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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의 스케치 원문보기 글쓴이: 대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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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꺄악!” 붐비는 지하철도 아니건만, 바짝 몸을 붙이며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웬 낯선 남자!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한 M과 J. 나이트 웨이터들이 부킹을 빌미로 손목을 잡을 때도 나름의 규칙으로 몸을 빼던 그녀들이었다. 놀란가슴 진정시키며 다시 음악을 즐겨보려 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 결국 당황한 마음으로 그 자리를 피하긴 했지만 그녀들의 문화적 충격은 쉽게 가시기 힘들었다. ‘부비부비’란 걸 말로만 들어봤지, 막상 당해(?) 보니 영 기분이 안 좋았던 것. 클러버(cluber)들이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겠지만, 클럽 초보가 겪은 바로는 이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자 ‘수치’였었다. 그래서 M과 J가 내린 결론은? 클럽은 성추행의 ‘법적예외지역’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 월드컵 응원, 이기면 봐준다?
월드컵 거리응원의 또 다른 역현상으로 성추행을 노리는 치한들이 득실거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마도 성추행범으로 찍힌 사람들은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여자들이 응원이랍시고 훌러덩 벗고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거, 지들도 즐기자고 나오는 거 아닙니까? 이기면 얼싸안고, 지면 아쉬워서 어루만져주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 그렇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일심동체로 얼싸안아 한민족의 승리를 만끽하자는데 그게 왜 성추행이냐면 할말없다. 알아서 훌러덩 벗고 나오니 입안에 넣어주는 사탕처럼 여겨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성추행은 성추행이다. 여자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는 것이 세레모니는 아니니 말이다. 클럽에서 춤만 추지, 더듬기만 한다면 것도 성추행에는 속한다. 재미있는 점은 여자들의 태도. 분명 클럽과 응원무리 속의 그녀들, 대중교통이나 평소생활 속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면 파출소로 남자를 끌고 가지는 못할 망정, 별의별 호들갑은 다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클럽에서는? 응원무리 속에서는? 스킨십에 관대한 걸까?
아마도 몇몇 남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든 것이 ‘내숭’이라고 내뱉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단코 성추행은 ‘내숭’으로 설명될 수 없다.
모든 성범죄의 기준은 ‘동의하’냐, ‘강제적’이냐에 있다. 기본적으로 성추행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때는 암묵적 동의가 따른다. 응원이나 춤, 여흥이라는 것이 함께 하는 이상 웬만큼의 스킨십은 성추행으로 몰지 않을 수 있다. 다 같이 즐겁게 즐기자는 데 뭔 제약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이런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나면 몇몇 남자들은 꼭! 한계선을 넘는다는 것이 문제다. 결코 성추행을 단순한 친근감 표시로 볼 수는 없다는 것. 그러니 여자들의 ‘허용범위’를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노출한다고 해서 만져달라는 뜻이 아니다. 춤을 춘다고 해서 비비적 거리라는 뜻이 아니다. 즐겁게 소리치고 뛴다고 해서 안아달라는 뜻이 아니다. ‘키스까지만’을 ‘키스이상’으로 착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 남자들이여!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 해제와 허용의 차이부터 인식할 것. 단지 경계심을 풀었을 뿐이지, '날 잡아잡수'라는 것은 아니다. 절대 너무 오버하지 말자. 성추행은 어떤 경우에서든 선을 넘고 강제적이 되면 위법이 된다. 함부로 생각하지 말 것. 어떤 경우도 절대적인 허용이란 없으니까. 클럽이나 응원 시 적정선은 지켜주자. 그녀들의 허용범위는 의외로 까다로우므로. |
사진 출처 /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