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파물가삼수(怕物歌三首) 2 – 열려 있는 고대 왕릉
지난 이야기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는 더 무서운(怕物) 노래이다. *怕: 두려워 할 ‘파’
이 무서운 이야기를 일본학자들이 풀어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도깨비불 같은 새파란 그대가 혼자 나타난, 비 내리는 밤의 엽비좌(葉非左)가 생각난다(思)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내용 풀이인데, 그나마 ‘엽비좌(葉非左)’라는 단어가 도무지 풀리지 않자, 오기(誤記)일 것이라고 주장하며 앞뒤 문맥마저 통하는 글자로 멋대로 고쳐버렸단다.
그 이유는 노래의 한문을 한시(漢詩) 풀이하듯 해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독하니 읽어지지 않는다고 글자 3자를 멋대로 바꾸는, 있을 수 없는 우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작가의 우리말 해석은 이러하다.
人(천무왕의 약칭) 혼내자,
靑(천무왕의 약칭)과 아들 사이에 금이 갔네
모두들 비뚤어진 자일세
아비를 알라(아이)가 베어 버리겠다며 말을 내비치고 있으니
터 여미게나(조심하게나)
이러한 해독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이두(향찰)가 한자의 훈독과 음독을, 소리를 빌리기 위해 사용하여, 순수한 우리의 고대어를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도깨비불을 의미하는 ‘인혼(人魂’)과 비 내리는 밤을 뜻하는 ‘우야(雨夜)’라는 단어는 그 표기만으로도 제목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일으킨다.
그런데 여기서 사용한 우(雨)라는 한자는 노래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한다.
즉 비‘우’라는 훈독에서 생기는 ‘비’라는 단어를 한글처럼 사용해 ‘칼로 베다’의 ‘베’의 옛말 ‘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한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한자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선택된 글자라고 한다.
즉 살인사건에 관한 노래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암살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이 노래의 배경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덴무왕(天武王)의 즉위 전 이름은 大海人으로 ‘人’은 덴무왕을 상징한다.
‘靑’ 또한 덴무왕이 스스로를 표현한 낱말이다.
덴무왕은 쿠데타로 백제계의 덴지왕(天地王)을 물리치고 패권을 잡은 고구려계 인물(연개소문?)이다.
그런데 그가 아들인 대진 왕자의 연인을 후궁으로 삼자,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금이 갔고 아들이 흥분하여 ‘혼내 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한 세력이 백제계와 당나라이다.
동북아시아를 지배하고자 했던 당나라는 반당(反唐)세력인 덴무왕을 제거하기 위한 시해 계획을 세우고 대진 왕자가 이를 실행하였다.
일본서기에는 덴무왕이 686년 9월에 병사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682년 8월로 추측된다.
그러나 대진왕자는 이듬해에 모반죄로 죽임을 당한다. 이것 또한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비도 죽고, 아들도 죽고, 권력의 몰락과 집안의 파멸을 경고한 것이 바로 ‘무서운 것을 노래한 파물가삼수(怕物歌三首)의 마지막 한 편이다.
이처럼 만엽집은 단순한 옛노래가 아니라 7, 8세기 한일 고대사를 증언하는 귀중한 사료가 될 수 있다.
물론 역사서는 당대 권력자의 입장에서 많은 왜곡서술(특히 「일본서기」의 곡필은 유명하다)이 있기 마련이므로 「일본서기」 우리의 「삼국사기」, 「삼국유사」, 중국의 「신-구 당서」와 함께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독의 예 : 葉非左思 (엽비좌사)
葉: ’말한다‘라는 뜻의 고대 우리말 ‘이프’ - 잎 – 엽(葉)의 이두식 한문 표기
非左思: 이두식 발음 ‘비촤사’ = 자꾸 내비치다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30년 전쯤에
- TV 영화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 신문 속 TV 프로그램 정보를 시청하실 시간대별로 형광펜으로 표시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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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명화극장 특히「그날이 오면」, 이철원 아나운서가 녹화로 중계하던 분데스리가 화면 속 차범근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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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다 아는 연예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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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쇼, 김창완 라디오, 최화정 파워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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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연재 소설
젊은 날, 나의 히어로 최인호 형의 「왕도의 비밀」이다.
광개토대왕비에서 칠지도(七支刀)의 비밀을 조작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