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어딘가를 여행하려면~ 늘 교통체증을 걱정해야하며, 수시로 교통방송에 귀기울이며 다녀야하는데.. 모처럼 과감하게 승용차를 두고, 기차를 타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났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차를 탄 게 언제지? 4개월 전인가? 바라나시에서 자이푸르로 가는 밤기차를 탔던 게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에 어스름한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멀리 여행을 떠나온 듯~ 설레임의 향기가 그윽하여 너무 행복하다.
6시 8분, 영등포발 경주행 새마을호 열차가 출발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철로 주변의 푸르름과 주위 풍경들이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와아~~ 이렇게 멋진 여행을, 왜 인제서야 생각한거지? 바보~ㅎㅎ
어디를 이동하더라도 자가용이 없으면 불안하고, 불편하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아무리 멀어도, 어디를 떠나든지 자가용을 끌고 다녔는데.. 그런데 오늘 과감하게 차를 버리고, 기차를 선택하니~ 모든 것들이 달라 보인다. 교통방송을 들으며 도로상황을 체크하지 않아도 되고, 차막힘 때문에 도로 위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이동 중에 바깥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좋고, 졸리면 맘껏 잘 수 있어서 좋고, 음악도 맘 편히 들을 수 있고, 갑갑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도 되니 또한 좋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ㅎㅎ 이렇게 멋진 선물이 주어지다니!!!
어느 나라에서, 어느 지방에서 기차를 타든지간에, 기차를 탄다는 것은, 무진장 가슴 설레이는 일이다. '익숙한 곳으로부터의 떠남' '어딘가를 향하여 달려감' '새로운 곳과의 만남' 덜커덩덜커덩 철로 위를 힘차게 달리는~ 기차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 고유한 소리 또한 멋지다. 날씨가 흐린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창밖은 안개가 자욱하다. 그래서일까.. 창밖에서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매혹적인 풍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철로 위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작은 꽃들, 키 작은 나무, 키 큰 나무.. 통통한 나무, 늘씬한 나무.. 평화로운 시골 풍경, 정겨운 논과 밭, 하천, 비닐하우스.. 과수원의 과실나무들, 아담한 들판에서부터 웅장한 산들까지~ 와~아~~~ 울 나라가 이렇게 멋졌던가? !!!!!!!!!!!
출장 다닐때 자주 이용했던 KTX에 비함, 새마을호 열차의 좌석은 엄청 여유롭다. 하긴.. 예전에 고속열차가 없었을땐, 젤루 좋은 기차였는데~^^ 지금은.. 너무 여러 도시에 정차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기차만이 갖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다. 정차하는 지역마다~ 규모도 다르고, 주변 풍경도 다르고.. 무엇보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생소한 도시에 잠시 멈춰간다는 느낌이 아주 좋다.
드디어.. 영등포에서 출발한 기차는~ 수원- 천안- 대전- 영동- 김천- 구미- 하양- 영천을 경유하여, 10시42분~경주역에 도착한다. 야호~~~ 경주다~~~~!!! 너무 오랜만이다. "반갑다 경주야~" 이게 얼마만이니~~ 작년 5월에 출장차 잠깐 들른게 마지막이니.. 딱 1년만이다.^^ 저녁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약 7시간 동안의 여유가 있었다. 경주는 워낙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유적지나 경주 시내를 둘러볼 수가 있다.
자~~ 이제 자전거를 빌려볼까? 경주역사 바로 왼편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었으나, 어느 블로그의 정보에 의하면 우측으로 5~10분 정도 걸어가면 저렴한 대여점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보기로 했다. 경주시내 지도를 한장 들구선~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길을 따라 쭈욱 걸어갔다. 가도가도 대여점은 보이지 않아서,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싶어 확인해보았는데, 이 길이 맞단다.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보통의 걸음속도로 걸어 약 7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그런데, 주말이어서인지 대여할 자전거가 남아있질 않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바로 새 자전거의 포장을 뜯으시면서~ 이걸 타고 가라고 내놓으신다. 아직 초보인지라.. 좀 작은 자전거를 원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주머니 엄청 친절하시고, 자전거 하루 대여료는 7천원이다.
경주시에서 제공하는 자전거투어의 주요코스를 살펴보면, 총 6개의 코스가 있다.
* 제1코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속으로(15km- 1시간40분 소요예상) 터미널- 흥륜사- 재매정- 최씨고택- 계림- 대릉원- 첨성대- 임해전지- 분황사- 황룡사지- 터미널 * 제2코스: 낭산의 신비를 찾아서(20km- 2시간 소요) 터미널- 첨성대- 반월성- 능지탑지- 황복사지- 삼층석탑- 진평왕릉- 설총묘- 보문사지- 당간지주- 신문왕릉- 사천왕사지- 선덕여왕릉-터미널 * 제3코스: 도심 속의 숨은 유적 찾기(30km- 2시간 소요) 터미널- 삼랑사지당간지주- 애기청소- 최시형동상-간묘-김유신장군동상- 용강동고분- 사방불탑신석- 백률사-표암- 탈해왕릉- 헌덕왕릉-터미널 * 제4코스: 신라 통일의 자취를 하이킹으로 찾는다(20km- 1시간40분) 터미널- 김유신장군묘- 서악서원- 서악동 삼층석탑- 서악동고분군- 태종무열왕릉- 김인문묘- 장산토우총-터미널 * 제5코스: 신라의 흥망성쇠를 찾아서(25km- 2시간 소요) 터미널- 오릉- 나정- 양산재- 남간사터- 창림사 삼층석탑- 포석정- 지마왕릉- 삼불사- 삼체석불- 삼릉- 터미널 * 제6코스: 오늘의 경주, 하이킹(40km-3시간40분소요) 터미널- 첨성대- 보문삼거리- 명활산성- 천군동 삼층석탑- 보문일주- 터미널
자세한 지도 및 안내는 경주시청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guide.gyeongju.go.kr -> 즐길거리-> 테마여행 카테고리로 들어가면 자전거여행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6개의 코스중에서, 제6코스 길을 택하기로 했다. 단, 출발지는 터미널이 아니라, 경주역이다. * 경주역 부근 자전거대여점- 보문삼거리- 명활산성쪽으로 진입- 보문일주 - 대릉원, 첨성대- 경주역으로 코스를 정했다.
처음 출발할때는 대여한 자전거에 길들여지느라, 낯선 길에 익숙해지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아담한 천변을 따라 보문삼거리까지 와서야, 겨우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고~ 불안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보문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길은, 오르막길이라서 자전거와 함께 걸어야 했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처럼 흐렸지만, 야외활동을 하기엔 딱 좋은 날씨인 것 같다.^^ 호수 주변엔 이렇게 아름다운 장미넝쿨이 쭈~~욱 이어져 있다. 너무 아름다워 흔들거리는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향긋한 장미에 눈맞춤해본다.
와아~~ 멋지다! 늘 경주에 오면, 저곳 보문단지에 머물렀는데.. 반대편에서 이쪽을 바라다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저쪽을 바라다보긴 첨이다. 잔잔한 보문호수의 이 향긋함~~ 오래 오래 간직될 것 같다.
11시20분경에 자전거대여점에서 출발했는데, 벌써 시간은 12시30분.. 새벽 일찍 나와서인지, 아침을 안먹은 탓인지.. 무진장 배고프다. 보문단지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1시45분.. 냠냠~ 맛나는 점심을 해결하고, 보문호수 길로 들어왔다. 이곳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없는 길이라서, 자전거와 함께 걸으며 호수 주변을 감상하였다.
그리고, 이곳 '마티나타' 이곳을 그렇게 많이 지나다녔는데도.. 왜 인제서야 발견한거지? 음악 선곡을 너무 잘하신 탓인가? ㅎㅎ~ 내 맘에 쏙 드는 팝송만 흘러나와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향긋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한참동안 이곳 벤치에 앉아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실내 공간도 있고, 야외 공간도 있고~ 이곳 호수를 산책하다 잠시 머물며 차 한잔 하기에 딱 좋은 공간으로 강추~^^
힐튼호텔에서부터 이곳 현대호텔 있는 곳까지 무려 1시간 30분이나 소요되었다. 그냥 걸으면 20~30분이면 충분할 거리인데~~ㅎㅎ 이곳 호수 길이 너무나도 좋아서, 진정한 간세다리가 되어보았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차도 마시며~ 오랜만에 보는 보문호수와 주변 경치에 흠뻑 취해보았다. 그런데.. 너무 가뭄이 심한 탓이었는지, 호수 가장자리의 바닥이 훤히 내다보일 정도로 호수의 물이 줄어있었다. 비가 좀 많이 내려줘야 하는데.. 걱정이다.
3시20분.. 떠나고 싶지 않은 보문호수와 작별하고, 대릉원과 첨성대가 있는 경주시내를 향해 출발하였다. 길을 달리다보니, 평화로운 농가의 풍경도 펼쳐지고~ 싱싱한 초록향기가 내 맘을 자꾸 들뜨게 하였다.^^ 그런데.. 한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경주의 자전거도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나, 가끔씩.. 불쑥 튀어나온 블럭이나 깊은 홈 등을 만날 수 있으니 너무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
대릉원과 첨성대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지도와 이정표를 참조하여 길을 찾는 건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
요즘 TV드라마를 통해 방송되는 선덕여왕, 그 시대의 유물이라니 얼마나 오랜 세월, 저곳에 저렇게 서 있었을까~ 감탄스럽다.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 때 건립된 것으로 추측되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그 가치가 높으며, 당시의 높은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라 할 수 있다.
70~80년대쯤 입었을법한 교복을 입고 단체 관광을 나온 관광객들도 눈에 띄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보이고, 연인들도 보이고~ 이렇게 여기 앉아서 '쉼'을 누리고 있자니~~ 이리 행복할 수가~ㅎㅎ
벌써 5시 30분이다. 이제 서서히 움직여야겠다. 가는 길에, 경주의 맛 '황남빵'도 사야겠다.
6시50분.. 한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굿바이~경주!!!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라, 하루여행으로 계획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경주라, 1박이라도 머물다가 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작정의 하루 데이트~ 이만하면 충분하다.
떠날까말까.. 망설임의 시간은, 결국 늘 어디든 가지 못하게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이럴땐, 그냥 과감하게~ 당장~!! 이번 주말을 이용하여 저질러보자~ㅎㅎ GoGoGo~!!!!!
<<서울-경주간 기차 시각>> - 새마을호 기준(성인요금: 37,700원) * 서울->경주 : 5시55분(10시42분도착), 7시40분(12시24분), 11시55분(16시36분), 13시10분(17시54분), 15시(19시52분), 17시50분(22시29분) *경주-> 서울 : 7시43분(12시30분), 10시45분(15시31분), 12시49분(17시29분), 15시26분(20시14분), 17시18분(22시5분), 19시16분(23시59분) (기차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고 싶다면, KTX로 대구까지 가서 환승하는 방법도 있겠다)
<<자전거 대여>> - 하루 대여료: 7천원(신분증 반드시 지참/ 대여점마다 가격은 다를 수 있다고 한다) - 경주역, 경주 터미널, 보문단지 등에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경주 관광 정보>> -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guide.gyeongju.go.kr 참조 - 떠나기 전에, 미리 어떤 코스를 둘러볼 것인지 계획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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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햇살같은 여행을 꿈꾸며 원문보기 글쓴이: 썬