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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와 문화
I. 들어가는 말
사례-1
1990년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해외 선교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어느 단체의 청년 20여 명이 필리핀을 2주간 여행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필리핀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경험한 모든 것은 새롭고 놀라운 것이었다. 여행 중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친절하였고, 음식도 좋아서, 참가자 중 몇몇 청년들은 선교와 선교사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었다. 팀을 인도한 팀장은 한 번도 선교지를 방문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선교여행을 위한 준비라곤 필리핀어, 영어 찬양 몇 곡을 외우는 것이 전부였다. 필리핀에서 식사할 때 참가자들은 맛있게 먹었고, 선교여행 팀장은 설거지하기도 힘들고, 준비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게 다 먹고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팀장의 말에 참가자 모두는 공감했고 모든 음식을 다 먹었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는 경우에는, 사람을 지명해 다 먹게 했다. 그러나 3일쯤 지났을 때 선교여행팀은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선교여행팀의 식사를 준비한 필리핀인들은 한국 손님들의 남은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데, 한국 손님들이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려 식사를 못 했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은 준비한 음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해 다음 식사에는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했으나 여전히 한국 손님들은 자신들의 식사를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 필리핀인들의 식사 준비 양은 점점 많아졌고, 한국 손님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음식을 준비한 필리핀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순번을 정해 남은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그때까지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의 사정이 선교팀에게 전달된 때는 3일이 지나서였다. 그때부터 한국선교팀은 식사 전 필리핀인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미리 음식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내용은 필리핀 문화와 한국 문화가 다르며, 각자 자기의 문화적 관점에서 상대를 판단할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선교를 준비할 때, 우리는 선교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선교 사역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라도 선교지 문화가 변하지 않고 정지된 문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몇십 년 전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느낀 문화와 그 감정이 현재에도 동일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듣는 선교지 영웅들의 이야기가 이런 사실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선교지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수렵 생활을 하고 외부세계와 격리된 오지 선교지는 거의 없다. 선교지에서는 손도끼 하나의 가격으로 핸드폰을 구매할 수도 있고, 태양광 충전시설로 TV 시청과 인터넷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차이가 있어도 기술의 활용이나 문화가 급격히 변하는 것은 우리와 선교지가 다르지 않다. 선교지의 변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교지의 문화 이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선교는 다양한 문화적 현장 속에서 진행된다.”(개정 총회선교신학, 7. 선교와 문화). 우리가 선교지에 가서 복음을 전할 때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도지와 전도도구를 사용해 한국어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없다. 현지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전도내용을 사용해 복음을 전한다. 현지인이 복음을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인의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 이것이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선교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주님의 명령인 선교에 문화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선교지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선교지에서 선교사의 문화와 선교지의 문화가 만난다. 그 만남에는 성경의 문화, 기독교 국가의 문화, 지구촌의 문화, 지역과 종족의 문화 등 크고 작은 여러 문화가 만난다.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충돌’이 발생한다. 충돌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충돌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 충돌의 영향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문화를 살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일은 해외 선교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지만, 만나는 그들은 독특한 개별문화를 가진 독립된 존재들이다. 한국 사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지만, 개인이 소속된 사회를 본다면 문화의 차이는 뚜렷하다. 지역, 학력, 직업, 지역사회, 생활환경 등과 같은 개인이 소속된 사회의 요소와 그 문화는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타문화권 선교의 시작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 주변은 타문화권 선교지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그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복음을 전한다면 복음을 받은 사람의 감정은 또 다른 제국주의적인 선교의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15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사실, 우리가 선교지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을 벗어버리고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본다면, 우리가 선교지에서 현지인의 문화에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할 때 선교지의 현지인들 역시 우리를 보며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적인 틀을 깨고 타문화와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타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충격을 받기보다는 호감 가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문화 공부는 필요하다.
II. 문화란 무엇인가?
1. 문화의 정의
문화란 첫째, 믿음(하나님이나 실재 혹은 궁극적 의미에 대한 믿음) 둘째, 가치 기준(무엇이 옳고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아름다우며 무엇이 규범적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가치 기준) 셋째, 관습(행동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 말하는 법, 기도하는 법, 옷 입는 법, 일하는 법, 장사하는 법, 농사짓는 법, 먹는 법 등에 관한 학습) 넷째, 이러한 믿음과 가치 기준 그리고 관습 등을 드러내는 제도(정부, 법원, 절이나 교회, 가족, 학교, 병원, 공장, 상점, 조합, 클럽 등의 제도)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체계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동질감과 안정감을 그리고 그 사회에는 권위와 영속성을 부여한다.조종남, 『복음과 문화-복음과 문화에 관한 윌로우뱅크 신학협의회 보고서』
이런 문화의 정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이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 문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이다. 그 사회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식하고 사멸한다. 그래서 문화는 독단적인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 문화가 속한 사회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문화를 정의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적응체계다” _ 매거스(E. J. Magus).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및 기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 총체이다” _ 타일러(E. B. Tylor).•“동일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하는 일, 행동방식, 사고방식, 감정, 사용하는 도구, 가치, 상징의 총체” _ 린드(R. S. Lynd).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표시하는 신념, 태도, 지식, 금기, 가치, 목표의 총체를 기술하는 구성물” _ 어스코비츠(M. J. Herskovits). •“문화란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가치 있는 것을 실현하는 모든 형식과 활동 및 그 결과물들을 통틀어 총체적인 것” _ 노영상. •“문화는 관념과 가치의 통합된 체계 및 이와 연관된 행위의 형태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것을 조직하고 규칙화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의하여 공유된 산물” _ 폴 히버트(Paul G. Hiebert).•“문화란 인간이 연루되고 있는 비생물학적이고 비환경적인 모든 것을 말한다” _ 이광순, 이용원.
B. 문화의 기능
우리가 타문화를 대할 때 처음 보기에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 사회의 오랜 전통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문화라면, 그 문화를 우리의 문화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례-2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 지금까지 ‘화장실’이 없는 부족이 있었다. 용변을 보는 것은 특정한 장소를 정하지 않았고, 용변을 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고 오면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부족이 문명화된 생활을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이 있다는 소식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모두가 불편하게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희소식은 6개월이 안 되어 그 마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숙제를 만들었다. 이들이 사용한 공중화장실이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배설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악취와 해충이 발생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배설물은 물과 함께 온 마을에 흘러 다녔다. 그런데 그 지역은 한 번도 이런 배설물을 처리해 본 경험도 처리할 장소도 없었다. 그들 문화에는 마을 가운데 있는 공중화장실이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가 저급한 문화라고 판단하더라도 그 사회에 가장 적합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생존을 돕는다. 사회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배경은 문화이다. 의식주, 산업생산의 문제, 가정의 형성과 출산, 인간으로 누릴 정신적 만족감, 예술, 오락, 혹은 자아실현 등과 같은 것을 문화가 제공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문화가 제공하는 기능은 점점 더 많아진다. 문화는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무형적, 비물질적인 것도 폭넓게 제공한다.
또 문화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알게 한다. 문화를 이해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에 대한 대가나 그 행동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결과를 알 수 있다. 헌법에서부터 각 기관의 조례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적인 조항들이 있지만, 이것이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별로 적용 가능한 법적인 조항들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그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21세기에는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고, 타인의 활동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신앙을 강요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선교라면, 선교는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활동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타인이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를 준비하며, 선교지 문화의 큰 그림을 보고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3. 문화의 요소
문화에는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있다. 문화의 구성요소는 공통적인 인식과 행동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선교와 관련해 문화의 요소를 살펴본다면, 첫째 종교, 둘째 역사, 셋째 가치체계, 넷째 사회조직, 다섯째 언어이다.
1) 종교
종교는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신에 대한 믿음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와 종족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그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을 따라 발전하며,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일치한다. 그래서 종교 안에는 그 사회가 가진 문화가 들어있다. 그것은 가치, 신념, 세계관, 믿음, 세부적인 행동의 지침 등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같아도, 그 종교가 추구하는 종교적 이상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로 태국의 불교와 한국의 불교는 다른 불교이다. 종교는 사회와 문화의 상위개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위개념으로 존재한다. 많은 종교의 기능은 종교가 속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종교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와 문화 발전을 거부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그 사회와 문화는 종교를 배척한다. 근대에 있어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이다.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은 종교 소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위해 종교의 순기능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지의 종교를 연구하려면, 그 종교가 가진 교리나 이론을 연구하기 이전에 국가 혹은 사회가 추구하는 종교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종교에 대한 정책이 있으며, 그 정책에 따라 각 종교를 지도한다.
2) 역사
역사는 과거의 것을 다루지만 추구하는 것은 현재의 것이다. 과거를 통해, 어떻게 오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역사는 우리에게 제공한다. 역사이해는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것이고, 그 공감은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은 본인의 위치와 미래 사회에 대한 역할을 강요받게 된다.
문화는 역사적인 산물이다. 문화는 자연발생적으로 사회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의 영향으로 문화가 등장한다. 사건은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삶이 변하고, 인식과 판단이 변한다. 곧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고 혹은 어떤 문화적인 요소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에는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는 전환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객관적인 역사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이해에는 주관적인 해석이 따른다. 역사는 문화의 요소이고 문화는 역사를 해석하는 지침이 된다. 예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르다. 이런 현상이 국가와 국가의 차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에서도 역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경제발전, 한국 근대사회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등의 역사를 해석함에는 대립되는 이해가 등장한다. 이처럼 역사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이해가 변한다. 또 해석된 역사는 그 사회의 유지를 위한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3) 가치체계
한 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그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성취하려는 목표나 행동도 다양하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은 사회 통합을 위한 체계를 요구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의 목표달성을 위해, 그리고 그 행동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치체계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 사회와 문화는 안정된다. 그래서 가치체계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생활방식의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가치체계에는 사회가 추구하는 규범과 사회 구성원이 속한 상황에 대한 행동규범이 존재한다.
모든 사회가 공통의 가치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여성의 지위,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인권문제, 타국인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것에는 각 사회가 유지하고자 하는 다른 가치체계가 있다. 또 목적달성에 있어서, 과거 한국 사회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이 가족, 가문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것을 통해 집단이 안정된다면 궁극적으로 개인도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직장에 다니는 가장은 가정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하여 행동하고, 직장, 조직,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문화는 이런 가치체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구문화에선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집단의 목적달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는 가치체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두가 동등한 인격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으로 개인의 특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한다.
4. 사회조직
사회조직은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이다.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직장, 학교, 마을 단위의 공동체, 지역 행정단체, 정부 등에 이르고, 그 외의 다양한 조직들도 있다. 이런 사회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구성원들의 생활과 생존의 ‘상호 필요성’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사회를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진다. 의식주 문제에서부터 행복 추구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생존은 사회조직과 그 구성원 모두의 긴밀한 관계에 연결된다. 개인은 사회조직의 구성원으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사회조직은 생존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본적인 규율을 만들고 그 규율을 통해 운영된다.
사회조직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회조직 안에서 유대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모든 사회가 동일한 사회조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 문화의 특성은 사회조직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가정에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도 있다. 국가의 통치체제에는 왕정국가나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등과 같은 다양한 정치체계가 있다.
5) 언어
언어는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된다. 언어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고, 사회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언어는 문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언어와 문화는 긴밀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언어에는 문화적 특성이 있으며, 그것은 문법과 단어 활용, 구문, 의미부여 등에 나타난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도 사회에 따라 다른 언어적인 특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할 경우, 국가와 지역에 따라 영어 활용과 어휘사용 그리고 문법에 차이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인 특성이 언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언어의 특징은 언어를 통해 문화가 축적된다. 인간의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고, 과거의 역사는 현재 사회의 바탕이므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는 언어를 통해 현대에 전달된다.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그 발전과정의 이해도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 집단의 문화형성과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도 언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를 이해하고 복음을 전하는 정확한 도구는 언어이다. 선교는 복음이라는 메시지를 수단 혹은 도구를 사용해 선교지에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언어이고, 언어 외의 다른 도구를 사용할지라도 언어의 도움은 필요하다.
4. 문화의 성격
1) 문화 학습
문화는 학습을 통해 전달된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인간은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서부터 자아실현을 위한 모든 것을 학습한다. 이런 학습 과정은 출생에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에 나타나고, 이런 학습을 통해 문화에 적응하고 그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육성된다. 학습은 의식적인 학습과 무의식적인 학습으로 나누는데 다르게 표현한다면 형식적 교육, 비형식적 교육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형식적 교육은 교육의 목적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진행하는 교육이고 비형식적 교육은 형식적 교육을 벗어난 모든 교육을 말한다.
2) 세대 전수
문화가 존재하기 위해선 문화의 기능과 요소를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화는 현재 만들어진 것이기보다는 이전 세대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문화가 다음 세대에 전수되는 시작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와 가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문화를 배우고, 또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형식적, 비형식적 교육을 통해 전달한다. 이것을 통해 사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사회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이 이루어진다.
종교교육에 있어서, 일본의 신도나 유대교는 형식적 종교교육보다 비형식적 종교교육에 교육에 강조점을 둔다. 그 예로, 신도나 유대교 신자의 기본적인 종교교육은 가족과 함께 지역의 축제와 명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축제나 명절 행사는 종교의 교리 교육과는 다른 교육이며, 이곳에서 신과의 관계, 선민이라는 의식, 죄에 대한 문제 해결, 문화와 사회에서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곧 참가자들의 정체성 교육이 이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3) 문화와 상징
사회는 목적달성을 위해 그 문화 안에서만 인정되는 상징을 사용한다. 상징에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하나로 결집하는 힘이 있고, 사회의 지도자는 상징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용하는 상징은 다양하다. 상징의 대표적인 것은 국기이다. 상징은 물질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에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언어(기호)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곧 언어에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약속임과 동시에 지역, 나이, 혹은 독특한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는 약속도 들어있다. 사회는 언어의 상징 속에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사례-3> 스페인어권에 선교사로 파송된 한 선교사가 2년간 정규언어학습과정을 마치고 수료할 때쯤, 언어학교 선생은 또 다른 언어 선생을 추천해 주었다. 새롭게 추천된 언어 선생은 빈민촌에 사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새로운 언어 선생은 정규 언어 선생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교사는 발견했다. 의사표현 문장의 대부분이 은어, 비속어, 욕으로 구성되어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언어는 인간이 속한 사회의 약속인데 그 청소년의 말에는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가 담겨있었다.
4) 문화의 역동성
문화는 변한다. 문화는 스스로 생성되고 소멸한다. 기술과 통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변하고, 또 사회의 개념도 변한다. 사회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이전 문화는 소멸한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매스미디어, SNS,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 새롭게 형성되는 지식은 세계 모든 문화에 영향을 주어 의식주, 정치, 경제,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III. 선교를 위한 문화이해
1. 선교와 문화의 만남
선교는 문화의 장벽을 넘어가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해외의 도시화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화적인 차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자주 방문하는 해외에서 서구식 식사, 쾌적한 숙소의 환경,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동수단, 영어와 한국어를 통한 대화 등을 경험하며 외국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현지인들이 우리와 문화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라-마르세이유>를 우렁차게 부르기까지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자 마부들은,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도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머리를 잔뜩 뒤로 젖힌 채 군대가 행진하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말들 역시 아까와는 분명 다르게 활기찬 발굽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이 아닌가? <샤를 바라, 『조선기행』.>
선교에 있어서, 문화의 기준은 복음이 필요한 현지인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세상에 오신 것과 같이 선교사는 선교지의 기준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선교사가 현지인에게 다른 문화의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복음을 위해 문화에 자신을 맞추는 일은 선교사의 몫이다.
우리의 일상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있다. 선교지에서 이런 것들은 현지인들이 선교사를 타문화권 사람으로 인식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선교현장에 나타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때는 1884년 1월이었다. 25세의 보아스는 이뉴잇 족의 이동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해안선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물의 색깔에 관한 논문이 있는 물리학에서 지리학과 인류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추운 겨울에 함께 있는 유럽 사람이라곤 한인 한 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사실 이뉴잇 사람이 되었다. 배핀 주민들의 텐트와 이글루에서 함께 잤고 바164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다표범 고기를 먹었으며 개썰매를 타고 돌아다녔다. 그 경험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보아스는 주민들이 뛰어난 기술뿐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세련된 노래, 풍부한 전통과 복잡한 관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극 앞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존엄과 극기를 목격했다. 매트 리틀리, 『본성과 양육』1.
1) 문화의 형성 배경
사회에 따라 문화의 모습은 다르다. 먼저, 문화의 이해를 시작할 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가별 특성이다. 국가는 사회 통제와 이상을 제시하며 문화 형성에 관여한다. 특히 국가를 통치하는 그룹은 공교육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가 통치에 적합한 문화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국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학습 연령의 대부분을 국가가 원하는 삶에 대해 학습하게 하며, 매스미디어를 통해 통치자의 통치 철학에 순응할 것과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할 것을 강조한다.
현대국가는 문화를 틀 짓고 사람들의 생각을 틀 지으려 한다. 국가가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도구는 가공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전반적인 교육체계, 방송체계, 구체제에서 물려받은 막강한 후원능력이 있고 설사 이 모두가 실패한다 해도 억압이라는 정치가 있으니 말이다.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IV』.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국가가 만드는 문화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그 문화에 비판 없이 살아가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정신과 사상은 이런 조작을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의 문화는 많은 부분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 지역의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나는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화는 지리적인 요인, 지역사회의 이슈, 지역의 역사, 국가와의 관계와 같은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지역별로 특색있는 문화가 있다. 전라도 문화, 경상도 문화, 충청도 문화, 경기도 문화, 강원도 문화, 제주도 문화 등과 같이 지역별 문화적 특색은 뚜렷하다. 또 물, 토양, 기후에 따라서도 문화의 차이가 분명하다. 이런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난 문화는 지역사회에 말과 행동, 의복과 주거형태, 음식 등과 같은 것에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
셋째, 각 가정도 독특한 문화의 배경이다. 가정은 과거 씨족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과 함께, 지속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구성원의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의 문화는 가정으로 유입되고 가정문화는 지속적으로 변한다. 예로 가장의 직장문화와 자녀들의 학교문화는 가정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형성된 가정문화는 궁극적으로 구성원 개인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선교지에서 한국인, 한국선교팀이 많이 오는 곳에는 현지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주변의 현지 음식점에선 한글로 된 메뉴판을 보여주며 식사 주문을 받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 그 지역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예이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지를 방문함과 동시에 현지의 문화와 한국문화의 교류가 일어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지의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선교팀은 선교지 문화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교팀으로 인해 선교지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문화라는 껍질 속의 세계관
문화와 세계관에 대한 이해에 로이드 콰스트 이론을 많이 사용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은 문화를 연속된 ‘껍질(Layers)’로 이해한다. 문화의 껍질은 총 4개로 구성되며, 그것은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이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의 핵심은 행동을 통해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다.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 이해는 중립적인 자세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타문화 이해는 자신의 문화적 관점에서 타문화를 보는
것이므로 다른 문화의 행동을 볼 때 객관적으로 그 문화의 행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라는 안경을 통해 다른 문화를 보기 때문에 문화이해에 왜곡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행동 연구를 통한 문화이해에는, 관찰자의 문화(자신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행동을 연구할 때에는, 인간과 그 사회의 ‘동일한 행동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동은 그 문화 안에서 인정되는 선택 기준을 따른다. 그것은 행동에 대한 그 문화의 가치를 반영한다. 곧 행동 안 껍질에는 ‘가치’가 있다. 가치는 무엇이 좋은가?, 유익한가?, 어느 것이 최선인가? 등과 같은 것을 반영한다. 우리는 코를 풀 때 손수건 사용을 장려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손수건에 코를 풀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위생적일까요? 먼지와 쓰레기가 있지만,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그 사람에게 더 위생적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손수건에 코를 푸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문화의 가치가 있다. 가치를 따라 행동이 나타날 때 그 가치의 배경에 ‘신념’이 있다. 신념은 ‘무엇이 참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신념은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에 형성되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돈 리차드슨(Don Richardson)이 이리안자야 사위(Sarwi) 부족에서 선교사역을 할 때, 사위 16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부족이 ‘배반’을 문화의 신념에 두는 것을 발견한다. 이 사위 부족에게 성경의 내용을 소개할 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예수님이 아니라 가룟 유다이다. 그들에게 진리는 온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님이 아니라 그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니며, 마지막 배반을 통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끈기와 치밀함 그리고 인내를 가진 가룟 유다이다. 이런 신념은 직접적으로 종교와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에서 밝히는 문화 핵심은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실재(Real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실재는 신념으로부터 행동에 이르게 한다. 특히 실재는 그 문화의 종교에 영향을 주며, 이것을 통해 일상의 삶을 해석한다. 정령 숭배자들은 실재를 ‘영들이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로 이해하고 있으며, 일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영들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3) 선교지 언어 학습
언어는 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 선교에 있어서 언어를 공부하지 않고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은 없다. 복음이 언어를 통해 전달되기에 선교는 언어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래서 선교지를 방문할 때, 반드시 선교지 언어 공부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로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와 유창한 한국어로 외국인이 말을 걸어올 때를 가정해 본다면 누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는가? 당연하게 우리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일 것이다. 해외 선교지에서 선교지 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고 종이로 된 전도지를 주었을 때 복음이 그 사람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의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복음은 성령의 역사와 말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의 모습을 본다면 선교지에서 언어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행 8:25, 13:49, 15:35~36, 16:23, 19:10, 19:20).
같은 언어를 사용할지라도, 그 언어의 의미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언어의 배경에 문화가 있음을 앞에서 말했다. 동일한 단어이지만 사회에 따라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시편 23편에서 여호와는 ‘목자’로 언급된다. 한국의 문화는, 목자는 양을 기르는 사람으로 이해한다. 양을 위해 헌신하고 양을 사랑하는 존재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목자에 대한 이미지가 세계 각국에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목자는 사회에서 적응이 불가능한 사람, 소일거리로 양이나 가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들에게 ‘여호와는 목자이다’라고 했을 때 하나님은 사회에 적응이 불가능한 분, 인생에 실패하신 분과 같은 이미지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언어에 있어서 그 문화에서 생성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언어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선교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언어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일회성 행사로 선교여행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선교지를 방문하여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선교지 언어를 사용할 많은 곳이 있다. 선교가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의 사역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의 사역으로 정의되고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선교는 타문화권 선교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는 모든 성도가 수행해야 할 궁극적 사명이다.(개정 총회선교신학, 6. 선교와 교회)
2. 타문화 접촉과 문화충격
『파인애플 스토리』에는 네덜란드령 뉴기니에서 사역한 선교사의 실화가 나온다. 파인애플을 먹기 위해 선교사는 임금을 주어 원주민을 고용한다. 고용된 원주민들이 파인애플을 재배하였는데 정작 파인애플이 열렸을 때 원주민들은 밤에 파인애플을 다 수확하므로 선교사는 수년 동안 파인애플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선교사는 원주민들을 파인애플 도둑이라 생각하고,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파인애플 묘목을 심었으므로 자신들이 파인애플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선교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만남에는 문화충격이 발생한다. 문화충격에 대한 대비가 없고 문화충격을 해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문화충격은 스스로 극복되지 않는다. 선교지에 접근한 선교사가 문화충격을 받고 2년 안에 그 충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선교사역 초기에 받은 문화충격은 전체 선교사역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장을 방문할 때 대부분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다.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선교지 문화에 적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지의 문화와 선교팀 사이에 선교팀을 안내하는 선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문화충격은 1954년에 인류학자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가 처음 소개한 것이다. 선교사가 다른 문화에 들어갈 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것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 문화의 예측이나 이해에 적용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혀 온 문화적 지침들이 갑자기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 혼동과 불안, 때로는 좌절,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고 영적인 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이것을 문화충격이라 한다.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에 의하면 선교사가 겪는 문화충격은 4 단계로 진행된다. ➊ 허니문 단계: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출발 전에서 시작하여 도착 후 1-2개월 기간. ➋ 현실적, 공격적 단계: 더 이상 환상은 없고 현실만이 남는다. 선교지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선교지 2-5개월 기간. ➌ 타협과 동화 단계: 타문화를 수용하고, 또 체념한다. 선교지 6개월 이후. ➍ 적응 단계: 적응 수준이 결정되고 이중 문화 활용이 가능해진다. (문화충격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배우자 사망 시 받는 스트레스보다 강도가 크고, 적응단계에 이르기 가지 보편적으로 14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
가 선교팀의 문화충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팀의 안전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문화충격에 취약하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 한국사회가 단일문화권 사회였으므로 타문화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선교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면 문화 차이를 깊이 고려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3. 문화를 존중하는 선교
성서번역 언어학자인 유진 나이다(Eugene A. Nida)가 ‘세 가지 언어 모델’을 처음 제시하였고 이것을 트리니티신학교의 선교신학 교수 헤셀 그레이브(David J. Hesselgrave)가 발전시켜 선교지의 세 가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➊ 성경 문화: 성경의 말씀이 처음 주어진 당시의 문화적 상황이다. ➋ 선교사 자신의 문화: 선교사의 본국 문화이다. ➌ 수용자의 문화: 선교지의 문화이다. 선교사가 이러한 세 가지 문화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가질 때 타문화권 선교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는 성경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은 상태로 수용자 문화에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
선교지에서 복음을 들은 현지인들이 고민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이다.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통해 복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의 관습, 생활양식이 강요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적대시하기도 하고 선교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실 현지인들은 복음이 싫은 것은 아니다. 선교사가 전하는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가 싫은 것이다.
과거 선교사들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고, 선교지의 문화가 비기독교 문화이므로 파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은 가톨릭에 의해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으며, 서양의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과 관련해서는 아시아에서도 개신교 선교사들을 통해 나타났다.
선교사가 선교지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복음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 아니다. 선교지의 문화를 무시하고 정치, 경제, 군사의 힘을 동원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결코 현명한 선교사역은 아니다. 남아시아의 일부 국가가 서구 기독교 국가의 식민지가 되므로 복음을 받아들였지만, 그 국가가 독립한 뒤 많은 현지인이 기독교에서 이전의 종교로 회귀한 사례가 있다.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할 때 복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 바울은 선교를 위해 자기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철저히 버렸다(빌 3:4-9). 그리고 그들을 얻기 위해 그들과 같이 되었다(고전 9:20-21).
히스파니올라섬의 한 인디오 부족 족장 하투에이(Hatuey)가 스페인 정복군에 맞서 저항하다 죽어 간 슬픈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하투에이가 정복군에 집혔을 때 종군 신부는 사형을 집행하기에 앞서 세례를 받고 개종하라고 권고했다. 종군 신부의 말을 들은 그는 이렇게 물었다. "세례를 받게 되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세례를 받으면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고, 죽어서 천국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형이 감해질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물었다. "형이 어떻게 감해지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산 채로 화형당하지 않고 죽은 다음에 화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생각에 잠긴 하투에이는 잠시 후 종군 신부에게 다시 물었다. "나를 죽이려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군인들도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인가? 저들도 모두 천국에 들어가는가?" 이에 종군 신부가 답했다. "물론이다. 저들은 세례를 받은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이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간다." 이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종군 신부에게 잘라 말했다. "저들은 나의 아내와 가족, 형제, 부족을 살해하고 강간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강제로 빼앗아 가고, 우리의 평화로운 마을을 몰살시킨 저 군인들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천국에 들어간다면 나는 결코 저들과 함께 그런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묵묵히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당시 종군 신부들이 로마 교황청에 보낸 선교 보고는 제국주의 선교의 한 면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인디오들을 향해 터지는 저 포탄의 소리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의 소리이며, 인디오들을 향해 쏘는 저 포탄의 화약 냄새는 주님의 제단 위에 드려지는 향기로운 냄새다.”김종성, 『하나님의 선교사 A to Z』IV.
나오는 말
선교는 문화를 통해 진행된다.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의 정의, 기능, 요소, 성격 등을 살펴보았다. 또 선교에 있어서 필요한 문화의 특성도 살펴보았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선교의 효과적인 진행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21세기에 더 강화되는 경계가 있다면 문화적 경계이다. 현대사회의 특성을 논할 때 많이 등장하는 단어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로, 세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화에 속하지 않는 단절된 그룹(사회)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사실,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니며, 그 세계화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 형성 집단이 있다. 그 집단은 집단만의 특수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할 때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가 아닌 그들의 문화를 배경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단일문화 사회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를 단일문화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 그리고 한국사회의 단절된 문화적 패턴을 소유한 그룹(사회)이 있다.
그러므로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회의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 그러므로 세계와 한국 사회에 대한 복음 전파는 각각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 시작해야 하고, 각각의 다른 문화를 소유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타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속한 문화의 옷을 입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회는 항상 그 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주목해야 하며,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사명과 소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I. 들어가는 말
사례-1
1990년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해외 선교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어느 단체의 청년 20여 명이 필리핀을 2주간 여행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필리핀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경험한 모든 것은 새롭고 놀라운 것이었다. 여행 중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친절하였고, 음식도 좋아서, 참가자 중 몇몇 청년들은 선교와 선교사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었다. 팀을 인도한 팀장은 한 번도 선교지를 방문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선교여행을 위한 준비라곤 필리핀어, 영어 찬양 몇 곡을 외우는 것이 전부였다. 필리핀에서 식사할 때 참가자들은 맛있게 먹었고, 선교여행 팀장은 설거지하기도 힘들고, 준비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게 다 먹고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팀장의 말에 참가자 모두는 공감했고 모든 음식을 다 먹었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는 경우에는, 사람을 지명해 다 먹게 했다. 그러나 3일쯤 지났을 때 선교여행팀은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선교여행팀의 식사를 준비한 필리핀인들은 한국 손님들의 남은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데, 한국 손님들이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려 식사를 못 했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은 준비한 음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해 다음 식사에는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했으나 여전히 한국 손님들은 자신들의 식사를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 필리핀인들의 식사 준비 양은 점점 많아졌고, 한국 손님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음식을 준비한 필리핀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순번을 정해 남은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그때까지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의 사정이 선교팀에게 전달된 때는 3일이 지나서였다. 그때부터 한국선교팀은 식사 전 필리핀인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미리 음식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내용은 필리핀 문화와 한국 문화가 다르며, 각자 자기의 문화적 관점에서 상대를 판단할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선교를 준비할 때, 우리는 선교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선교 사역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라도 선교지 문화가 변하지 않고 정지된 문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몇십 년 전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느낀 문화와 그 감정이 현재에도 동일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듣는 선교지 영웅들의 이야기가 이런 사실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선교지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수렵 생활을 하고 외부세계와 격리된 오지 선교지는 거의 없다. 선교지에서는 손도끼 하나의 가격으로 핸드폰을 구매할 수도 있고, 태양광 충전시설로 TV 시청과 인터넷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차이가 있어도 기술의 활용이나 문화가 급격히 변하는 것은 우리와 선교지가 다르지 않다. 선교지의 변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교지의 문화 이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선교는 다양한 문화적 현장 속에서 진행된다.”(개정 총회선교신학, 7. 선교와 문화). 우리가 선교지에 가서 복음을 전할 때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도지와 전도도구를 사용해 한국어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없다. 현지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전도내용을 사용해 복음을 전한다. 현지인이 복음을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인의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 이것이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선교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주님의 명령인 선교에 문화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선교지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선교지에서 선교사의 문화와 선교지의 문화가 만난다. 그 만남에는 성경의 문화, 기독교 국가의 문화, 지구촌의 문화, 지역과 종족의 문화 등 크고 작은 여러 문화가 만난다.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충돌’이 발생한다. 충돌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충돌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 충돌의 영향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문화를 살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일은 해외 선교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지만, 만나는 그들은 독특한 개별문화를 가진 독립된 존재들이다. 한국 사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지만, 개인이 소속된 사회를 본다면 문화의 차이는 뚜렷하다. 지역, 학력, 직업, 지역사회, 생활환경 등과 같은 개인이 소속된 사회의 요소와 그 문화는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타문화권 선교의 시작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 주변은 타문화권 선교지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그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복음을 전한다면 복음을 받은 사람의 감정은 또 다른 제국주의적인 선교의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15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사실, 우리가 선교지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을 벗어버리고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본다면, 우리가 선교지에서 현지인의 문화에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할 때 선교지의 현지인들 역시 우리를 보며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적인 틀을 깨고 타문화와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타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충격을 받기보다는 호감 가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문화 공부는 필요하다.
II. 문화란 무엇인가?
1. 문화의 정의
문화란 첫째, 믿음(하나님이나 실재 혹은 궁극적 의미에 대한 믿음) 둘째, 가치 기준(무엇이 옳고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아름다우며 무엇이 규범적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가치 기준) 셋째, 관습(행동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 말하는 법, 기도하는 법, 옷 입는 법, 일하는 법, 장사하는 법, 농사짓는 법, 먹는 법 등에 관한 학습) 넷째, 이러한 믿음과 가치 기준 그리고 관습 등을 드러내는 제도(정부, 법원, 절이나 교회, 가족, 학교, 병원, 공장, 상점, 조합, 클럽 등의 제도)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체계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동질감과 안정감을 그리고 그 사회에는 권위와 영속성을 부여한다.조종남, 『복음과 문화-복음과 문화에 관한 윌로우뱅크 신학협의회 보고서』
이런 문화의 정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이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 문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이다. 그 사회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식하고 사멸한다. 그래서 문화는 독단적인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 문화가 속한 사회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문화를 정의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적응체계다” _ 매거스(E. J. Magus).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및 기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 총체이다” _ 타일러(E. B. Tylor).•“동일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하는 일, 행동방식, 사고방식, 감정, 사용하는 도구, 가치, 상징의 총체” _ 린드(R. S. Lynd).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표시하는 신념, 태도, 지식, 금기, 가치, 목표의 총체를 기술하는 구성물” _ 어스코비츠(M. J. Herskovits). •“문화란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가치 있는 것을 실현하는 모든 형식과 활동 및 그 결과물들을 통틀어 총체적인 것” _ 노영상. •“문화는 관념과 가치의 통합된 체계 및 이와 연관된 행위의 형태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것을 조직하고 규칙화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의하여 공유된 산물” _ 폴 히버트(Paul G. Hiebert).•“문화란 인간이 연루되고 있는 비생물학적이고 비환경적인 모든 것을 말한다” _ 이광순, 이용원.
B. 문화의 기능
우리가 타문화를 대할 때 처음 보기에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 사회의 오랜 전통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문화라면, 그 문화를 우리의 문화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례-2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 지금까지 ‘화장실’이 없는 부족이 있었다. 용변을 보는 것은 특정한 장소를 정하지 않았고, 용변을 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고 오면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부족이 문명화된 생활을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이 있다는 소식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모두가 불편하게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희소식은 6개월이 안 되어 그 마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숙제를 만들었다. 이들이 사용한 공중화장실이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배설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악취와 해충이 발생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배설물은 물과 함께 온 마을에 흘러 다녔다. 그런데 그 지역은 한 번도 이런 배설물을 처리해 본 경험도 처리할 장소도 없었다. 그들 문화에는 마을 가운데 있는 공중화장실이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가 저급한 문화라고 판단하더라도 그 사회에 가장 적합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생존을 돕는다. 사회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배경은 문화이다. 의식주, 산업생산의 문제, 가정의 형성과 출산, 인간으로 누릴 정신적 만족감, 예술, 오락, 혹은 자아실현 등과 같은 것을 문화가 제공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문화가 제공하는 기능은 점점 더 많아진다. 문화는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무형적, 비물질적인 것도 폭넓게 제공한다.
또 문화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알게 한다. 문화를 이해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에 대한 대가나 그 행동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결과를 알 수 있다. 헌법에서부터 각 기관의 조례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적인 조항들이 있지만, 이것이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별로 적용 가능한 법적인 조항들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그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21세기에는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고, 타인의 활동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신앙을 강요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선교라면, 선교는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활동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타인이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를 준비하며, 선교지 문화의 큰 그림을 보고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3. 문화의 요소
문화에는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있다. 문화의 구성요소는 공통적인 인식과 행동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선교와 관련해 문화의 요소를 살펴본다면, 첫째 종교, 둘째 역사, 셋째 가치체계, 넷째 사회조직, 다섯째 언어이다.
1) 종교
종교는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신에 대한 믿음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와 종족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그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을 따라 발전하며,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일치한다. 그래서 종교 안에는 그 사회가 가진 문화가 들어있다. 그것은 가치, 신념, 세계관, 믿음, 세부적인 행동의 지침 등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같아도, 그 종교가 추구하는 종교적 이상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로 태국의 불교와 한국의 불교는 다른 불교이다. 종교는 사회와 문화의 상위개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위개념으로 존재한다. 많은 종교의 기능은 종교가 속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종교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와 문화 발전을 거부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그 사회와 문화는 종교를 배척한다. 근대에 있어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이다.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은 종교 소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위해 종교의 순기능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지의 종교를 연구하려면, 그 종교가 가진 교리나 이론을 연구하기 이전에 국가 혹은 사회가 추구하는 종교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종교에 대한 정책이 있으며, 그 정책에 따라 각 종교를 지도한다.
2) 역사
역사는 과거의 것을 다루지만 추구하는 것은 현재의 것이다. 과거를 통해, 어떻게 오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역사는 우리에게 제공한다. 역사이해는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것이고, 그 공감은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은 본인의 위치와 미래 사회에 대한 역할을 강요받게 된다.
문화는 역사적인 산물이다. 문화는 자연발생적으로 사회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의 영향으로 문화가 등장한다. 사건은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삶이 변하고, 인식과 판단이 변한다. 곧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고 혹은 어떤 문화적인 요소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에는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는 전환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객관적인 역사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이해에는 주관적인 해석이 따른다. 역사는 문화의 요소이고 문화는 역사를 해석하는 지침이 된다. 예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르다. 이런 현상이 국가와 국가의 차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에서도 역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경제발전, 한국 근대사회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등의 역사를 해석함에는 대립되는 이해가 등장한다. 이처럼 역사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이해가 변한다. 또 해석된 역사는 그 사회의 유지를 위한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3) 가치체계
한 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그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성취하려는 목표나 행동도 다양하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은 사회 통합을 위한 체계를 요구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의 목표달성을 위해, 그리고 그 행동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치체계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 사회와 문화는 안정된다. 그래서 가치체계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생활방식의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가치체계에는 사회가 추구하는 규범과 사회 구성원이 속한 상황에 대한 행동규범이 존재한다.
모든 사회가 공통의 가치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여성의 지위,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인권문제, 타국인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것에는 각 사회가 유지하고자 하는 다른 가치체계가 있다. 또 목적달성에 있어서, 과거 한국 사회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이 가족, 가문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것을 통해 집단이 안정된다면 궁극적으로 개인도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직장에 다니는 가장은 가정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하여 행동하고, 직장, 조직,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문화는 이런 가치체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구문화에선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집단의 목적달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는 가치체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두가 동등한 인격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으로 개인의 특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한다.
4. 사회조직
사회조직은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이다.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직장, 학교, 마을 단위의 공동체, 지역 행정단체, 정부 등에 이르고, 그 외의 다양한 조직들도 있다. 이런 사회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구성원들의 생활과 생존의 ‘상호 필요성’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사회를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진다. 의식주 문제에서부터 행복 추구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생존은 사회조직과 그 구성원 모두의 긴밀한 관계에 연결된다. 개인은 사회조직의 구성원으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사회조직은 생존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본적인 규율을 만들고 그 규율을 통해 운영된다.
사회조직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회조직 안에서 유대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모든 사회가 동일한 사회조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 문화의 특성은 사회조직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가정에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도 있다. 국가의 통치체제에는 왕정국가나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등과 같은 다양한 정치체계가 있다.
5) 언어
언어는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된다. 언어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고, 사회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언어는 문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언어와 문화는 긴밀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언어에는 문화적 특성이 있으며, 그것은 문법과 단어 활용, 구문, 의미부여 등에 나타난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도 사회에 따라 다른 언어적인 특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할 경우, 국가와 지역에 따라 영어 활용과 어휘사용 그리고 문법에 차이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인 특성이 언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언어의 특징은 언어를 통해 문화가 축적된다. 인간의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고, 과거의 역사는 현재 사회의 바탕이므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는 언어를 통해 현대에 전달된다.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그 발전과정의 이해도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 집단의 문화형성과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도 언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를 이해하고 복음을 전하는 정확한 도구는 언어이다. 선교는 복음이라는 메시지를 수단 혹은 도구를 사용해 선교지에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언어이고, 언어 외의 다른 도구를 사용할지라도 언어의 도움은 필요하다.
4. 문화의 성격
1) 문화 학습
문화는 학습을 통해 전달된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인간은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서부터 자아실현을 위한 모든 것을 학습한다. 이런 학습 과정은 출생에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에 나타나고, 이런 학습을 통해 문화에 적응하고 그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육성된다. 학습은 의식적인 학습과 무의식적인 학습으로 나누는데 다르게 표현한다면 형식적 교육, 비형식적 교육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형식적 교육은 교육의 목적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진행하는 교육이고 비형식적 교육은 형식적 교육을 벗어난 모든 교육을 말한다.
2) 세대 전수
문화가 존재하기 위해선 문화의 기능과 요소를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화는 현재 만들어진 것이기보다는 이전 세대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문화가 다음 세대에 전수되는 시작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와 가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문화를 배우고, 또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형식적, 비형식적 교육을 통해 전달한다. 이것을 통해 사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사회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이 이루어진다.
종교교육에 있어서, 일본의 신도나 유대교는 형식적 종교교육보다 비형식적 종교교육에 교육에 강조점을 둔다. 그 예로, 신도나 유대교 신자의 기본적인 종교교육은 가족과 함께 지역의 축제와 명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축제나 명절 행사는 종교의 교리 교육과는 다른 교육이며, 이곳에서 신과의 관계, 선민이라는 의식, 죄에 대한 문제 해결, 문화와 사회에서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곧 참가자들의 정체성 교육이 이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3) 문화와 상징
사회는 목적달성을 위해 그 문화 안에서만 인정되는 상징을 사용한다. 상징에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하나로 결집하는 힘이 있고, 사회의 지도자는 상징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용하는 상징은 다양하다. 상징의 대표적인 것은 국기이다. 상징은 물질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에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언어(기호)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곧 언어에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약속임과 동시에 지역, 나이, 혹은 독특한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는 약속도 들어있다. 사회는 언어의 상징 속에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사례-3> 스페인어권에 선교사로 파송된 한 선교사가 2년간 정규언어학습과정을 마치고 수료할 때쯤, 언어학교 선생은 또 다른 언어 선생을 추천해 주었다. 새롭게 추천된 언어 선생은 빈민촌에 사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새로운 언어 선생은 정규 언어 선생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교사는 발견했다. 의사표현 문장의 대부분이 은어, 비속어, 욕으로 구성되어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언어는 인간이 속한 사회의 약속인데 그 청소년의 말에는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가 담겨있었다.
4) 문화의 역동성
문화는 변한다. 문화는 스스로 생성되고 소멸한다. 기술과 통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변하고, 또 사회의 개념도 변한다. 사회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이전 문화는 소멸한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매스미디어, SNS,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 새롭게 형성되는 지식은 세계 모든 문화에 영향을 주어 의식주, 정치, 경제,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III. 선교를 위한 문화이해
1. 선교와 문화의 만남
선교는 문화의 장벽을 넘어가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해외의 도시화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화적인 차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자주 방문하는 해외에서 서구식 식사, 쾌적한 숙소의 환경,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동수단, 영어와 한국어를 통한 대화 등을 경험하며 외국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현지인들이 우리와 문화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라-마르세이유>를 우렁차게 부르기까지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자 마부들은,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도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머리를 잔뜩 뒤로 젖힌 채 군대가 행진하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말들 역시 아까와는 분명 다르게 활기찬 발굽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이 아닌가? <샤를 바라, 『조선기행』.>
선교에 있어서, 문화의 기준은 복음이 필요한 현지인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세상에 오신 것과 같이 선교사는 선교지의 기준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선교사가 현지인에게 다른 문화의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복음을 위해 문화에 자신을 맞추는 일은 선교사의 몫이다.
우리의 일상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있다. 선교지에서 이런 것들은 현지인들이 선교사를 타문화권 사람으로 인식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선교현장에 나타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때는 1884년 1월이었다. 25세의 보아스는 이뉴잇 족의 이동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해안선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물의 색깔에 관한 논문이 있는 물리학에서 지리학과 인류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추운 겨울에 함께 있는 유럽 사람이라곤 한인 한 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사실 이뉴잇 사람이 되었다. 배핀 주민들의 텐트와 이글루에서 함께 잤고 바164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다표범 고기를 먹었으며 개썰매를 타고 돌아다녔다. 그 경험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보아스는 주민들이 뛰어난 기술뿐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세련된 노래, 풍부한 전통과 복잡한 관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극 앞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존엄과 극기를 목격했다. 매트 리틀리, 『본성과 양육』1.
1) 문화의 형성 배경
사회에 따라 문화의 모습은 다르다. 먼저, 문화의 이해를 시작할 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가별 특성이다. 국가는 사회 통제와 이상을 제시하며 문화 형성에 관여한다. 특히 국가를 통치하는 그룹은 공교육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가 통치에 적합한 문화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국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학습 연령의 대부분을 국가가 원하는 삶에 대해 학습하게 하며, 매스미디어를 통해 통치자의 통치 철학에 순응할 것과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할 것을 강조한다.
현대국가는 문화를 틀 짓고 사람들의 생각을 틀 지으려 한다. 국가가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도구는 가공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전반적인 교육체계, 방송체계, 구체제에서 물려받은 막강한 후원능력이 있고 설사 이 모두가 실패한다 해도 억압이라는 정치가 있으니 말이다.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IV』.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국가가 만드는 문화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그 문화에 비판 없이 살아가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정신과 사상은 이런 조작을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의 문화는 많은 부분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 지역의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나는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화는 지리적인 요인, 지역사회의 이슈, 지역의 역사, 국가와의 관계와 같은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지역별로 특색있는 문화가 있다. 전라도 문화, 경상도 문화, 충청도 문화, 경기도 문화, 강원도 문화, 제주도 문화 등과 같이 지역별 문화적 특색은 뚜렷하다. 또 물, 토양, 기후에 따라서도 문화의 차이가 분명하다. 이런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난 문화는 지역사회에 말과 행동, 의복과 주거형태, 음식 등과 같은 것에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
셋째, 각 가정도 독특한 문화의 배경이다. 가정은 과거 씨족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과 함께, 지속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구성원의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의 문화는 가정으로 유입되고 가정문화는 지속적으로 변한다. 예로 가장의 직장문화와 자녀들의 학교문화는 가정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형성된 가정문화는 궁극적으로 구성원 개인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선교지에서 한국인, 한국선교팀이 많이 오는 곳에는 현지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주변의 현지 음식점에선 한글로 된 메뉴판을 보여주며 식사 주문을 받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 그 지역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예이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지를 방문함과 동시에 현지의 문화와 한국문화의 교류가 일어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지의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선교팀은 선교지 문화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교팀으로 인해 선교지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문화라는 껍질 속의 세계관
문화와 세계관에 대한 이해에 로이드 콰스트 이론을 많이 사용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은 문화를 연속된 ‘껍질(Layers)’로 이해한다. 문화의 껍질은 총 4개로 구성되며, 그것은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이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의 핵심은 행동을 통해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다.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 이해는 중립적인 자세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타문화 이해는 자신의 문화적 관점에서 타문화를 보는
것이므로 다른 문화의 행동을 볼 때 객관적으로 그 문화의 행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라는 안경을 통해 다른 문화를 보기 때문에 문화이해에 왜곡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행동 연구를 통한 문화이해에는, 관찰자의 문화(자신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행동을 연구할 때에는, 인간과 그 사회의 ‘동일한 행동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동은 그 문화 안에서 인정되는 선택 기준을 따른다. 그것은 행동에 대한 그 문화의 가치를 반영한다. 곧 행동 안 껍질에는 ‘가치’가 있다. 가치는 무엇이 좋은가?, 유익한가?, 어느 것이 최선인가? 등과 같은 것을 반영한다. 우리는 코를 풀 때 손수건 사용을 장려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손수건에 코를 풀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위생적일까요? 먼지와 쓰레기가 있지만,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그 사람에게 더 위생적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손수건에 코를 푸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문화의 가치가 있다. 가치를 따라 행동이 나타날 때 그 가치의 배경에 ‘신념’이 있다. 신념은 ‘무엇이 참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신념은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에 형성되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돈 리차드슨(Don Richardson)이 이리안자야 사위(Sarwi) 부족에서 선교사역을 할 때, 사위 16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부족이 ‘배반’을 문화의 신념에 두는 것을 발견한다. 이 사위 부족에게 성경의 내용을 소개할 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예수님이 아니라 가룟 유다이다. 그들에게 진리는 온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님이 아니라 그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니며, 마지막 배반을 통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끈기와 치밀함 그리고 인내를 가진 가룟 유다이다. 이런 신념은 직접적으로 종교와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에서 밝히는 문화 핵심은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실재(Real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실재는 신념으로부터 행동에 이르게 한다. 특히 실재는 그 문화의 종교에 영향을 주며, 이것을 통해 일상의 삶을 해석한다. 정령 숭배자들은 실재를 ‘영들이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로 이해하고 있으며, 일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영들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3) 선교지 언어 학습
언어는 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 선교에 있어서 언어를 공부하지 않고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은 없다. 복음이 언어를 통해 전달되기에 선교는 언어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래서 선교지를 방문할 때, 반드시 선교지 언어 공부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로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와 유창한 한국어로 외국인이 말을 걸어올 때를 가정해 본다면 누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는가? 당연하게 우리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일 것이다. 해외 선교지에서 선교지 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고 종이로 된 전도지를 주었을 때 복음이 그 사람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의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복음은 성령의 역사와 말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의 모습을 본다면 선교지에서 언어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행 8:25, 13:49, 15:35~36, 16:23, 19:10, 19:20).
같은 언어를 사용할지라도, 그 언어의 의미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언어의 배경에 문화가 있음을 앞에서 말했다. 동일한 단어이지만 사회에 따라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시편 23편에서 여호와는 ‘목자’로 언급된다. 한국의 문화는, 목자는 양을 기르는 사람으로 이해한다. 양을 위해 헌신하고 양을 사랑하는 존재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목자에 대한 이미지가 세계 각국에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목자는 사회에서 적응이 불가능한 사람, 소일거리로 양이나 가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들에게 ‘여호와는 목자이다’라고 했을 때 하나님은 사회에 적응이 불가능한 분, 인생에 실패하신 분과 같은 이미지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언어에 있어서 그 문화에서 생성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언어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선교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언어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일회성 행사로 선교여행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선교지를 방문하여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선교지 언어를 사용할 많은 곳이 있다. 선교가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의 사역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의 사역으로 정의되고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선교는 타문화권 선교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는 모든 성도가 수행해야 할 궁극적 사명이다.(개정 총회선교신학, 6. 선교와 교회)
2. 타문화 접촉과 문화충격
『파인애플 스토리』에는 네덜란드령 뉴기니에서 사역한 선교사의 실화가 나온다. 파인애플을 먹기 위해 선교사는 임금을 주어 원주민을 고용한다. 고용된 원주민들이 파인애플을 재배하였는데 정작 파인애플이 열렸을 때 원주민들은 밤에 파인애플을 다 수확하므로 선교사는 수년 동안 파인애플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선교사는 원주민들을 파인애플 도둑이라 생각하고,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파인애플 묘목을 심었으므로 자신들이 파인애플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선교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만남에는 문화충격이 발생한다. 문화충격에 대한 대비가 없고 문화충격을 해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문화충격은 스스로 극복되지 않는다. 선교지에 접근한 선교사가 문화충격을 받고 2년 안에 그 충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선교사역 초기에 받은 문화충격은 전체 선교사역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장을 방문할 때 대부분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다.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선교지 문화에 적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지의 문화와 선교팀 사이에 선교팀을 안내하는 선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문화충격은 1954년에 인류학자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가 처음 소개한 것이다. 선교사가 다른 문화에 들어갈 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것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 문화의 예측이나 이해에 적용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혀 온 문화적 지침들이 갑자기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 혼동과 불안, 때로는 좌절,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고 영적인 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이것을 문화충격이라 한다.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에 의하면 선교사가 겪는 문화충격은 4 단계로 진행된다. ➊ 허니문 단계: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출발 전에서 시작하여 도착 후 1-2개월 기간. ➋ 현실적, 공격적 단계: 더 이상 환상은 없고 현실만이 남는다. 선교지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선교지 2-5개월 기간. ➌ 타협과 동화 단계: 타문화를 수용하고, 또 체념한다. 선교지 6개월 이후. ➍ 적응 단계: 적응 수준이 결정되고 이중 문화 활용이 가능해진다. (문화충격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배우자 사망 시 받는 스트레스보다 강도가 크고, 적응단계에 이르기 가지 보편적으로 14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
가 선교팀의 문화충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팀의 안전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문화충격에 취약하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 한국사회가 단일문화권 사회였으므로 타문화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선교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면 문화 차이를 깊이 고려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3. 문화를 존중하는 선교
성서번역 언어학자인 유진 나이다(Eugene A. Nida)가 ‘세 가지 언어 모델’을 처음 제시하였고 이것을 트리니티신학교의 선교신학 교수 헤셀 그레이브(David J. Hesselgrave)가 발전시켜 선교지의 세 가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➊ 성경 문화: 성경의 말씀이 처음 주어진 당시의 문화적 상황이다. ➋ 선교사 자신의 문화: 선교사의 본국 문화이다. ➌ 수용자의 문화: 선교지의 문화이다. 선교사가 이러한 세 가지 문화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가질 때 타문화권 선교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는 성경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은 상태로 수용자 문화에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
선교지에서 복음을 들은 현지인들이 고민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이다.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통해 복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의 관습, 생활양식이 강요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적대시하기도 하고 선교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실 현지인들은 복음이 싫은 것은 아니다. 선교사가 전하는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가 싫은 것이다.
과거 선교사들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고, 선교지의 문화가 비기독교 문화이므로 파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은 가톨릭에 의해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으며, 서양의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과 관련해서는 아시아에서도 개신교 선교사들을 통해 나타났다.
선교사가 선교지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복음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 아니다. 선교지의 문화를 무시하고 정치, 경제, 군사의 힘을 동원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결코 현명한 선교사역은 아니다. 남아시아의 일부 국가가 서구 기독교 국가의 식민지가 되므로 복음을 받아들였지만, 그 국가가 독립한 뒤 많은 현지인이 기독교에서 이전의 종교로 회귀한 사례가 있다.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할 때 복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 바울은 선교를 위해 자기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철저히 버렸다(빌 3:4-9). 그리고 그들을 얻기 위해 그들과 같이 되었다(고전 9:20-21).
히스파니올라섬의 한 인디오 부족 족장 하투에이(Hatuey)가 스페인 정복군에 맞서 저항하다 죽어 간 슬픈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하투에이가 정복군에 집혔을 때 종군 신부는 사형을 집행하기에 앞서 세례를 받고 개종하라고 권고했다. 종군 신부의 말을 들은 그는 이렇게 물었다. "세례를 받게 되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세례를 받으면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고, 죽어서 천국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형이 감해질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물었다. "형이 어떻게 감해지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산 채로 화형당하지 않고 죽은 다음에 화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생각에 잠긴 하투에이는 잠시 후 종군 신부에게 다시 물었다. "나를 죽이려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군인들도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인가? 저들도 모두 천국에 들어가는가?" 이에 종군 신부가 답했다. "물론이다. 저들은 세례를 받은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이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간다." 이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종군 신부에게 잘라 말했다. "저들은 나의 아내와 가족, 형제, 부족을 살해하고 강간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강제로 빼앗아 가고, 우리의 평화로운 마을을 몰살시킨 저 군인들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천국에 들어간다면 나는 결코 저들과 함께 그런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묵묵히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당시 종군 신부들이 로마 교황청에 보낸 선교 보고는 제국주의 선교의 한 면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인디오들을 향해 터지는 저 포탄의 소리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의 소리이며, 인디오들을 향해 쏘는 저 포탄의 화약 냄새는 주님의 제단 위에 드려지는 향기로운 냄새다.”김종성, 『하나님의 선교사 A to Z』IV.
나오는 말
선교는 문화를 통해 진행된다.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의 정의, 기능, 요소, 성격 등을 살펴보았다. 또 선교에 있어서 필요한 문화의 특성도 살펴보았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선교의 효과적인 진행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21세기에 더 강화되는 경계가 있다면 문화적 경계이다. 현대사회의 특성을 논할 때 많이 등장하는 단어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로, 세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화에 속하지 않는 단절된 그룹(사회)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사실,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니며, 그 세계화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 형성 집단이 있다. 그 집단은 집단만의 특수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할 때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가 아닌 그들의 문화를 배경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단일문화 사회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를 단일문화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 그리고 한국사회의 단절된 문화적 패턴을 소유한 그룹(사회)이 있다.
그러므로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회의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 그러므로 세계와 한국 사회에 대한 복음 전파는 각각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 시작해야 하고, 각각의 다른 문화를 소유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타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속한 문화의 옷을 입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회는 항상 그 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주목해야 하며,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사명과 소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I. 들어가는 말
사례-1
1990년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해외 선교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어느 단체의 청년 20여 명이 필리핀을 2주간 여행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필리핀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경험한 모든 것은 새롭고 놀라운 것이었다. 여행 중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친절하였고, 음식도 좋아서, 참가자 중 몇몇 청년들은 선교와 선교사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었다. 팀을 인도한 팀장은 한 번도 선교지를 방문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선교여행을 위한 준비라곤 필리핀어, 영어 찬양 몇 곡을 외우는 것이 전부였다. 필리핀에서 식사할 때 참가자들은 맛있게 먹었고, 선교여행 팀장은 설거지하기도 힘들고, 준비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게 다 먹고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팀장의 말에 참가자 모두는 공감했고 모든 음식을 다 먹었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는 경우에는, 사람을 지명해 다 먹게 했다. 그러나 3일쯤 지났을 때 선교여행팀은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선교여행팀의 식사를 준비한 필리핀인들은 한국 손님들의 남은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데, 한국 손님들이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려 식사를 못 했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은 준비한 음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해 다음 식사에는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했으나 여전히 한국 손님들은 자신들의 식사를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 필리핀인들의 식사 준비 양은 점점 많아졌고, 한국 손님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음식을 준비한 필리핀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순번을 정해 남은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그때까지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의 사정이 선교팀에게 전달된 때는 3일이 지나서였다. 그때부터 한국선교팀은 식사 전 필리핀인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미리 음식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내용은 필리핀 문화와 한국 문화가 다르며, 각자 자기의 문화적 관점에서 상대를 판단할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선교를 준비할 때, 우리는 선교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선교 사역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라도 선교지 문화가 변하지 않고 정지된 문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몇십 년 전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느낀 문화와 그 감정이 현재에도 동일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듣는 선교지 영웅들의 이야기가 이런 사실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선교지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수렵 생활을 하고 외부세계와 격리된 오지 선교지는 거의 없다. 선교지에서는 손도끼 하나의 가격으로 핸드폰을 구매할 수도 있고, 태양광 충전시설로 TV 시청과 인터넷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차이가 있어도 기술의 활용이나 문화가 급격히 변하는 것은 우리와 선교지가 다르지 않다. 선교지의 변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교지의 문화 이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선교는 다양한 문화적 현장 속에서 진행된다.”(개정 총회선교신학, 7. 선교와 문화). 우리가 선교지에 가서 복음을 전할 때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도지와 전도도구를 사용해 한국어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없다. 현지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전도내용을 사용해 복음을 전한다. 현지인이 복음을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인의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 이것이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선교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주님의 명령인 선교에 문화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선교지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선교지에서 선교사의 문화와 선교지의 문화가 만난다. 그 만남에는 성경의 문화, 기독교 국가의 문화, 지구촌의 문화, 지역과 종족의 문화 등 크고 작은 여러 문화가 만난다.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충돌’이 발생한다. 충돌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충돌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 충돌의 영향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문화를 살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일은 해외 선교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지만, 만나는 그들은 독특한 개별문화를 가진 독립된 존재들이다. 한국 사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지만, 개인이 소속된 사회를 본다면 문화의 차이는 뚜렷하다. 지역, 학력, 직업, 지역사회, 생활환경 등과 같은 개인이 소속된 사회의 요소와 그 문화는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타문화권 선교의 시작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 주변은 타문화권 선교지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그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복음을 전한다면 복음을 받은 사람의 감정은 또 다른 제국주의적인 선교의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15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사실, 우리가 선교지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을 벗어버리고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본다면, 우리가 선교지에서 현지인의 문화에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할 때 선교지의 현지인들 역시 우리를 보며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적인 틀을 깨고 타문화와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타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충격을 받기보다는 호감 가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문화 공부는 필요하다.
II. 문화란 무엇인가?
1. 문화의 정의
문화란 첫째, 믿음(하나님이나 실재 혹은 궁극적 의미에 대한 믿음) 둘째, 가치 기준(무엇이 옳고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아름다우며 무엇이 규범적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가치 기준) 셋째, 관습(행동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 말하는 법, 기도하는 법, 옷 입는 법, 일하는 법, 장사하는 법, 농사짓는 법, 먹는 법 등에 관한 학습) 넷째, 이러한 믿음과 가치 기준 그리고 관습 등을 드러내는 제도(정부, 법원, 절이나 교회, 가족, 학교, 병원, 공장, 상점, 조합, 클럽 등의 제도)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체계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동질감과 안정감을 그리고 그 사회에는 권위와 영속성을 부여한다.조종남, 『복음과 문화-복음과 문화에 관한 윌로우뱅크 신학협의회 보고서』
이런 문화의 정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이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 문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이다. 그 사회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식하고 사멸한다. 그래서 문화는 독단적인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 문화가 속한 사회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문화를 정의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적응체계다” _ 매거스(E. J. Magus).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및 기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 총체이다” _ 타일러(E. B. Tylor).•“동일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하는 일, 행동방식, 사고방식, 감정, 사용하는 도구, 가치, 상징의 총체” _ 린드(R. S. Lynd).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표시하는 신념, 태도, 지식, 금기, 가치, 목표의 총체를 기술하는 구성물” _ 어스코비츠(M. J. Herskovits). •“문화란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가치 있는 것을 실현하는 모든 형식과 활동 및 그 결과물들을 통틀어 총체적인 것” _ 노영상. •“문화는 관념과 가치의 통합된 체계 및 이와 연관된 행위의 형태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것을 조직하고 규칙화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의하여 공유된 산물” _ 폴 히버트(Paul G. Hiebert).•“문화란 인간이 연루되고 있는 비생물학적이고 비환경적인 모든 것을 말한다” _ 이광순, 이용원.
B. 문화의 기능
우리가 타문화를 대할 때 처음 보기에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 사회의 오랜 전통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문화라면, 그 문화를 우리의 문화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례-2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 지금까지 ‘화장실’이 없는 부족이 있었다. 용변을 보는 것은 특정한 장소를 정하지 않았고, 용변을 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고 오면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부족이 문명화된 생활을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이 있다는 소식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모두가 불편하게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희소식은 6개월이 안 되어 그 마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숙제를 만들었다. 이들이 사용한 공중화장실이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배설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악취와 해충이 발생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배설물은 물과 함께 온 마을에 흘러 다녔다. 그런데 그 지역은 한 번도 이런 배설물을 처리해 본 경험도 처리할 장소도 없었다. 그들 문화에는 마을 가운데 있는 공중화장실이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가 저급한 문화라고 판단하더라도 그 사회에 가장 적합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생존을 돕는다. 사회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배경은 문화이다. 의식주, 산업생산의 문제, 가정의 형성과 출산, 인간으로 누릴 정신적 만족감, 예술, 오락, 혹은 자아실현 등과 같은 것을 문화가 제공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문화가 제공하는 기능은 점점 더 많아진다. 문화는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무형적, 비물질적인 것도 폭넓게 제공한다.
또 문화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알게 한다. 문화를 이해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에 대한 대가나 그 행동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결과를 알 수 있다. 헌법에서부터 각 기관의 조례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적인 조항들이 있지만, 이것이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별로 적용 가능한 법적인 조항들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그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21세기에는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고, 타인의 활동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신앙을 강요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선교라면, 선교는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활동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타인이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를 준비하며, 선교지 문화의 큰 그림을 보고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3. 문화의 요소
문화에는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있다. 문화의 구성요소는 공통적인 인식과 행동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선교와 관련해 문화의 요소를 살펴본다면, 첫째 종교, 둘째 역사, 셋째 가치체계, 넷째 사회조직, 다섯째 언어이다.
1) 종교
종교는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신에 대한 믿음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와 종족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그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을 따라 발전하며,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일치한다. 그래서 종교 안에는 그 사회가 가진 문화가 들어있다. 그것은 가치, 신념, 세계관, 믿음, 세부적인 행동의 지침 등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같아도, 그 종교가 추구하는 종교적 이상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로 태국의 불교와 한국의 불교는 다른 불교이다. 종교는 사회와 문화의 상위개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위개념으로 존재한다. 많은 종교의 기능은 종교가 속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종교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와 문화 발전을 거부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그 사회와 문화는 종교를 배척한다. 근대에 있어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이다.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은 종교 소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위해 종교의 순기능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지의 종교를 연구하려면, 그 종교가 가진 교리나 이론을 연구하기 이전에 국가 혹은 사회가 추구하는 종교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종교에 대한 정책이 있으며, 그 정책에 따라 각 종교를 지도한다.
2) 역사
역사는 과거의 것을 다루지만 추구하는 것은 현재의 것이다. 과거를 통해, 어떻게 오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역사는 우리에게 제공한다. 역사이해는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것이고, 그 공감은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은 본인의 위치와 미래 사회에 대한 역할을 강요받게 된다.
문화는 역사적인 산물이다. 문화는 자연발생적으로 사회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의 영향으로 문화가 등장한다. 사건은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삶이 변하고, 인식과 판단이 변한다. 곧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고 혹은 어떤 문화적인 요소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에는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는 전환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객관적인 역사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이해에는 주관적인 해석이 따른다. 역사는 문화의 요소이고 문화는 역사를 해석하는 지침이 된다. 예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르다. 이런 현상이 국가와 국가의 차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에서도 역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경제발전, 한국 근대사회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등의 역사를 해석함에는 대립되는 이해가 등장한다. 이처럼 역사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이해가 변한다. 또 해석된 역사는 그 사회의 유지를 위한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3) 가치체계
한 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그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성취하려는 목표나 행동도 다양하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은 사회 통합을 위한 체계를 요구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의 목표달성을 위해, 그리고 그 행동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치체계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 사회와 문화는 안정된다. 그래서 가치체계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생활방식의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가치체계에는 사회가 추구하는 규범과 사회 구성원이 속한 상황에 대한 행동규범이 존재한다.
모든 사회가 공통의 가치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여성의 지위,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인권문제, 타국인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것에는 각 사회가 유지하고자 하는 다른 가치체계가 있다. 또 목적달성에 있어서, 과거 한국 사회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이 가족, 가문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것을 통해 집단이 안정된다면 궁극적으로 개인도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직장에 다니는 가장은 가정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하여 행동하고, 직장, 조직,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문화는 이런 가치체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구문화에선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집단의 목적달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는 가치체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두가 동등한 인격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으로 개인의 특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한다.
4. 사회조직
사회조직은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이다.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직장, 학교, 마을 단위의 공동체, 지역 행정단체, 정부 등에 이르고, 그 외의 다양한 조직들도 있다. 이런 사회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구성원들의 생활과 생존의 ‘상호 필요성’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사회를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진다. 의식주 문제에서부터 행복 추구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생존은 사회조직과 그 구성원 모두의 긴밀한 관계에 연결된다. 개인은 사회조직의 구성원으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사회조직은 생존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본적인 규율을 만들고 그 규율을 통해 운영된다.
사회조직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회조직 안에서 유대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모든 사회가 동일한 사회조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 문화의 특성은 사회조직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가정에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도 있다. 국가의 통치체제에는 왕정국가나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등과 같은 다양한 정치체계가 있다.
5) 언어
언어는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된다. 언어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고, 사회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언어는 문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언어와 문화는 긴밀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언어에는 문화적 특성이 있으며, 그것은 문법과 단어 활용, 구문, 의미부여 등에 나타난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도 사회에 따라 다른 언어적인 특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할 경우, 국가와 지역에 따라 영어 활용과 어휘사용 그리고 문법에 차이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인 특성이 언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언어의 특징은 언어를 통해 문화가 축적된다. 인간의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고, 과거의 역사는 현재 사회의 바탕이므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는 언어를 통해 현대에 전달된다.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그 발전과정의 이해도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 집단의 문화형성과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도 언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를 이해하고 복음을 전하는 정확한 도구는 언어이다. 선교는 복음이라는 메시지를 수단 혹은 도구를 사용해 선교지에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언어이고, 언어 외의 다른 도구를 사용할지라도 언어의 도움은 필요하다.
4. 문화의 성격
1) 문화 학습
문화는 학습을 통해 전달된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인간은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서부터 자아실현을 위한 모든 것을 학습한다. 이런 학습 과정은 출생에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에 나타나고, 이런 학습을 통해 문화에 적응하고 그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육성된다. 학습은 의식적인 학습과 무의식적인 학습으로 나누는데 다르게 표현한다면 형식적 교육, 비형식적 교육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형식적 교육은 교육의 목적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진행하는 교육이고 비형식적 교육은 형식적 교육을 벗어난 모든 교육을 말한다.
2) 세대 전수
문화가 존재하기 위해선 문화의 기능과 요소를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화는 현재 만들어진 것이기보다는 이전 세대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문화가 다음 세대에 전수되는 시작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와 가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문화를 배우고, 또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형식적, 비형식적 교육을 통해 전달한다. 이것을 통해 사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사회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이 이루어진다.
종교교육에 있어서, 일본의 신도나 유대교는 형식적 종교교육보다 비형식적 종교교육에 교육에 강조점을 둔다. 그 예로, 신도나 유대교 신자의 기본적인 종교교육은 가족과 함께 지역의 축제와 명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축제나 명절 행사는 종교의 교리 교육과는 다른 교육이며, 이곳에서 신과의 관계, 선민이라는 의식, 죄에 대한 문제 해결, 문화와 사회에서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곧 참가자들의 정체성 교육이 이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3) 문화와 상징
사회는 목적달성을 위해 그 문화 안에서만 인정되는 상징을 사용한다. 상징에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하나로 결집하는 힘이 있고, 사회의 지도자는 상징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용하는 상징은 다양하다. 상징의 대표적인 것은 국기이다. 상징은 물질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에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언어(기호)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곧 언어에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약속임과 동시에 지역, 나이, 혹은 독특한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는 약속도 들어있다. 사회는 언어의 상징 속에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사례-3> 스페인어권에 선교사로 파송된 한 선교사가 2년간 정규언어학습과정을 마치고 수료할 때쯤, 언어학교 선생은 또 다른 언어 선생을 추천해 주었다. 새롭게 추천된 언어 선생은 빈민촌에 사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새로운 언어 선생은 정규 언어 선생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교사는 발견했다. 의사표현 문장의 대부분이 은어, 비속어, 욕으로 구성되어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언어는 인간이 속한 사회의 약속인데 그 청소년의 말에는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가 담겨있었다.
4) 문화의 역동성
문화는 변한다. 문화는 스스로 생성되고 소멸한다. 기술과 통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변하고, 또 사회의 개념도 변한다. 사회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이전 문화는 소멸한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매스미디어, SNS,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 새롭게 형성되는 지식은 세계 모든 문화에 영향을 주어 의식주, 정치, 경제,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III. 선교를 위한 문화이해
1. 선교와 문화의 만남
선교는 문화의 장벽을 넘어가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해외의 도시화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화적인 차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자주 방문하는 해외에서 서구식 식사, 쾌적한 숙소의 환경,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동수단, 영어와 한국어를 통한 대화 등을 경험하며 외국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현지인들이 우리와 문화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라-마르세이유>를 우렁차게 부르기까지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자 마부들은,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도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머리를 잔뜩 뒤로 젖힌 채 군대가 행진하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말들 역시 아까와는 분명 다르게 활기찬 발굽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이 아닌가? <샤를 바라, 『조선기행』.>
선교에 있어서, 문화의 기준은 복음이 필요한 현지인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세상에 오신 것과 같이 선교사는 선교지의 기준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선교사가 현지인에게 다른 문화의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복음을 위해 문화에 자신을 맞추는 일은 선교사의 몫이다.
우리의 일상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있다. 선교지에서 이런 것들은 현지인들이 선교사를 타문화권 사람으로 인식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선교현장에 나타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때는 1884년 1월이었다. 25세의 보아스는 이뉴잇 족의 이동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해안선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물의 색깔에 관한 논문이 있는 물리학에서 지리학과 인류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추운 겨울에 함께 있는 유럽 사람이라곤 한인 한 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사실 이뉴잇 사람이 되었다. 배핀 주민들의 텐트와 이글루에서 함께 잤고 바164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다표범 고기를 먹었으며 개썰매를 타고 돌아다녔다. 그 경험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보아스는 주민들이 뛰어난 기술뿐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세련된 노래, 풍부한 전통과 복잡한 관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극 앞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존엄과 극기를 목격했다. 매트 리틀리, 『본성과 양육』1.
1) 문화의 형성 배경
사회에 따라 문화의 모습은 다르다. 먼저, 문화의 이해를 시작할 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가별 특성이다. 국가는 사회 통제와 이상을 제시하며 문화 형성에 관여한다. 특히 국가를 통치하는 그룹은 공교육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가 통치에 적합한 문화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국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학습 연령의 대부분을 국가가 원하는 삶에 대해 학습하게 하며, 매스미디어를 통해 통치자의 통치 철학에 순응할 것과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할 것을 강조한다.
현대국가는 문화를 틀 짓고 사람들의 생각을 틀 지으려 한다. 국가가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도구는 가공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전반적인 교육체계, 방송체계, 구체제에서 물려받은 막강한 후원능력이 있고 설사 이 모두가 실패한다 해도 억압이라는 정치가 있으니 말이다.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IV』.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국가가 만드는 문화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그 문화에 비판 없이 살아가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정신과 사상은 이런 조작을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의 문화는 많은 부분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 지역의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나는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화는 지리적인 요인, 지역사회의 이슈, 지역의 역사, 국가와의 관계와 같은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지역별로 특색있는 문화가 있다. 전라도 문화, 경상도 문화, 충청도 문화, 경기도 문화, 강원도 문화, 제주도 문화 등과 같이 지역별 문화적 특색은 뚜렷하다. 또 물, 토양, 기후에 따라서도 문화의 차이가 분명하다. 이런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난 문화는 지역사회에 말과 행동, 의복과 주거형태, 음식 등과 같은 것에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
셋째, 각 가정도 독특한 문화의 배경이다. 가정은 과거 씨족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과 함께, 지속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구성원의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의 문화는 가정으로 유입되고 가정문화는 지속적으로 변한다. 예로 가장의 직장문화와 자녀들의 학교문화는 가정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형성된 가정문화는 궁극적으로 구성원 개인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선교지에서 한국인, 한국선교팀이 많이 오는 곳에는 현지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주변의 현지 음식점에선 한글로 된 메뉴판을 보여주며 식사 주문을 받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 그 지역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예이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지를 방문함과 동시에 현지의 문화와 한국문화의 교류가 일어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지의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선교팀은 선교지 문화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교팀으로 인해 선교지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문화라는 껍질 속의 세계관
문화와 세계관에 대한 이해에 로이드 콰스트 이론을 많이 사용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은 문화를 연속된 ‘껍질(Layers)’로 이해한다. 문화의 껍질은 총 4개로 구성되며, 그것은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이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의 핵심은 행동을 통해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다.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 이해는 중립적인 자세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타문화 이해는 자신의 문화적 관점에서 타문화를 보는
것이므로 다른 문화의 행동을 볼 때 객관적으로 그 문화의 행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라는 안경을 통해 다른 문화를 보기 때문에 문화이해에 왜곡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행동 연구를 통한 문화이해에는, 관찰자의 문화(자신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행동을 연구할 때에는, 인간과 그 사회의 ‘동일한 행동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동은 그 문화 안에서 인정되는 선택 기준을 따른다. 그것은 행동에 대한 그 문화의 가치를 반영한다. 곧 행동 안 껍질에는 ‘가치’가 있다. 가치는 무엇이 좋은가?, 유익한가?, 어느 것이 최선인가? 등과 같은 것을 반영한다. 우리는 코를 풀 때 손수건 사용을 장려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손수건에 코를 풀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위생적일까요? 먼지와 쓰레기가 있지만,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그 사람에게 더 위생적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손수건에 코를 푸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문화의 가치가 있다. 가치를 따라 행동이 나타날 때 그 가치의 배경에 ‘신념’이 있다. 신념은 ‘무엇이 참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신념은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에 형성되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돈 리차드슨(Don Richardson)이 이리안자야 사위(Sarwi) 부족에서 선교사역을 할 때, 사위 16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부족이 ‘배반’을 문화의 신념에 두는 것을 발견한다. 이 사위 부족에게 성경의 내용을 소개할 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예수님이 아니라 가룟 유다이다. 그들에게 진리는 온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님이 아니라 그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니며, 마지막 배반을 통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끈기와 치밀함 그리고 인내를 가진 가룟 유다이다. 이런 신념은 직접적으로 종교와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에서 밝히는 문화 핵심은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실재(Real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실재는 신념으로부터 행동에 이르게 한다. 특히 실재는 그 문화의 종교에 영향을 주며, 이것을 통해 일상의 삶을 해석한다. 정령 숭배자들은 실재를 ‘영들이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로 이해하고 있으며, 일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영들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3) 선교지 언어 학습
언어는 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 선교에 있어서 언어를 공부하지 않고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은 없다. 복음이 언어를 통해 전달되기에 선교는 언어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래서 선교지를 방문할 때, 반드시 선교지 언어 공부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로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와 유창한 한국어로 외국인이 말을 걸어올 때를 가정해 본다면 누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는가? 당연하게 우리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일 것이다. 해외 선교지에서 선교지 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고 종이로 된 전도지를 주었을 때 복음이 그 사람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의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복음은 성령의 역사와 말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의 모습을 본다면 선교지에서 언어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행 8:25, 13:49, 15:35~36, 16:23, 19:10, 19:20).
같은 언어를 사용할지라도, 그 언어의 의미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언어의 배경에 문화가 있음을 앞에서 말했다. 동일한 단어이지만 사회에 따라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시편 23편에서 여호와는 ‘목자’로 언급된다. 한국의 문화는, 목자는 양을 기르는 사람으로 이해한다. 양을 위해 헌신하고 양을 사랑하는 존재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목자에 대한 이미지가 세계 각국에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목자는 사회에서 적응이 불가능한 사람, 소일거리로 양이나 가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들에게 ‘여호와는 목자이다’라고 했을 때 하나님은 사회에 적응이 불가능한 분, 인생에 실패하신 분과 같은 이미지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언어에 있어서 그 문화에서 생성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언어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선교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언어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일회성 행사로 선교여행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선교지를 방문하여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선교지 언어를 사용할 많은 곳이 있다. 선교가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의 사역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의 사역으로 정의되고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선교는 타문화권 선교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는 모든 성도가 수행해야 할 궁극적 사명이다.(개정 총회선교신학, 6. 선교와 교회)
2. 타문화 접촉과 문화충격
『파인애플 스토리』에는 네덜란드령 뉴기니에서 사역한 선교사의 실화가 나온다. 파인애플을 먹기 위해 선교사는 임금을 주어 원주민을 고용한다. 고용된 원주민들이 파인애플을 재배하였는데 정작 파인애플이 열렸을 때 원주민들은 밤에 파인애플을 다 수확하므로 선교사는 수년 동안 파인애플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선교사는 원주민들을 파인애플 도둑이라 생각하고,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파인애플 묘목을 심었으므로 자신들이 파인애플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선교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만남에는 문화충격이 발생한다. 문화충격에 대한 대비가 없고 문화충격을 해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문화충격은 스스로 극복되지 않는다. 선교지에 접근한 선교사가 문화충격을 받고 2년 안에 그 충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선교사역 초기에 받은 문화충격은 전체 선교사역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장을 방문할 때 대부분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다.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선교지 문화에 적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지의 문화와 선교팀 사이에 선교팀을 안내하는 선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문화충격은 1954년에 인류학자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가 처음 소개한 것이다. 선교사가 다른 문화에 들어갈 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것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 문화의 예측이나 이해에 적용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혀 온 문화적 지침들이 갑자기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 혼동과 불안, 때로는 좌절,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고 영적인 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이것을 문화충격이라 한다.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에 의하면 선교사가 겪는 문화충격은 4 단계로 진행된다. ➊ 허니문 단계: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출발 전에서 시작하여 도착 후 1-2개월 기간. ➋ 현실적, 공격적 단계: 더 이상 환상은 없고 현실만이 남는다. 선교지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선교지 2-5개월 기간. ➌ 타협과 동화 단계: 타문화를 수용하고, 또 체념한다. 선교지 6개월 이후. ➍ 적응 단계: 적응 수준이 결정되고 이중 문화 활용이 가능해진다. (문화충격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배우자 사망 시 받는 스트레스보다 강도가 크고, 적응단계에 이르기 가지 보편적으로 14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
가 선교팀의 문화충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팀의 안전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문화충격에 취약하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 한국사회가 단일문화권 사회였으므로 타문화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선교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면 문화 차이를 깊이 고려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3. 문화를 존중하는 선교
성서번역 언어학자인 유진 나이다(Eugene A. Nida)가 ‘세 가지 언어 모델’을 처음 제시하였고 이것을 트리니티신학교의 선교신학 교수 헤셀 그레이브(David J. Hesselgrave)가 발전시켜 선교지의 세 가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➊ 성경 문화: 성경의 말씀이 처음 주어진 당시의 문화적 상황이다. ➋ 선교사 자신의 문화: 선교사의 본국 문화이다. ➌ 수용자의 문화: 선교지의 문화이다. 선교사가 이러한 세 가지 문화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가질 때 타문화권 선교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는 성경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은 상태로 수용자 문화에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
선교지에서 복음을 들은 현지인들이 고민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이다.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통해 복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의 관습, 생활양식이 강요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적대시하기도 하고 선교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실 현지인들은 복음이 싫은 것은 아니다. 선교사가 전하는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가 싫은 것이다.
과거 선교사들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고, 선교지의 문화가 비기독교 문화이므로 파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은 가톨릭에 의해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으며, 서양의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과 관련해서는 아시아에서도 개신교 선교사들을 통해 나타났다.
선교사가 선교지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복음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 아니다. 선교지의 문화를 무시하고 정치, 경제, 군사의 힘을 동원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결코 현명한 선교사역은 아니다. 남아시아의 일부 국가가 서구 기독교 국가의 식민지가 되므로 복음을 받아들였지만, 그 국가가 독립한 뒤 많은 현지인이 기독교에서 이전의 종교로 회귀한 사례가 있다.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할 때 복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 바울은 선교를 위해 자기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철저히 버렸다(빌 3:4-9). 그리고 그들을 얻기 위해 그들과 같이 되었다(고전 9:20-21).
히스파니올라섬의 한 인디오 부족 족장 하투에이(Hatuey)가 스페인 정복군에 맞서 저항하다 죽어 간 슬픈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하투에이가 정복군에 집혔을 때 종군 신부는 사형을 집행하기에 앞서 세례를 받고 개종하라고 권고했다. 종군 신부의 말을 들은 그는 이렇게 물었다. "세례를 받게 되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세례를 받으면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고, 죽어서 천국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형이 감해질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물었다. "형이 어떻게 감해지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산 채로 화형당하지 않고 죽은 다음에 화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생각에 잠긴 하투에이는 잠시 후 종군 신부에게 다시 물었다. "나를 죽이려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군인들도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인가? 저들도 모두 천국에 들어가는가?" 이에 종군 신부가 답했다. "물론이다. 저들은 세례를 받은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이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간다." 이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종군 신부에게 잘라 말했다. "저들은 나의 아내와 가족, 형제, 부족을 살해하고 강간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강제로 빼앗아 가고, 우리의 평화로운 마을을 몰살시킨 저 군인들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천국에 들어간다면 나는 결코 저들과 함께 그런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묵묵히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당시 종군 신부들이 로마 교황청에 보낸 선교 보고는 제국주의 선교의 한 면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인디오들을 향해 터지는 저 포탄의 소리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의 소리이며, 인디오들을 향해 쏘는 저 포탄의 화약 냄새는 주님의 제단 위에 드려지는 향기로운 냄새다.”김종성, 『하나님의 선교사 A to Z』IV.
나오는 말
선교는 문화를 통해 진행된다.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의 정의, 기능, 요소, 성격 등을 살펴보았다. 또 선교에 있어서 필요한 문화의 특성도 살펴보았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선교의 효과적인 진행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21세기에 더 강화되는 경계가 있다면 문화적 경계이다. 현대사회의 특성을 논할 때 많이 등장하는 단어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로, 세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화에 속하지 않는 단절된 그룹(사회)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사실,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니며, 그 세계화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 형성 집단이 있다. 그 집단은 집단만의 특수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할 때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가 아닌 그들의 문화를 배경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단일문화 사회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를 단일문화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 그리고 한국사회의 단절된 문화적 패턴을 소유한 그룹(사회)이 있다.
그러므로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회의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 그러므로 세계와 한국 사회에 대한 복음 전파는 각각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 시작해야 하고, 각각의 다른 문화를 소유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타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속한 문화의 옷을 입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회는 항상 그 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주목해야 하며,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사명과 소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I. 들어가는 말
사례-1
1990년대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해외 선교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어느 단체의 청년 20여 명이 필리핀을 2주간 여행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다. 필리핀 여러 지역을 방문하면서 경험한 모든 것은 새롭고 놀라운 것이었다. 여행 중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친절하였고, 음식도 좋아서, 참가자 중 몇몇 청년들은 선교와 선교사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었다. 팀을 인도한 팀장은 한 번도 선교지를 방문한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선교여행을 위한 준비라곤 필리핀어, 영어 찬양 몇 곡을 외우는 것이 전부였다. 필리핀에서 식사할 때 참가자들은 맛있게 먹었고, 선교여행 팀장은 설거지하기도 힘들고, 준비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게 다 먹고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팀장의 말에 참가자 모두는 공감했고 모든 음식을 다 먹었다.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는 경우에는, 사람을 지명해 다 먹게 했다. 그러나 3일쯤 지났을 때 선교여행팀은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선교여행팀의 식사를 준비한 필리핀인들은 한국 손님들의 남은 음식으로 식사를 하는데, 한국 손님들이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려 식사를 못 했다는 것이었다.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은 준비한 음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해 다음 식사에는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했으나 여전히 한국 손님들은 자신들의 식사를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 필리핀인들의 식사 준비 양은 점점 많아졌고, 한국 손님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음식을 준비한 필리핀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순번을 정해 남은 음식을 다 먹어버렸다. 그때까지 식사를 못한 필리핀인들의 사정이 선교팀에게 전달된 때는 3일이 지나서였다. 그때부터 한국선교팀은 식사 전 필리핀인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미리 음식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내용은 필리핀 문화와 한국 문화가 다르며, 각자 자기의 문화적 관점에서 상대를 판단할 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선교를 준비할 때, 우리는 선교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선교 사역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선교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라도 선교지 문화가 변하지 않고 정지된 문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몇십 년 전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느낀 문화와 그 감정이 현재에도 동일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듣는 선교지 영웅들의 이야기가 이런 사실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선교지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수렵 생활을 하고 외부세계와 격리된 오지 선교지는 거의 없다. 선교지에서는 손도끼 하나의 가격으로 핸드폰을 구매할 수도 있고, 태양광 충전시설로 TV 시청과 인터넷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차이가 있어도 기술의 활용이나 문화가 급격히 변하는 것은 우리와 선교지가 다르지 않다. 선교지의 변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교지의 문화 이해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선교는 다양한 문화적 현장 속에서 진행된다.”(개정 총회선교신학, 7. 선교와 문화). 우리가 선교지에 가서 복음을 전할 때 한국에서 사용하는 전도지와 전도도구를 사용해 한국어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없다. 현지인이 사용하는 언어와 전도내용을 사용해 복음을 전한다. 현지인이 복음을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현지인의 문화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 이것이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선교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주님의 명령인 선교에 문화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선교지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선교지에서 선교사의 문화와 선교지의 문화가 만난다. 그 만남에는 성경의 문화, 기독교 국가의 문화, 지구촌의 문화, 지역과 종족의 문화 등 크고 작은 여러 문화가 만난다.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충돌’이 발생한다. 충돌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충돌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 충돌의 영향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문화를 살피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일은 해외 선교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지만, 만나는 그들은 독특한 개별문화를 가진 독립된 존재들이다. 한국 사회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지만, 개인이 소속된 사회를 본다면 문화의 차이는 뚜렷하다. 지역, 학력, 직업, 지역사회, 생활환경 등과 같은 개인이 소속된 사회의 요소와 그 문화는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있고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일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과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타문화권 선교의 시작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 주변은 타문화권 선교지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그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복음을 전한다면 복음을 받은 사람의 감정은 또 다른 제국주의적인 선교의 모습을 느끼게 될 것이다.15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사실, 우리가 선교지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을 벗어버리고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속한 문화의 관점에서 타문화, 타인의 문화를 본다면, 우리가 선교지에서 현지인의 문화에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할 때 선교지의 현지인들 역시 우리를 보며 놀라움과 충격을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문화적인 틀을 깨고 타문화와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혹은 타문화권의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충격을 받기보다는 호감 가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문화 공부는 필요하다.
II. 문화란 무엇인가?
1. 문화의 정의
문화란 첫째, 믿음(하나님이나 실재 혹은 궁극적 의미에 대한 믿음) 둘째, 가치 기준(무엇이 옳고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아름다우며 무엇이 규범적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가치 기준) 셋째, 관습(행동하는 법,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 말하는 법, 기도하는 법, 옷 입는 법, 일하는 법, 장사하는 법, 농사짓는 법, 먹는 법 등에 관한 학습) 넷째, 이러한 믿음과 가치 기준 그리고 관습 등을 드러내는 제도(정부, 법원, 절이나 교회, 가족, 학교, 병원, 공장, 상점, 조합, 클럽 등의 제도)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체계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동질감과 안정감을 그리고 그 사회에는 권위와 영속성을 부여한다.조종남, 『복음과 문화-복음과 문화에 관한 윌로우뱅크 신학협의회 보고서』
이런 문화의 정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사회성’이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 문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이다. 그 사회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식하고 사멸한다. 그래서 문화는 독단적인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그 문화가 속한 사회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문화를 정의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문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적응체계다” _ 매거스(E. J. Magus). •“문화란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및 기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 총체이다” _ 타일러(E. B. Tylor).•“동일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하는 일, 행동방식, 사고방식, 감정, 사용하는 도구, 가치, 상징의 총체” _ 린드(R. S. Lynd).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표시하는 신념, 태도, 지식, 금기, 가치, 목표의 총체를 기술하는 구성물” _ 어스코비츠(M. J. Herskovits). •“문화란 사람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가치 있는 것을 실현하는 모든 형식과 활동 및 그 결과물들을 통틀어 총체적인 것” _ 노영상. •“문화는 관념과 가치의 통합된 체계 및 이와 연관된 행위의 형태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는 것을 조직하고 규칙화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의하여 공유된 산물” _ 폴 히버트(Paul G. Hiebert).•“문화란 인간이 연루되고 있는 비생물학적이고 비환경적인 모든 것을 말한다” _ 이광순, 이용원.
B. 문화의 기능
우리가 타문화를 대할 때 처음 보기에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 사회의 오랜 전통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문화라면, 그 문화를 우리의 문화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례-2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에 지금까지 ‘화장실’이 없는 부족이 있었다. 용변을 보는 것은 특정한 장소를 정하지 않았고, 용변을 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고 오면 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외국인들은 부족이 문명화된 생활을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자신들의 힘으로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마을 가운데 공중화장실이 있다는 소식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다. 모두가 불편하게 숲으로 가서 용변을 보지 않아도 되었고,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희소식은 6개월이 안 되어 그 마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큰 숙제를 만들었다. 이들이 사용한 공중화장실이 더 이상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배설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악취와 해충이 발생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배설물은 물과 함께 온 마을에 흘러 다녔다. 그런데 그 지역은 한 번도 이런 배설물을 처리해 본 경험도 처리할 장소도 없었다. 그들 문화에는 마을 가운데 있는 공중화장실이 적합하지 않았다.
우리가 저급한 문화라고 판단하더라도 그 사회에 가장 적합한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생존을 돕는다. 사회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배경은 문화이다. 의식주, 산업생산의 문제, 가정의 형성과 출산, 인간으로 누릴 정신적 만족감, 예술, 오락, 혹은 자아실현 등과 같은 것을 문화가 제공한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문화가 제공하는 기능은 점점 더 많아진다. 문화는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것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 무형적, 비물질적인 것도 폭넓게 제공한다.
또 문화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알게 한다. 문화를 이해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에 대한 대가나 그 행동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결과를 알 수 있다. 헌법에서부터 각 기관의 조례에 이르기까지 많은 법적인 조항들이 있지만, 이것이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건별로 적용 가능한 법적인 조항들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그 문화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21세기에는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고, 타인의 활동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지 않는 종교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신앙을 강요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선교라면, 선교는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활동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타인이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선교를 준비하며, 선교지 문화의 큰 그림을 보고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
3. 문화의 요소
문화에는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있다. 문화의 구성요소는 공통적인 인식과 행동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선교와 관련해 문화의 요소를 살펴본다면, 첫째 종교, 둘째 역사, 셋째 가치체계, 넷째 사회조직, 다섯째 언어이다.
1) 종교
종교는 인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신에 대한 믿음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와 종족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그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을 따라 발전하며,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과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일치한다. 그래서 종교 안에는 그 사회가 가진 문화가 들어있다. 그것은 가치, 신념, 세계관, 믿음, 세부적인 행동의 지침 등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종교가 같아도, 그 종교가 추구하는 종교적 이상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로 태국의 불교와 한국의 불교는 다른 불교이다. 종교는 사회와 문화의 상위개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위개념으로 존재한다. 많은 종교의 기능은 종교가 속한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종교가 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상실하고 사회와 문화 발전을 거부하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그 사회와 문화는 종교를 배척한다. 근대에 있어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이다. 공산주의의 종교탄압은 종교 소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위해 종교의 순기능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지의 종교를 연구하려면, 그 종교가 가진 교리나 이론을 연구하기 이전에 국가 혹은 사회가 추구하는 종교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종교에 대한 정책이 있으며, 그 정책에 따라 각 종교를 지도한다.
2) 역사
역사는 과거의 것을 다루지만 추구하는 것은 현재의 것이다. 과거를 통해, 어떻게 오늘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역사는 우리에게 제공한다. 역사이해는 사회 구성원이 공감하는 것이고, 그 공감은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키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은 본인의 위치와 미래 사회에 대한 역할을 강요받게 된다.
문화는 역사적인 산물이다. 문화는 자연발생적으로 사회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의 영향으로 문화가 등장한다. 사건은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 삶이 변하고, 인식과 판단이 변한다. 곧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하고 혹은 어떤 문화적인 요소가 강조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에는 문화의 변화가 일어나는 전환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객관적인 역사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이해에는 주관적인 해석이 따른다. 역사는 문화의 요소이고 문화는 역사를 해석하는 지침이 된다. 예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해석은 다르다. 이런 현상이 국가와 국가의 차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에서도 역사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사회의 근대화와 경제발전, 한국 근대사회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등의 역사를 해석함에는 대립되는 이해가 등장한다. 이처럼 역사는 사회의 특성에 따라 이해가 변한다. 또 해석된 역사는 그 사회의 유지를 위한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3) 가치체계
한 사회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그 구성원들이 사회에서 성취하려는 목표나 행동도 다양하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은 사회 통합을 위한 체계를 요구한다. 사회 구성원 각자의 목표달성을 위해, 그리고 그 행동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치체계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것을 통해 사회와 문화는 안정된다. 그래서 가치체계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생활방식의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가치체계에는 사회가 추구하는 규범과 사회 구성원이 속한 상황에 대한 행동규범이 존재한다.
모든 사회가 공통의 가치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여성의 지위,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인권문제, 타국인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것에는 각 사회가 유지하고자 하는 다른 가치체계가 있다. 또 목적달성에 있어서, 과거 한국 사회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개인이 가족, 가문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것을 통해 집단이 안정된다면 궁극적으로 개인도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직장에 다니는 가장은 가정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하여 행동하고, 직장, 조직, 사회의 발전을 위해 가정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구문화는 이런 가치체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구문화에선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집단의 목적달성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는 가치체계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두가 동등한 인격과 가치를 가지고 있음으로 개인의 특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추구한다.
4. 사회조직
사회조직은 사회를 구성하는 단위이다.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직장, 학교, 마을 단위의 공동체, 지역 행정단체, 정부 등에 이르고, 그 외의 다양한 조직들도 있다. 이런 사회조직이 필요한 이유는 구성원들의 생활과 생존의 ‘상호 필요성’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사회를 벗어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진다. 의식주 문제에서부터 행복 추구에 이르기까지 생활과 생존은 사회조직과 그 구성원 모두의 긴밀한 관계에 연결된다. 개인은 사회조직의 구성원으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사회조직은 생존과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본적인 규율을 만들고 그 규율을 통해 운영된다.
사회조직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회조직 안에서 유대를 강화하고, 개인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모든 사회가 동일한 사회조직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 문화의 특성은 사회조직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가정에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도 있다. 국가의 통치체제에는 왕정국가나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등과 같은 다양한 정치체계가 있다.
5) 언어
언어는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된다. 언어는 인간 사회를 유지하고, 사회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언어는 문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언어와 문화는 긴밀하게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언어에는 문화적 특성이 있으며, 그것은 문법과 단어 활용, 구문, 의미부여 등에 나타난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도 사회에 따라 다른 언어적인 특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할 경우, 국가와 지역에 따라 영어 활용과 어휘사용 그리고 문법에 차이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인 특성이 언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요한 언어의 특징은 언어를 통해 문화가 축적된다. 인간의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고, 과거의 역사는 현재 사회의 바탕이므로 과거의 역사와 문화는 언어를 통해 현대에 전달된다. 사회가 추구하는 목적과 그 발전과정의 이해도 언어를 통해 전달된다. 집단의 문화형성과 개인의 사회화 과정에도 언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를 이해하고 복음을 전하는 정확한 도구는 언어이다. 선교는 복음이라는 메시지를 수단 혹은 도구를 사용해 선교지에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도구는 언어이고, 언어 외의 다른 도구를 사용할지라도 언어의 도움은 필요하다.
4. 문화의 성격
1) 문화 학습
문화는 학습을 통해 전달된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인간은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에서부터 자아실현을 위한 모든 것을 학습한다. 이런 학습 과정은 출생에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에 나타나고, 이런 학습을 통해 문화에 적응하고 그 문화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육성된다. 학습은 의식적인 학습과 무의식적인 학습으로 나누는데 다르게 표현한다면 형식적 교육, 비형식적 교육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형식적 교육은 교육의 목적달성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에서 진행하는 교육이고 비형식적 교육은 형식적 교육을 벗어난 모든 교육을 말한다.
2) 세대 전수
문화가 존재하기 위해선 문화의 기능과 요소를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한다.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문화는 현재 만들어진 것이기보다는 이전 세대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문화가 다음 세대에 전수되는 시작은 가정에서 일어난다.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와 가족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문화를 배우고, 또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형식적, 비형식적 교육을 통해 전달한다. 이것을 통해 사회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사회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이 이루어진다.
종교교육에 있어서, 일본의 신도나 유대교는 형식적 종교교육보다 비형식적 종교교육에 교육에 강조점을 둔다. 그 예로, 신도나 유대교 신자의 기본적인 종교교육은 가족과 함께 지역의 축제와 명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축제나 명절 행사는 종교의 교리 교육과는 다른 교육이며, 이곳에서 신과의 관계, 선민이라는 의식, 죄에 대한 문제 해결, 문화와 사회에서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을 배운다. 곧 참가자들의 정체성 교육이 이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3) 문화와 상징
사회는 목적달성을 위해 그 문화 안에서만 인정되는 상징을 사용한다. 상징에는 사회 구성원 전체를 하나로 결집하는 힘이 있고, 사회의 지도자는 상징을 통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용하는 상징은 다양하다. 상징의 대표적인 것은 국기이다. 상징은 물질적인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것에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언어(기호)이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곧 언어에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약속임과 동시에 지역, 나이, 혹은 독특한 사회공동체가 공유하는 약속도 들어있다. 사회는 언어의 상징 속에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사례-3> 스페인어권에 선교사로 파송된 한 선교사가 2년간 정규언어학습과정을 마치고 수료할 때쯤, 언어학교 선생은 또 다른 언어 선생을 추천해 주었다. 새롭게 추천된 언어 선생은 빈민촌에 사는 10대 청소년이었다. 새로운 언어 선생은 정규 언어 선생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교사는 발견했다. 의사표현 문장의 대부분이 은어, 비속어, 욕으로 구성되어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언어는 인간이 속한 사회의 약속인데 그 청소년의 말에는 그가 속한 사회의 문화가 담겨있었다.
4) 문화의 역동성
문화는 변한다. 문화는 스스로 생성되고 소멸한다. 기술과 통신의 발전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변하고, 또 사회의 개념도 변한다. 사회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면, 이전 문화는 소멸한다. 그래서 사회 속에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매스미디어, SNS,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 새롭게 형성되는 지식은 세계 모든 문화에 영향을 주어 의식주, 정치, 경제, 세계관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III. 선교를 위한 문화이해
1. 선교와 문화의 만남
선교는 문화의 장벽을 넘어가는 것이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고, 해외의 도시화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화적인 차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자주 방문하는 해외에서 서구식 식사, 쾌적한 숙소의 환경,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동수단, 영어와 한국어를 통한 대화 등을 경험하며 외국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현지인들이 우리와 문화에 대해 비슷한 인식을 공유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라-마르세이유>를 우렁차게 부르기까지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주 그럴듯한 포즈를 취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자 마부들은,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으면서도 마치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 듯,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머리를 잔뜩 뒤로 젖힌 채 군대가 행진하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이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말들 역시 아까와는 분명 다르게 활기찬 발굽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이 아닌가? <샤를 바라, 『조선기행』.>
선교에 있어서, 문화의 기준은 복음이 필요한 현지인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세상에 오신 것과 같이 선교사는 선교지의 기준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선교사가 현지인에게 다른 문화의 사람으로 존재한다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복음을 위해 문화에 자신을 맞추는 일은 선교사의 몫이다.
우리의 일상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는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있다. 선교지에서 이런 것들은 현지인들이 선교사를 타문화권 사람으로 인식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선교현장에 나타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때는 1884년 1월이었다. 25세의 보아스는 이뉴잇 족의 이동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해안선 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물의 색깔에 관한 논문이 있는 물리학에서 지리학과 인류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추운 겨울에 함께 있는 유럽 사람이라곤 한인 한 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사실 이뉴잇 사람이 되었다. 배핀 주민들의 텐트와 이글루에서 함께 잤고 바164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다표범 고기를 먹었으며 개썰매를 타고 돌아다녔다. 그 경험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보아스는 주민들이 뛰어난 기술뿐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세련된 노래, 풍부한 전통과 복잡한 관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극 앞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존엄과 극기를 목격했다. 매트 리틀리, 『본성과 양육』1.
1) 문화의 형성 배경
사회에 따라 문화의 모습은 다르다. 먼저, 문화의 이해를 시작할 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가별 특성이다. 국가는 사회 통제와 이상을 제시하며 문화 형성에 관여한다. 특히 국가를 통치하는 그룹은 공교육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국가 통치에 적합한 문화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것으로, 국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학습 연령의 대부분을 국가가 원하는 삶에 대해 학습하게 하며, 매스미디어를 통해 통치자의 통치 철학에 순응할 것과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할 것을 강조한다.
현대국가는 문화를 틀 짓고 사람들의 생각을 틀 지으려 한다. 국가가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도구는 가공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전반적인 교육체계, 방송체계, 구체제에서 물려받은 막강한 후원능력이 있고 설사 이 모두가 실패한다 해도 억압이라는 정치가 있으니 말이다. 도널드 서순, 『유럽문화사 IV』.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국가가 만드는 문화에 전적으로 순응하고, 그 문화에 비판 없이 살아가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의 정신과 사상은 이런 조작을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의 문화는 많은 부분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 지역의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나는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화는 지리적인 요인, 지역사회의 이슈, 지역의 역사, 국가와의 관계와 같은 부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지역별로 특색있는 문화가 있다. 전라도 문화, 경상도 문화, 충청도 문화, 경기도 문화, 강원도 문화, 제주도 문화 등과 같이 지역별 문화적 특색은 뚜렷하다. 또 물, 토양, 기후에 따라서도 문화의 차이가 분명하다. 이런 지리적인 환경이 나타난 문화는 지역사회에 말과 행동, 의복과 주거형태, 음식 등과 같은 것에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
셋째, 각 가정도 독특한 문화의 배경이다. 가정은 과거 씨족으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과 함께, 지속적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구성원의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의 문화는 가정으로 유입되고 가정문화는 지속적으로 변한다. 예로 가장의 직장문화와 자녀들의 학교문화는 가정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형성된 가정문화는 궁극적으로 구성원 개인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선교지에서 한국인, 한국선교팀이 많이 오는 곳에는 현지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주변의 현지 음식점에선 한글로 된 메뉴판을 보여주며 식사 주문을 받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이것은 한국 사람이 그 지역의 문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예이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지를 방문함과 동시에 현지의 문화와 한국문화의 교류가 일어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지의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선교팀은 선교지 문화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교팀으로 인해 선교지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문화라는 껍질 속의 세계관
문화와 세계관에 대한 이해에 로이드 콰스트 이론을 많이 사용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은 문화를 연속된 ‘껍질(Layers)’로 이해한다. 문화의 껍질은 총 4개로 구성되며, 그것은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이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의 핵심은 행동을 통해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다.
행동, 가치, 신념, 세계관 이해는 중립적인 자세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타문화 이해는 자신의 문화적 관점에서 타문화를 보는
것이므로 다른 문화의 행동을 볼 때 객관적으로 그 문화의 행동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라는 안경을 통해 다른 문화를 보기 때문에 문화이해에 왜곡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행동 연구를 통한 문화이해에는, 관찰자의 문화(자신의 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행동을 연구할 때에는, 인간과 그 사회의 ‘동일한 행동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동은 그 문화 안에서 인정되는 선택 기준을 따른다. 그것은 행동에 대한 그 문화의 가치를 반영한다. 곧 행동 안 껍질에는 ‘가치’가 있다. 가치는 무엇이 좋은가?, 유익한가?, 어느 것이 최선인가? 등과 같은 것을 반영한다. 우리는 코를 풀 때 손수건 사용을 장려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이 손수건에 코를 풀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위생적일까요? 먼지와 쓰레기가 있지만,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그 사람에게 더 위생적일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손수건에 코를 푸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길거리에 코를 푸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행동의 이면에는 문화의 가치가 있다. 가치를 따라 행동이 나타날 때 그 가치의 배경에 ‘신념’이 있다. 신념은 ‘무엇이 참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신념은 공동체 안에서 오랫동안에 형성되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돈 리차드슨(Don Richardson)이 이리안자야 사위(Sarwi) 부족에서 선교사역을 할 때, 사위 166 세계선교의 길라잡이부족이 ‘배반’을 문화의 신념에 두는 것을 발견한다. 이 사위 부족에게 성경의 내용을 소개할 때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예수님이 아니라 가룟 유다이다. 그들에게 진리는 온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님이 아니라 그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니며, 마지막 배반을 통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끈기와 치밀함 그리고 인내를 가진 가룟 유다이다. 이런 신념은 직접적으로 종교와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로이드 콰스트 이론에서 밝히는 문화 핵심은 세계관이다. 세계관은 실재(Realit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실재는 신념으로부터 행동에 이르게 한다. 특히 실재는 그 문화의 종교에 영향을 주며, 이것을 통해 일상의 삶을 해석한다. 정령 숭배자들은 실재를 ‘영들이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친다.’로 이해하고 있으며, 일상에 일어나는 모든 것이 영들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3) 선교지 언어 학습
언어는 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 선교에 있어서 언어를 공부하지 않고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은 없다. 복음이 언어를 통해 전달되기에 선교는 언어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래서 선교지를 방문할 때, 반드시 선교지 언어 공부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로 외국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와 유창한 한국어로 외국인이 말을 걸어올 때를 가정해 본다면 누구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는가? 당연하게 우리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일 것이다. 해외 선교지에서 선교지 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하고 종이로 된 전도지를 주었을 때 복음이 그 사람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우리의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복음은 성령의 역사와 말의 능력으로 나타난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의 모습을 본다면 선교지에서 언어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행 8:25, 13:49, 15:35~36, 16:23, 19:10, 19:20).
같은 언어를 사용할지라도, 그 언어의 의미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언어의 배경에 문화가 있음을 앞에서 말했다. 동일한 단어이지만 사회에 따라선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시편 23편에서 여호와는 ‘목자’로 언급된다. 한국의 문화는, 목자는 양을 기르는 사람으로 이해한다. 양을 위해 헌신하고 양을 사랑하는 존재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목자에 대한 이미지가 세계 각국에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 목자는 사회에서 적응이 불가능한 사람, 소일거리로 양이나 가축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그들에게 ‘여호와는 목자이다’라고 했을 때 하나님은 사회에 적응이 불가능한 분, 인생에 실패하신 분과 같은 이미지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언어에 있어서 그 문화에서 생성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언어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외국어를 공부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선교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언어공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일회성 행사로 선교여행을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선교지를 방문하여 문화와 언어를 익히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선교지 언어를 사용할 많은 곳이 있다. 선교가 특수한 훈련을 받은 사람의 사역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인의 사역으로 정의되고 있음도 인식해야 한다. 선교는 타문화권 선교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는 모든 성도가 수행해야 할 궁극적 사명이다.(개정 총회선교신학, 6. 선교와 교회)
2. 타문화 접촉과 문화충격
『파인애플 스토리』에는 네덜란드령 뉴기니에서 사역한 선교사의 실화가 나온다. 파인애플을 먹기 위해 선교사는 임금을 주어 원주민을 고용한다. 고용된 원주민들이 파인애플을 재배하였는데 정작 파인애플이 열렸을 때 원주민들은 밤에 파인애플을 다 수확하므로 선교사는 수년 동안 파인애플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선교사는 원주민들을 파인애플 도둑이라 생각하고,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파인애플 묘목을 심었으므로 자신들이 파인애플의 주인이라고 주장한다.
선교는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의 만남에는 문화충격이 발생한다. 문화충격에 대한 대비가 없고 문화충격을 해결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문화충격은 스스로 극복되지 않는다. 선교지에 접근한 선교사가 문화충격을 받고 2년 안에 그 충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선교사역 초기에 받은 문화충격은 전체 선교사역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선교팀이 현장을 방문할 때 대부분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다. 문화충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선교지 문화에 적응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지의 문화와 선교팀 사이에 선교팀을 안내하는 선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선교사문화충격은 1954년에 인류학자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가 처음 소개한 것이다. 선교사가 다른 문화에 들어갈 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그것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 문화의 예측이나 이해에 적용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혀 온 문화적 지침들이 갑자기 의미를 상실하게 되면 혼동과 불안, 때로는 좌절,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으로 인해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고 영적인 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이것을 문화충격이라 한다. 칼베로 오베르그(Kalvero Oberg)에 의하면 선교사가 겪는 문화충격은 4 단계로 진행된다. ➊ 허니문 단계: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출발 전에서 시작하여 도착 후 1-2개월 기간. ➋ 현실적, 공격적 단계: 더 이상 환상은 없고 현실만이 남는다. 선교지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선교지 2-5개월 기간. ➌ 타협과 동화 단계: 타문화를 수용하고, 또 체념한다. 선교지 6개월 이후. ➍ 적응 단계: 적응 수준이 결정되고 이중 문화 활용이 가능해진다. (문화충격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배우자 사망 시 받는 스트레스보다 강도가 크고, 적응단계에 이르기 가지 보편적으로 14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
가 선교팀의 문화충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팀의 안전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문화충격에 취약하다. 그 이유는 최근까지 한국사회가 단일문화권 사회였으므로 타문화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선교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복음을 전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면 문화 차이를 깊이 고려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3. 문화를 존중하는 선교
성서번역 언어학자인 유진 나이다(Eugene A. Nida)가 ‘세 가지 언어 모델’을 처음 제시하였고 이것을 트리니티신학교의 선교신학 교수 헤셀 그레이브(David J. Hesselgrave)가 발전시켜 선교지의 세 가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➊ 성경 문화: 성경의 말씀이 처음 주어진 당시의 문화적 상황이다. ➋ 선교사 자신의 문화: 선교사의 본국 문화이다. ➌ 수용자의 문화: 선교지의 문화이다. 선교사가 이러한 세 가지 문화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가질 때 타문화권 선교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가장 중요한 이해는 성경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은 상태로 수용자 문화에 전달되게 하는 것이다. |
선교지에서 복음을 들은 현지인들이 고민하는 것은 복음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이다.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통해 복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의 관습, 생활양식이 강요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선교사를 적대시하기도 하고 선교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거부하기도 한다. 사실 현지인들은 복음이 싫은 것은 아니다. 선교사가 전하는 복음과 함께 전달되는 선교사의 문화가 싫은 것이다.
과거 선교사들은 선교사의 문화가 선교지의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고, 선교지의 문화가 비기독교 문화이므로 파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은 가톨릭에 의해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으며, 서양의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과 관련해서는 아시아에서도 개신교 선교사들을 통해 나타났다.
선교사가 선교지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복음을 강요하는 것은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 아니다. 선교지의 문화를 무시하고 정치, 경제, 군사의 힘을 동원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당장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결코 현명한 선교사역은 아니다. 남아시아의 일부 국가가 서구 기독교 국가의 식민지가 되므로 복음을 받아들였지만, 그 국가가 독립한 뒤 많은 현지인이 기독교에서 이전의 종교로 회귀한 사례가 있다.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할 때 복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 바울은 선교를 위해 자기를 낮추고 자신의 문화를 철저히 버렸다(빌 3:4-9). 그리고 그들을 얻기 위해 그들과 같이 되었다(고전 9:20-21).
히스파니올라섬의 한 인디오 부족 족장 하투에이(Hatuey)가 스페인 정복군에 맞서 저항하다 죽어 간 슬픈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하투에이가 정복군에 집혔을 때 종군 신부는 사형을 집행하기에 앞서 세례를 받고 개종하라고 권고했다. 종군 신부의 말을 들은 그는 이렇게 물었다. "세례를 받게 되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세례를 받으면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고, 죽어서 천국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형이 감해질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물었다. "형이 어떻게 감해지는가?" 종군 신부가 대답했다. "산 채로 화형당하지 않고 죽은 다음에 화형을 당하게 될 것이다." 생각에 잠긴 하투에이는 잠시 후 종군 신부에게 다시 물었다. "나를 죽이려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저 군인들도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인가? 저들도 모두 천국에 들어가는가?" 이에 종군 신부가 답했다. "물론이다. 저들은 세례를 받은 거룩한 로마 가톨릭교회 교인들이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간다." 이 말을 들은 하투에이는 종군 신부에게 잘라 말했다. "저들은 나의 아내와 가족, 형제, 부족을 살해하고 강간했다. 우리의 모든 것을 강제로 빼앗아 가고, 우리의 평화로운 마을을 몰살시킨 저 군인들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천국에 들어간다면 나는 결코 저들과 함께 그런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묵묵히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당시 종군 신부들이 로마 교황청에 보낸 선교 보고는 제국주의 선교의 한 면을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인디오들을 향해 터지는 저 포탄의 소리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의 소리이며, 인디오들을 향해 쏘는 저 포탄의 화약 냄새는 주님의 제단 위에 드려지는 향기로운 냄새다.”김종성, 『하나님의 선교사 A to Z』IV.
나오는 말
선교는 문화를 통해 진행된다.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의 정의, 기능, 요소, 성격 등을 살펴보았다. 또 선교에 있어서 필요한 문화의 특성도 살펴보았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선교의 효과적인 진행 때문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21세기에 더 강화되는 경계가 있다면 문화적 경계이다. 현대사회의 특성을 논할 때 많이 등장하는 단어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세계화와 지역화의 합성어로, 세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화에 속하지 않는 단절된 그룹(사회)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사실,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니며, 그 세계화와 관계없이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 형성 집단이 있다. 그 집단은 집단만의 특수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할 때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가 아닌 그들의 문화를 배경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단일문화 사회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를 단일문화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는 한국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는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 그리고 한국사회의 단절된 문화적 패턴을 소유한 그룹(사회)이 있다.
그러므로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한국사회의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 그러므로 세계와 한국 사회에 대한 복음 전파는 각각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 시작해야 하고, 각각의 다른 문화를 소유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타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속한 문화의 옷을 입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회는 항상 그 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주목해야 하며, 그 상황에서 하나님의 사명과 소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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