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 떠 올리기도 싫은 태풍 두 개가 열흘 사이로 많은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아직 수해 복구를 위해 곳곳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가을이라는 단어를 앞에 놓고 시간과 흥정을 하고 있다. 다른 집과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김장용 배추가 바람에 뿌리째 뽑혀 나갔고, 늦게나마 많이 달렸던 고추는 탄저병이 발생하여 농사를 망쳤고, 대파는 술에 취한 듯 之자로 고랑에 퍼질고 누워 있다.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덕분인지 어느 새 코스모스도 피었고, 태풍에 살아남은 대추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면서도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고 혼자 구시렁거리기가 일쑤인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만 8월 그믐이라 밤하늘을 바라보았더니 별이 보이지 않았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오염이 심해서 그런 탓도 있지만 주위 불빛이 너무 밝은 탓도 있지 싶다.
최근 경주지역에 조명으로 인한 정책이 발표 되었다. 하나는 ‘2023년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이고, 구황동 사적 6호 '황룡사지' 탐방로 조명등을 정식 운용한다는 이야기다.
뉴스에 의하면 경주시가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2023년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에서 ‘경주역사 유적지구(대능원 지구) 미디어아트 쇼’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고 21일 밝혔고,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은 문화유산에 ICT(정보통신기술) 및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 프로젝션 맵핑(모든 장소에 3차원 영상을 투영하는 기법) 등의 실감기술을 접목해 문화유산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실감나고 재미있게 대중들에게 알리는 신개념 문화유산 활용사업이라 했다. 또 하나는 새로운 경관조명 명소가 생겼다고 했다. 경주시는 9월 1일부터 구황동 사적 6호 '황룡사지' 탐방로 조명등을 정식 운용한다고 31일 밝혔다. 시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지난 4월부터 조명등을 설치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황룡사 역사문화관 북서면 2만2천300㎡ 땅에 잔디광장, 산책로를 조성했고 황룡사 9층 목탑을 옆으로 눕혀 놓은 형상의 탐방로를 만들었다. 시는 탐방로에 조명등을 설치함으로써 야간에 경관조명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거기에다가 그 앞서 발표된 경주 '월성 해자'가 3년 4개월 만에 복원공사를 마무리 짓고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과연 신라시대의 유물인 만큼 신라인들이 원하는 공사였을까? 경주에서 거주하는 시민들 모두가 이런 공사를 원하고 있었던 것일까? 근처에 기거하는 사람이야 매일 혜택을 받으니 자기 손해가 없는 한은 당연히 지지하겠지만, 그런 장소에서 떨어진 변두리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는 사업이지 않을까. 역사적 고증은 충분히 하고, 기술적 검토를 완벽하게 한 다음에 이루어지는 공사일까?
우리나라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다 아는 사실이다. 학교 교육에서 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력부족 국가라고 귀청이 닳도록 들어 왔다.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짓고 난 후 운영을 해야 한다. 그럼으로 인해 막대한 예산과 운영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특히 요즘은 탄소배출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는다고 아우성인데다가 전력 요금 인상안이 매일 뉴스로 떠오르는 시국인데 과연 이런 시설이 과연 이 시기에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 아니던가? 이 모든 복원 공사에 대해 어느 정도의 필요성을 느끼긴 하지만 좀 더 검토해서 시행하면 어떨까? 야간에도 11시까지 조명을 밝힌다 했는데 9시 정도에 소등을 하면 어떨까? 지나친 개발은 안 한 것보다 못하지 않을까?
오늘 밤에도 마당에 나가 별을 바라보며 가을을 느끼고 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