나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가는 듯 하더니
별 무리 없이 전반전을 끝냈다.
후바전 들어기전에 조금 밀려서 20분 정도를 쉰 후에 마음속으로 화이팅을 외치면서
10번 홀을 맞이했으니 웬걸... 트리플보기를 범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심기 일전, 다행히 11번 홀 부터 17번 홀까지 계속 파 세이브로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더블 보기로 80대 중반의 스코어로 즐거운 라운딩을 마감할 수 있었다
요즘 일반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가 너무 올라 친구들끼리 라운딩을 할 수 있는기회가
줄어들어 많이 안타까웠는데 창민1 의 부킹으로 저렴하게 골프를 칠수 있는 기회였다.
그날 재요 운전하느라고 수고했고, 창민1 부킹해줘서 고마웠다. 다음에 다시 기회를 만들도록 해보고,
경호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본다. 다음에 창민1 이글 패 받는날 더욱 발전된 모습 기대한다.
나도 그날은 더 나은 샷을 보여주기위해서 칼을 더울 날카롭게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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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호: 글만 읽어도 제미 있네.. -[07/09-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