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태사상>
* 일찍이 우리카페 [문화포구] 방에 조금씩 발췌했던 바 참 좋은 책입니다.
돌베개출판사에 있었던 제 막내동생이 편집한 책이죠.
박희병 / 돌베개 / 12,000원
이 책은 한국의 전통사상에 내장(內藏)되어 있는 생태주의적 사유를 탐색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한국의 전통사상이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심원한 생태적 지혜는 시적(詩的)이자 미학적(美學的)이며, 협소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만물이 근원적으로 동일한 존재로서 이른바 '생생지리'(生生之理: 하늘이 人과 物을 끊임없이 낳는 이치)에 따라 생명의 율동을 구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 생각의 움직임은, 도구적이거나 조작적 이성(理性)에 익숙한 우리 현대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오하고, 근원적이다.
동양사상에 내재되어 있는 생태사상에는 사회적 연관이 결여되어 있다고 흔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그 누구도 폐쇄적으로 개인의 내면적 깨달음만 추구하지 않았으며, 모두가 우주적 깨달음과 사회적 비판을 결합시키고 있다. 자연철학과 사회철학의 통일을 선구적으로 시현(示現)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규보(李奎報) 서경덕(徐敬德) 신흠(申欽) 홍대용(洪大容) 박지원(朴趾源) 등 심원하면서도 풍부한 생태적 사유를 보여주는 다섯 인물의 사상을 탐구하였다. 이규보는 고려 중엽인 12세기 말 인물이고 박지원은 조선 후기인 18세기 후반 인물이니, 그 상거(相距)가 600년쯤 된다. 이 다섯 인물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르고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면을 보여주지만, 심원하면서도 풍부한 생태적 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이규보가 우리에게 만물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만물일류'(萬物一類)의 가르침을 준다면, 서경덕은 삶과 죽음에 대한 자연철학적 성찰을 보여주며, 신흠은 학문이 단순한 지식 추구가 되어서는 안되며 생(生)과 세계에 대한 정신적 깨달음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홍대용은 광대한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과 물(物)이 대등하다는 이른바 '인물균'(人物均)의 사상을 제기하고 있으며, 박지원은 도를 깨닫는 마음이라 할 '명심'(冥心)에 대한 강조와 글쓰기에 대한 혁신을 통해 인간 사회 자연을 통합하고자 하였다. 한국의 전근대(前近代) 사상가 가운데 본서에서 다룬 다섯 인물만큼 깊고 근원적인 생태적 성찰을 보여주는 인물도 흔치 않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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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흠, 찜해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